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6일(현지시간) 본거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갔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합의에 따라 벨라루스에서 머물고 있었다.
WP는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 후 12일 만에 러시아 땅으로 돌아갔으며, 이는 러시아 측에 압수당한 바그너그룹의 돈과 무기를 되찾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갔고 같은 날 아침 모스크바로 갔을 수도 있다면서 “벨라루스와 프리고진의 최종 협상은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다시 러시아 땅을 밟았다는 보도는 현지 언론에서도 나왔다.
전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독립언론 ‘폰탄카’는 러시아 당국이 지난 2일 프리고진 측에 현금 1억 달러가량과 금괴 5개 등 총 1억1000만달러(약 1400억원) 상당의 자산을 돌려줬다고 보도했다.
이 자산은 프리고진의 위임장을 받은 그의 운전기사가 대신 인수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러시아 수사관들은 이 자산을 프리고진에게 돌려줄 의사가 없었으나 폰탄카는 “더 큰 권력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이 되찾아간 자산은 그가 지난달 24일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장악한 뒤 모스크바로 진격할 당시 러시아 당국이 그의 부동산을 급습해 압수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 자금을 바그너 용병들에게 지급할 월급과 전사자 가족들에게 줄 보상금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모스크바에서 목격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프리고진과 그의 개인 항공기가 벨라루스와 모스크바를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맞춤형 권총 등 무기를 가지러 러시아로 돌아간 것”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스크바로 진격하던 프리고진에게 러시아 정부가 현금과 무기를 돌려주기로 한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록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은 하루 만에 일단락됐으나 프리고진은 여전히 러시아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분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들른 뒤 모스크바에도 머물렀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프리고진이 ‘반역자’로 불리며 벨라루스로 망명한 이후에도 체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아직 러시아 지도부와의 연줄이 끈끈하게 남아있다는 추측도 돈다.
익명을 요구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사업가는 WP 인터뷰에서 “프리고진은 아직 종말을 맞지 않았다”며 “그는 돈과 함께 권총과 글록 등 무기들을 가지러 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업가는 대리인이 아니라 프리고진이 직접 행차해서 무기들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