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인형과 떨어지지 않고, 어딜가든 데려가려고 해요”
“방이 점점 지저분해지고, 밖에서 물건을 주워와요”
“인형과 장난감에 이름을 붙여지고, 또래보다 인형들을 더 좋아해요”
물건에 집착하는 아이
아이가 만 1세가 되어갈 무렵부터, 아이는 자신과 주 양육자가 다른 사람임을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주양육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던 아기에게 이러한 분리는 큰 정신적 부담이며 불안요소입니다. 이러한 분리 과정에서 온전히 주 양육자에게 주어지던 관심과 사랑을 옮겨갈 수 있는 대상을 이행 대상물(transtional object)라고 합니다. 이행 대상물은 유아 초기 엄지손가락에서부터 담요나 부드러운 이불 등 다양한 사물이 애착이행물이 될 수 있습니다. 주 양육자와의 분리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은 정상적인 과정이며 애착이행물을 통해 이러한 불안을 다루는 것 또한 정상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연령, 발달단계,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따라 적절한 지도나 개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애착이행물은 아동이 정신적으로 주 양육자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줄여줍니다. 물건을 통해 아이는 감정적, 기능적, 정서적 도움을 받고 안정감을 받습니다. 애착이행물에 대한 집착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차 줄어들며 약 7세 정도에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의 집착은 청소년기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Stagg & Li, 2019).
애착인형, 담요나 애착이행물에 집착하는 성향은 서양 문화권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며, 그 이유는 서양에서 아이의 독립이 더 빨리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국보다는 아이의 독립을 권장하며, 이로 인해 아이의 애착관계를 대신해줄 물건을 찾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아이들의 물건 집착이 적은 편입니다(Stagg & Li, 2019).
의인화 (anthropomorphism)
아이들이 물건에 집착하며, 물건과 큰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물건이 유대감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이유로 의인화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의인화는 인형이나 담요와 같은 무생물에 사람과 같은 특징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러한 물건들이 주체, 감정, 생각, 자유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결핍 상황을 겪고 있거나, 유대감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무생물에게 이러한 의인화를 통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경향이 높다고 합니다(Kwok, Grisham, & Norberg, 2018).
아이들 또한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에서, 주 양육자와 분리되면서 유대감의 결핍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부분을 애착이행물이나 인형, 담요 등이 채워주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쉽게 외부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물건뿐만 아니라 멋진 축구 경기를 본 이후 축구공에 집착하는 등 그 반경이 매우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적 소유권 (Psychological Ownership)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물건과 애착관계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관계 중 하나는 소유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심리적 소유권(psychological ownership)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는 물건뿐만 아니라 생각이 나 감정에도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대상이 ’자신의 것‘이라는 느낌을 지칭합니다. 심리적 소유권은 그 대상에게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거나, 특별함을 부여하고, 대상을 잃어버리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합니다. 심리적 소유권은 애착관계와 깊은 연관성을 보입니다 (Baxter, Aurisicchio, & Childs, 2015). 예를들어 같은 이불이더라도 나와 일년을 함께 보내며 힘든 시기에 나를 덮어주던 이불과 지나가다 백화점에서 본 이불이 가지는 의미가 다른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백스터의 연구에 따르면 물건에 심리적 소유권을 느끼는 이유는 효능감, 자아, 집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물건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소유권에 대한 강한 동기이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기 효능감이 올라간다고 말합니다(Baxter, Aurisicchio, & Childs, 2015).
물건들은 자신의 자아를 만들고, 변화시키고,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정 물건과의 상호작용과 관계,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도나 마음을 전달하는 과정 모두 자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과정입니다 (Baxter, Aurisicchio, & Childs, 2015).
감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큰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물건과 함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안정감을 줍니다. 백스터는 이러한 감정을 ’집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감을 찾으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물건에 감정적인 투자를 한다고 주장합니다(Baxter, Aurisicchio, & Childs, 2015).
저장장애 (Hoarding disorder)
지금까지 알아본 애착 이행 물이나 애착 물건은 영유아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DSM) 5편에 와서 포함된 저장장애는 더욱 나이가 많은 학령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부터 성인에게까지 나타날 수 있으며, 물건에 과하게 집착하며 버리지 못하고, 이로 인해 방이 매우 어지러워 지거나 정리되지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 (Kwok, Grisham, & Norberg, 2018).
저장장애는 기본적으로 애착 물건이나 심리적 소유권과 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가진 물건의 가치와 무관하게 버리지 못해서 주변이 정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자신과 자신 주변에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Kwok, Grisham, & Norberg, 2018).
이러한 집착은 소유자가 물건에 정서적 가치와 기능적 가치를 과하게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능적 가치는 해당 물건이 어떤 곳에 사용될 수 있는지와 용도, 소유할 가치, 사용 가능성 등을 포함합니다. 정서적 가치는 해당 물건의 상징적인 의미와 해당 물건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러한 가치 부여는 그 사람의 자존감과 유대감과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Kwok, Grisham, & Norberg, 2018).
원인
앞서 말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아동부터 성인까지 대부분 결핍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기의 경우 부모님과 분리를 경험하면서 물건으로부터 안정감을 찾기 위해 집착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세상을 넓혀가는 도구로 이용됩니다. 성인의 경우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자아의 주체성이 떨어지거나, 사회로부터 격리되면서 물건들에 과한 가치를 부여하고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향
아동의 경우 물건에 보이는 집착은 정상적인 발달과정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집착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해 사회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소외감을 느끼게 되면 그때부터 대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아이를 애착대상으로부터 떨어뜨려 놓기보다는 어떻게 아이의 사회성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 결핍과 불안 때문은 아닌지...
발달과정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아이의 나이가 만 1-3세라면 물건에 집착하고, 애착인형이나 담요에 집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일반적으로 3-5세쯤부터 이러한 물건에 흥미를 점점 잃기 시작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좋지 않습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결핍에서 옵니다. 이러한 결핍은 안전, 사랑, 유대감, 자아 등 많은 것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가 자신의 집착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면 불안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불안감은 곧 안전의 결핍이며, 이는 물건에 대한 더 큰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행동에 죄책감을 가지게 되거나 숨길 수 있게 되며 이는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좋지 않습니다.
무작정 물건과 아이를 떨어뜨려 놓지 않습니다.
강제적으로 아이에게서 물건을 뺏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아이의 불안감이나 결핍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충족시켜 주면 자연스레 물건이나 애착대상에게 안정감을 찾으려는 욕구가 줄어들며 아이가 안정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
이 또한 전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결핍과 이어집니다. 아이가 점차 커가면서 부모님은 아이가 어렸을 때처럼 관심을 주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따로 자는 가정일 수도 있고 맞벌이 부부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는 온전히 아이에게 관심을 쏟아 주시고, 충분한 스킨십과 사랑의 표현을 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Stagg, D., S., Li, C., Y. 2019. Transitional object use, attachment, and help-seeking behaviour in Taiwanese adolescents.Asi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22. 163-171.
Kwok, C., Grisham, R., J., & Norberg, M., M. 2018. Object attachment: Humanness increases sentimental and instrumental values.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 7(4). 1132-1142.
Diesendruck, G., Perez, R. 2014. Toys are me: Children’s extension of self to objects.Cognition, 134. 11-20.
Baxter, L., W., Aurisicchio, M., Childs, N., R., P. 2015. A psychological ownership aaproach to designing object attachment.Journal of Engineering Design, 26. 140-156.
사진출처: pixabay (재사용가능)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목동영
온라인 상담 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