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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를 위한 등산특강 | 등산 예절_한국등산학교 전 사무국장 김재운]
“올라오는 사람이 더 숨차요. 내려가는 사람이 기다려주세요” 산은 살아 있는 거대한 생명체, 자연과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 지켜야
스포츠에는 룰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룰을 지킬 때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재미도 있다. 등산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룰이 있다. 이 불문율을 지킬 때 등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등산예절과 윤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자연에 대한 것과 사람에 대한 것이다. 서울 인구보다 훨씬 많은 무수한 생명이 산에 살고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자연에 대한 예의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을 오래 다닌 사람들도 산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등산객(登山客)은 손님(客)이다. 즉 자연의 집을 방문한 손님이다. 주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레 다녀가야 하지만 무례한 이들이 많다. 산을 산답게 지키기 위해서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녀가야 한다. 과일껍질이나 일회용 나무젓가락도 되가져 가야 한다. 농약과 화학약품이 토양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배낭에 쓰레기를 담을 봉투는 늘 휴대하고 있어야 한다. 나무젓가락이 완전히 썩으려면 20년이 걸리고 플라스틱은 100년, 스치로폼은 500년 이상 걸린다.
3 "야호"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새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해 산란을 포기하거나 부화 중인 알을 깨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가급적 산에서는 응급상황이 아닌 한 고성은 삼가야 한다. 반대로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일도 삼가야 한다. 야생성을 저하시켜 결국 야생동물의 생존력이 약화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불은 산의 수많은 생명을 몰살시키는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산에서 담배를 끊을 수 없다면 산을 끊어야 한다. 취사 역시 지정된 장소에서 하거나 잔가지 등이 없는 산불위험이 없는 곳에서 해야 한다. 토사유출이 가속화되어 흘러내린 흙이 계곡으로 들어가 계곡을 메우고 물고기들과 물벌레의 서식공간을 위협한다. 자연은 자연의 힘으로 치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유법이다. 산의 휴식을 방해해선 안 된다. 식물이 적은 땅을 파고 눈 다음 다시 흙으로 덮어야 한다. 물 가까이에 그대로 눌 경우 수질이 오염될 수 있다.
8 계곡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세제로 씻지 않는다. 산 깊은 곳에 집을 짓고 정화장치 없이 도시에서와 똑같은 생활을 한다면 자기 한 몸 건강하기 위해 숲을 죽이는 것이다. 능선의 대피소에서 자거나 비박할 때는 비누, 치약 등 세제는 삼가야 한다. 물티슈와 치실로 대체한다. 그러나 간혹 마주치는 매너 없는 등산객들로 인해 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산에서는 모두가 자연을 찾은 객이므로 자연보호는 기본이요,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필수 에티켓이다. 현실에선 반대의 경우도 많다. 정상만 바라보며 속도에 집착해 과시적으로 산을 타는 동안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사라지고 산처럼 마음이 더 뾰족해져 자기밖에 모르는 독불장군이 되는 것이다. 행동하는 이들로 인해 인상 쓰는 일이 비일비재해, 산을 오래 다닌 사람일수록 국립공원 대피소에서 자는 걸 피하기도 한다. 산에서 남에게 피해 주는 폭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기본 등산 에티켓은 상식으로 알아두자.
1 등산객에게 인사하기. "안녕하세요, 좋은 산행되세요, 수고하십니다, 조금만 가면 정상입니다, 수고하십니다, 힘내세요"하고 인사를 건넨다. 산에서 반드시 인사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것이 기본 등산예절로 자리잡았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어 절로 인사가 나오기도 한다. 경계심을 풀기 위해 인사를 한다는 설도 있다. 너무 큰 목소리로 인사하면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만 하는 것이 좋다.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 겁을 주며 놀리는 말투로 답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남은 길이 무척 힘들다고 해도 격려의 말은 못해줄지언정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은 삼가야 한다. 숨을 몰아쉬며 누구나 힘든 걸 참으며 오르는 산에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격려의 인사 한마디가 산행의 청량제가 된다. 다만 동네 뒷산이나 북한산처럼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인사를 생략한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틀고 다니는 사람들을 산에서 흔히 본다. 도시의 소음이 싫어서 산에 온 사람들에게 이들은 휴식을 깨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어폰을 낄 수도 있지만 안전산행을 생각한다면 끼지 않는 것이 좋다. 가급적 산에서는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처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좋다. 산의 지형은 불규칙적이므로 굳이 좌측통행이니 우측통행이니 따질 필요는 없다.
4 진한 화장이나 향수, 헤어스프레이는 자제한다. 산행할 때는 피톤치드를 호흡기와 피부로 받아들이게 되므로 화장을 자제하는 것이 피부 건강에도 좋다. 북한산경찰구조대의 말에 따르면 추락사고자들 중 상당수는 술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술은 하산 후에 마셔야 한다. 술이 저체온증을 회복시킨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한국인의 정서상 "겨우 물 한모금 가지고" 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물을 나눠 준 사람은 산행계획이 어긋날 수 있다. 농부들이 전기철책을 설치할 정도면 오죽 심했겠는가. 농산물 채취는 절도행위이므로 삼가야 한다.
1 일렬로 걷는다. 나란히 걸으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된다. 좁은 등산로의 가장자리는 정비되어 있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그곳으로 걸으면 등산로를 점점 넓혀 토사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 산악회 리더는 회원들이 자연보전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남은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 막걸리나 담근 술을 가져와 산행 중 회원들에게 권하는 경우가 있다. 음식과 술을 나눠먹고 권하는 것이 우리 문화라고 하지만, 산행 중 술을 권하는 건 잘못된 습관이다. 산은 경쟁의 장소가 아니며 자기 과시를 위한 곳이 아니다. 더구나 하산 내리막길에 내달리면 무릎연골이 상해, 나이 들어 산행은커녕 걷는 것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 남들보다 먼저 가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자연 속에서 즐거움을 찾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널찍한 곳에서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릴 잡고 쉬어야 한다.
리더가 갖춰야 할 예절과 윤리의식 처음 산에 입문하는 산악회나 리더를 통해 등산의 기초를 배우고 산행 습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산악회의 경우 문제가 있는 리더가 많다고 한다. 초보자들에게 등산의 기초지식을 알려 주고 체계적으로 산행을 이끌어야 하지만 미흡하다는 것이다. 연령대가 대부분 40~60대이며 5년 이상 산에 다닌 분들인데도, 기본적인 등산예절과 등산지식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또 산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식이 전혀 없어 놀랐을 정도였다. 그러나 교육 후에는 "진작 배울 걸" 혹은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 배웠으면 좋았을 걸"하는 얘기를 곧잘 한단다. 기본적인 등산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 목소리만 큰 사람이 산악회 대장을 하던 시절은 지났다. 리더라면 안전하게 산행을 이끌고 초보자들에게 체계적으로 산행지식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빨리 갈 수 있지만 느린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으며 챙겨 줄 수 있어야 한다. 위험한 리지코스로 초보자를 데리고 가는 것도 삼가야 한다. 자기 수준에 맞추지 말고 회원의 수준에 산행을 맞춰야 한다. 중간에 탈진하거나 다친 회원이 있다면 예정된 코스를 바꾸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원정대를 꾸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이 아니므로 반드시 계획한 코스로 가야 할 필요는 없다.
산악회 리더는 장비를 보고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된다. 얼마짜리 등산복을 입었느냐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이 있다. 산에 들 때만큼은 계산적인 태도를 버리고 자연에 동화될 수 있도록 회원들을 유도해야 한다. 리더는 말보다 행동으로 회원들을 이끌어야 한다. 대장이 먼저 산행 중 쓰레기를 주우면 회원들은 자연스레 자연보전 의식을 가지게 되며, 더 신뢰하게 된다. 산악구조대에 따르면 추락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산악회 리더가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간다고 하거나 신고만 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산악회'라는 이름을 내걸었고 대장이나 회장 같은 리더 역할을 맡았다면, 그날 처음 본 사람이라도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것이다. 법적인 책임이나 복잡한 과정이 두려워 인간적인 도의를 저버린다면 리더 자격이 없는 것이다. 초보자 역시 자기 과시욕으로 넘치는 대장과 안전하게 산행을 이끌어줄 믿음직한 리더를 구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일부 산악회의 대장은 이런 여자들을 꼬드겨 가까운 사이로 만든 다음 돈을 빌린다고 한다. 가령 키나발루 트레킹을 가기로 했는데 비행기 표값을 미리 입금해야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며 다녀와서 바로 갚을 테니 급전을 빌려 달라고 한 다음, 안 갚는 식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산악회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분란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산악회 내의 돈, 여자관계, 술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산악회 리더는 회원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산행의 의미를 되짚어 줄 필요가 있다.
김재운(47세) 강사는 1993년 한국등산학교 정규반과 암벽반, 동계반을 수료하고 1995년부터 강사로 활동했다. 군 제대 후 혼자 산에 다니다 한국등산학교를 나온 뒤부터 "바위맛에 푹 빠졌다"고 한다. 기수 동문산악회였던 흰바위산악회원들과 거의 매주말 인수봉과 선인봉에서 살았다. 한창 때는 5.12급까지 등반했다. 산에 푹 빠져 있는 동안 그의 곁에는 늘 한국등산학교가 있었다. 바위에 입문하게 된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국등산학교의 인연과 틀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등산학교의 살림살이와 교육생 모집부터 교육, 수료까지 실무를 책임지는 박봉의 고된 일이었지만 마다하지 않았다. 힘든 자리지만 등산학교를 가장 속속들이 잘 알게 되는 자리이기도 하고 봉사하는 자리죠." "등산학교는 내 삶의 일부였기에 집처럼 늘 편안한 곳이었다"고 얘기한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한국등산학교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등산학교에 가 있다. 어떤 강사들이 새로 왔는지, 항상 관심은 학교에 가 있어요. 어쨌든 학교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죠. 하지만 다시 돌아갈 마음으로 나오진 않았어요. 만약 다시 돌아갈 일이 생긴다면 그건 그때 다시 생각해 볼 일이죠."
김재운 강사는 왕초보들이 갖춰야 할 등산의 마음 가짐으로 '겸손'을 꼽는다. 산에서는 자기를 낮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자기 과시적인 마음은 산에서 사고로 연결될 수 있어요. 한국등산학교에 들어오는 교육생들 중에도 암벽등반을 하다가 들어 온 사람들이 있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실기등반은 잘해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건 부족한 경향이 있어요. 교육생들 물을 흐려놓기도 하죠." 어떤 산악회, 어떤 산 선배를 따라 시작하느냐가 앞으로의 산행 스타일이 정해지는 중요한 잣대라는 것이다. 등산하는 데 겸손을 갖추는 것이 바른 시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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