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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패 -박이화 화투라면 꾼 중의 꾼이었던 나도 다 늦게 배운 고도리 판에서는 판판이 깨어지고 박살납니다. 육백시절의 그 울긋불긋한 꽃놀이 패를 (그러나! 고도리 판에서는 만년 똥 패를) 미련 없이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나는 저 한물간 낭만주의에 젖어 이 시대의 영악한 포스트모던에 영합하지 못했던 겁니다. 사랑도 움직인다는 016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어리석게도 아날로그 추억에 빠져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지금 내 생애도 버리지 못하는 패가 하나 있습니다. 젖은 꽁초처럼 미련 없이 던져야 하는 데도 도무지 홍도의 순정으로 내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패가 하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이 더 이상 히든 패가 아닌 세상 잊어야 하는 데도 언제 어디서나 흥얼거려지는 당신 흘러간 동숙의 노래처럼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이라면 당신은 분명 내 생애 최악의 똥 패인지 모릅니다. -------------------------------------------------------------------------------------------- 지난 추석날 모처럼 가족들끼리 한자리에 모여서 ‘고도리’ 많이 쳤는지요. 이 고도리를 가지고 사랑의 시를 쓴 박이화 시인은 어떤 사람인지 참 궁금합니다.「똥 패」는 참 재미난 시입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시를 나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사랑도 움직인다는 016 디지털 세상” “홍도의 세상” “동숙의 노래”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등의 구절은 ‘고도리’ 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미난 구절로 짜여진 이 시의 내용은 슬픈 사랑의 노래, 비가(悲歌)입니다. “잊어야 하는 데도/언제 어디서나 흥얼거려지는 당신/흘러간 동숙의 노래처럼/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의 당신은 “내 생애 최악의 똥 패”라는 이 화자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의 물기가 잔뜩 묻어있습니다. 똥 패가 아니라 당신은 내 생의 최고라는 절규가 숨어있는 이 슬픈 노래가 제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이종암 |
첫댓글 시가 재미 있죠 해설을 단 이종암 시인은 포항 아카데미 시 창작을 가르치고 올 해 제 3회 월명문학상 장원 하였습니다 우리 고상한 거 팍 깨버리고 연말 고스톱 한 번 칠까요 .....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계절 몸 조심 하세요
제목만 보고는 제 상식으로 '똥패'가 뭔지 몰랐습니다. 고스톱맹인 제가 알리가 있겠습니까? 근데 이런데서도 시가 재미있게 나오는군요^^ 연말에 고스톱이나 연수받으러 갈까나~~~ㅋ
고도리에서 쌍피 들어오변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고 고...김재희의 "애증의 강"이란 노래를 시로 잘 표현하셨네요..평생 버리지 못할 사랑하나 있다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아픔인데요..
고스톱만치 시간 잘 가는 것이 있을 러나. 일상 놀이 도구로 시로 표현한 것이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