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사랑 잔치, 'Love Feast'라고 붙은 현수막은 이런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론 부족하다. 엄밀하게 따져서 한동대 학부모 기도회에서 주관한 사랑 잔치일 것이고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대구지역 기도회를 중심으로 포항과 경주가 힘을 합해 진설한 잔치라고 해야 옳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의미 있는 큰 행사를 만들어 내다니….
Love Feast 사랑 잔치. 한동대 학부모기도회(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매년 봄 가을 두 번씩 한동대에 유학 와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초대해서 이런 잔치를 베풀고 있다.
섬김의 본을 보인 행사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된 지 130 여 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이다. 그것도 세계 제2위의 선교 강국이라고 하니 가상한 일이 아닌가. 나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을 선교라고 하는데 들어온 외국인들을 지극정성으로 섬기는 일도 선교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5월 11일) 한동대에 유학을 온 외국 학생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베풀었다. 7,80 명 학생을 예상했는데, 120 명이 참석해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주최 측의 지혜가 150 명분의 음식을 준비했기 망정이지 '합리적'이라는 수식어에 방점을 두고 준비했다면 낭패를 당할 뻔 했다. 15학번 새내기 학부모로서 몇 가지 느끼고 도전 받은 것이 없지 않다.
120 여 명의 유학생들이 초대에 응하여 시종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시간을 즐겼다.
먼저 주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섬김의 자세이다. 일체의 경비와 노동은 자비량이었다. 돈과 노동을 자원해서 쓰며 외국 유학생을 섬긴 것에서 지나가던 행인 셋을 대접해서 복 받은 아브라함이 떠올랐다. 그들은 천사였다지 않는가. 다른 사람을 대접하고 섬기는 일은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일이다. 학부모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해 냈다.
섬김을 받는 유학생들도 진정 감사한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오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잘 실천한 것이 된다. 이 잔치가 주님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주님과 무관한 선행도 칭찬을 아끼지 않은 세상에 하물며 주님 안에서의 그것은 더 말해 무엇하랴.
다양하면서도 풍성하게 마련된 먹거리들이 외국 유학생들의 입맛을 돋우었다.
정말 세계 각국에서 공부하러 온 학생들이다. 필리핀, 몽고, 방글라데시, 미얀마, 태국, 우간다, 르완다, 마다카스카르, 중국, 미국 등. 내가 만나 대화한 학생들이 이 정도인데, 전체 유학생들을 다 따진다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복음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나라들에서 온 학생들이어서 더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예수의 비전을 품고 유학 온 학생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저들이 한동에서 진실한 믿음의 지체가 되어 자기 나라로 돌아갈 때, 그곳은 또 하나의 복음 샘터가 되지 않겠는가. 그들의 출신지는 다르고 피부색은 같지 않다 할지라도 주 안에서 하나 되어 사랑 나누는 모습에서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의 감상이 아닐 터이다.
잔치를 주관한 학부모들이 무대에 올라 '이 시간 너의 맘 속에'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남성으로는 내가 유일하여 '청일점'이라는 찬사 아닌 찬사를 여러 사람들로부터 받았다.
흔히 대학 교육의 세 주체로 학생 교수 학부모를 든다.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위해 사랑의 잔치를 베풀 때 교수님들이 빠진다면 온전한 행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교수를 대표해서 장순흥 총장과 곽진환 학생처장이 시종을 함께 했다. 총장님은 행사를 주관한 대구 등 경북 지역 학부모 기도모임의 노고를 치하했고, 멀리 한동대까지 와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에게 오늘 하루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시간대도 전체 프로그램도 아주 좋았다. 오후 6시 정각에 시작된 잔치는 학부모 기도회 소개가 있었고 장순흥 총장님과 주관 지역인 대구 지역 학부모 기도회의 팀장 인사말이 이어졌다. 러시아 커뮤니티의 공연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학부모 기도회 특송의 시간, 청일점인 나는 나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된다는 아내의 강권에 못 이겨 맨 가 쪽에 자리해 소리를 보탰다. 우리가 부른 노래 제목은 복음 송 '이 시간 너의 맘 속에'였는데, 노랫말이 먼 이국 동방의 한 나라 한동에 와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에게 딱 어울리는 것이었다.
한동대 장순흥 총장님은 당일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다. 형식에 매이지 않은 소탈한 성품 탓이리라. 장 총장님을 가운데 모시고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동대의 교육 체계를 이야기할 때, 하나님의 질서에는 철저하되 세상 질서엔 초연한 점을 든다. 아니, 세상 질서 '초연'이 아니라 '거부'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상생이 아니라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사회 질서이니까. 장 총장님을 예로 들어 보자.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그는 지니고 있는 내용은 보석과 같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여느 대학 같으면 총장이 이런 행사에 시간을 잘 내려 하지 않는다. 참석한다고 해도 순서를 소화하고는 총총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동대 장순흥 총장님은 다르다. 펑퍼짐한 바지에 신입생 OT에서나 입었을 법한 겨울 잠바(유니폼)를 걸치고 한쪽 외진 자리에서 식사를 했고, 식사 뒤엔 학생들과 학부모 사이를 오가며 끊임없이 담소를 나누었다. 그에게서 세상 사람들이 선호하는 권위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러시아 커뮤니티 멤버들이 식사 시간에 학부모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있다. 이들의 공연은 이번 행사의 압권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와 인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부모 참석자들 중 청일점(?)인 나를 두고 "이번 Love Feast가 자칫 학모(母)회만의 주관이 될 뻔 했는데, 목사님의 참여로 명실 공히 학부(父)모회 주관이 된 셈"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런 소탈한 총장님은 어디를 가든 인기 맨이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서 있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 기념사진을 찍어 대기에 바빴다.
이번 행사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치른 것이지만 특별히 몇 사람의 이름을 거명하고 싶다. 행사의 메인 리더로 준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진두지휘한 대구지역 안정희 부회장님, 그리고 같은 대구의 김명희 팀장님, 포항지역 김완숙 부회장님, 같은 지역 곽미숙 팀장님, 경주지역 김희자 부회장님 등의 솔선수범 섬김은 사람들에게서 뿐 아니라 하나님께 칭찬 듣기에 합당하다. 또 전체 임원 자격으로 고속철도를 타고 오르내리며 행사에 힘을 실어 준 조둘이 부회장님의 열정도 거론해야 마땅할 것 같다.
인사를 나눈 뒤 우리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장 총장님. 그는 어머님이 김천 황금동교회 출신이어서 낯설지 않은 도시라며 언제 시간이 될 때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분들의 정성과 사랑이 한동대 학부모 기도회가 활발하게 굴러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임은 재언을 요치 않는다. 이 분들은 한동대뿐 아니라 우리 교계를 바로 세우는 데에 희망의 불씨이기도 하다. 갈 때보다 돌아올 때 더 기분 좋았던 일은 내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선한 일로 게으른 사람을 자꾸 잡아당기는 힘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일 터…. 수고한 분들과 또 참석한 모든 분들께 마음 한 가운데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