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북경공항-북경서역-찡짱열차(2014/04/12)
그래 무조건 가고 보는 거야. 나이 66에 두려울 게 무언가 아내는 그러러면 유서쓰고 가란다. 고혈압 약을 상습 복용한지 오래이니 걱정일 수 있겠지만 난 그렇게 단호했다 '여보 지돟아 하는 일 하다 죽은들 어떠랴.'라고 아내는 그게 또 서운한 게지. 사람 손에 잡힌 다람쥐 채바퀴 돌듯한 인생 40여년 나도 자유스럽고 싶은 게 잘못인가. 나는 날개를 달고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린 세계지도를 다시 꺼내 들고 싶은 게다. 인천에서 금방 간 북경은 흐릿한 생각에 잠긴 나를 상징한다.
북경공항
공항을 나오며
공항에서 북경 서역으로 티벳의 시발점으로
택시에 분승하고 11인의 회원들이 뿔뿔이
북경서역 티벳의 관문에 서서 가이드는 우리네 열차표 구하기에 발을 동동 구르고. 우리는 건물과 사람들 틈바구니에 서서 라싸를 생각하지만, 북경은 그대로 북경인 게다. 너른 광장 가득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들끓는 중국의 인구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배가 고프다. 여행에서 현지식에 민감한 이는 배고픔이 또 하나의 고민꺼리가 아닐까,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는 오늘을 살기 위한 음식을 먹는게 아니랴. 다소 차이는 있어 맛이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먹음의 행사이니 즐거우면 그만 아니랴. 그들의 취향에 닮아가면서 함께 동시대를 공유하는 게 여행의 묘미인 게지.
식당에서 만두를 시킨다. 밀가루로 만드는 음식들은 나라마다 제 각각일지라도 장소, 사람, 돈에 따라 달라지는 것 또한 하나의 볼거리인 걸. 내 입맛 탓해야지 이 곳 음식은 이래서 못 먹는다는 건 참 모순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닌 잠시 내 것처럼 착각한다는 사실에 눈을 뜨기는 어려운 것이다.
반주 한잔까지 겯들이는 식사가 즐거운 건 생소한 사람끼리의 만남의 설레임 때문인 거야. 새로운 사람들끼리 장시간을 함께 여행한다는 인연은 여행의 참 맛이나는 멋진 일이다. 낯선 이국의 역전 식당에서 선택한 첫 음식이니 새로움이 혀에서 감긴다.
거리의 노숙자라도 여행은 끌리게 마련이지.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노숙자처럼 무거운 짐을 뒤에 두고 역사의 벽에 기대어 퍼질러 앉으니 이방인 노숙자 모습이 아닌가. 한참동안을 이방인으로서 손짓 몸짓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여행길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삶을 영유한 우리네에게 큰 선물이다.
까다로운 티벳 여행은 비자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퍼밋허가를 또 받아야 하고 까다로운 입국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단다. 열차에 다가서기 전에 입구, 중간문, 개찰구까지 세번의 검사를 거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드디어 오후 2시 34분 란조우까지 가는 열차에 오르다. 열차 1동의 정원이 66명인 6인실 침대차 6호차 1호실 상층에 자리를 배정받는다. 하층은 다소 공간의 여유가 있어 만남의 장소이면서 침실이 되나 중층, 상층은 잠만 잘수 있는 좁은 공간이고 열차는 4인실, 일반 객실, 식당, 6인실로 이루어지며, 침대차는 오른쪽 창측이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복도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는 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차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지면서 둘이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는 카페를 연상시키는 공간이다. 가끔 지나다니는 열차 내 식사 및 음료등의 판매와 고산병을 고려한 산소의 공급이 여행을 편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도를 지나는 찡짱열차에 대한 기대는 우리를 쉽게 자리에 묶어두지 않는다. 낯선 사람과 온몸으로 대화를 하면서 열차에 적응해 간다. 객차와 객차사이는 화장실과 세면대 및 항상 제공되는 뜨거운 물 수도꼭지가 있다. 긴 시간을 달리기에 화장실은 엉망이 되지만 편이시설을 승객들이 편하도록 나름의 시설을 제공하는 셈이다.
6인실 스케치
침대 열차의 긴 복도
복도의 창가 카페에서 대화하는 중국 젊은 남여(연인 사이란다.)
6인실 하층에서 미팅. 모두 흩어진 공간을 배정 받았지만 하층부를 통째로 배정 받은 게 있어서 미팅 장소로 활용하여 일정을 협의하고 서로를 알아간다. 첫날이라 간단한 주안상이 차려지고 2박 3일간의 열차여행의 지루함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첫날의 공간이 참 아늑하다.
하층 창쪽의 테이블과 창밖의 조화
여행 가이드의 여유
저녁식사로 팔리는 도시락
여러 역을 지나치고 열차는 가끔 정차하여 물과 다른 필요한 것들을 보급받느라 2-30분 정도 머물기도 한다.
바깥 풍경에 취하다 보니 날이 저물고 식당 간으로 가서 식사를 주문한다. 맥주 한잔을 겯들여 꼬추 졸임을 비롯한 반찬 두 세가지와 밥을 먹으면서 첫날 저녁을 맞이한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가로 지르는 쇠바퀴의 우렁찬 질주를 들으며 도심을 떠난 황량한 풍경들을 차창 밖으로 휙휙 날린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무리지어 장기간 장거리 여행 첫날
나는 세상을 처음 딛는 기분으로 가슴 설렌다.
밤하늘의 별이 그렇게 초롱하고 잠들지 못하는 밤이라도
여행은 또 하나의 나를 창조하는 게다.
2014/06/24
경북 문경 아침도시의 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