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름방학이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손님들은 어김없이 얼큰한 김치수제비를 찾곤 했지요. 굳이 수제비가 아니더라도 태풍이 오거나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냉면이나 김밥은 하루 종일 파리를 날리고, 대신 라면(그것도 꼭 짬뽕라면)과 우동만 쉴새 없이 나가곤 했습니다. 요즘처럼 빨래 말리기가 쉽지 않은 장마철, 기분까지 왠지 축축하고 눅눅해질 때는 예전의 그 김치 수제비가 종종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꼭 얼큰한 국물이 따라 나오는 음식을 먹게 되지요.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즐기는 얼큰 음식. 오늘 소개할 음식은 바로 매콤한 '등촌 버섯 칼국수'입니다.
상호만 보아도 등촌동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등촌 칼국수. 이제는 서울시내 곳곳에 그 분점들이 자리잡고 있지요. 홍대 앞, 명동, 등촌동 등 저도 여러 곳의 등촌 칼국수 집을 돌아다녀봤습니다. 그런데 이 집 만한 곳이 없는 것 같더군요. 샤브샤브용으로 나오는 고기의 질에서 차별성을 느꼈지요. 다른 곳은 '냉동'된 샤브용 고기였는데, 압구정동의 등촌 칼국수는 생고기를 줍니다. 고기의 색도 선홍빛을 띤 것이 싱싱하게 느껴졌습니다.
'버섯칼국수'를 기본 메뉴로 내세운 등촌 칼국수에서는 2명이서 기본으로 버섯칼국수 2개에 볶음밥 1개를 권장합니다. 하지만 전 여기에 샤브샤브를 꼭 곁들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이왕 기분전환을 위한 메뉴이니 골고루 즐기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게다가 고기의 단백질에는 기분을 좋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고도 하지요. 자, 메뉴를 정하셨다면 이제 맛있게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단계별로 즐기는 메뉴 또한 등촌 칼국수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입니다.
첫번째 단계는 야채와 샤브샤브 먹기. 육수와 야채가 적당히 끓으면 얇게 썷은 샤브용 고기를 뜨거운 육수에 살짝 담급니다. 1~2분 정도 넣어 두어 고기의 붉은 색이 사라지면 와사비를 넣은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등촌 칼국수가 일본식 샤브샤브와 다른 점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맛게 고추장 다대기를 사용했다는 것이죠. 담백한 국물맛을 자랑하는 일식도 좋지만 아무래도 얼큰한 국물이 우리 입맛에는 딱입니다.
두번째 단계는 칼국수 먹기. 고기와 아채를 먹은 후에는 칼국수를 넣어 끓입니다. 고기와 야채를 넣었던 육수는 더욱 진해져 깊은 맛을 내고 국수에 금방 스며들지요. 이쯤에서는 땀이 조금씩 나기 시작합니다. 불 때문인지, 얼큰함 때문인지.... 후후 불면서 칼국수를 먹으면 배가 금방 불러 오지요. 이렇게 칼국수까지 다 먹은 다음에는 밥을 볶아 먹습니다. 만약 배가 부르다면 볶음밥을 추가히지 마세요. 추가하지 않아도 기본으로 볶아 주거든요. 사실 칼국수보다 이 볶음밥이 더욱 매력있는 것 같습니다. 깔끔하게 입가심을 해준다고나 할까요? 국물을 조금 남기고 날계란과 참기름, 각종 다진 야채와 고슬고슬한 밥을 넣고 국자로 비벼주는 이 밥은 아주 고소합니다. 그 고소함이 예술~이지요.
제가 찾아간 압구정의 등촌칼국수집은 들어가자마자 무조건 카운터의 노트에 이름부터 적고 봐야 됩니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이 아니어도 손님들이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15개 정도 되는 테이블에는 항상 사람들로 만원입니다. 테이블은 모두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좌식이니 이것도 염두해 두시고요. 비오는 날에는 많이 걷는 것도 귀찮지요. 압구정 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되니 비에 많이 젖지 않아서 좋고요. 횡단보도만 하나 건너면 씨네플러스 극장이 있어서 영화보기도 편합니다. 압구정동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인파로 북적이는 종로나 신촌, 강남역보다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훨씬 좋더군요. 지루한 장마철, 마음만은 뽀송 뽀송하게 맑은 날을 유지하자구요.~
가격 : 버섯칼국수 4500원 / 샤브샤브 5500원 / 볶음밥, 야채사리 각 1천원 위치 : 강남구 신사동 579 광성빌딩 205호 압구정 역 3번 출구 버거킹 골목으로 들어와 500m 직진 서비스 : ★★☆ 맛 : ★★★☆ 주차 : 가능 / 카드 : 가능 *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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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4기) 제대로 맛집
맛있게 먹고 이쑤실 때, 든든히 먹고 배 두드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여자. 열 남자보다 한 그릇의 밥 한끼가 더 좋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 골목 골목 맛있는 냄새따라 다리품을 파는 게 취미인 곰곰이의 제대로 맛집. 여러분도 같이 가보실래요?
홍대 앞 사거리에 적을 두고 있는 office lady. 취미는 '오늘은 뭘 먹을까?'를 궁리하는 것. 특기는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홍대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것. 이제 그녀의 손안에 있소이다! | |
팟찌 / 팟찌리포트 / 제대로맛집 / http://channel.patzzi.com/channel/ / 2004.7.8.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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