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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 11
S#1. 철거촌 / 아침
새로운 아침이 밝고 있다.
라디오 노인이 또 그 자리에 앉아서 라디오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추고 있다.
어디에선가 자기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지 않는지 찾기라도 하는 듯.
철거민 몇이 길에 어질러진 것들을 치우고 있다. 밟히고 찢긴 현수막을 주워들기도 한다.
S#2. 명선의 집 앞 골목
재명이 낡은 의자에 기대앉아 마을을 보고 있다. 붕대를 감은 허리 때문에 헐렁한 상의.
재명이 보는 앞쪽에서 누군가 빨래를 한 것을 빨래줄에 널고 있다.
재명의 옆으로 와 서는 신.
신 : 다친 놈을 여기까지 끌구 와서 미안한데. 당분간은 너, 내 눈 앞에 있음 좋겠다.
재명 : ...
신 : 어이 옆구린 괜찮아? 보건소 한번 더 가볼까.
재명 : ...
신 : 니가 들구 다녔던 총 때문에 경찰에 신고도 못했잖아. 그 총은 뺏긴 거야?
여전히 대답이 없는 재명. 신, 김새서 돌아가려는데.
재명 : 엘에이에 나이프잭이란 놈이 있다. 그 놈은 사람의 어디를 어떻게 찌르면 얼마짜리 상처가 나는지 알고 있어.
이십센티를 찔러도 피만 나고 속은 멀쩡하게. 그렇게 찌를 수 있다고 자랑했지.
신 : 며칠 전 그 놈이 그랬다고?
재명 : 어.
신 : 널 죽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겁만 준거다. 그거지?
재명 : 어.
신 : 그래서 겁 좀 먹었냐?
재명 : 신.
신 : 왜.
재명 : 니 말이 맞다. 총 한방에 죽여주는 건 너무 친절한 거야.
신 : (웃는다)
재명 : 그래서 뭐 할 생각이냐?
신 : 뭐가.
재명 : 너의 복수. 다음 작전.
신 : (보는)
재명 : (그제야 신을 돌아보더니) 너. 아직 포기 안했잖아.
신. 그저 보고 있다. 아직은 제대로 결정되지 않은 마음.
S#3. 도우의 사무실
시디가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체인지되고 있다.
책상 뒤의 도우가 의자를 돌려 본다. 오이사가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도우 : 철거촌 문제라구요?
오이사 : 그러니까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리촌 철거작전이 실패한 거는 단순히 거기 양시장 때문이 아니었다 이거죠.
제가 왜 지난번 시위현장 보도되는 걸 적시에 막았잖습니까?
도우 : 본론만 얘기해보세요.
오이사 : (들고 있던 사진 중에 하나를 내놓으며) 당시 철거현장에서 날뛰었던 악질시위주동자. 누군지 아십니까?
책상 위에 내려놓는 사진. 신이 분신 모션을 취하고 있는 바로 그 사진이다.
도우가 순간 흥미를 느끼며 사진을 본다.
오이사 : 그리고. 이건 또 하나의 악질 전문 시위꾼의 모습인데요. 제가 신속하게 알아본 결과
하며 내놓는 것은 중호가 싸우고 있는 사진.
오이사 : 이 놈은 전과경력이 화려한 깡패 출신입니다. 그러니까 거기 철거민들이 우리도 살고 싶다. 이래서 시위를 한 게 아니구요.
이렇게.. 전문 깡패. 사기꾼들이 보상금을 타주겠다. 모 이런 사기를 치면서 방해를 한 것으로..
도우는 중호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 사진을 치우고 신의 사진을 들어 다시 본다.
오이사 : 일단 경찰에 알려서 그 사기꾼부터 잡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도우 : 알렸어요. 경찰에?
오이사 : 일단 사장님께 보고부터 드리고 경찰에..
도우 : 하지 마세요. 우리 사기 당한 거 더 떠들어서 우리한테 좋을 거 없구요. 또..
오이사 : 또..
도우 : 이 친구는 내가 내 방식대로 처리할 거니까.
오이사. 이상해서 본다.
신의 사진을 보는 도우는 흥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 미소를 짓고 있다가 일어서며 스피커폰을 누른다.
도우 : 차 대기시켜줘요. 바로 움직일 거니까.
S#4. 명선의 집 근처 골목
(명선의 집까지 올라가는 길. 신과 재명의 근처)
유리와 누리가 나란히 앉아서 보고 있다. 그들이 보는 앞에는 경태가 쭈그리고 앉아서 유리와 누리를 마주 보고 있다.
유리가 양 귀에 양 손을 대서 해드폰 흉내를 낸다. 누리가 유리를 본따 자기도 양 손을 귀에 댄다.
경태가 삐져서 딴데를 보다가 다시 돌아본다. 자매가 빤히 보고 있다.
경태가 갸웃해서 보니까 유리와 누리도 똑같이 갸웃한다.
경태가 고개를 반대로 돌리자 유리 누리도 반대로 갸웃.
S#5. 명선 집 앞
문호가 명선 집 안 쪽을 기웃거리는데 그 옆을 밀치듯 하며 중호가 문호의 시야를 막는다.
마당에서 명선이 김치가 든 양푼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며.
명선 : 시장들 하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문호 : 아이 뭘 식사까지..
중호 : 그러게 말입니다. 초대두 안 받고 온 사람들까지 밥을 해먹입니까.
명선 : 찬이 없어서 그냥 수제비했는데.
문호 : (명선이 안 보여서 이쪽으로 이동하며) 어이구 제가 아주 좋아하는 건데요. 수제비.
중호 : (막아서며) 수제비 요즘 비쌉니다. 아무나 먹이는 거 아닙니다.
문호 : 뭐 좀 거들어드려요?
하고 중호를 피해 들어서려는데 중호가 다시 막아서며.
중호 : 안에 아주 좁습니다. 어중이떠중이 다 들어가면 집이 터집니다.
문호가 어이없어서 중호를 본다.
S#6. 철거촌 골목길
길을 치우던 철거촌 사람들이 겁을 먹고 옆으로 피한다.
정복과 사복 경찰이 대여섯명 우루루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다.
S#7. 명선의 집 앞 골목
신이 놀라 돌아본다. 우루루 달려오다시피하는 경찰들.
신이 달려가 누리를 안는다. 경태가 후다닥 유리를 안는다.
그들의 앞을 지나쳐가는 경찰들.
S#8. 명선의 집 앞
숟가락 하나를 흔들며 집에서 나오는 중호.
중호 : 자아 수제비 먹읍시다..
하다가 놀라서 본다.
우루루 달려오는 경찰들. 정복 중의 하나가 중호를 가리킨다.
경찰 : 저 잡니다. 김중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루루 달려들어 중호가 어어 하는 사이 팔을 뒤로 꺽어 제압한다.
뛰어온 신이 놀라서.
신 : 뭡니까. 무슨 일이냐구요.
사복 : 김중호씨. 맞죠?
중호 : (얼른 명선을 본다)
어느새 튀어나온 명선이 신에게서 누리를 받아 안고 있다.
신이 경찰들 앞을 막아서며.
신 : 아니 잠깐만요. 무슨 일인지는 알고 끌려가야죠. 이 친구가 뭘 어쨌는데요.
사복 : 신고가 들어왔어요. 조직폭력배를 동원해서 시위대를 조직하고 있다구요.
중호 : 뭐래는 겁니까. 뭘 동원해요.
사복 : 김중호씨. 남방파 조직원 맞죠?
그 말에 중호가 말이 막혔다. 신을 돌아본다. 신도 말이 막히긴 마찬가지.
S#9. 철거촌 일각
사복 경찰 두엇이 라디오 노인을 끌어내고 있다.
옆에는 전경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말리지도 못하고 그저 보기만 한다.
사복 하나가 노인에게 수갑을 채우며.
사복 : 조직폭력 일당들에게 돈 안 줬어요? 노인장이 여기 주동자 맞지요? 노인장이 깡패들 불러들였다면서요.
노인은 자기 손목에 채여진 수갑에 질리고 겁에 질려 대답도 못하고 있다.
사복 : 그 돈은 어디서 났어요? 배후세력 있죠? 무슨 단체들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돈 줬죠?
옆에는 노인이 듣던 라디오가 땅바닥에 구르고 있다.
S#10. 아낙의 집
경찰들이 집안을 뒤지고 있다.
마당에는 교복을 입은 소년과 아낙. 소년의 동생이 겁에 질려서 보고 있다.
마당 구석에서 경찰 하나가 스프레이를 들고 나온다.
경찰 : 찾았습니다. 여기 스프레이요. (흔들어보더니) 거의 다 쓴 거네요.
사복이 소년을 돌아본다.
사복 : 니가 그랬지? 온 동네 낙서한 거.
아낙 : (아들을 감싸며) 뭔 소리래요. 우리 애가 뭘 해요오
사복 : 임마. 누가 시켰어? 너같은 애가 뭘 알아서 그러구 다녔겠냐. 이거 시킨 어른들 있지? 누군지 말만 해.
아님 너 오늘 학교 못 간다.
소년 완전히 겁을 먹고 보고 있다.
S#11. 경찰서 앞
택시 한 대가 도착한다. 차가 미처 정차하기도 전에 부지런히 내리는 양시장.
S#12. 서장실
문을 열며 들어오는 양시장.
안에서 서장이 전화를 받고 있다가 양시장을 본다.
서장 : 알겠습니다. 물론이죠.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전화를 끊고 보는데.
양시장 : (다짜고짜) 풀어주세요.
서장 : 아 정말 난 시장님이 벌컥벌컥 내 방에 들어올 때마다 수명이 쭐어요.
양시장 : 진갑이 다 된 노인네에 학생까지 끌고 갔대매요. 풀어주세요.
서장 : 시장님. 지금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시는 겁니까?
양시장 : 누가 부당한지는 서장님도 알고 나도 알고 하늘도 알잖아요. 내가 기자회견이라도 할까요?
대한민국에 내 기사 실어줄 신문사가 하나두 없는 거 같아요? 아직 있어요.
서장 : (웃음기 다 지우더니) 뭐라구 기자회견 하실라구요. 서장이 뇌물이라도 먹고 부당하게 사람들 체포했다. 그러실라구요?
양시장 : ..아니에요?
서장 : (일어서더니 책상을 돌아 시장 앞으로 와서) 나 평생 경찰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평생 나라에 충성하고, 내가 맡은 지역의 질서유지. 발전, 화합에 몸바친 사람이에요. 돈? 뇌물? 난 그런 거 필요없어요.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내가 맡은 지역의 발전과..
양시장 : 더 높은 자리겠죠.
서장 : (말이 막혔는데)
양시장 : 누군가요. 더 높은 자리를 약속하신 분.
서장 : 정말.. 화합이 안되는 분이시네.
양시장 : 내가 잘못 찾아온 거 같네요. 이제라도 제대로 찾아가도록 하지요. 그럼 계속 우리 명도시 시민들을 위해 수고해주세요.
휙 돌아서더니 나가려는데.
서장 : 시장님.
양시장 : (돌아보는)
서장 : 난 이해가 안됩니다. 우리 명도시의 시장 아니십니까? 시장이시라면 누구보다 이 명도시의 발전을 위해
앞장 서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명도시민들이 내준 세금을 받아 사는 분이
이렇게 사사건건, 시의 앞날을 방해하는 일에만 나서다니 진짜 이상하지 않습니까?
양시장 : 하고 싶은 말씀 하세요.
서장 : 저는 솔직히.. 시장님의 사상이 좀 의심스럽습니다.
양시장 : (온화하게 웃는)
서장 : 좀 더 의심해도 되겠습니까?
양시장이 가만히 서장을 보다가 몸을 돌려서 나간다.
서장. 한숨을 쉰다.
S#13. 경찰서 앞
나선 양시장이 사방을 둘러본다. 택시 서는 게 없나 찾는 중이다.
그 때 경찰서 안에서 나오는 신.
어느 사복형사가 신을 밀어냈고, 밀려나오면서도 분이 안 풀려서 안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신 : 변호사. 내 바루 델구 올거니까 그때 봅시다. 변호사만 델구 오면 사람 얘기 들어주는 거죠?
근데 아무 변호사나 델구 오면 되나? 얼마나 비싼 변호사를 델구 와야 하는데?
그런 신의 어깨를 짚는 손. 양시장이다.
양시장 : 차 갖고 왔어요?
신 : 예?
양시장 : 내가 바로 가야할 데가 있는데 운전 좀 해요.
신이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양시장이 신을 질질 끌어 내려온다.
S#14. 경찰서 주차장
신이 차의 잠금을 풀자마자 먼저 들어가 앉는 양시장.
신이 운전석에 앉으며.
신 : 저기 근데 제가 지금 시간이 좀 없거든요. 제 친구 한 놈이 누명을 쓰고 잡혀 들어가서요. 너무 먼데면 모셔다드리기 힘들텐데..
시장 : 그 문제로 가는 거에요. 김신씨 친구. 내 주민들 문제로.
신 : (시동을 걸며 한숨) 어디로 모실까요.
시장 : 저번에 갔던 데요.
신 : (돌아보는)
시장 : 거기 채도우란 사람이 내려와 있을 거에요. 그 사람이 우리 사리촌 땅 주인인데. 아니 그 사람이 아니고 그 사장님.
아니다. 요즘은 사장님이 아니고 대표님이라고 부르죠?
하다가 돌아본다. 신이 굳어서 시장을 보고 있다.
S#15. 명선의 집 앞 / 낮
경태가 짐가방을 양쪽에 메고 들고 서있다. 명선과 아이들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서있고.
문호 : 뭐 어차피 비어있는 집이니까 신세진다구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저기 있는 저 놈이
하면서 가리키는 것은 저만치 한 구석에 늘어져 앉아있는 재명.
문호 : 당분간 여기서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니까. 저 놈을 감시해야 하는 나도 움직일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경태야.
경태 : ?
문호 : 아주머니하고 애들 잘 모시고 가서 김신이 방 치워드리고.
명선 : 아니 치우는 건 제가.. 파출부 도우미도 해봤어서 잘해요.
문호 : 뭐 암튼.. 가서 당분간 계십시오. 김신이가 곧 대책을 마련하지 않겠습니까?
유리 : 엄마 나 학교는?
명선 :그게..
문호 : 아가야.
유리 : 네?
문호 : 알고보면 세상이 다 학교란다.
유리 : 세상에도 선생님 계세요?
누리 : 계세요?
문호 : (말문이 막혔다가) 있을 걸. 그렇게 많지는 않아도 분명히 있긴 있을거다. (명선에게) 어서 가십쇼.
이 집은 우리에게 맡기시구.
명선 : 정말.. 모르겠네요. 이렇게 폐를 끼쳐도 되는건지.
문호 : 끼치세요. 폐도 끼치고 신세도 지고 그게 사는 거죠. 경태야.
경태가 앞서 가다가 보면 명선도 그 옆에 애들도 그냥 서 있다.
다시 돌아온 경태가 유리를 향해 검지손가락 하나를 내민다.
유리가 그 손가락을 잡는다.
경태와 유리가 먼저 나선다.
명선이 인사를 하고 따르고. 문호가 재명을 돌아본다.
문호 : 너 진짜 거기서 그렇게 꼼짝도 안하고 있을 거야?
재명 : 기다리구 있는 거야.
문호 : 뭘.
재명 : 김신이 사냥터를 찾을 때까지. 난 그런 귀찮은 건 안하니까.
재명이 더 편한 자세로 늘어진다.
S#16. 기획단 건물 앞
신이 차를 세운다. 양시장이 부지런히 내린다.
생각하던 신이 문을 열고 내리더니 벌써 걸어가는 시장에게.
신 : 저기요.
시장 : (돌아본다)
신 : 따라가도 됩니까.
S#17. 회의실
노크소리.
지도를 보고 서있던 도우가 돌아선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벌컥 열리는 문. 양시장이 들어서고 있다.
회의 테이블 한쪽에서 서류를 챙기던 오이사가 놀라서.
오이사 : 아니 시장님 웬일이십니까. 오늘 약속이 없는 걸루 알고 있는데.
그러나 시장은 성큼 들어서 바로 도우에게.
시장 : 채대표. 우리 거래 좀 합시다. 거래.. 알지요? 난 이거 내놓고 그쪽에서 저거 내놓아서 서로 좋게 해결하는 거요.
도우 : (미소) 저야 장사꾼이지만 시장님께선 공직자이신데 거래같은 걸 하셔도 되겠어요?
하다가 미소가 멈췄다. 문쪽으로 뒤늦게 들어선 신이 똑바로 도우를 보며 문을 닫는다.
시장이 아직 도우의 관심을 눈치 못 챈 채.
시장 : 채대표의 새로운 도시. 저도 찬성이에요.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그런데.. 그 도시도 사람이 살자고 만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람들도 좀 봐줘요.
도우, 신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시장에게.
도우 : 시장님이 말씀하시는 사람들이란 철거촌에 있는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시장 : 그래요. 그 사람들이요. 오늘 아침 이런저런 이유로 검거되어 간 사람들 합해서요.
도우 : 제가 알기로 철거촌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이 263명이라면서요.
시장 : 어이구. 그걸 언제 알아보셨대요?
도우 : 여기 명도시 시민들이 모두 몇 명이죠?
오이사 : 오만명 정도 됩니다.
도우 : 오만명의 시민이 263명의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어요. 시장님. 그것두 아시죠?
시장 : 내가 배운 게 많지가 않아서 다른 건 잘 모르구요. 머리가 나빠서 공부해봤자 외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만 열심히 외웠는데요. 헌법 제 10조에 그렇게 되있어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 존엄할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보세요. 모든 국민.. 이렇게 되있잖아요. 하나도 뻬지 말고 모든 국민.
도우 : 그런데요?
시장 : 헌법 제 7조 1항에 또 그런 말이 있어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진다.
나.. 책임 좀 지게 해주세요.
도우 : (시장을 보다가 신을 본다)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한걸음 빨리 오네요.
시장이 그제서야 도우를 보고 신을 돌아본다.
신 : 오늘은 뭘 알아서 온 건 아니구. 그냥 얼결에 따라 왔어. 지금 견학 중이고.
도우. 웃는다.
S#18. 채회장 집 정원
세워져 있는 휠체어. 그 옆에서 채회장이 슬슬 걸어보고 있다. 아직 걸음걸이가 완전하지 않아서 위태롭다.
그런데 문득 들리는 앰블런스 사이렌 소리. 대문 밖에 차가 서는 소리. 집사가 부지런히 대문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채회장 불길한 기분에 휠체어를 짚으며 본다.
잠시 후 아래에서 빠르게 올라오는 사내 둘. 둘 다 흰 가운을 입고 있다.
집사가 그들에게 회장이 있는 쪽을 가리켜 보인다.
그들이 똑바로 채회장에게 오더니.
의료 : 모시러 왔습니다.
채회장 : 뭘 모셔. 니들 뭐하는 놈들이야.
외료 : 절대 안정을 하셔야 하니까 들것으로 모실께요.
하며 아래쪽으로 손짓. 아래서 사내 둘이 들것을 들고 온다.
채회장이 공포를 느끼며 집사를 돌아본다.
채회장 : 은수 어디 갔어. 아니. 내 전화기 가져와. 도우 이 미친놈한테 내가 전화 좀 해야겠으니까 전화기 좀 가져오라고.
그러나 집사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외면한다.
의료사내가 다가오자 채회장이 호통을 친다.
채회장 : 감히 어디에 손을 대. 내가 누군지 알어? 나 채동수야. 니들 어디 소속이야. 어느 병원이야?
의료 : 웬만하면 진정제 없이 모셨으면 하는데요. 이렇게 흥분하시면 위험하십니다.
채회장 : 놔아.. 은수 데려와. 내 딸 어디 갔어.
그러나 사내들은 저항하는 채회장을 들것에 눕힌다.
채회장이 요동을 치며 들것에서 벗어나려 하자 아예 벨트를 묶어버린다. 채회장이 공포에 젖은 눈으로 돌아본다.
사내들이 들것을 밀어낸다. 모두 무심한 눈길이다.
S#19. 기획단 회의실
시장이 도우와 신을 번갈아 보며.
시장 : 두 분이 아는 사이신가?
도우 : 예. 잘 알죠.
신 : (묵묵히 도우를 보고만 있다)
도우 : 이상하게요. 다른 사람들은 컴퓨터에 저장되는 데이터처럼 기억이 되는데요.
이 분 김신씨만은 확실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생각나거든요. 다른 정보는 흑백. 이분만 칼라..라고 할까.
신 : 이상하네. 난 그 반대던데. 채도우라는 인간만 생각하면 그 주변이 컴컴하거든.
도우 : (웃고 시장에게) 시장님.
시장 : 예.
도우 : 제시하고 싶으신 거래 내용이 뭔가요.
시장 : 그렇지. 그걸 말씀드려야지.
주머니를 뒤진다. 수첩을 하나 꺼낸다. 얇은 겉표지의 싸구려 수첩. 그 안에서 내용을 찾느라고 뒤적뒤적.
그 사이 다시 신을 돌아본 도우.
도우 : 형수님하고 조카분들은 안녕하신지요.
신 : 그만하지. 난 속하고 겉하고 다른 그런 말들. 어떻게 장단 맞춰야 될지 모르겠거든. 웬지 토할 거 같구 그러네.
도우 즐겁게 웃는다. 정말.. 신이 재미있다.
시장이 찾던 페이지를 찾아서 그 페이지를 찢어내며.
시장 : 이거에요. 내가 적어왔어요. 우선은 서민아파트에요. 급한대로 세동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그리고..
하다가 벽에 붙여진 지도를 봤다. 얼른 다가서 이곳 저곳에 손가락질을 하며.
시장 : 요기쯤이면 되겠네요. 요기에 아파트 짓고.
오이사 : 거긴 복합금융단지가 들어서야 하는 자린데요.
시장 : 그 옆에는 학교. 고등학교는 없어도 되는데 초중학교는 하나씩 있음 하거든요.
오이사 : 거긴 국제학교가 들어설 곳입니다. 세계 최고급 규모의 기숙학교죠.
시장 : 그럼 여기도 괜찮네. 아파트. 학교. 그리고 보건소. 요것만 지어주세요. 그럼 내 모든 허가사항 전폭지지 할게요.
도우 : (시장이 지도를 짚어대는 손을 불쾌해서 보다가) 시장님.
시장 : 예.
도우 : 그러니까 제가 시장님 요구를 들어드리지 않으면 제 땅에 건축허가. 못 내주시겠단 얘긴가요?
시장 : 심사하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지 모른단 얘기지요.
도우 : 혹시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으세요?
시장 : 무슨 생각요?
도우 : 이 나라 국민이 오천만이라구 했죠? 그 중에 오백만만 남긴다면. (하면서 신을 돌아본다) 그럼 이 나라. 지구상에서
가장 잘 사는 최고의 나라로 만드는데 이십년도 안 걸릴 수 있거든요. 나라면 그렇게 만들 수 있는데.
신 : 나머지 사천오백만은 어쩌고. 불도저로 밀어서 바다에 빠뜨려 버리고?
도우 : 그러니까 김신씨는 안되는 거에요. 오백만 안에 들 자신이 없으니까 내 말에 화를 내는 거잖아요.
누구나. 자기가 오백만 안에 들 자신만 있다면 나머지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할걸요. 그게.. 사람 아닌가.
신. 대꾸없이 도우를 보고만 있다. 이제 비로소 도우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된 느낌이다.
S#20. 채회장 집 정원
달려 올라오는 은수. 손에는 직접 장을 본 봉지가 들려있다.
S#21. 채회장 거실
달려 들어오는 은수. 들었던 장바구니를 던지며 서재로 들어갔다가 다시 달려 나온다.
잠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다가 울컥 치미는 울음을 삼키고 핸드폰을 꺼내 든다.
번호를 누르려다가 다시 멈춘다. 망설이고 있다.
S#22. 기획실
회의실에는 이제 도우만 남아있다.
도우는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난 듯 손수건을 꺼내 든다. 지도 앞으로 가더니 시장이 만졌던 곳들을 손수건으로 닦는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다시 지도를 보고, 마치 지문이라도 보인 듯 또 닦는다.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꺼내서 이름을 보고 반가움의 미소. 받는다.
도우 : 은수야.
S#23. 채회장 거실
은수가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전화를 하고 있다. 울고 싶은 마음 애써 참으며.
은수 : 아버지.. 어디루 모셨어? 다른 얘기 안할께. 그냥 그것만 가르쳐줘. 아버지 어디 계신거야.
우리 집에 있는 사람들. 이제 다 오빠 편이어서 아무도 안 가르쳐 주네. 그러니까 오빠가 말해줘. 어디 계셔. 지금.
S#24. 회의실
은수의 목소리라는 것만으로 도우는 부드러운 마음이 된다.
도우 : 안그래도 그 문제로 너하구 얘기하려구 했어. 오빠한테 올래? 지금 명도시에 있는데. 여기 보여줄 것들도 많은데.
오빠가 차 보내줘? (은수 쪽에서 아무 말이 없는 듯. 기다리다가) 은수야. 듣구 있는 거야? 오빠 말 들었어?
S#25. 채회장 거실
은수가 손으로 입을 막고 울고 있다가 목소리에 울음기를 없애려 하며.
은수 : 오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S#26. 회의실
도우가 지도에 이마를 댄다. 마음이 아파지는 것도 같다.
도우 : 듣구 있어.
S#27. 거실
은수 : 언젠가 오빠가 그랬지. 내가 오빠의 반대편에 서면 견딜 수 없을 거 같다고. 내가 오빠의 반대편으로 간 게 아니야.
오빠가 밀어냈잖아. 나두. 아버지두. 난 정말 모르겠어. 어떻게 오빠한테 가서 오빠 편이 되줄 수 있는지.
S#28. 회의실
도우는 그저 듣고 있다. 한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만져본다. 아픈가? 이것이 아픈 건가?
S#29. 거실
은수 : 뭘 갖구 싶은거야? 뭘 가지면 오빠 만족할 수 있어? 오빠 대체 어디까지 갈 거야?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어떻게 하면 오빠하구 아버지. 우리 셋. 가족처럼 살 수 있는 거야?
S#30. 회의실
도우 : 그냥.. 내 옆에 있어. 너 언제나 내 옆에 있었잖아. 그냥 그거면 돼. 그게 어렵나?
S#31. 거실
은수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머뭇거리다가 마음을 정하듯 눈물을 휙 훔쳐낸다.
은수 : 아버진 내가 찾을게. 내가 찾아서 내가 모실게. ...미안해 오빠.
전화를 끊어버린다. 일어선다.
S#32. 회의실
전화기 안에서 뚜뚜 통화 끊어진 음이 나오고 있다.
끊겨진 전화를 놓지 못한 채.
도우 : 그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미안하다.. 그런 거. 그냥 내 옆에 있으면 되는데,
니가 없으니까.. 나 마치.. 브레이크를 잃어버린 거 같아서...
도우가 천천히 핸드폰을 내린다. 그냥 그대로 서있다.
노크소리가 나더니 오이사가 들어선다.
오이사 : 서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는데요. 언제 얼마나 되는 경비용역들이 철거 작전에 들어가는지 미리 좀 아셔야겠다구요.
되도록 폭력사태가 없었으면 한다. 모 이런 얘기도 했고요. 또 소방차 같은 게 필요하면 미리 말하라고...
오이사가 얘기하다가 멈춘다. 도우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그냥 나가야하나 하고 조심스레 문을 다시 여는데.
도우 : 오이사님.
오이사 : 예?
도우 : 아무래도 돈만 가지곤 어려운 거 같아요.
오이사 : 그럴 리가..
도우 : 힘이 필요하네요. 아마 그래서 아버지도 정치에 미련이 많으셨나봐요.
오이사 : 하하. 정치입니까.. 그게..
도우 : 시장.. 해볼 생각없으세요?
오이사 : ..저요?
도우 : 명도시장. 해보실래요?
오이사 뭔가 말하려고 하지만 입만 뻥긋거려진다. 놀라버렸다.
S#33. 명도시 거리 도로
그다지 차가 많지 않은 도로.
신이 모는 문호의 경차가 딜딜 오다가 결국 도로변에 멈춰선다.
S#34. 차 내부
세워진 차 안에서 시장이 돌아본다.
신이 계기판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 : 기름이 다 떨어졌나본데요.
시장 : 몰랐어요?
신 : (한숨 쉬며 핸드폰을 꺼내는데)
시장 : 채도우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단축키를 누르려던 신이 멈췄다. 시장을 돌아본다. 말해도 되는 걸까.
S#35. 도로변
세워진 차 옆의 길에 나란히 앉은 신과 시장.
시장이 지나가는 차들을 보다가..
시장 : 억울하게 죽은 형의 복수라..
신 : ...
시장 : 근데 계속 실패라.. (혀를 찬다)
신 : (듣기 싫다) 괜히 말했네. (일어서려는데)
시장 : 충고 좀 해도 되요?
신 : (돌아보고 픽 웃는)
시장 : 왜요. 충고같은 건 절대 안 듣는 스타일이에요?
신 : (다시 편히 자리 잡는)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게 있다. 서로 사는 세상이 다르다. 이쪽 세상에 사는 우리같은 것들은
저쪽 세상에 사는 분들을 감히 건드려서는 안된다. 해봤자 너만 다친다. 그런 얘기라면 많이 들었어요.
시장 : 뭐 나는 이 좁은 땅에 이 세상 저 세상 그렇게 많은 세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요. 내 충고는 그거에요.
이 땅에는 김신씨 형같은 사람이 많다. 예. 그겁니다.
신 : (돌아본다. 뭔 소리야)
시장 : 설명이 너무 짧아요?
신 : (보는)
시장 : 그럼 다시 설명해드릴께요. 김신씨 옆에는 먼저 가신 형님과 비슷한 분이 아주 많이 살고 있다는 거지요.
비슷한 구조 속에서 비슷하게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언제 김신씨 형처럼 무너질지 모르는 사람들이요.
근데 그 사람들은 아직 살아 있거든요.
신 : (아직도 멍한 얼굴로 보고 있다)
시장 : 역시 못 알아들으시네.
돌아본다. 거기 김보좌가 차를 몰고 와서 세운다.
시장 : 나 먼저 가요.
보좌관이 달려와 시장을 모시고 가며 궁시렁댄다.
보좌 : 어디 가시면 어디 간다. 말 좀 해주고 가시면 안되요? 핸드폰 갖고 계시잖아요. 문자보내는 법도 가르쳐드렸잖아요.
시장은 미안한 듯 허허 웃기만 한다.
그렇게 가는 시장의 뒷모습을 신이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멍하게 있는 신의 모습을 충분히..
그 앞을 지나쳐 가는 시장의 차 뒤로도.
S#36. 뮤즈 내부
유리와 누리가 눈이 초롱초롱해서 경태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다.
경태는 작은 기기를 손에 들고 뮤즈의 구석구석을 검사하고 다니는 중이다.
경태가 이동을 하면 사사삭 뒤를 따라 이동하고.
경태가 멈춰서서 기구를 구석이나 액자 뒤나 등등에 갖다대면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서서 구경을 한다.
명선이 청소를 하는 차림으로 먼지털이를 들고 안에서 나오다 보고.
명선 : 니들 일루 와. 작은 삼촌 방해하지 말구.
경태 : (급해서 고개 먼저 젓고 얼른 옆에 손가락을 대어) 아닙니다. 방해 아닙니다. 검사 중입니다. 뮤즈 비어있어서.
그동안 도청이나 몰래카메라나 누가 해놨을지 검사.. 합니다.
누리 : 검사 합니다.
유리가 엄마에게 끄덕끄덕해보인다. 누리와 경태도 끄덕끄덕해보인다.
명선 웃고 먼지털이를 시작하려다가 돌아본다.
입구로 들어서는 은수. 낯선 명선을 보고 망설이며.
은수 : 저기..
경태 : (후다닥 앞으로 나서며 뭐라 말은 못하고)
은수 : (경태를 보자 눈물이 먼저 글썽여진다) 경태씨. 계셨네.
경태 : (은수의 눈물에 놀라서)
은수 : 저.. 부탁이 있어서 왔는데요. 도와달라구.. 도와주실 거라구 생각해서 왔는데요.
경태 : (끄덕끄덕)
은수 : (웃으려고 애쓰며) 사실은 경찰서에 먼저 갈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가서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드라구요.
(결국 울기 시작하며) 여기 오는 것두 사실 너무 망설였어요. 내가 여기 오는 거 오빠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니까요.
근데 그럼 어디 가서 도와달라구 해요. 난요. 친구도 없거든요.
결국 고개를 숙이며 운다.
명선, 놀라서 보고 있다.
제일 놀란 사람은 경태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우는 은수의 어깨에 손가락을 얹었다가 다시 손을 얹는다. 어설프게 토닥여준다.
경태도 울고 싶다.
S#37. 마사지실
화려하게 치장된 여자들의 공간.
가운을 입은 여자들이 오가고 직원들이 우아하게 움직이는데.
제복을 입은 여직원 하나가 커다란 옷상자를 들고 그들 사이를 지나간다. (필요한 스케치 하시고)
// 일각
가운을 입고 마사지실에서 나서던 경아가 본다.
직원이 상자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상자 위에는 장식과 함께 카드가 얹혀져 있다. 옆의 직원들이 호기심에 구경한다.
경아가 카드를 빼서 열어본다. 간단하게 쓰여있는 글귀. [이제 나한테 와요]
경아 미소짓는다. 직원이 들고 있는 (옆의 테이블에 놓은) 상자를 열어본다.
세련된 정장이 들어있다.
S#38. 도우의 방
도우가 가위를 들어 책의 한 장을 오리고 있다. 모나코 책이다.
도우가 오려낸 것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레이스 왕비의 사진.
방 한쪽에는 도우가 그린 조감도가 내려져 있다.
그 위에는 도우가 그린 그림이 몇장 붙여져 있는데. 도우가 그레이스의 사진을 들고 가더니 그 위에 붙인다.
명도시 조감도 위에 그레이스 사진이 하나 얹혀졌다.
그 바로 옆에 도우의 그림이 보인다.
많은 얼굴들. 그 중에 딱 하나의 얼굴만 웃고 있다. (한새 그림 중에 있습니다. 큰 사이즈의 원본으로)
S#39. 기획단 건물 앞 / 낮
현판식이 준비 중에 있다.
인부들이 커다란 현수막을 걸고 있다. [명도뉴딜정책기획단 출범 및 현판식]
/ 현판은 하얀 헝겊에 싸여있고. 줄이 이어져서 테이프를 끊으면 그 헝겊이 벗겨지게 준비되고 있다.
/ 차들이 도착하고 있다.
신사복을 입은 간부들이 내려선다. 국장도 내리고. 정복을 입은 서장도 도착하고.
/ 기자들이 모여들고, 카메라 기자들은 필름을 체크하고.
HBS의 방송 카메라도 자리를 잡아 설치를 하고 있다.
/ 차가 도착한다.
기사가 내려주는 뒷문이 열리며 경아가 내린다. 도우가 보내준 정장을 입고 있다.
다른 이들을 맞이하며 웃음을 날리던 오이사가 재빨리 달려온다. 아주 반갑게 경아를 맞이한다. 마치 사모님을 맞듯.
S#40. 기획단 회의실
도우가 전화를 하고 있다. 손목시계를 보며.
도우 : 이제 슬슬 시작하지요. 내가 지시한대로 순서대로 하나씩 신속하게. 해주세요.
전화를 끊더니 다시 번호를 누른다. 미소가 스치고 있다.
도우 : 시장님? 채도웁니다.
S#41. 마을회관
시장이 전화를 받고 있다. 그 뒤에는 철거촌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있다.
시장 : 양우선이에요. 얘기된대로 철거촌 사람들 다 모아놨어요. 그런데 언제.. 오시나요. 그 쪽분은.
S#42. 기획단 회의실
도우 : 좀.. 늦어지나보네요. 곧 갈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그럼..
전화를 끊으며 문쪽을 본다. 경아가 들어서고 있다.
도우의 앞으로 오더니 손을 들어 넥타이를 바로 잡아주며.
경아 : 왔어요.
도우 : 안 오면 시작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현판식 같은 거.
경아 : 도우씨 마음에 내가 두번째 인거 알면서 왔어요. 두번째라도 꼭 필요한 거에요? 오늘 이 자리?
도우 : 내 꿈의 도시가 시작되고 있잖아요. 나는 왕비가 필요하구요.
경아 : 나, 왕비 별루라고 했는데.
도우 : (웃는) 여왕 해보세요. 나를 쫓아내고. 언제라도 경아씨 도전이라면 ..환영.
하면서 경아의 손을 잡아 손등에 입맞춰준다.
S#43. 마을회관
사람들이 술렁대고 있다.
그중에는 스프레이 소년의 어머니인 아낙도 보이고. 그간에 싸움으로 머리를 맞아 붕대를 감은 사람도 보인다.
사내 : 보상금 회의 한다면서요. 회의를 할래면 돈 가진 놈들이 와야지 왜 아무도 안 와.
김보좌 : 잠시만 기다려 봅시다. 땅주인 쪽 사람하고. 철거 시공사 쪽 하고 모두 오기로 했거든요. 오게 되면 여러분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시는데요. 되도록 질서를 좀 지켜주세요. 모두 한꺼번에 떠들면 얘기가 안되니까요. 지명받으신 분만 차근차근..
사내 : 아 글쎄. 차근이고 자시고 말을 들어줄 사람이 와야 말을 하지.
아낙 : 금방 끝난다구 해서 애도 집에 놓고 왔어요. 언제 시작해요?
사람들 떠들어대는데 시장이 초조해서 시계를 보고 길 쪽을 돌아본다.
S#44. 철거촌 일각
아낙의 집 앞.
아낙의 둘째 아이가 혼자 담에 기대 앉아 놀고 있다.
건담류의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설정을 해서 에엥.. 휘익 하면서 놀고 있는 중이다.
아이가 있는 건너편에서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길바닥에 앉아서 도라지 껍질을 벗기고 있다. 행상으로 내다팔 도라지다.
S#45. 기획단 앞
이제 현판식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귀빈들이 앞쪽으로 모여들며 서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카메라 기자들이 그들을 찍어댄다.
그 중에 경아와 나란히 선 도우가 보인다. 도우는 경아를 귀빈들에게 소개하는 모양이다.
오이사가 마이크를 테스트하더니.
오이사 : 내외 귀빈 여러분 잠시 자리를 잡아주십시오. 곧 명도뉴딜정책 기획단의 출범식 및 현판식을 거행하겠습니다.
S#46. 철거촌
골목 한 끝에 늘어져 있던 재명이 눈을 뜬다. 일어선다. 움직이느라 통증을 느끼는 허리를 부여잡고 귀를 기울인다.
저만치서 신문을 보며 하품을 하던 문호가 본다.
문호 : 뭐야. 왜 그래.
재명이 이미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문호 : 어디 가. 도재명아.
S#47. 철거촌 입구
걸어오던 신이 멈춘다. 들려오는 요란한 다수의 발소리.
돌아본다. 거기 용역들이 저마다 마스크를 쓰고 각목이나 파이프를 들고 우루루 이동하고 있다.
신이 철거촌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S#48. 기획단 앞
오이사 : 다음은 주경식 국장님께서 축사를 해주시겠습니다.
자기가 먼저 박수를 쳐댄다. 주장관이 따로 마련된 마이크 앞으로 가더니
장관 : 명도시민 여러분 그리고 내외귀빈 여러분. 이런 경사스러운 자리에 본인이 감히 축사를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 박수들을 치고.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고.
S#49. 시민회관
시장이 시계를 들여다본다.
아낙이 초조해서 일어나 입구 쪽으로 가서 기웃거린다.
S#50. 철거촌 내부
문호가 어리버리 내려온다. 앞서 가던 재명을 놓쳤다.
다음 순간. 문호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끌어들이는 손. 재명이다.
문호 : 너..
재명이 문호의 입을 막아 한쪽으로 숨는다.
그 앞길을 우루루 달려 지나가는 용역들.
S#51. 아낙의 집 앞
달려온 신이 그대로 앉아있던 아이를 들어 안는다. 아이의 손에서 장난감이 떨어진다.
아이가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는데. 신은 옆의 할머니에게 신경이 가있다.
할머니에게 달려가서 잡아 일으키며.
신 : 일루 오세요. 얼른요.
그러나 할머니는 바구니의 도라지를 끌어모으느라 신의 손을 뿌리친다.
신 : 할머니 아 쫌..
하는데 어느새 다가온 재명이 할머니를 달랑 들어 일으킨다.
신 : 어느 쪽이 비었어?
재명 : 이쪽.
하더니 할머니를 안다시피 달린다. 신도 아이를 안고 달린다.
그 뒤로 흩어진 도라지 나물과 아이의 장난감.
S#52. 기획단 앞
오이사 : 호명되신 분들께서는 테이프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주경식 국장님.
국장이 나선다.
오이사 : 그리고 명도 뉴딜 정책기획단의 채도우단장님.
도우가 옆의 경아에게 고개를 숙여보이고, 만면에 미소를 띈 채 장관의 옆으로 간다.
경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쳐준다.
오이사 : 명도시장님께서는 급한 일로 못나오셨고. 이 자리에는 명도시의 오만섭 부시장님께서 나와주셨습니다.
부시장이 좋아 어쩔 줄 모르며 나선다.
S#53. 철거촌
용역들이 집을 부수고 있다. 용역이 끌어내 던져버린 가재도구들이 길바닥에 팽개쳐진다.
그 한구석에 아이의 장난감이 용역 누군가의 발에 밟혀 아작이 난다.
S#54. 기획단 앞
오이사 : 자아 준비하시고요.
테이프 앞에는 앞서 호명된 인사들과 정복을 입은 서장 등 귀빈들이 주욱 서서 가위를 테이프에 대고 준비하고 있다.
오이사 : 끊어주세요.
일제히 가위로 테이프를 끊는다.
현판을 덮고 있던 헝겊이 흘러내린다. 명도뉴딜정책기획단 이라는 현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제히 플레쉬가 터진다. 박수들을 친다. 서로 악수들을 나눈다.
도우가 경아를 돌아본다. 경아가 두 손을 높이 들며 박수를 보낸다. 미소를 나누는 두 사람.
S#55. 철거촌 부숴진 집 앞 / 밤
시민회관에 갔던 철거민들이 돌아왔다.
길바닥에 함부로 던져진 가재도구들 옆에서 널부러진 이불을 끌어접다가 어떤 아줌마가 운다.
나뒹구는 양은 냄비며 부숴진 서랍장 등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망연하게 퍼져 앉아있다.
스프레이 소년의 엄마인 아낙이 둘째를 끌어 안고 지쳐서 앉아있다.
아낙의 앞에는 애들 학교가방과 교과서 등이 모여져 있다. 그것만 겨우 건진 듯.
이만치에 서서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보고 있는 신. 갑갑한 마음이다.
옆에서 문호가 발에 채이는 바구니를 들어 한쪽으로 치우며.
문호 : 그만 돌아가지.
신 : ...
문호 : 같이 가자구. 여기 이제 다 부서져서 있을데두 없구만. 어? 가자구. 그만.
신 대답없이 있다가 한쪽을 돌아본다.
거기 재명이 난처해서 서있다. 그 옆에서 할머니가 퍼질러 앉아 흩어져 있는 도라지를 찾아 비닐 봉지에 담고 있다.
울지도 않고 아무 표정도 없이. 아까 재명이 피신시켰던 할머니다.
재명이 한심해서 보고 있다가 에이 귀찮아서 냅두고 이쪽으로 온다.
아직 걸을 때마다 통증. 옆구리를 한 손으로 짚어 누르고 있다.
문호 : 너 옆구린 좀 어떠냐.
재명 : 아퍼.
문호 : (할말이 없다)
재명 : (신을 보고) 신.
신 : (보는)
재명 : 여기 땅 주인이 그 놈이라는 얘기 들었어.
신 : 그래.
재명 : 그래서 여기가 니가 정한 다음번 사냥터인가.
신 : 생각 중이야.
재명 : 여기. 난 맘에 안들어. 이렇게 시끄러운 사람들하고는 아무 것도 사냥할 수가 없어.
신 : 알아. 그래서 생각중이라고 했잖아.
말을 하면서도 두어번 뒤를 돌아보던 재명이 성질을 내면서 다시 할머니에게 간다.
할머니가 위태로운 자세로 엎드려 구석에 박힌 도라지를 찾아내고 있다.
재명이 인상 푹 쓰고 할머니를 끌어낸 다음 쭈그려 앉아 그 도라지를 주워준다.
그런 재명을 보던 신이 아래쪽을 본다.
어두운 저 밑에서 들리는 큰소리들.
소리 : 입이 열렸으면 말 좀 해보시오. 앞잡이 아냐. 명도시청 앞잡이.
신이 아래로 움직이려 하자. 문호가 잡더니.
문호 : 가지 마. 여기는 이제 신경 꺼. 우리가 나설 자리도 아니고. 나선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일도 아니야.
그러니까 촐싹거리지 말고 가자. 도재명이 저 놈도 제대로 된 침대에서 자게 해야지. 여긴 이제 다 부서져서 있을데두 없잖아.
신 : 가세요.
문호 : 뭐?
신 : 저 놈 델구 가시라구요. 전 아직 좀 더 볼게 있어서요. 여기에요.
하더니 가버린다. 문호. 으이구 해서 재명을 보는데.
이제 재명은 아예 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할머니가 들고 있는 비닐 봉지에 주운 도라지를 넣어주고 있다. 얼굴은 잔뜩 성이 나서.
S#56. 철거촌 입구 / 밤
신이 내려오는데 들리는 소리. 처음에는 한둘이 외치던 앞잡이 소리가 점점 여러 사람 소리로 커지고 있다.
신이 멈춰서 보는 곳에 철거민들이 성이 나서 에워싸고 있는 것은 양시장. 옆에는 김보좌가 울상을 하고 시장을 지키며 서있다.
철거민들이 일제히 외치고 있다. '앞잡이 앞잡이'
그런데 양시장은 그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장 :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쪽에 대고 고개를 숙이고 저쪽에 대고 고개를 숙이고.
그러는 양시장 때문에 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이제 조용해져서 본다.
시장은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내 : 이봐요. 시장. 당신이 우리한테 그랬잖아. 보상금에 이주비 줄거라고. 그 회의 하자고 우리 모두 불러냈잖아요.
우린 말입니다. 포크레인에 깔리는 한이 있어도 우리 집 지키려고 했단 말입니다.
사내2 : 그런데 우릴 속이고 불러낸 다음에 집을 다 부숴놔. 당신 얼마 받았어? 땅주인한테 얼마 받았냐고.
시장 : (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죄송합니다. 제 잘못입니다.
사람들 어이없어서 조용해진다.
그런 시장을 보고 있는 신.
S#57. 마을회관 마당 / 밤
그 위로 격앙된 김보좌의 소리.
보좌소리 : 우리가 완전히 속은 겁니다.
S#58. 시장의 집 거실
김보좌가 성이 나 있다.
보좌 : 그 놈이 시장님을 제대로 물먹인 거라구요. 한마디로 말해서 그 놈은 시장님하고 주민들 사이를 완전히 이간질 시킨 거고.
우린 눈뜨고 당한 거고요.
김보좌는 거실 가운데 서서 열내고 있고, 신은 벽에 기대 서있고, 문호는 재명과 라면 끓이는 중이다.
재명이 냄비에서 끓고 있는 라면을 들여다보고 있자 문호는 옆에서 파를 썰면서.
문호 : 계란 넣어. 계란.
재명 : 계란..
하며 하라는대로 한다. 이 모든 와중에 시장은 안경을 쓴 채 전화기 앞에 앉아 수첩을 뒤지고 다시 전화를 하고 있다.
보좌 : 시장니임
시장 : 여보세요. 안수물산이죠? 나 양우선 시장이에요. 예 요기 명도시장.
김보좌는 답답해 미치겠고. 그런 모습을 그저 보고 있는 신.
시장 : 지금 스티로폴이 좀 많이 필요한데요. 예. 지금 당장요. 갑자기 난민들이 생겨서요. 난민 아시죠? 난이 생겨서
집도 절도 없어진 사람들이요. 예. 그 사람들이 깔구 잘 자리가 필요해요. 아니.. 한밤중이라 필요한 절차는 내일 날 밝으면
바로 할께요. 아이구 지금 사람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으며 바로 보좌에게) 지금 얼른 안수물산에 가서
스티로폴 인수하세요. 마을회관 갖다주고.. (벌써 다른 전화번호를 찾고 있다)
보좌가 속이 터져서 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신이 다가와 시장의 앞에 앉는다.
시장 : (신에게) 어디서 라면 같은 걸 좀 지원받았으면 좋겠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하며 또 다른 전화번호를 찾는데)
신 : 제가 그 놈을 좀 알아요. 채도우.
시장이 바쁘게 수화기를 들려는데. 그 손을 가만 잡아 누르며.
신 : 그 놈은 작전을 한번 시작하면 최소한 세 개 네 개의 덫을 놓고 조여들기 시작해요. 단순히 시장님하고 철거민들 이간질 시키고
집들 철거했다. 그걸로 끝. 아닐 거에요.
시장이 문호를 돌아본다. 문호는 마악 상에 라면을 차리던 중.
시장 : 냉장고에 김치두 있어요.
신 : 시장님. 채도우 그 놈 앞에서 큰소리 치셨죠? 니가 내 말 안 들어주면 니가 하는 일. 허가 내줄 수 없다. 그렇게요.
시장 : (히히 웃으며) 어땠어요. 나두 협박 할 줄 알아요.
신 :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그 놈은 남이 자기를 협박하는 걸 그냥 참고 있을 놈이 아니거든요.
시장 : 아이구 무섭네요.
신 : 시장님은 그냥 빠지세요. 뒤로 물러서서 철거민들이나 챙기세요. 그 놈하고 상대하는 건 내가 할께요.
문호가 돌아본다. 냄비 뚜껑에 라면을 덜던 재명도 신을 본다.
신 : 제가 아는 형님이 있는데요. 돈은 안 빌려줘도 힘은 빌려줄 분이구요. 이번에 그분 동생이 걸려 들어갔으니까 얘기 들으면
아마 기분 안 좋으실 거에요. 그 형님한테 부탁을 해서..
시장 : 그 형님이란 분이 조직?
신 : (무시) 애들 좀 빌리구요. 채도우가 이 도시에다가 뭔가 만들려는 모양인데 하나하나 발목 좀 잡아볼까 해요.
시장 : 어떻게요.
신 : 시장님은 아실 거 없구요.
시장 : (부지런히 전화 버튼을 누르더니) 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잠재적 폭력배가 하나 있는데 미리 좀 잡아가세요.
우리 명도시를 아주 조폭들 패싸움터로 만들라고 하거든요.
신이 어이없어 보고 있자. 그런 신을 귀엽게 보더니 시장이 귀에서 수화기를 떼내어 보인다.
수화기에서 들리는 ‘이 번호는 결번이오니..’하는 안내 멘트.
시장 : 뻥이에요. 속았죠?
하더니 재미있다고 웃는다.
신도 문호도 재명까지 어이없어 보고 있다.
시장이 웃음을 거두더니 진지하게 신을 본다.
시장 : 김신씨. 내가 싸우는 법을 가르쳐줄까요?
S#59. 마을회관 / 밤
스티로폴이 운반되어 오고 있다. 거기 철거민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다.
김보좌를 비롯한 시청공무원들이 동원 돼서 스티로폴 나누는 일을 하고 있고, 철거민들도 돕고 있다.
마을회관 내부는 완전히 난민수용소 같은 분위기다. 간신이 건진 몇 개의 짐보따리들. 남루한 이불들.
구석에는 재명이 도와준 할머니가 보따리와 비닐 봉지를 껴안고 우두커니 앉아있다.
그 위로 들리는 시장의 목소리.
시장소리 : 첫째는 두 다리를 벌리고 무게중심을 잘 잡고 서야 되요. 안 그러면 싸우기도 전에 넘어져요.
뭔 소린가 하면요. 내가 뭣땜에 싸우는지는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 된다 그말이에요.
S#60. 경찰서 앞
스프레이 소년의 어머니가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다.
그 옆에 신이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안에서 나오는 스프레이 소년.
아낙이 달려가 소년을 안고 쓸고 울며 데려나온다.
이런 모습들 위로 계속.
시장소리 : 둘째. 맷집이 좋아야 되요. 두어대 맞고 뻗을 거라면 이건.. 뭐.. 차라리 시작을 안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 뒤로 나오는 노인. 비틀거리는 노인을 바로 뒤에서 따라 나오던 중호가 부축한다.
성큼 다가온 신이 노인의 다른 쪽을 부축해서 계단을 내려오며 신이 핸드폰을 내준다.
중호가 뭐야.. 하고 돌아보면.
신 : 형수님이 너무 걱정하구 계셔. 전화 넣어드려. 거기 2번이다. 단축키.
S#61. 뮤즈 내부 / 밤
명선이 기뻐서 전화를 받고 있다.
명선 :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괜히 우리 때문에 그렇게 되셔서. 죄송해요. 제가 그 자리에서 기다렸어야 했는데. 예.. 예..
명선이 얘기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하는 위로 이어지는.
시장소리 : 셋째. 어느 쪽인지 확실히 정하세요. 이쪽 편이냐. 저쪽 편이냐. 그걸 알아야 싸우죠. 싸워야 이기고.
S#62. 시장 거실
얘기하는 시장의 얼굴만 따서.
시장 : 하긴 이 말은 할 필요가 없었네. 김신씨는 이미 편을 정한 거 아닌가요? 돌아가신 형님 편.
억울하고 힘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형님네 편. ...맞죠?
S#63. 경태의 방
경태가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다가 뭔가를 찾아낸 듯 헤에 웃는다.
옆을 돌아본다. 거기 은수가 피곤해서 의자에 기대 잠이 들어있다.
경태가 그 앞으로 가 서더니 손가락을 조심스레 의자 등에 접속하고.
경태 : 회장님 계신 곳을 찾았습니다. 거제도는 아니구요. 강원도 쪽인데 사설요양원이고 또..
은수는 깊이 잠들어있다.
경태 어쩔줄 몰라하다가 자기 의자에 걸쳐두었던 자신의 점퍼를 들어 은수에게 조심스레 덮어준다.
은수가 움찔 움직이자 자기가 깜짝 놀랐다가 마저 덮어준다.
다시 손가락을 의자 등에 대었다가 뗀다. 아무것에도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태가 잠든 은수에게 말한다.
경태 : 필요하시면 같이 가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모시고 올래면 혼자는 힘듭니다. 그러니까 같이 가 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말을 다해놓고 만족했다.
자기 의자에 앉더니 뒤로 주욱 기댄다.
S#64. 꽃길
아름답게 피어있는 봄꽃들.
그 사이를 경아를 태운 케이의 차가 지나가고 있다. 그 위로 들리는.
경아소리 : 사모님 이번 달에 낙찰 되신 거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돈은 어떻게 보내드릴까요.
뒷좌석의 경아는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조작하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
경아 : 통장으로 보내는 건 원치 않으시죠? 4억 정도 되니까 현금으로 받으시려면 약간 번거로우실텐데. 늘 하던대로 해드릴까요?
..알겠습니다. 아.. 혹시 명도시에 대해 알고 계세요? 우리 계원분들 요즘 거기 올인하시는 분들 많으신데.
S#65. 호텔 앞
기사가 열어주는 차문으로 경아가 내리고 있다.
기다리던 케이가 와서 안내를 한다.
S#66. 호텔 내부
나란히 걸어가던 경아가 문득 케이를 보더니.
경아 : 채대표님 왜 갑자기 또 호텔 생활이시래요. 집에 들어간지 얼마 안됐잖아요.
케이 : 집에 아무도 안 계시거든요.
경아 : ..동생분 어디 갔어요?
케이 : ...
경아 : 직접 물어봐야 하나.
케이 :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는 버튼을 보며)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경아 : 동생에 대해서는 묻지 마라. 왜요?
케이 대답이 없다. 경아가 재밌다는 듯 웃는다.
경아 : 정말 물으면 안되나보네.
S#67. 호텔 객실의 거실
경아가 노트북을 열어 부팅을 하며.
경아 : 사모님들 잘 동원하면 이달 말까지 백억 정도는 될 거 같아요. 더 필요하세요?
안에서 도우가 옷을 입으며 나온다. 넥타이는 아직 매지 않고 늘어뜨린 상태.
도우 : 더 필요하다 그러면 더 나오나 보네요.
경아 : (화면을 조작해 보면서) 어디 보자.. 얼마나 더 빼낼 수 있을까..
도우 : 재미있어요?
경아 : ?
도우 : 사모님들 돈 가지고 노는 거. 아주 즐거워 보여서요.
경아 : (웃는) 그거 알아요? 몇 년 전만 해도 나. 한달 열심히 일해봤자 사모님들 스카프 한 장 값도 못 벌었어요..
그때 한달 월급 다 털어서 스카프 한 장 사면서 결심했죠. 언젠가는 이 명품백화점 드나드는 사모님들. 내가 인사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인사하게 만들거야.. 하구. 요즘 사모님들 그래요. 나한테 먼저 인사하는 걸요. 나.. 유치해요?
도우 : 무서운데요. (웃으며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기 시작하는데)
경아 : (어느 새 그 뒤로 와서 팔을 앞으로 돌려 매어주며) 이상하죠. 난 사랑보다 돈이 좋아. 그러면 사람들은 비난해요.
자기들은 돈보다 사랑이 더 좋을까요?
도우 : (웃는) 알아요. 경아씨 나보다 내가 가진 걸 더 좋아하는 거.
경아 : 그런데.. 도우씨에 대한 마음에는 하나가 더 있어요. (도우의 뒤에서 도우의 어깨에 기대어 함께 거울을 보며)
이 남자. 나처럼 속이 비어있는 이 남자. 내가 한번 채워봤으면 좋겠다. 그럼 내 빈 마음도 채워질텐데..
도우, 조용히 멈췄다가.
도우 : 내 마음이 비어있다구 생각했어요?
경아 : 아니에요?
도우 : 글세요. 내 마음 속 같은 건.. 별로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도우.. 싸하게 웃는데 전화벨 소리.
경아가 재빨리 옆의 도우 핸드폰을 집어서 넘겨준다.
도우 : 네.. 어떻게 됐나요? ...수고하셨네요. 그럼 오늘인가요?
S#68. 기획단 회의실
오이사가 선 자세로 전화를 하고 있다.
오이사 : 예 오늘입니다. 어제 밤에 제가 알아듣게 말을 했고요. 준비했던 선물도 맘에 들어했고요.
그래서 오늘.. 바로 사퇴서를 낸다고 했습니다. 저어.. 그럼 그 다음 작전은 어떻게 되는 건지요..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게. (고개를 숙여서)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했습니다.
S#69. 시청 외경 / 낮
시장소리 : 뭐라고 하셨어요?
S#70. 시장실 내부
양시장이 놀라서 보는 책상 건너 앞에 선 오부시장.
부시장 : 부시장직을 사퇴하겠다구요.
옆에 선 김보좌도 놀라서 보고 있다.
보좌 : 아니 부시장님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부시장 : 내가.. 몸이 느무 안좋아져서요.
시장 : 어디 아파요?
부시장 : 하여간.. 부시장직을 계속할 수가 없겠네요. 정말... 송구스럽기 짝이 없네요.
불쌍한 얼굴을 해보이는데 양시장은 영문을 모르겠다.
S#71. 호텔 객실
룸서비스가 테이블에 아침식사를 늘어놓는 동안 도우가 전화를 하고 있다.
도우 : 국장님 들으셨어요? 명도시에 부시장 자리가 빈다고 하던데요. 우리 뉴딜정책 한시가 급한데.. 이렇게 되면 차질이 생기는 거
아닐까요? 하아.. 어쩐다..... (들어주는 척 하다가) 아. 이게 가능할까요 국장님. 이왕이면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서
좀 아는 사람을 그 자리에 넣는거죠. 그렇게 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럴까요?
도우가 경아를 돌아본다. 경아는 과일을 하나 입에 넣다가 도우를 향해 손가락 경례를 해보인다.
S#72. 보건소
재명이 진료를 받고 있다.
보건의가 새로 붕대를 감아주면서.
보건의 : 좀 안정을 취하시라니까요. 또 벌어졌잖아요. 상처가 확실하게 아물 때까지 움직이지 좀 마시라구요.
재명 : (영어로 옆에 서 있는 문호에게)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이 의사한테 시끄럽다고 좀 말해줘. 물론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문호 : (물론 못 알아들었다)
보건의 : (뜨아해서 문호에게) 이 분 한국말 못해요?
문호 절레절레.. 자리를 피해 신에게로.
// 신이 대기의자에 지도며 개발계획서 등을 주욱 펴놓고 보고 있다.
문호 : 어때.
신 : 굉장해요. 채도우 그 자식. 이 명도시를 무슨 홍콩 같은 걸루 만들고 싶은가본데요.
문호 : (기웃거려 보며) 그럼.. 좋은 거 아니야? 이 후진 도시를 홍콩처럼 만들어 놓는다면 상장 받을 일이잖아. 표창장.
신 : 국제최대규모의 골프장. 기숙사형국제학교. 자체태양열자가발전시스템.. 조력발전소. 라스베가스형 카지노호텔.
문호 : 그럼 말이지. 김신아. 그냥 놔두자.
신 : (읽는데 정신이 팔린)
문호 : 그런 도시가 만들어지면. 돈이 굴러들어온다는 거고. 돈이 쌓이는 곳에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일할 구멍이 있는 법이지.
김신이 너 내가 보기엔 재능이 있어야. 그러니까 내 밑에 들어와서 삼년만 배우면
채도우 정도는 얼마든지 등쳐먹을 수가 있으니까..
신 : 오백만 안에 들 자신 있어요?
문호 : 뭐?
신 : (보던 것들을 접으며) 채도우는 이 나라 오천만 중에 오백만 남겼으면 좋겠대요.
나머지는 떨거지들이라서 꿈의 나라를 만드는데 방해요소들이라 이거죠.
문호 : 그래서. 어쩌라고.
신 : 그 놈의 정신세계를 좀 알겠는데요. 그 놈한테 철거민들은 종양같은 거에요.
문호 : 종양?
신 : 수술하고 잘라내버려야 되는 종양. 가만 놔두면 점점 커지는 악성이 될까봐 무서운 덩어리요.
문호 : 암 같은 거 말야?
신 :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 놈 머리 속에서는.
문호 : (찡그려 본다)
신 : (일어서며 안쪽의 재명을 향해) 재명.
재명 : (보는)
신 : 난 여기서 싸울 거야. 이제 알겠어. 그 놈의 약점이 뭔지. 그 약점에서 시작할 생각이야.
치료를 끝낸 재명이 옷을 갖추며 신에게 온다.
신이 앉았던 자리에 끄응 앉더니.
재명 : 약속 하나 해라.
신 : 말해.
재명 : 마지막 순간에 난 이 사람을 용서한다 그따위 말은 안한다고.
신 : ...
재명 : 약속해.
신 : 알았다. 명심할게.
하는데 밖에서 뛰어 들어오는 김보좌.
보좌 : 시장님 여기 계십니까?
문호 : 없는데요.
보좌 : 아아 진짜 또 어딜 가신 거야아..
S#73. 노천까페
케이가 양시장을 안내해서 오고 있다.
화려한 까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양시장이 두리번거리며 촌스럽게 따라온다.
까페 한쪽에서 기다리던 도우가 일어서서 맞이한다.
도우 : 어서 오세요.
시장 : 예에..
도우 :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시장 : 아니에요. 좋네요. 멋진 곳이에요.
도우 : 앉으시죠.
시장이 앉기를 기다려 앞에 앉는 도우.
시장 뒤쪽의 자리에 감시하듯 앉는 케이.
아직 어색한 양시장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제야 생각난 듯.
시장 : 아.. 끌려갔던 철거촌 사람들 다 나왔어요. 어제 밤에. 그거 힘써주신 거 맞죠?
도우 : 오해십니다. 저야 기업활동 하는 사람인데 경찰 행정에 개입하다니요. 그거 정말 큰일날 오해시네요.
사장 : 그럼 고맙단 말 안해요.
도우 : 네. (웃고) 아 이제 오네요.
도우의 눈길에 따라 시장이 돌아본다.
거기 오이사가 부지런히 오고 있다.
도우 : 인사 드리세요.
오이사가 시장에게 깊이 절을 한다.
오이사 : 오상원이라고 합니다.
시장 : 양우선입니다.
시장이 얼결에 인사를 받고. 오이사가 부드러운 미소를 띄며 옆에 앉는다.
도우 : 시장님. 돌려서 말 안하구 바로 말씀드릴게요.
시장 : 하세요.
도우 : 명도시에 부시장 자리 비었죠? 이분 앉혀주세요.
시장 : (벙해서 보다가)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요. 일반시에 정무부시장은 제가 추천을 해도 정부에서 임명을 받아야..
도우 : 임명해줄 거에요. 여기 오이사님은.
시장 : 허어.. (그제야 긴장을 해서 도우를 본다)
도우 : 대신 철거민들의 이주보상금 내놓을께요.
시장 : ..얼마나요.
도우 : 우선 10억 예산 잡아놨어요. 시장님이 말씀하신 서민아파트 껀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생각이에요.
시장 : (잠시 도우를 보다가) 이 늙은 영감탱이가 좀 어리둥절하네요. 갑자기 너무 너그러워지니까.
도우 : 저두 급해서 그래요. 투자금을 받아내려면 뭔가 가시적인 결과물들이 보여야 되는데
지금 철거촌 때문에 영 보기가 안좋잖아요. 그래서 시장님이 원하시는 딜을 하자는 거죠.
시장 : (생각해보더니) 보상금 주신다고요.
도우 : 아파트가 지어질 때까지 철거민들 생활 할 수 있을 거에요.
시장 : 콘테이너같은 가건물을 지으면 좋은데..
도우 : 도와드릴게요. 아시겠지만 제 베이스가 건설회사잖아요.
시장이 오이사를 돌아본다. 오이사가 친절하게 미소 짓는다.
시장이 뒤를 돌아본다. 케이가 묵묵하게 보고 있다.
S#74. 마을회관 마당 / 낮
철거민들이 마당에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스티로폴 등으로 바닥을 깔고 겨우 건진 가재도구들이 지저분하게 널려있고.
한쪽에서는 공무원들과 철거민 중의 젊은 측들이 커다란 냄비에 라면을 끓이고 있다.
그 앞에는 그릇을 들고 기다리는 철거민들.
그 사이를 두리번거리며 지나가는 신. 시장을 찾고 있다. 그러다가 한 쪽을 본다.
거기 사내를 중심으로 젊은 측의 철거민들이 모여있다. 라면을 든 사람들도 모인다.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한 사내가 흥분해서 말하는 중.
사내 : 십억을 주기로 했대애. 땅주인 쪽에서 우리한테 보상비를 준다고.
아낙 : 언제요? 어떻게 나눠주는데요.
사내 : 벌써 줬다는데? 시장한테 줬다 소리 들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십억이면 얼마여. 라면이 몇 상자야. 근데 우린 왜 안 줘. 시장이 받았으면 우릴 줘야지. 왜 암말이 없어.
신이 뭔가 불안해진다. 돌아보면 저만치에선 문호가 전화를 하고 있다.
문호 : 어딜 간다구? 누구하고? 니가? 니가 안내를 해? ...어딜 간다구?
S#75. 택시 정류장
경태가 은수와 나란히 서 있다.
경태가 전화를 하고 있다. 핸드폰의 아래에 다른 손가락으로 접속을 하고.
경태 : 먼저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갑니다. 그 다음 버스를 탑니다. 그 다음 강원도로 갑니다. 그 다음..
하다가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본다. 은수가 경태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다.
은수가 손을 내민다. 핸드폰을 건네준다.
은수 : 죄송해요. 저 혼자 가두 되는데 제가 걱정되는지 같이 가주겠다고 해서요. 저로서는 너무 든든하고 고맙죠.
그 말에 경태가 몰래 으쓱해진다.
은수 : 늦어도 내일이면 돌아올 거에요. 걱정마세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드릴게요. 전화.. 드려도 되죠?
S#76. 마을회관
문호가 전화를 끊는데 아직 입이 안 다물어지고 있다.
그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신.
문호 : 얘야. 김신아.
그러나 신은 급한 듯 거의 달리다시피 길쪽으로 가고 있다.
S#77. 마을회관 앞 길
달려 나온 신이 보는 곳에 케이의 차가 도착해 있다.
케이가 열어준 뒷좌석에서 내리고 있는 시장. 급히 다가오는 신을 보더니 시장이 좋아서.
시장 : 내가 어디 갔다 온지 알아요?
신 : (케이를 보고 있다. 곱지 않은 시선이다) 알 거 같은데요.
시장 : 그 채도우란 사람 알고 보니 그렇게 악한 사람은 아닙디다. 젊은 사람이 아주 화통한 게 말이에요.
신 : 보상금 준다고 했어요?
시장 : 그걸 어뜩게 알아요?
신 : 받으셨어요?
시장 : 준다는 약속은 받았어요. 무리한 조건도 없었어요. 거기서 추천한 사람을 우리 명도시에 부시장으로 받아들여라.
그것 뿐이었는데..
갑자기 신이 빠르게 걸어가더니 마악 운전석에 타려는 케이의 어깨를 잡는다.
케이가 반사적으로 신의 손을 떨쳐내며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신이 열려져 있던 차문을 콰앙 소리나게 닫더니 한 손을 내민다.
신 : 핸드폰 좀 빌립시다.
케이가 경계해서 본다.
신 : 핸드폰 좀 빌리자고. 댁에 보스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케이가 보다가 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내더니 단축키를 눌러 귀에 댄다. 잠시 후.
케이 : 여기 통화를 원하는 자가 있습니다.
신이 거칠게 그 핸드폰을 뺏어 가더니.
신 : 채도우. 너 지금 무슨 장난질을 치고 있는 거야.
S#78. 호텔 방
전화를 받은 도우가 미소 짓는다.
도우 : 봐요. 언제나 내 생각보다 한발 빠르다니까.
S#79. 마을회관 앞
신 : 한번만.. 응? 딱 한번만이라도 정정당당하게 승부해보면 안되겠냐? 음모에 협잡. 잔대가리 좀 굴리지 말고
한번쯤은 정당하게 이겨보라고. 그럼 내가 기립박수 쳐줄테니까.
S#80. 호텔방
도우 : 정정당당이라.. 사기꾼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근데 김신씨. 그거 알아요? 거기 있는 사람들 중에 누가 다친다면
그건 당신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야. 그 정도는 이제 눈치채야 되지 않나?
// 이를 무는 신과 비웃는 도우가 한 화면에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