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의 어느 한 카페.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이들에게로 향한다. 밝은 미소와 곧은 자세. 그들은 말로만 듣던 ‘미스코리아’였다. ‘2014 미스코리아 미스 제주 선발대회’에 '미'로 선발된 세 명의 여성. 미스코리아라고 하면 도도함과 여성스러움이 떠오르지만,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이들의 호탕한 웃음과 활발한 대화 소리는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매력 넘치는 여자 셋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왼쪽부터 성균관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재학 중인 배아현(23),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인 김수연(24),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학과 재학 중인 강윤정(21).
기회가 주어질 때 도전하는 용기
“저희 세 명 모두 미스코리아 대회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큰 관심이 없었다던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계기는 무엇일까? 강윤정(21, 이화여대) 양은 원래 막무가내로 지르는 성격이다. 워낙 새로운 것, 모험을 좋아한다는 그녀의 말투에서 성숙미가 느껴진다. 21살이라고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이 대회도 ‘그래, 해 보자!’라고 지르듯이 출전했다. ‘미스코리아가 꼭 되어야지!’라는 게 아니라,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도전이니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라는 각오로 임했다.
김수연(24, 동덕여대) 양은 2012년에 잠깐 리포터로 활동한 적이 있다. 당시 주변에는 미스코리아 출전 경험을 가진 선배가 많았다. 그들의 출전 과정을 옆에서 직접 보니 생각보다 배울 게 많은 대회라는 걸 알게 됐다. 선배들의 스피치 스킬이나 표정이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에 그녀도 욕심이 생겼다. 무엇보다 무대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담력’이 탐이 났다. 결국 김수연 양은 미스코리아를 미인 대회가 아닌 하나의 큰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출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배아현(23, 성균관대) 양의 지원 동기가 재미있다. 지나가다 우연히 미스코리아 대회 플래카드를 보았는데, 지원 자격 나이를 보니 23세까지였다. 올해로 23살이 된 그녀에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것! 그녀는 그대로 ‘이때를 놓치면 안 되겠다. 도전하고 싶은 것은 해야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실 배아현 양과 영삼성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열정운영진 12기로 활동한 영삼성 출신이다. 영삼성 출신 중에 미스코리아가 있다는 것은 후배들 입장에서 큰 기쁨인데, 열정운영진의 경험이 미스코리아라는 ‘도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까?
▲ 영삼성 열정운영진으로 활동한 배아현(23) 양. 보통 여자들은 싫어할 수도 있는 등산이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즐겨 한다.
“열정운영진에 합격했을 때의 그 기분.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그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배아현 양은 면접을 보던 순간부터 활동을 마친 순간까지, 모든 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했다. 면접 때에는 당시 자신의 끼를 마음껏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후회 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했다. 활동 중에도 장기자랑 등 남 앞에 설 기회가 종종 있었다. 이전에는 부끄러워 엄두도 못 냈던 모습이었지만, 이후로는 어딜 가든 두렵지 않았다. ‘나는 열정운영진이었으니까 열정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라는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눈치가 빨라진 것도 있다. 미스코리아로 활동하다 보면 인터뷰할 일이 많은데, 예상 질문과 답변에 감이 잡힌다. 열정운영진 활동 시절,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기른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이다. 그래서 미스코리아 대회 때 받은 질문에도 크게 당황한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영삼성에서의 경험은 미스코리아에 도전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
배아현 양의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수연, 강윤정 양은 영삼성을 궁금해하며 도전의 의사를 내비친다. 다들 ‘도전’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런 이들에게도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오는 스트레스, 참가자들과 경쟁하면서 오는 부담감, 압박감 등이 아니었을까 예상했다.
세 명의 대학생은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는 강행군을 치러야 했다. 경영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강윤정 양은 대회 시기와 학과 전시가 겹쳐 고생했다.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공부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시간이 없어서 틈틈이 공부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자투리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열심히 한 덕에 그녀는 이번 학기에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오히려 나태해지지 않고 더 부지런해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제주에서 진행된 대회는 주로 금요일과 주말에 이뤄졌다. 금요일에 수업이 있었던 배아현 양은 어쩔 수 없이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야 했다. “교수님께서 제자 중에 미스코리아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시면서 좋아하셨어요. 수업 자료도 챙겨주시고 감사했죠.”
김수연 양은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스스로 해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대회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대회 당일 헤어와 메이크업 등도 다 혼자 해결했다. 가족도 친구도 부르지 않고 참여한 대회, 서러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을 보니까 가족과 친구분들이 옆에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는 거예요. 그때 갑자기 혼자인 게 서러웠어요.” 사실 김수연 양은 대회 이틀 전 조모상을 당했다. 너무 힘들었던 터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도저히 혼자서는 판단이 서지 않은 그녀는 미스코리아에 나갔던 선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들이 ‘프로답게 행동해라. 대회에 나가기로 했으면, 너와 약속한 것이니까 지킬 줄 알아야 한다”라며 강하게 말씀하셨어요. 할머니께 죄송했지만, 조언을 듣고 다시 일어서게 됐죠.” 그렇게 김수연 양은 서러운 마음을 다잡고 더 열심히 임했다.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인 김수연(24) 양. 국어국문과 학생답게 그녀의 취미는 비평을 쓰는 것.
강윤정 양과 배아현 양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떨어진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면접은 결과를 혼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이 대회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사람들 앞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이름이 안 불리면 떠나야 하는 것. 자신의 이름이 불린다고 해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떨어진 사람들의 뒷모습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같이 연습했는데, 펑펑 울면서 떠나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울컥한다고.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그 결과
A: 저 친구 미스코리아래
B: 진짜? 미스코리아? 예뻐? 사진 좀 보자, 사진!
흔히 미스코리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얼굴, 몸매다.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이기 하기 때문에 내적은 물론 외적으로도 보기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 셋도 처음부터 출중했던 것은 아니다. 출전을 결심한 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강윤정 양은 ‘다이어트 킹’이라고 불린다. 3년 동안 다이어트를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 약 25kg를 감량했고, 현재 18%의 체지방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회 전에는 식단을 정해 그대로 먹었다. 운동도 같이 병행했다. 보통 운동은 자신이 자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서 강윤정 양은 스쿼트와 같이 쉬우면서도 자주할 수 있는 운동을 주로 했다. 그런 그녀의 자세는 누가 봐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인터뷰 때도 내내 곧은 자세로 앉아있던 그녀였다. 배아현 양도 옆에서 “미스코리아 대회 날도 윤정 양의 자세가 가장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강윤정 양은 원래 늘 꾸부정한 자세였다고 털어놓는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자세도 교정해야겠다 싶어서 많이 노력했어요. 서있을 때도 벽에 기대서 자세를 교정하곤 했어요.”
▲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학과 재학 중인 강윤정(21) 양. 여성미 물씬 나는 그녀는 독서와 발레를 즐겨 한다.
그래서인지 앉아있는 자세부터가 남다르다.
김수연 양도 미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학업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면서 끼니를 거를 때도 있었고, 생활 패턴도 바뀌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별 걱정이 없었는데, 이 대회를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되찾았다. 그래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있다.
미스코리아에 출전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큰 ‘도전’일 터. 이를 통해 김수연 양은 열심히 도전하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배아현 양은 ‘가능성’을 봤다. “미스코리아는 나에게 ‘나도 뭐든지 하면 할 수 있겠구나’라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어요.” 강윤정 양 역시 목표를 추구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얻었다. 미스코리아 당선이라는 타이틀을 내려 놓고 그냥 도전 그 자체를 즐겼다. ‘그래 내가 언제 이런 예쁜 옷을 입어 보겠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내면이 더 아름다운 미스코리아,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우리나라 최고의 미인 대회에 나간 세 명의 대학생. 그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강윤정 양은 얼굴만 예쁜 사람이 아니라, 매력적인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든 말하는 모습이든 매력이 있으면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어요.”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수연 양은 ‘자연의 미와 조화의 미’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녀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닮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며 “그래서인지 평소 해녀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해녀를 닮았다는 소리에 시선이 모조리 그녀의 얼굴로 집중됐다. 이내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배아현 양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에는 외적인 아름다움과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요. 외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주변인들의 눈을 즐겁게 해요. 내면의 아름다움도 마찬가지예요. 언행으로 즐거움을 주니 그것도 아름다움이죠.”
힘들면 포기하거나 주저앉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같은 대학생인데도 당선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그녀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배아현 양은 미스코리아 대회에 두 번, 세 번 출전하는 사람도 있다며 운을 뗐다. “처음에는 11등, 그 다음에는 7등, 결국에는 3등까지 해서 본선에 진출하는 사람도 있죠. 이렇게 차근차근 성장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기회는 한 번이 아니에요. 많이 있어요.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열심히 한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김수연 양이 이어 말했다. “일단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기회가 될 때 뭐든 해보면 생각하지 못한 행운이 찾아올 수 있잖아요?” 그녀도 이번에 미스코리아 대회 덕분에 중국에 갈 기회가 생겼다고 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뭐든 발을 디뎌보라는 그녀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있는 강윤정 양. 그녀는 평소 짜증을 많이 내는 편이라고 한다. “어느 날, 이모께서 문득 ‘인생은 원래 힘든 거야~’라고 툭 던지셨어요. 그 말이 크게 와 닿았어요. 그 후로 힘듦을 받아드리니까 되려 차분해지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 그걸 받아드리는 연습,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첫인상부터 남달랐던 그녀들. 배아현 양과 김수연 양은 장차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다. 강윤정 양은 마케팅, 패션 등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런 이들에게 미스코리아는 목표가 아닌 꿈을 이루는 한 과정일 뿐이다. 이 세 명의 미스코리아는 자신에게 집중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 진정한 미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내면이 더 아름다운 제주 미스코리아, 배아현, 김수연, 강윤정! 앞으로도 더 많은 도전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길 응원한다.
전통문화상품 무지개공예 바로가기=> www.buykoreangi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