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ㆍ주현ㆍ윤여정 등 연륜만큼 연기 탄탄
상반된 배역 동시에 맡아도 겹치기인상 안줘
연기자의 드라마 겹치기 출연은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된다.
한 배우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할 경우 시청자들의 혼란을 야기, 드라마 보는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SBS `흥부네 박터졌네`와 `천국의 계단`에서 선한 역과 악역을 오가는 김태희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이 ` 헷갈린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탄탄한 연기력으로 2편 이상 드라마에 동시 출연하면서 전혀 겹 치기 출연이란 인상을 주지 않는 중견 연기자들도 있다.
최근 주현(63) , 윤여정(57), 김영옥(67) 등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캐릭터로 등장,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주고 있다.
최근 KBS2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7년째 다른 여자와 살 림을 차리면서 자식들의 `공공의 적`이 된 김두칠 역의 주현. 자신에 게 쏟아지는 자식들의 질책을 모두 `곰팅이 같은` 부인 이영자(고두심 분) 탓으로 돌리는 괴팍한 성격의 아버지로 시청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지만, 연기력에 대해서만큼 시청자들은 만장일치 극찬이다.
현재 출연 중인 KBS2 일일 아침드라마 `나는 이혼하지 않는다`에서는 이와 차별적인 캐릭터를 보여 준다.
평생 다퉈온 부인과 황혼이혼 후 젊은 시 절 그를 짝사랑했던 강재순(김형자 분)과 늘그막 로맨스를 펼쳐가고 있 지만 미국에 기거하던 전처가 병이 들어 귀국하자 기꺼이 받아들이는, 품성이 너그러운 남자다.
윤여정은 평일이면 파출부에서, 주말이면 부잣집 마나님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김수현, 노희경 등 실력 있는 드라마 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윤여정은 KBS2 일일연속극 `백만송이 장미`에서 억척 어머니의 모습을, 주말드라마 `진주목걸이`에선 깐깐한 사모님의 모습을 능란하 게 소화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시청자는 없다.
칠순을 바라보는 탤런트 김영옥도 최근 팔색조 연기로 안방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KBS2 `진주목걸이`에서 가족 구성원을 따뜻하게 보 듬는 자상한 할머니로 나오는 김영옥은 KBS2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 다워`에서는 치매 노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치매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 러워 `꽃보다…` 게시판에는 `할머니가 너무 귀엽다`는 의견이 올라 오고 있다.
이 밖에 겹치기 출연으로 브라운관에 자주 노출되면서도 맛깔진 연기로 드라마마다 깊이를 더해 주는 중견 연기자들로는 임현식, 김해숙, 이순 재 등이 있다.
하지만 일부 배우들에 배역이 몰리는 현상은 그만큼 배우 층이 얇은 드라마 제작 현실의 방증으로 제작진의 고민이 배어 있는 점 이기도 하다.
권로미 기자(romi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