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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코쿠 캠프장 전경. 일본 캠퍼들이 단정하게 정리된 잔디밭에서 캠핑을 즐기고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지만, 두 나라는 사람들의 닮은 얼굴만큼이나 비슷한 점도 많다.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사는 모습도 유사하고, 먹는 음식이며 입는 옷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은 뭔가 극복하기 어려운 간극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다녀온 일본 오토캠핑 체험 행사를 통해서도 그런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오토캠퍼들의 일본 방문은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기념해 호상사(대표 김인호)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번 이벤트는 일본 스노피크사가 매달 개최하고 있는 ‘Snow Peak Way’ 행사 참관이 주목적으로, 일본의 캠핑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취재진과 진행스테프를 포함해 모두 43명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일본의 캠핑장비메이커 스노피크사가 주최하는 ‘스노피크 웨이’행사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월 1회씩 일본 전역을 돌며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호상사와 캠핑동호회 등이 열고 있는 정기캠핑과 유사한 행사다. 6월4일부터 5일까지 1박2일 동안 열린 6월 정기행사는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四國) 미마시(美馬市)의 ‘시코쿠 사부로의 시골(四國三郞の鄕)’ 캠프장에서 열렸다.
뱃길과 찻길 따라 일본 캠프장까지 20시간 걸려
일본 캠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2차 세계대전 종전의 계기가 됐던 원폭투하의 현장 히로시마로 이동해야 했다. 히로시마까지는 부산항에서 출발하는 선박을 이용했다. 덩치 큰 캠핑장비를 실은 개인 차량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카페리 이외에 대안은 없었다. 게다가 시코쿠로 연결되는 항공편도 마땅치 않았다.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배에서 숙박을 겸할 수 있어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6월4일 오후 부산항을 떠난 배는 다음날 오전 9시경, 장장 16시간이라는 긴 항해 끝에 히로시마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배에서 내린 일행은 스노피크사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차량 7대에 분승한 뒤 최종 목적지로 향했다.
히로시마에서 캠프장이 있는 시코쿠의 도쿠시마현으로 가려면 동쪽의 오카야마현을 경유해 들어간다. 여기서 혼슈(本州)와 시코쿠 섬을 잇는 세토대교(瀨戶大橋)라는 커다란 다리를 건너게 된다. 12.3km에 달하는 이 다리는 그 자체가 볼거리였다. 3개의 현수교, 2개의 사장교, 1개의 트러스교를 잇는 고가교로 구성된 엄청난 규모가 압권이었다. 철도와 차량이 동시에 다니는 다리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토대교를 건넌 일행들은 다시 1시간 가량 고속도로를 달려 목적지인 미마시에 도착했다. 도쿠시마현의 미마시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영월이나 정선쯤 되는 곳이었다. 도시의 규모도 자그마했고 논밭으로 둘러싸인 야트막한 건물이 우리의 여느 시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캠프장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한 일본 오토캠핑체험 행사 참석자들.
캠프장 외곽에 펜스를 설치한 것은 물론, 각각의 캠프사이트도 작은 벽돌로 경계를 표시해두어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캠프장 내에는 통나무집 10동을 비롯해, 오토캠핑 사이트 41개, 캠핑카 사이트 4개, 텐트 25동 수용 규모의 자유캠프장이 시설되어 있었다.
캠프장 입구의 관리사무소 건물에는 회의실과 목욕탕, 기념품 판매점, 자판기 등을 갖췄다. 이 건물 왼쪽에는 여러 팀이 동시에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바비큐하우스가 서 있고, 그 뒤로 통나무집들이 비스듬히 도열했다. 통나무집 앞에는 40여 개의 캠핑사이트가 중앙에 위치한 두 개의 화장실과 3개의 취사장을 둘러싸고 조성됐다. 각 사이트에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관리사무소 오른쪽 뒤편에는 넓은 자유캠프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 팀별로 음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 둔 바비큐하우스의 조리대.
고급스런 시설 갖춘 시코쿠 캠프장
일행이 캠프장에 도착했을 때는 6월 스노피크 웨이 행사가 한창 진행되는 중이었다. 사실 행사라야 캠핑장비 설명회와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우리와 별다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캠핑을 즐기는 일본 사람들의 행동은 뭔가 달랐다.
일본인 특유의 오밀조밀함이라고나 할까? 이들은 캠프를 꾸미고 생활하는 그 자체가 목적이고 즐거움인 듯해 보였다. 캠프장 밖으로 나가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나름대로 개발한 장비를 보여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며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행사에 참가자한 이들의 부류도 상당히 다양해 보였다. 젊은이들끼리 어울려 야유회 온 듯 팀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지긋한 부부끼리 온 팀도 있었다. 작년 가을 우리나라의 캠핑대회에 참가했던 사카씨 부부도 보였다. 그들은 안면이 있는 국내 캠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 잔디밭에서 캠핑중인 한국팀 일행.
다음날 오전 행사가 끝나고 일본 캠퍼들이 빠져나간 뒤에야 일행들은 캠프장에 진입했다. 스노피크사의 배려로 모든 참가팀에게 통나무집이 배정됐다. 이 덕분에 우리는 일본 캠프장의 모든 시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시코쿠 캠프장의 통나무집은 4~5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호텔이나 최고급 펜션 수준의 인테리어와 시설 또한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콘도와 다를 바 없는 시스템이지만, 훨씬 고급스럽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의 캠핑시설은 확실히 수준 높고 고급스러웠다. 이들과 비교하면 캠프장의 수와 질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동전이 없으면 샤워도 못하고, 밤 10시 이후에는 캠프장 내 통행도 제한하는 그들의 시스템은 좀 답답했다. 자유롭고 단정해 보이지만 숨이 막히는, 그리고 그런 룰을 너무도 잘 따르는 일본 사람들, 확실히 우리와 닮았지만 어딘가 다른 사람들이었다.
글 김기환 기자
사진 김승완 기자
일본의 오토캠프장
‘시코쿠 사부로의 시골’ 캠프장- 깔끔하고 편리한 시설 돋보여
일본에서도 시골이라 할 수 있는 시코쿠섬 도쿠시마현 미마시에 자리한 오토캠프장으로, 50여 팀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일본에서는 비교적 작은 규모에 속한다. 강변에 조성되어 있고 마을과 가깝다. 바비큐하우스와 통나무집, 오토캠프장, 자유캠프장 등 매우 훌륭한 시설을 갖췄다.
캠프장을 이용하려면 개인당 입장료(어른 800엔, 어린이 400엔)를 지불하고, 사이트 당 3,500엔의 이용료를 따로 낸다. 바비큐하우스 역시 테이블당 750엔(4시간 기준)을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고, 목욕탕 300엔, 온수샤워 100엔(5분) 등을 내야한다. 통나무집은 5인 기준 1박에 12,000엔. 텐트, 버너, 취사도구, 침구류 등도 이용료를 받고 빌려준다. 홈페이지 www.mimacamp.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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