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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도의 '문' 선착장
종교와 관련 된 여행지를 여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여행에서 얻는 감흥과는 다르다.
더불어 이번에 찾아가는 여행지 고대도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의 많은 섬 중 한 곳으로
이름도 낯선 작은 섬이며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섬 여행을 앞둔 설레임과 긴장감은 더했다.
하기에 고대도 여행을 위해 날씨와 배편, 섬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인 칼 귀출라프 선교사가
고대도에서 선교활동을 펼쳤던 장소와
여행지로는 알려지지 않은 고대도란 섬이 지닌 아름다운 전경들을 찾아보는 일정,
거기에 덧붙여 고대도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준비하는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님의 인터뷰까지,
섬 한곳을 두고 2박3일의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과정부터가 여늬 때와는 다른 세심함이 필요했다.
그리고 5월28일, 아직은 그 아름다움이 덜 알려진 섬,
개신교 선교 역사의 중요한 인물인 칼 귀출라프 선교사가 선교활동을 했던
고대도를 향한 낯선 여정을 시작했다.
@고대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는 곳. 대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3번 운항한다.
그러나 한곳 더 안면도의 연곡항에서도 고대도행 배를 탈 수 있다
고대도를 오가는 배편은 하루 세번.
그러나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전무하다는 정보는
천천히 섬을 둘러 보고 섬에서 하루를 숙박하는 일정은 불가하다는 판단으로
첫배로 들어가 막배로 나오는 당일안에 섬 전체를 돌기로 했다.
그러나 보령 대천항의 첫배를 타는 시간은 서울에서 출발해서는 불가해
고민 끝에 새벽 첫 배를 탈 수 있도록 전날 밤 보령에 도착,
보령여객선터미널 근처에서 밤을 보내고 오전 7시30분에 출항하는 신한훼리호에 승선했다.
나와 일행, 그리고 귀대 하는 군인 여나무명에
섬사람들이 대부분인 아침배 승선인원은 스물댓명 남짓,
넓은 객실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기에 민망할 정도의 인원이지만
신한훼리호는 개의치 않는듯 서서히 보령항을 뒤로 밀어내며 바다로 길을 잡는다.
@대천항 풍경- 바다에서 바라 봤을때 좌측과 우측. 우측에 대천해수욕장이 보인다.
@삽시도 장고도를 거쳐 고대도를 오가는 신한고속훼리
그렇게 단촐한 인원을 실은 신한훼리호가 하얀포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항을 벗어나 본격적인 바다로 들어서자
선잠 깬 갈매기들은 언제부터 따라 왔는지 뱃전을 기웃대다 보지만
먹이를 던져 줄 이들이 없는 아침배의 한적함을 눈치채곤
물결에 자맥질을 하며 먹이사냥을 한다.
하기사 부지런떨기라면 갈매기에 못지 않게 우리들 아닌가.
이 이른 시간에 배를 타고 낯선 섬으로 들어가는 여정을 치루니.
동병상련이 느껴지며 슬핏 웃음이 나왔다.
@보령시 관내에는 수 많은 무인도와 유인도가 있는데 바다에 동동 떠 있는 섬들이 뱃길 내내 함께 한다
여하튼 첫상면을 나눌 고대도에 대한 상념과 실내의 갑갑함도 벗어 날겸
후미 선상에서 찬 바닷바람에 연신 옷깃을 여미면서도
해무속 서해바다의 오밀조밀한 섬들이 자아내는 몽환적 풍경을 감상하며
이른 아침을 열어가는 바다의 삶들을 채집하는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인지 갈매기도 따라 오기를 포기한 바다엔
사위를 흔드는 요란한 배 엔진소리만이 너울댔고,
더욱 짙어지는 해무속을 헤엄치듯 넘나들며 가는 바닷길은 낯선 초행길,
고대도에 대한 신비감을 더욱 부추키듯 점점 섬들을 지워갔다.
@고대도 선착장에 닿기 직전, 이른 아침 대천항으로 나갈 주민들이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스쳐 지나는 배가 일으키는 부드러운 포말이 길어질 수록
선실은 아침잠의 여운을 털어내지 못한 승객들이
널직히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는 바람에 한적함을 더하는데
선실의 나른하고 느릇한 풍경은 아랑곳 없이
엔진 굉음을 높이며 달리던 배는 두번을 멈춘다.
바로 삽시도와 장고도인데 배가 한번 멈출때면
배에 탄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선실은 더욱 휑덩그레 비워졌다.
@고대도만의 독특한 전경이 되는 이 거대한 구조물은 어망을 걸어 놓는 곳이라고 했다.
물이 들고 날때마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져 독특하고 신기하다.
그리고 얼마 후, 이젠 몇사람 남지 않은 텅빈 선실에서 술렁거림이 일더니
사람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뱃머리로 나아갔고
1시간20분 바닷길을 헤쳐 온 신한훼리호는 이윽고 고대도에 닻을 내렸다.
바다와는 달리 맑고 투명한 아침햇살이 화사하게 내리는,
한눈에 쏘옥 들어오는 아담하고 고즈녁한 고대도와의 설레이는 첫만남이 시작되었다.
@고대도 선착장 풍경.
@한적하고 고요한 고대도의 아침 풍경. 이곳은 고대도 우측인데 차량으로 이동할 도로는 여기가 끝~
할머니 한분이 카메라를 걸고 나타난 첫배 손님(?)을 보더니
"무슨 일로 왔냐?고 살갑게 말을 걸어 주신다.
아마도 고대도를 찾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행색의
여자 둘이만 섬으로 들어선게 눈에 걸리셨던가 보다.
안그래도 어디서부터 취재를 시작을 해야 할지 막막하던 터라
"고대도 교회와 고대도의 볼거리, 먹거리를 취재하러 왔는데
도움을 주실 분이 없다"고 하소연을 했더니
포구에 있는 아저씨 한분을 가르키며
"여긴 식당이 없어서 밥 사먹을 곳은 없고,
저 사람이 가끔 손님들 식사를 맡아 주니 부탁을 해 보라" 일러 주신다.
할머니의 말씀에 냅다 아저씨께 달려가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니
"이장님에게 연락을 해 보라"며 이장님 연락처를 일러주곤
자전거를 타고선 총총이길을 여신다.
일단 이장님과 통화를 한 후 기다리는 동안 설렁설렁 마을을 둘러보기로 하고
고대도교회를 향해 골목길로 들어섰다.
@고대도의 좌측 전경. 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끝지점이다
@민박이 서너곳 운영중이지만 단체 손님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편의시설은 간단한 간식류를 판매하는 수퍼2곳.
식재료를 판매하는 곳이나 음식점은 전무하니 반드시 미리 준비해서 와야 한다.
고대도는 현재 60여가구만이 사는 단촐한 섬으로 논농사는 전무하며
밭농사 또한 텃밭 정도를 일구는 아주 작은 섬으로
섬의 주요 소득원은 어업과 공동 양식업이다.
그러나 고대도는 예로부터도 '부자섬'으로 알려졌고
현재도 다른 도서지역과 달리 고소득을 올리는 섬으로 유명하니
굳이 외지인의 출입이 활발하지 않은 섬에
외지인을 위한 숙소와 편의시설을 갖출 필요성이 없는데다
섬 주민들 대다수가 어업과 양식장 운영만으로도 풍족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
부수입 창출에 나서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고대도에서 만나는 섬주민들은 한결 같이 여유롭고 밝은 얼굴로
섬전체가 가족 같은 분위기다.
@통학길이 멀어 분교지만 폐교가 안된다고 한다. 현재는 두학년이 있어 교사도 두분이 파견되어 근무 한다
@섬은 전체적으로 소나무와 상록수가 많고 화초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만나는 화초들도 섬살이에 익숙한 꽃들
한적하고 고즈녁한 고대도 골목길을 산책하듯 돌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청룡분교와 마주했다.
학생수 3명의 초미니학교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배움의 즐거움이
섬에 활기가 되는 곳으로 고대도의 명물이다.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가 될까 발자국 소리를 재워 운동장을 가로질러서
바로 옆에 있는 고대도교회로 향했다.
@칼 귀츨라프 기념교회. 고대도교회 전경
우리나라 개신교 선교 역사의 한획을 긋는 명성을 지닌 고대도.
고대도에 선교의 씨앗을 심고자 바다를 건너왔던 칼 귀츨라프 선교사를 기념하는 고대도교회는
섬에서 가장 높은 신식건물이지만 그 소박함에 저절로 웃음이 머금어질만큼 아담한 규모다.
울타리 하나 없는 교회 뜨락엔 교회와 닮은 예쁘고 자그마한 화단이 있고
화단엔 함초롬한 꽃들이 화사한 아침 햇살아래 올망졸망 자리하고 있다.
@고대도 이장님은 정말 바쁘다. 하루종일 섬을 뛰어 다닌다. 저 파란색 파일을 들고서
"왜 미리 연락을 안하고 ..."
정적을 가르는 말소리를 좇아 뒤를 돌아보니
젊은 이장님이 씩씩하게 골목길을 달려 온다.
날씨가 여의치 않아 일정을 당겨 왔노라 양해를 구하며 다시 섬을 찾은 이유를 설명하자
이장님은 그자리에서 마을의 '고대도 문화해설사'를 모시겠노라 연락을 취한다.
그리고 잠시 후, 연세 지긋한 어르신 한분이 스쿠터를 타고 교회를 향해 달려 왔다.
@고대도 옛교회와 현재 교회의 전경. 옛교회도 보존하고 활용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본격적인 고대도 탐방을 나서기 전,
충남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왜 보령시의 작은 섬,
이름도 낯선 낙도인 고대도로 우리를 보냈는지 그 이유를
설기환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님과의 인터뷰로 정리를 했기에
고대도교회와 고대도가 품은 선교 역사의 현장을 둘러 보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내용을 먼저 옮긴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설기환원장님이 이번 고대도탐방의 결과를 일일이 체크 하면서
향후 고대도를 어떤 콘텐츠로 만들지 설명해 주셨다
"종교성지를 스토리텔링 해 특정 종교인들만이 찾는 곳이 아닌,
새로운 문화관광 자원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코자 합니다.
특히 충남은 지리적으로 중국을 통해 서양의 신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 온
역사의 현장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개신교쪽은 고대도를 비롯해 강경과 논산에도 각 종파의 초대 교회 터와 예배당,
그리고 카톨릭은 혜미읍성등 여러 순교지등이 있는데
이런 장소들은 역사적 가치는 물론이고 관광자원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곳으로
충청남도와 보령시, 그리고 다른 지자체와 협조해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다방면의 홍보를 통해 충남만의 테마가 있는 문화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하고자 합니다.
그 프로젝트의 첫번째가 보령시에서 추진하는 칼 귀츨라프 선교사와 고대도의 스토리텔링과
여러가지 콘텐츠 제작 사업으로 충남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설기환원장님의 말씀을 통해
고대도는 이제 보령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좋은 문화콘텐츠로
그리고 우리나라 개신교의 선교역사를 새로 쓸 중요한 종교성지로의 개발이 준비중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의 고대도 취재에 끝까지 아낌없는 지원과 도움을 주신 박석구어르신과 고대도 김기준이장님.
여하튼 뜻하지 않는 고대도 주민과 이장님의 지원으로
고대도의 주민문화해설사 박석구선생님과 이장님이 앞장을 선채
고대도교회를 시작해 칼 귀츨라프선교사와 관련 된 장소와
고대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돌아보는 본격적인 섬 탐방이 시작 되었다.
@교회 입구에 자리한 현판과 2층 전시실에 걸려 있는 설명문
@교회1층 입구와 내부 전경
고대도교회는 우리나라 첫 선교사인 칼 귀츨라프선교사 기념교회로
2005년에 헌당한 아담한 2층 건물인데 1층엔 소박하지만 정갈한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2층엔 전시실과 친교실등이 마련되어 있다.
귀츨라프 전시실에는 사본이지만 몇가지 사료와 함께
귀츨라프 선교사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교인은 10명이지만 이땅의 기독교 선교 역사가 시작 된 큰 의미가 깃든 곳이다.
@2층 실내 전시관. 소박하고 전시물도 아직은 미약해 보강이 필요하다
@교회를 장식하고 있는 꽃과 화분
간단히 둘러 보고 내려 오니 출타중인 목사님을 대신해 사모님이 반겨 주셨다.
바로 학교 정문과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사택에서
자녀들과 함께 고대교회를 지키며 섬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사모님의 모습이
고대교회 뜰에 핀 들꽃처럼 화사하다.
여유롭게 사모님과 고대도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다음 뱃시간까지는 섬 탐방을 할 시간이 충분타 해도
그것은 단순한 수치일 뿐이다.
섬을 나갈 시간은 정해져 있고,
아무리 작은 고대도라 해도 섬에서의 이동 수단이 도보 이외는 없으니
지체 되는 시간과 예상보다 늘어질 수 밖에 없는 일정을 감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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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도교회 목사님댁 가족. 사모님과 예쁜 아이들이 고대도교회 지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섬 주민들의 시선이 아닌,
고대도를 찾아 온 방문자나 여행자의 눈으로 알고 싶고 궁금한 곳들을 다 돌아야 하며
얼마나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카메라에 시간을 할애할지 알 수 없으니
겨우 출발선에 있는 마을 탐방 여정에 지체할 수가 없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 교회문을 나섰다.
조급한 마음으로 이장님께 어서 귀츨라프선교사의 배가 머물렀다는 해변으로 가자고 재촉을 하였다.
@당산 당나무 사이로 보이는 고대도 마을 전경
해변으로 가는 길은 조붓한 고갯길을 넘어야 한다.
길섶의 한들거리는 꽃송이들과 아직은 봄빛이 다 가둬지지 않은
여린 초록잎새를 단 나무들 사이를 얼마 걷다보니 금새 고갯마루다.
@왼쪽으로 난 길로 가면 당산이고 오른쪽 길로 가면 귀츨라프 선교사의 배가 머물렀다는 해변이다
고갯마루에서 정면의 내리막길로 내려서면
칼귀츨라프선교사가 조선 순조때 로드암허스트호로 통상청원서를 가지고
고대도에 닻을 내린 해변이 나오고,
왼쪽 언덕으로 오르면 당산이다.
@귀츨라프선교사가 전해준 감자를 심었다고 전해진다는 장소엔 지금은 무성한 잡초만 자라고 있다.
두분이 야생 돼지감자를 직접 캐내곤 효능까지 설명해 주시는 열의~
먼저 당산쪽으로 올라가 귀츨라프선교사가 전해준
감자씨와 감자재배법으로 감자밭을 일궜다는 장소를 보기로 했다.
무성한 풀숲 사이에 이젠 야생으로 드문드문 무리지어 있는
돼지감자를 어르신이 직접 캐서 보여 주는데,
귀츨라프선교사가 전해 준 감자가 서양감자인지 돼지감자인지 의견이 분분해
좀더 정확한 조사와 확인이 필요하단다.
어찌 되었건 귀츨라프선교사가 재조명 되고 고대도가 개발이 된다면
감자밭도 활성화 시킬 계획이라고 이장님과 어르신이 한목소리로 답한다.
@외연도의 당제와는 확연히 다른 당집 자리. 이곳은 이름처럼 여자가 주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있던 이야기를 들려 주셨는데
바로 칼 귀츨라프선교사와 당산에 관련된 이야기기다.
귀츨라프선교사가 고대도에 들어 오게 된 동기가 바로 당산의 당집을 절로 알곤
"저 섬에는 선교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어
당집이 바라 보이는 해변에 배를 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하였다.
섬을 지켰던 토속신앙의 장소 당집이 벽안의 선교사 시선엔 최적의 선교지로 보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집은 몇해전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은 터와 비석만이 고대도 당집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또하나 당제에 대한 이야기로 외연도와 마찬가지로 재물은 소 이지만 내용은 다르다.
당제를 치루기 전날 마을에 있는 샘에서 소의 고삐를 풀고 목욕을 시켜 놓으면
소가 제 혼자 지금 보이는 당나무 앞으로 걸어가 서 있는다는 설화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단다.
종교와 무관하게 마을의 토속, 전통 문화로써 복원되고 보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봤다.
@이장님이 우스개 소리로 '아담과 이브의 해변'이라는 별칭을 붙였다는 해안.
지금껏 보아 온 해수욕장중 가장 작고 안온한 해변이다
당산에서 내려와 귀츨라프 선교사가 타고 온 로드암허스트호가 정박 했었다는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하늘 높이 쭉쭉 뻗은 해송들이 가리막처럼 서 있다.
해송들 사이로 맑은 바닷물빛과 안온하기 그지없는 해변 풍경에 일행과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해변으로 내려서는 길은 워낙 경사가 심해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서지만 연신 미끄러지기 일쑤,
그럼에도 아름다운 해변으로 내달리는 마음은 여전히 급하다.
@작고 안온한 분위기에 곱고 부드러운 모래와 투명한 바닷물, 감탄이 절로 터졌다
고운 모래사장, 맑은 바닷물, 잔잔한 물결에 반짝거리는 햇살...
아름답기 그지없는 해변은 일행과 나 둘 만으로도 꽉 채운듯 작고 아담하고 앙증맞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해변을 눈앞에 두고 귀츨라프선교사는 해변엔 발을 대지 못하곤
오가는 고대도 주민들과 소통하다 돌아서야만 했다.
@이 해변가에 정박 했던 칼 귀츨라프 선교사가 전해 준 물품들- 고대도 교회에 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그렇게 귀츨라프선교사는 섬에는 들어오지 못했지만
해안 가까이에 정박한 로드암허스트호에 머물며 고대도 주민들과 교류를 했고,
여러가지 서양의 물품과 기독교 관련 서적을 주민들에게 전해주고 떠났는데
그는 조선 선교를 목적으로 한문으로 된 성경책을 지참해서 방한 하였으며,
고대도 주민들에게 감자씨와 재배법을 알려 주었고
한문으로 된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 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포도주와 포도즙 제작법도 전파 해 주었다니
고대도에 머문 짧은 시간에 비해 참으로 많은 활동을 했슴을 알 수 있었다.
@눈 앞에 빤히 보이는 장고도.
그리고 이 바다에 머물다 돌아간 벽안의 선교사가 뿌린 선교의 역사가 이제 다시 빛을 보게 된다
이렇게 고대도 교회와 당산아래 감자밭과 해안까지
칼 귀츨라프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 도는 첫번째 일정은 일단 마무리 되었다.
나머지 더 깊고 주요한 이야기들은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 다시 채집을 하기로 하고 목사님 사택으로 가 시원한 얼음냉수로
고대도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고대로로 귀항한 어선들이 내린 그물을 길에서 손질하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이장님이 나타나셨다.
"아니, 아직 갈 곳이 많은데 여기서 이렇게 계심 어떻게 합니까?"
이장님의 열정은 익히 짐작 했지만
햇살이 제대로 쨍한 이때 어디를 가자는 말씀이냐며 샐쭉해져 대꾸를 했더니
고대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봐야 한단다.
@삶과 유리 된 바다는 심심하다. 섬에 활기가 넘치는 장면도 감동이었고
모두가 가족처럼 친밀함이 느껴지며 풍요로운 섬의 인심을 말해주었다.
이장님께 붙들려 이번에는 포구를 중심으로 반대편인 좌측의 탐방로 향했다.
울긋불긋, 길을 덮은 그물이 펼쳐져 있고
그물사이에 있는 먹잇감을 찾아 든 갈매기떼가
불청객들의 방해가 못마땅한듯 부산스레 날개짓을 해대다 소리까지 낸다.
이장님은 그물 손질에 바쁜 주민들을 일행과 내게 일일이 소개 시키고 인사를 하느라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더니 탐방로에 들어서서도 고대도 자랑에 여념이 없다.
@섬의 좌측 일부만 연결 된 산책로다. 개인적으론 목책보다 편리하단 생각.
그렇게 한낮의 뙤약볕을 이고 걷고 걷는 사이 섬주변을 휘도는 탐방로는 끝이나고
그때부터는 갯바위들로 이어진 해변이다.
저만치 우뚝 솟아 오른 바위 아래서 낚시대를 드리운 태공의 여유가 부럽기만 한데,
"바로 저 바위만 넘으면 황금소나무가 있어요.
황금소나무는 우리나라에 딱 세그루 밖에 없는데 그중 한그루가 바로 고대도에 있으니 어서 갑시다!"
도무지 쉴틈을 안주는 이장님은 끝끝내 황금소나무 앞으로 우리를 데리고 갈 요량이다.
@산책로에서 바라보이는 전경. 산책로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물이 들고나는 자연의 바닷길을 걷는다.
물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미끄러운 갯바위들을 넘나드는 길은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중심을 잡기가 더없이 곤혹스럽기만 하건만
이장님은 개의치 않으니 어쩌겠는가.
엉거주춤, 손으로 바위를 짚어가며 결국 황금소나무를 먼발치에서나마 보게 되었다.
그제서야 이장님은 빙그레 웃으며 임무완료를 선언하고 '상'을 내렸다.
"자 이제 점심 먹어야죠? 우리 형님이 집에다 점심 준비 했다니 어서 갑시다~"
@바다위에 우뚝 선 바위와 산에 있는 황금소나무
고대도의 풍경들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인공의 기술이 닿지 않아 소박하고 투박한 자연 그대로기에
눈이 휘둥그레질 황홀경이거나 접근성이 좋지는 않지만
들물과 날물때마다 섬의 변화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역동성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바다사람들의 진솔한 삶과
여전히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 매력이다.
@돈으로도 못 사는 밥상. 고대도 이장님의 형님이 손수 차려 주신 밥상이다. 지금도 그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이장님의 형님, 즉 고대도에서 처음으로 도움을 청했던 아저씨가 차려 주신 고대도의 밥상을 보며
'진수성찬'의 의미를 실감 했다.
밥그릇이 넘치도록 담아 주신 밥을 싹싹 비우고도
호박과 고대도의 양식장에서 거둔 바지락으로 끓여 낸 된장국에 계속 숟가락이 들락거리고,
올해는 쭈꾸미가 이제서야 알이 찼다고 아쉬워 하며 접시 가득 내 주신 쭈꾸미 숙회는
어찌나 부드럽고 고소하던지 한마리도 남기지 않았다.
@고대도 사람들도 회를 사서 먹는다고 한다.
바다에서 수확한 횟감은 그대로 대천항으로 가기에 횟집조차 없단다.
그런데 귀한 쭈꾸미를 맛 볼 기회를 주셨다.
쭈꾸미가 이토록 부드러운 식감을 지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했던 숙회. 침 꼴깍~
결국 밥상 전체를 말끔히 정리하고서야 과식을 했다는 사실을 실감했고,
그렇게 든든하고 맛난 고대도의 밥상으로 인해 섬을 벗어난 아주 늦은 시간까지도
배는 든든했고 마음은 한량없이 푸근했다.
이 시간, 다시 생각해도 침이 고이는 고대도 밥상은
정성으로 맛을 내고 인심으로 간을 맞춘 최고의 밥상이었다.
@1층 창문 보이는 곳이 매표소다. 어르신께 밉상 보이면 표를 안끊어주신다고 ... 하하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듯 오후2시.
오전 9시에 섬에 들어 와 5시간을 섬을 돌았던 고대도 여정을 마칠 시간이 되었다.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고대도 주민들의 공동 어장인 바지락양식장과 해삼양식장은
꼭 다음에 다른 파워블로거들과 찾아 와 보겠노라 이장님과 약속줄을 걸고
대천항으로 갈 배표를 사러 고대도여객선매표소로 갔다.
@고대도는 첫 느낌부터 다르더니 끝내 돌아설때까지 그 모습을 지켰다.
아마 귀츨라프 선교사도 이런 고대도의 모습에 마음이 이끌렸던건 아닐까?
이장님댁 바로 앞집인 고대도역객선매표소로 들어가서 구성진 유행가 가락이 흘러나오는 창구에다
"대천 두장 주세요~" 란 말을 하다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매표를 하는 분이 바로 고대도 마을 문화해설사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안내를 맡아 주시던 박석구 어르신이었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매표소 일과 문화해설사에 고대도 주민이면 다 하는 모든 일까지 하신단다.
고대도의 길라잡이를 하신 어르신께 감사하다는 짧은 인사와 함께 다시 고대도를 찾겠다는 다짐을 하고
매표소를 나서니 바다 저 멀리에서 물살을 가르며 달려오는 신한훼리호가 보인다.
2시 30분, 고대도에서 대천항으로 나가는 딱 두사람인 우리를 위해.
@물길이 열리면 달라지는 섬 풍경. 며칠 후 다시 방문을 하기로 할만큼 진한 여운을 지닌 섬 고대도.
그리고 잠시 후 또다시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려대며 배가 슬슬 고대도에서 뒷걸음을 치기 시작한다.
나는 아침에 고대도로 향할때와 마찬가지로 뱃전에 기댄채
멀어지는 고대도와 아쉽고도 진한 작별을 나누며 마지막 고대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채우는데
우리들을 안내하느라 행정선을 놓치고 뒤늦게 동승한 이장님이 일행과 내게 음료수를 쥐어 주신다.
"우리 고대도 많이 알려 주세요!" 라며 끝까지 고대도 당부를 잊지 않더니 한마디 꼭 덧붙여 달라고 한다.
"고대도에 가거든 모든 것은 이장에게 물어봐라. 고대도의 해결사 김기준 이장!"
@갈매기의 배웅으로 매혹적인 섬 고대도와 작별을 했다. 그러나 곧 다시 만날 고대도.
이장님의 끈질긴 고대도 홍보가 자꾸 웃음 짓게 하는 사이
작고 작은 섬 고대도는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짧았지만 진한 여운과 감흥을 안겨 준 청정의 섬 고대도여 안녕~!
고대도 이장 김기준 010-3800-8697
고대도는 단체숙박을 위한 대형 민박들만 몇곳이 있다.
그래서 숙박비가 일반적인 비용보다 비싸다.
먹거리와 기타 필요불품도 반드시 미리 챙겨 섬에 들어가야 한다.
(*)캠핑을 위한 별도의 장소를 고대도에서 준비하고 있으니 이장님께 연락을 취한 후 안내를 받아야 한다.
납부하는 비용은 주민들이 캠핑장 관리와 시설과 보수, 확충등에 사용한다.
가는 길
보령까지 고속도로를 이용, 보령에서는 대천항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수시로 있다.
출발전 반드시 기상 확인을 하고 배의 출항여부, 출항 시간 체크.
(출항 시간은 물때에 따라 달라지니 꼭 확인해야 한다)
고대도행 여객선은 대천항과 안면도 영목항에서 출발하지만 대천항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차량은 배에 싣고 갈 수 있지만 고대도는 차량이 절대 필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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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년 쯤엔 꼭 가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