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경찰력 낭비 요인 ‘잘못된 음주 문화’ 이대로 좋은가?
― ‘선비문화 실종 현장’을 걱정한다
※ 관련 글 / 바로 보기:
【윤승원 에세이】 경찰력 낭비 요인 ‘잘못된 .. : 네이버블로그
==============
【윤승원 에세이】
경찰력 낭비 요인 ‘잘못된 음주 문화’ 이대로 좋은가?
― ‘선비문화 실종 현장’을 걱정한다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
일선 경찰관들이 직무 현장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주취자를 상대하는 일’이다. 주취자(酒醉者)라는 말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경찰이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직무상 용어다.
‘(술)주정꾼’이라고 하면 어감이 좀 가볍다.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하지만 ‘주취자’ 개념은 다르다. 적용 범위도 넓다.
형사사건 요인이 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찰을 괴롭히는 반갑지 않은 민원인의 대명사다.
주취자로 인한 치안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정꾼 행패 치다꺼리로 밤샘하는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들은 ‘파김치’가 된다.
과거 유흥주점 밀접 지역에서 근무했다. ‘선비 유(儒)’자가 들어 있는 관내 지역의 대학가 인근 파출소는 더욱 심각했다.
심야에 인사불성 젊은 주취자들로 인해 경찰관들은 다른 업무를 하지 못할 지경으로 녹초가 됐다. 긴급 출동에도 지장을 초래했다.
파출소 바닥에 쏟아놓은 구역질 나는 토사물을 물걸레로 닦아내야 하는 일은 예사였다. 공연히 경찰관 멱살을 잡고, 심지어 정강이를 걷어차는 난동꾼 주정뱅이도 있었다.
당시 충청지역 일간지 中都日報 원고 청탁으로 ‘문화 초대석’ 칼럼을 고정 집필하고 있었다. 심신이 고단한 일선 경찰관이 일간지에 매주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호소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 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평온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심야에 ‘잘못된 음주 문화’로 벌어지는 일선 지구대 파출소 풍경을 한 번이라도 목격한 시민들은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경찰관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안타깝게 바라본다.
당시 감정을 다독이면서 쓴 칼럼 한 토막을 이 시대에 다시 소환한다.
뉴스를 보면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에 색바랜 종이신문 칼럼을 꺼내어 세상 사람들과 공유한다.
신문 발행 날짜를 보니, 공교롭게도 오늘(11월 19일)이다. 바로 이맘때 밤샘 근무를 하고 귀가하여 감겨오는 눈을 비벼가면서 쓴 글이다. ♣
2024. 11. 19. 필자 윤승원
|
▲ 파출소 경찰관 앞에서 주취자 행패 난동(그림 = 인공지능 챗GPT)
♧ ♧ ♧
中都日報 『문화 초대석』 2002.11.19.
‘선비문화’ 실종 현장
윤승원 수필가, 대전 북부경찰서 정보과
딸자식을 둔 아버지는 술집에 가더라도 아가씨 손목을 함부로 잡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리 객기가 발동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기본 양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딸자식을 둔 아버지뿐 아니다. 이 사회의 건강성을 바라는 어른이라면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칫 체통을 벗어나는 일이 되지 않을까 매사 조심하고 자제한다.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말한다. 술 마시는데 그런 것 저런 것 가리면 무슨 맛이냐고.
고주망태가 되어 돈 버리고, 몸 망가지고, 추태를 부리다가 결국 경찰관서를 종착역으로 아는 이들의 입에서는 그런 말이 쉽게 나온다.
경찰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국민의 수준 높은 매너나 자랑스러운 면보다는 안타깝게도 수치스러운 면을 더 많이 보고 산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잘못된 ‘음주 문화’다.
식당에 가면 우선 식사하기 전에 반주로 한잔하고, 이어서 밥 먹고, 또 후식이라 하여 무언가 먹고, 그렇게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고 2차, 3차 소매를 끄는 게 소위 주당들의 모습이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다.
객기와 낭만을 혼동할 때는 이미 온전한 정신이 아니다. 정담(情談)은 온데간데없고 화통 삶아 먹은 고성이 오간다.
자연히 다툼이 생긴다. 멱살과 주먹질로 발전하기도 한다. 결말은 당연히 경찰의 몫이 된다. 사람 사는 곳에 어찌 다툼이 없기를 바라랴. 이런저런 말썽이 없기를 바라랴.
하지만 이들이 하루 저녁 객기로 소비하는 돈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늘에서 공돈이 떨어지지 않는 한 서민들로서는 참으로 아까운 돈이다.
엊그제 동네 이발소 주인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하루 열 명의 머리를 깎기가 어렵다고 한다. 요즘은 아이들도 ‘미장원 머리’를 선호하여 고객이 더욱 줄었다고 한다. 온종일 허리 통증을 느끼며 일한 돈이 얼만데, 하루 저녁 술값으로 날리느냐는 것이다.
또 신발 가게를 하는 친구의 이야기도 들어볼 만하다. ‘운동화 한 켤레 팔아 남는 돈이 얼마인데’ 하는 생각에 이르면 어울려 술 한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쯤 이르면, 술이란 음식을 얼마나 귀하게, 그리고 멋있게 마셔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술이 원인이 되어 경찰관서를 찾는 이들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까?
가뜩이나 심신이 고달픈 일선 경찰의 힘을 매일 밤 소진하는 ‘고약한 술버릇’들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술로 인해 우리 사회가 헛되게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 크다. 멋을 아는 음주 문화, 적절히 마시면 보약이 되는 음주 문화를 위해 청소년 시절부터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들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한 잔 술에 따뜻한 정 나누며 시문(詩文)도 즐겨 짓던 옛 어른들의 ‘선비문화’를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와 사회교육에서도 진지하게 일깨웠으면 한다. ■
--- 中都日報 2002.11.19. 문화 초대석 - 윤승원 칼럼
♧ ♧ ♧
♣ 원로 역사학자가 보내준 격려와 응원의 글(2024.11.21.)
◆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술은 인간의 정신을 혼탁하게 만들고, 움츠린 감정을 폭발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술은 반주 정도면 좋겠지만 술이 술을 불러 과도하게 마시면 온갖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인간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 중 5번째가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1은 불살생(不殺生), 2. 불투도(不偸盜 : 도둑질), 3. 불사음(不邪婬 : 음행) 4.불망어(不妄語 : 거짓말) 5. 불음주(不飮酒)입니다.
그런데 다섯 번째의 계율을 어기면 앞의 4가지 계율을 모두 범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가 살인을 하는 행위도 있고, 술을 안 마셨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예를 큰 사건에서 자주 보게 됩니다.
큰 사건만이 아니라 소소한 일이 밤에 많이 일어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고 다반사일 것입니다. 술에 취한 사람이 비록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술에서 깨면 왜 그런 말을 했는가 하고 자책하는 예도 있습니다.
이는 술이 정신을 혼탁하게 만들어 절제의 브레이크를 풀어 놓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의 지나친 폭주(暴酒)는 자신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음주운전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요즘은 차를 몰고 다니는 젊은 분들이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런 ‘음주 문화’의 절제는 윤승원 님과 같은 분들이 좋은 글을 올려주니 앞으로 음주자에게 많은 경각심을 일으킬 것으로 믿습니다.
이에 매일 밤 시달리는 경찰관들에게 그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서 “당신들 때문에 우리는 편안한 잠을 잡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찰관님들 힘내세요. 적극적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답글 : 필자 윤승원
존경하는 정구복 교수님 귀한 가르침과 따뜻한 격려 말씀을 읽으면서 감동합니다.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특히 일선 경찰의 고충을 자상하게 파악하시고 격려 응원해 주시는 말씀이 소중하여 경찰 가족과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첫댓글 네이버 카페에서
오스톤님 댓글2
페이스북에서
역사학자 정구복 교수님 댓글
이덕용 목사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