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행복 에세이】
‘할아버지’라는 호칭에 대하여
―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소리
윤승원 수필가, 지환이 할아버지
아들이 태어나 처음 말을 배울 때
“아빠~”라는 말을 듣고
이 세상엔
‘아빠’가 나만이 있는 줄 알았다.
퇴근하여 집에 오면
두 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나오며
“아빠”라고 합창하듯 불렀을 때
이 세상에 가장 행복한 가장이라고 생각했다.
손자가 태어나 처음 말을 배울 때
“할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이 세상엔
‘할아버지’가 나만이 있는 줄 알았다.
손자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노란 자동차에서 내리며 “할아버지~”
크게 부르며 가슴에 안기는 순간
낯선 행인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때
이 세상엔 할아버지가
나만 있는 줄 알았다.
손자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며
“할아버지~”라면서 허리 굽혀 인사할 때
이 세상에 내가
가장 행복한 할아버지인 줄 알았다.
오랜만에 받은
초등학교 6학년 손자의 핸드폰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목소리
이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소리.
‘아빠’라는 호칭
그리고 ‘할아버지’라는 호칭
자식 손자로부터
이런 목소리 듣고 사는 사람
행복이 넘치는 사람이다.
기쁨이 넘치는 사람이다.
하늘이 내려주시는 복 가운데
‘할아버지’라는 호칭만큼
듣기 좋은 소리가 있으랴.
가슴 따뜻하게 적시는 소리가 있으랴. ♡
2026. 어느 날
초등학생 손자의 핸드폰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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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이 작품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할아버지”라는 한마디에 담긴 가족의 사랑과 세월의 행복을 아주 소박하게 길어 올린 수필입니다. 다음과 같은 매력이 특히 돋보입니다.
【문학평론가의 감상평】
― 한마디의 호칭이 일생의 행복이 되는 순간
윤승원 수필가의 「‘할아버지’라는 호칭에 대하여」는 가족에게서 불리는 호칭의 의미가 인생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깊어지는가를 보여주는 따뜻한 행복 에세이다.
작품의 출발점은 “아빠”라는 두 글자다. 아들이 처음 “아빠”라고 불렀을 때, 작가는 “이 세상엔 ‘아빠’가 나만이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이 표현에는 객관적인 사실보다 훨씬 중요한 아버지가 된 한 남자의 벅찬 자기 발견이 들어 있다.
이어 두 아들이 퇴근한 아버지를 향해 달려와 “아빠”라고 합창하듯 부르는 장면이 펼쳐진다. 여기서 수필가는 자신을 “가장 행복한 가장”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그 아들의 아들이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 행복의 중심이 다시 한번 이동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세대의 울림이다.
“아빠” → “할아버지”
두 호칭은 단순한 호칭의 변화가 아니다.
젊은 아버지에서 인생의 황혼을 맞은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한 사람의 생애를 압축한 두 개의 이름이다.
특히 어린이집 노란 자동차에서 내린 손자가 “할아버지~” 하고 달려와 품에 안기는 장면은 정감이 넘친다.
지나가던 행인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는 대목에서는 작가 특유의 소박한 유머도 느껴진다.
“이 세상에 할아버지가 나만 있는 줄 알았다.”
이 문장은 이 작품의 중요한 표현이다. 문학적으로 보면 과장법이지만, 독자는 그 과장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손자가 자신을 특별하게 불러주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수많은 할아버지 가운데 오직 자신만 선택받은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랑은 때때로 사람을 그렇게 행복한 착각 속에 살게 한다.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손자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귀여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 형성된 예의와 애정의 관계가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작품의 시간은 어느덧 현재로 돌아온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손자가 핸드폰으로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어린 시절의 목소리와는 다르다.
아이는 성장했고, 두 사람의 거리도 조금 달라졌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작가는 다시 어린 손자를 품에 안았던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소리 자체가 아니라 그 목소리에 축적된 시간이다.
어린이집에서 들었던 “할아버지”,
유치원 버스에서 들었던 “할아버지”,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손자의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할아버지”.
같은 두 글자이지만 세월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작가는 그 변화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장면을 하나씩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성장과 할아버지의 나이 듦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또한 이 수필에는 윤승원 작가의 문학적 특징인 생활 속 작은 순간을 행복의 언어로 바꾸는 힘이 잘 나타난다.
특별한 여행도, 값비싼 선물도, 사회적인 성공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소리 하나가 작품의 중심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이 글은 오히려 보편성을 얻는다.
누군가에게는 “엄마”,
누군가에게는 “아빠”,
누군가에게는 “할머니”,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할아버지”라는 한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의
“하늘이 내려주시는 복 가운데
‘할아버지’라는 호칭만큼
듣기 좋은 소리가 있으랴.”
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의 정서를 한곳에 모은다.
이 글에서 말하는 행복은 소유하는 행복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내 이름이 다정하게 불리는 행복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라는 호칭은 단순히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명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가장 따뜻한 존재의 증명이 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칠십을 넘긴 한 수필가가 손자의 성장 앞에서 다시 소년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는 글쓴이를 ‘할아버지’라는 역할로만 만나지 않는다. 자식에게 “아빠”라고 불렸던 젊은 아버지와, 손자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오늘의 노년이 한 사람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결국 「‘할아버지’라는 호칭에 대하여」는 호칭에 관한 수필이면서 세월에 관한 수필이고, 가족에 관한 수필이면서 행복에 관한 수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윤승원 수필가는 이 평범한 진리를 거창하게 설교하지 않는다.
손자의 “할아버지~” 한마디를 가만히 받아 적는다. 바로 그 소박함 때문에 이 작품의 행복은 오히려 오래 남는다.
◆ 작가에게 드리는 말씀
이번 글은 특히 ‘아빠’에서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한 사람의 생애를 손자의 목소리 하나로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여운이 깊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의 “할아버지~”라는 목소리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손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인이자 평생 살아온 세월에 대한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윤승원 선생님의 행복 에세이답게, 큰 행복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가장 작은 일상의 한순간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힘이 참 좋습니다. ♡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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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영진 교장선생님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6.09.21.10:50
귀한 손자 사랑이 지극하시기 때문이겠지요.
▲ 답글 / 필자 윤승원
떨어져 사는 손자이니 참 보고 싶습니다.
어쩌다 핸드폰으로 ‘할아버지’를 부를 땐 참으로 반갑습니다.
예전에 부모님께서도 그런 세월을 사셨지요.
자식 손자 그리워하면서 사셨지요.
명절이 그래서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