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녔던 대학교 정문 앞에는 “계단집”이라는 주점이 있었습니다.
놀이터 방향으로 가는 그 앞길이 경사여서 몇 개의 계단이 가게와 이어주고
있어 붙인 이름이었어요. 물론 그 시절 많은 학생들에게는 값싼 막걸리가
단골메뉴였던 것은 당연했는데 그때만 해도 쌀막걸리가 나오지 않았던 때라
먹고 난 다음날 아침에는 머리가 매우 아팠지요. 개강파티, 입대자 환송회...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모였고 그날은 너도 나도 모두 허물어졌답니다.
이랬던 곳이 지금은 클럽문화의 메카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죠?
군대생활을 포천 일동에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동은 막걸리로 유명한데
교육사단인 덕분에 훈련 전후 그리고 역시 이런 저런 기념일에는 어김없이
막걸리트럭(호스가 달린 물차 아시죠?)이 부대로 들어왔고 소대마다 물 깃는
양동이를 두 개씩 들고 본부 앞에 줄을 서서 굵은 호스로 쏴주는 막걸리를
받았지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포천막걸리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포천시
구읍에 있는 포천양조장표가 최고였다는 것. 그 이후에는 텁텁하지 않아
깔끔한 맛이 느껴졌던 서울막걸리 장수막걸리를 가끔 먹었지요.
전주에 막걸리골목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2007년 가을, 백양사여행에서도
이 막걸리골목이 잠깐 화제에 올랐었지요. 결국 그해 가을과 겨울 두 달에 걸쳐
완주의 비봉통나무집 마감작업을 하는 동안 집주인의 안내로 여기 전주 서신동
막걸리골목의 “주전자막걸리”집을 서너 번 찾았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대로 두 주전자를 시키면 자동으로 따라 나오는 안주들입니다.
한주전자는 막걸리 세통을 부은 분량이고 값은 만원, 예상한대로 안주 값은
따로 받지 않으며 주전자를 추가할 때마다 홍어 산낙지 대하 꽃게 등의 안주가
따라 나옵니다. 저는 막걸리를 흔들지 않고 윗부분의 맑은 부분만 모아 부운
“맑은술”을 먹는데 년 말에 갔을 때는 첫 주전자만 2천원을 더 받더군요.
서울에도 종로 뒷골목에 “피맛골”이 있지요. 한번 밖에 가 본 적이 없어
전주 막걸리골목과 비교분석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말 그대로 박리다매원칙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장사로 보입니다. 이 골목에 올 때 마다 유쾌했고
그때마다 이렇게 해도 장사가 되는 걸까 하는 미안한 마음에 걱정이 따랐지만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이야말로 순도 100% 거짓말이라니 우리는 그저
마음껏 즐기고 미안한마음만큼 넉넉히 먹어주는 예의를 발휘하면 그만이겠죠?
전주의 막걸리골목은 여기 서신동 말고도 더 아래 남쪽 삼천동에도 있다는데
모험정신이 빈약한 저는 그래도 익숙한 서신동골목, 그중에서도 맑은술과
안경 낀 이모가 반기는 “주전자막걸리”집만 갑니다. 다음에는 삼천동에도
가보고 후기를 올릴께요. 지도 참고하시고 기회가 되면 가 보세요.
첫댓글 역시..대단하십니다^^,물론 전주의 막걸리는 님의 대학시절때 그 훨씬 이전부터 유명했지요.지금은 아주 특화(?)되어서 市에서 권장 내지는 지원해줄정도로 육성(?)되고있슴다.삼천동 막걸리 골목..제가 사는 동네랍니다^^.전주 여늬 집을 가시거나 저 정도는 기본이지요.물론 집집마다 개발된 스페~샬이 있습니다만...
다음에는 삼천동 골목에 들렀다가 남부시장의 "현대옥"으로 바로 가야겠네요. ㅎㅎㅎ
막걸리 무지하게 좋아하는데...침넘어갑니다...꼭한번 가보고싶군요..ㅎㅎ
여기 있는 사람들 전주사람들 못지 한게 현대옥 집도 알고 계시네요. 전주 그래도 아직은 훈훈한 인심이 살아있는 몇 안되는 고장이지요.
왜들 이러십니까.....그 게시판 문 닫았다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