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블레이드 편.^^
오늘을 시작으로 몇 편 동안은 우선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어찌 보면 이미 국민 라켓 반열에 오른 버터플라이 누구누구 시리즈를 돌아볼까 합니다.
그 중 오늘 먼저 살펴볼 아이는 히노키카본의 대명사 <프리모라츠카본>입니다.
1980년에 첫 출시된 히노키카본 블레이드 게르겔리를 쓰던 크로아티아의 프리모라츠(프리모라치)선수가 자신의 이름과 취향을 반영해 버터플라이에 개선을 요구해 1996년에 만들어졌죠.
우선 그가 예전에 쓰던 게르겔리부터.
게르겔리는 헤드가 라지사이즈로 크고 윙이 매우 작으며 완전히 각지고 평평한 원목그립이 특색 있었습니다.
게리겔리도 선수 이름이었는데 80년대 탁구장에서 많은 분들이 죠질리, 죠지리 하고 불렀습니다.
게임 시작 전 상대에게 장난삼아 "이 강력한 빠따로 너를 그냥 조지리!"하면서 말이죠.^^
Gergely 를 져질리도 아닌 조지리라고 부른 건 벌써부터 이상하기 시작하죠. 그렇게 하려면 우선 Gergery 라고 r을 써야 하고 앞의 모음에도 o가 들어가야 합니다.
같은 시기에 활동한 선수 중 히노키합판을 썼던 헝가리의 Jonyer(요니에르)선수가 있었고 그 이름을 딴 컴팩트하고 부드러운 히노키 5겹합판 요니에르도 있었는데, 걔를 또 '조이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읽을 수 있었는지.. n과 y의 순서를 바꾼 음가인데.. 신기할 따름입니다.ㅋ
우리말 자음 표기에는 R과 L의 구분이 없이 ㄹ만 존재하기에 결국 앞 음절에 ㄹ받침을 붙여야 L의 음가를 비슷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라고 말하는 이유는 서양 언어들 중에는 영어나 프랑스어처럼 복자음의 의미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태리어처럼 홑자음과 복자음의 발음이 완전히 달라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게르게리 라고 부른다면 이태리어로 쓸 때 Ghergheri, Ghergherri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기며, 게르겔리라고 하면 Gherghelli 가 됩니다.
(R이 두 개 쓰이는 경우나 L이 하나 쓰이는 Ghergheli 같은 경우는 현대 우리말 표기로는 따로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태리어의 특성상 ge는 줴, 제가 되기에 g 다음에 h가 들어가 게를 만듭니다.)
아무튼 이 게르겔리도 최소한 L의 음가를 살려 게르겔리라고 발음해야 하죠. 게르게리 Gergery 아닙니다.
게르겔리와 프리모라츠카본에 쓰인 카본 직조물은 Tamca5000 입니다.
이게 무슨 특별한 카본인 듯, 이 카본층만의 고유명사인 듯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탐카는 타마수카본의 줄임말이고 타마수는 버터플라이 브랜드를 런칭한 회사의 이름입니다.
버터플라이는 회사 이름 아닌 브랜드 이름이죠. 따라서 버터플라이사의 ㅇㅇ, 나비사 제품 식으로 부르면 틀립니다. 회사를 거론하려면 타마수사의 버터플라이 ㅇㅇ 라고 써야 맞습니다. 버터플라이 뒤에 '사'자를 안 붙이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탐카5000은 타마수사에서 자기들 블레이드에 넣는 직조카본에 그들이 회사 이름 섞어 만들어 붙인 이름일 뿐이고 이 종류의 카본은 대개 3K 카본이라는 명칭으로 거의 대부분의 강력한 카본 블레이드들에 사용됩니다.
참고로 이런 카본들은 흔히 보이는 천처럼 가로세로로 직조한 직조카본이고, 카본섬유들을 한 방향으로만 나란히 늘어놓아 붙인 건 일축카본(ULC), 티슈처럼 얇게 만든 건 플리스카본이라고 부릅니다.
프리모라츠카본은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히노키카본의 표상과도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어느 구장에 가도 꼭 볼 수 있지요.
이미 일본에서는 꽤 오래 전에 단종되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만 특주처럼 생산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탁구인들은 잘 나가고 힘찬 것 아닌 덜 나가고 컨트롤 좋은 것을 선호합니다. 느린 블레이드와 얇은 스펀지 러버들이 참 많습니다. 지난 번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야사카 마크V(파이브)가 아직도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프리모라츠선수의 이름 맨 뒤에 붙은 c는 그 쪽 발음으로 '치' 비슷한 음가를 갖습니다. 러시아나 동북유럽 쪽에서 많이 쓰는 이름 철자죠. (무슨무슨 비치.. 이런 거. 썬오브비치 말구요.)
원음에 가깝게 제대로 쓰려면 프리모라치가 가장 좋고 프리모라츠도 거의 괜찮습니다. 영어처럼 읽어서 프리모락이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닙니다. 읽는 방법이 영어식일 뿐입니다.
독일의 브랜드 joola 는 욜라인데 영어식으로 줄라라고 통용되기도 하니까요.
발트너나 왈드너나 같은 사람이고.
하지만 프리모락! 하고 끝내면 안됩니다.
뒤에 카본을 반드시 붙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프리모라츠라는 이름의 5겹합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리모라츠는 긴 세월 동안 유럽 탁구인들 사이에서 최고로 꼽히는 블레이드 중 하나로 완벽한 균형의 5겹합판이라고 인정받은 명품 블레이드입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았기에 (수입됐었다 해도 잘 안 나간다고 거의 팔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 합판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서 프리모라츠카본과 혼용될 뿐입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그냥 프리모락 해도 프리모라츠카본이라고 이해하지만.. 글로벌시대가 된 지금, 탁구인들도 글로벌 마인드를 재정비해서 최소한 유명한 용품의 이름 만큼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좋겠지요.
타마수사의 탁구용품 브랜드 버터플라이에서 만든 <프리모라츠(치)카본>입니다.
공룡
첫댓글 헝가리 요니에르선수 88올림픽때 왔는데.. 그 선수 히노끼 5겹합판 이었네요. 그러고보니 헝가리 클람파 선수도 있었네요. 세계랭캥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폼은 엉성했었다는 생각이... 기억이 솔솔.. ㅎㅎ 감사합니다.
80년대에 요니에르, 클람파, 게르겔리 등의 유럽 선수들 대단했었죠.
발트너, 페르손, 아펠그렌의 스웨덴은 89년 세탁에서 중국을 5대 0으로 이기며 우승하기도.^^
86아시안게임은 우리가 중국 이기고 우승도 했었는데..
요즘 중국 보면 또 그런 일은 영영 없을 것만 같은..ㅜㅜ
86아시안게임 남자단체 결승전.
한국과 중국에서 세 명 씩의 선수들이 나와서 리그전으로 9단식을 해 5승을 먼저 거두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었죠.
한국은 안재형, 김완, 유남규가 출전했고 중국은 장지알량(당시 세계 1위), 첸신화(수비의 마술사), 후이준(양면 숏핌플 셰이크 전진속공)이 나왔구요.
당시 19세였던 어린 탁구천재 유남규는 다 졌고(다음날 개인전에서는 장지알량을 대역전하며 이겨 최고 성적을 거두었고 2년 뒤에는 올림픽 원년 참피온이 되었지만) 김완 2승 1패(대 첸신화, 후이준 승, 대 장지알량 패), 안재형 2승(대 장지알량, 첸신화) 한 상태, 4대 4 동점에서 마지막 9단식 안재형이 후이준을 이기고 5대 4로 승리해 금메달.
5시간 반 걸린 최고의 명승부였습니다.
안재형감독은 이 날 중국 3인을 다 이겼지요. 대단했습니다.^^
중국 국대 미녀 자오즈민씨도 낚아챈 능력남이기도(부럽부럽^^).
이번 부산세탁 중계 보면서도 혹시나 그런 기적이 또 나오려나 기대했었는데.ㅎ
기억을 더듬어 쓰다 보니
그 때는 스타일이 참 다양했었네요.
장지알량 - 중국식펜홀더 숏핌플 전진속공
첸신화 - 셰이크 어그레시브 수비
후이준 - 셰이크 양면 숏핌플 전진속공
안재형 - 일본식펜홀더 올라운드
김완 - 환형 일본식펜홀더 숏핌플 전진속공, 백핸드 주전ㅋ
유남규 - 왼손 일본식펜홀더 탑스핀공격
지금은?
거의 다 셰이크 양면 드라이브...
@공룡 공룡님 댓글 보니 예전 생각 납니다. 82년에 구입했던 스리버 러버에 있던 탁구 사진과 라켓 케이스 입니다. 클람파 선수인 것 같네요.
@판젠동
@판젠동
@판젠동 클람파 맞네요.^^
헝가리 선수로 스피드글루 효과를 처음으로 알린 사람이기도 하죠.
강력한 손목으로 엄청난 백핸드를 구사했던 못난이 롱다리.ㅋ
프리모라츠카본
이름뿐 아니라
탁구의 역사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익한 정보 잘 읽다가...
썬오브비치에서 뿜었습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 저도 잘읽고 욕먹은 기분 뭐지? 했는데 이미 댓글 다셨네요^^
크로아티아 사람 이름이 C로 끝나는게 많은데 대부분 "치"로 발음 하더군요.
젤 유명(?)한게 루카 모드리치(ModriC), 그리고 추억의 네마냐 비디치(VidiC) 등...
그런 맥락에서 프리모라"치"가 맞지 않을까요?
네, 본문에도 그렇게 썼습니다.
그 발음이 백퍼센트 치라면 저도 그냥 치로 쓸 텐데..ㅎ
저는 그냥 츠로 습관이 돼서.
그리고 중국어 허와 헤 사이에서 뭐가 더 맞나 따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치에 훨씬 가깝지만 뭐 큰 문제 없어요.ㅎ
프리모라치, 프리모라츠, 프리모라쓰, 프리모락..
저는 다비치 좋아해요.ㅋ
어느글에서 봤는데 모드리치랑 비디치 같은 i 뒤에서는 무조건 치로 발음 나고 다른 경우에는 애매하다고 본적이 있네요.
@왼손짱 네. 프리모라 다음에 오는 C는 썬오브비치처럼 확실한 치는 아니죠.ㅋㅋ
거의 치에 가깝긴 한데 츠라고 해도 무방한.
@공룡 보다 정확히 따져보자면ㅎ
거의 대부분의 단어들이 모음으로 끝나는 라틴계통의 언어들은 우리말로 표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자음으로 맺는 경우가 많은 슬라브나 키릴 계통의 언어들은 마지막 자음의 음가가 직전 모음의 영향을 많이 받기에 어정쩡한 자음 발음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어의 ch는 a o u 뒤에서 흐처럼 발음되고 흐로 쓸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앞의 모음 형태가 남아서 Bach를 바흐라고도 바하라고도 표기할 수 있지요. 둘 다 맞습니다.
i 뒤에서는 히(+키)처럼 소리나서 ich는 이히라고 쓰는 게 좋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동북유럽 사람들의 이름에서 i다음의 c가 치가 되는 것 역시 비슷한 경우죠.
하지만 어차피 자음으로 끝나는 말을 우리말로 표기하는 것 자체가 참 애매해서 프리모라ㅊ 라고 쓸 수도 없고ㅋ 뭔가 모음을 써주려다 보니 치나 츠가 되는 거거든요. 이건 그닥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선수 이름의 발음 표기가 아니라 이름 뒤에 카본을 붙이자는 거였는데..ㅎㅎ
안 붙이면 오겹합판이 되니까요.
그게 이 글의 중점이었어요.^^
저는 펜홀더지만..
용품탐구는 쉐이크가 재미있네요.
저도 옛날에 펜홀더 칠 땐 탐구 같은 거 안했습니다.ㅋㅋ
프리모락을 설명하실 때 순간 전 주인장님의 모습이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이상한 경험을 했네요~ ^^;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전 주인장하고 저하고 글에서 좀 닮은 구석이 있지요?^^
공룡님 린윤주 슈퍼 zlc 튜닝 의뢰 받아 주실 수 있나용~?
그립 ST에서 FL로 그리고 헤더도 사이버 세이프로용
연락처 쪽지로 보내드릴게요
아.. 제가 이제 튜닝 의뢰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정말 꼭 필요한 건강상의 이유 외에는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13 09:5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