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13 칠성시장 수제비 같은 교회
칠성시장,
참 정겹고 유익한 곳이다.
재래시장의 아름다운 추억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대구사람이라면 특히 칠성시장과 관련하여 한두 가지 추억은 꼭 있는 것 같다.
2. 최근 이제 15년여를 살고 있는 이 대구 땅에서 특히 칠성시장과 관련하여 몇 가지 아름다운 일들이 생겨 추억이 된다.
첫째, 교회 물품을 도매로 사는 곳이 칠성시장에 있다.
둘째, 아주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곳이 칠성시장이다.
셋째, 아들 승욱이의 무릎 치료와 인연이 된 곳이 칠성시장이다.
넷째, 길거리 수제비가 생각나서 몇 번 들러 큰 그릇을 비운 곳이기도 하다.
3. 오늘은 길거리 수제비 이야기다.
칠성시장 입구에 길거리 포장마차 수제비집이 있다.
길거리에 가게를 열어 엄청난 양의 수제비를 한 그릇 3천원에 판다.
일어나면 그 사이에 손님이 와서 앉고, 손님이 일어나 나가면 그 사이 다른 손님이 곧 이어 들어오는 꽤 유명한 맛집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교회를 빛깔나게 청소한 상식이에게 수제비를 대접하려고 들렀다.
수제비를 먹다가 이 집이 “우리 교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포장마차 수제비집의 특징은 우리 교회의 모습을 담았다.
4. 몇 가지 특징(현재까지 발견한 7가지)을 찾아보고 앞으로 우리 교회의 모습 속에 좀 더 진득하게 담아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 졌다.
첫째, 길바닥에 있어 누구나 쉽게 찾아온다. 아무나 길 가다가 들러서 수제비 한 그릇 뚝딱 해치우며 포만감으로 미소 지으며 자기 길을 가는 모습, 우리 교회는 누구나 쉽게 찾아와 함께 예배드리기에 충분한 교회이기를 소망한다.
둘째, 손만 뻗으면 되는 곳에 모든 것을 공유하도록 되어 있다. 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의 손이 닿는 곳에 휴지, 숟가락과 젓가락, 고추와 된장, 물이 같이 있어 공유하는 것이다. 유무상통,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우리 교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셋째, 주인은 쉴새없이 수제비를 프로의 솜씨로 뜯어 큰 솥에 날리고, 이윽고 온화하고 구수한 입담과 함께 뜨거운 수제비 한 그릇 크게 떠서 테이블에 옮겨 놓으신다. 주인의 넉넉한 인심에 어떤 사람도 불평이 없다. 오히려 “조금 줄여 주세요~”라고 간청한다. 물론 주인은 “원하면 더 드릴게요~”한다. 풍성한 섬김이 몸에 배여 있다. 우리 교회의 성도들도 주인의식을 갖고 넉넉한 인심, 구수한 입담으로 성도들로 하여금 “너무 과분해요...그러나 감사해요~”라는 소리를 화답하며 화목한 공동체를 세워가기를 소망한다.
넷째, 반찬은 딱 하나, 풋 고추 하나 밖이다. 큰 다라이에 수북히 고추가 담겨있는 것이다. 하지만 손님들은 가격대비 맛과 양에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많은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아도, 성도의 수가 조금 작아도 단 하나, 예배와 말씀이 은혜로운 교회라면 우리 교회도 충분하지 않을까?
다섯째, 사시사철 수제비를 파는 곳, 그곳에 가면 항상 수제비의 추억이 돋아난다. 세상의 풍속이 아무리 넘나들어도, 또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본질을 사수하는 곳, 행복한 교회에 가면 항상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추억, 성도 간 아름다웠던 교제의 추억이 돋아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여섯째, 재래시장인 칠성시장이기에 가능한 음식, 수제비다. 간장을 넣지 않아도 간이 딱 맞고, 양념을 넣지 않은데 수제비 본연의 맛이 입 안 전체를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우리 교회는 대형교회가 아니다. 작은 교회이기에 가능한 장점, 작은 지역교회이기에 더 맛있는 하늘 양식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이다. 교회 본연의 쫄깃쫄깃한 천국맛, 복음의 맛으로 승부하는 것이 옳다. 그러므로 가랑이 찢어지듯 과욕을 부리지 말고 소박하지만 우리 손으로 유명한 맛집같은 소문나는 교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일곱 번째, 칠성시장 수제비집 음식값은 그냥 양푼이에 담는다. 특별한 돈통이다. 음식을 먹고는 그 값은 돈 통에 담고 가면 된다. 그만큼 손님을 신뢰하기에 가능하다. 과부의 두 렙돈처럼 적은 헌금도 자원하여 즐거이 헌금할 수 있도록, 신뢰와 투명의 재정 원칙이 잘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우리 교회는 칠성시장 수제비 같은 교회 같기를~~
모든 성도를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2016. 11. 13
행복한 작은 종, 이종건 목사가...S.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