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 사무실에서 회원들이 분양관련 서류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위). 굿모닝시티가 들어설 건물 외벽에는 6개월 전의 혈서 플래카드 대신 '경축, 절망의 땅에 희망을 세웁시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아래). / 황정은기자 |
|
|
지난 16일 오후 을지로 6가 제일우행빌딩 8층 ‘굿모닝시티계약자협의회’ 사무실 입구에서는 잔잔한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중년 여성 서너 명이 금실·은실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돌 떡을 돌려 먹으며 담소하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6개월 전 붉은 조끼와 머리띠를 두른 성난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이 자신의 피를 뽑아 ‘사기 분양, 정부가 책임지라’는 혈서를 쓰던 곳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여유를 많이 찾았어요. 얼마 전 법원이 새로 파견한 관리인이 와서 우리 쇼핑몰을 다시 올리기 위해 얽힌 실타래를 풀고 있으니까요. 예정보다 3년쯤 늦어질 예정이라지만 희망만 있다면 기다리는 건 얼마든지 자신있다고요.”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을 달던 박정자(주부·55)씨가 말했다.
한동안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설계도상의 대형 종합쇼핑몰 ‘굿모닝시티’. 투자자 3000여명으로부터 끌어 모은 3500여억원을 대표 윤창열씨가 횡령하는 바람에 지난 6월 부도가 나고 말았던 이 쇼핑몰이 최근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 인가를 받기 위한 조사기간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말 재판부가 ‘상가를 정상 건립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길순홍 법정관리인과 김진한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면서 “앞으로 굿모닝시티의 자구 노력과 분양 계약자들의 계약의무 이행 여부를 고려해 사업 정상화 여부를 조사하고 정리회사의 사업을 경영하라”고 밝혔다. 이 말은 법원 파견 관리인들과 담당 회계법인의 실사결과 굿모닝시티의 정상 건립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이 나면 공식적인 법정관리 인가를 받아 상가 건립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아직 공식적인 법정관리 인가는 나지 않았어도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은 벌써 완공될 쇼핑 몰 생각에 들떠 있었다. 계약자들은 “채권자인 우리가 건물을 세운다고 하고 있고 돈이 모자란다면 추가분을 더 낼 수 있다고 하는데, 인가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윤창열씨가 지으려던 것보다 더 튼튼하고 멋진 쇼핑몰을 지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계약자협의회 조양상 회장은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가 건립에 필요한 대지 28필지 중 1필지가 매입되지 않은 상태고, 분양 미납대금 4000억원이 빨리 걷혀야 하지만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 돈으로 남은 땅 사고, 빚 갚고, 건물 올리는 데 드는 비용 3500억원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00여명의 계약자들이 한마음이 돼 윤창열씨가 정치권 등에 마음대로 써 버린 돈을 240억원 이상 찾아온 것도 큰힘이 됐다. 이들은 “나머지 돈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되찾아 올 것”이라고 했다.
계약자협의회 서숙희(53)씨는 “희망의 빛이 보여 여간 반가운 게 아니지만 지난 6개월간 계약자들이 받은 상처는 말도 못한다”며 “그 난리 동안 남편이나 아내에게 이혼당한 사람, 스트레스로 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한 중년 남성이 찾아와 “6개월 전부터 마누라가 원인 모르게 끙끙 앓다가 갑자기 죽었는데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굿모닝시티 계약서가 나왔다”며 “나 몰래 투자한 1억원이 공중 분해된 줄 알고 혼자 속 끓였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는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좋은 면만 보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며 “그 동안 동고동락하며 한 식구처럼 되어버린 계약자들이니 누구보다 화목하게 장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굿모닝시티사건으로 인연을 맺은 커플도 있다. 6개월 전 부모를 대신해 사무실에서 홈페이지를 관리해오던 김일봉(25)씨는 마찬가지로 부모 대신 자원봉사 나왔던 강소진씨를 만나 오는 21일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굿모닝시티 공식 1호 커플인 셈이다.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
첫댓글 27필지 토지가격이 약 3천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나 봅니다. 대단하지요.. 돈 더 걷어서 건물건설 비용으로 사용하고...
연합뉴스 보도를 보니 토지매입대금이 2천3백억원이라... 대략 맞아가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