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친교, 협력으로 성장과 새 복음화 발판 만들자
2013년 서울대교구 사제전체모임을 마치며 교구장님께 드리는 사제단의 의견
서울대교구는 작년에 새 교구장님을 맞이하면서 교구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이에 우리 교구의 현안을 정비하고 내적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노력을 모으는 일은 중요하고도 시의적절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우리 교구의 모든 사제들은 2013년 2월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에 걸쳐 혜화동 대신학교에 모였습니다. 천만 서울시민을 품은 수도 교구의 많은 사목적 과제들을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숙과 변화를 위한 첫걸음으로서, 우선 두 가지 현안을 뽑아 공동의제로 논의하였습니다. '교구 내의 소통 활성화 방안'과 '보좌사제기간의 장기화 현안 해소 방안'이 그것입니다. '2013년 서울대교구 사제전체모임'에 참석한 사제들은 이 두 가지 의제에 관하여 토론한 결과를 아래와 같이 교구장님께 드리는 '사제단의 의견과 다짐'속에 담았습니다. 이러한 의견과 다짐은 사제들이 신자들에게 더욱 기쁘게 복음을 잘 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교구 내의 소통 활성화에 관한 의견
1. 사제 개개인에 대한 신뢰와 애정
신자 140만 명과 사제 800명에 달하는 방대한 우리 교구를 효과적으로 사목하기 위하여 지역 및 직능별 교구장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교구장님의 사목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구석구석을 배려하기에 좋은 제도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제도가 사제들이 교구장님과 인격적 만남과 친교를 이루는 데 있어서 오히려 방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희는 교구장님께서 더욱더 사제 개개인을 신뢰와 애정으로 만나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교구장님과의 인격적 만남은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교구장님의 최우선 직무가 사제사목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제들은 교구장님한테서 양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또한 동시에 따뜻한 관심으로 사제들이 힘들 때 보듬어주는 어머니 같은 교구장님의 모습도 기대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제들에 대한 교구장님의 애정과 관심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교구장님 직속의 '성직자전담기구'도 설치되기를 바랍니다.
2. 지구사제회의의 정기 방문
모든 사목이 다 중요하지만 특히 본당 사제들에 대한 격려와 지지가 중요합니다. 본당이야말로 교구 사목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작년에 교구장님께서 지구사제회의에 참석하신 것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가능하다면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교구장님께서 모든 지구의 사제회의를 방문하시어 사목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교구장님의 지구사제회의 방문은 사제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3. 서울대교구 사제전체회의의 정례화
오늘의 이 모임처럼 서울대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지역'이나 '지구'의 경계를 뛰어넘어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매년 서울대교구 사제전체회의가 정례화되기를 희망합니다. 사제의 수가 많아 전체가 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어렵다면 서품연차별로 2~3번 정도에 나누어 모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제들이 교구의 시급한 현안들, 특히 주일학교와 청소년ㆍ청년 사목의 활성화 현안을 비롯한 본당사목과 특수사목의 다양한 현안들에 관해 서로 대화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리와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자리가 교구장님의 사목교서를 듣고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년 개최될 서울대교구 사제전체회의가 교구장님과 사제단, 교구 사제 상호 간의 친교와 소통의 장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4. 소통의 장으로서의 교구사제평의회, 지구사제회의, 지구장회의
지구사제회의에서 건의한 내용이 교구회의에 올라가고 이에 대한 답변을 잘 들을 수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소통의 통로가 막혀있고 교구의 일방적 통보나 요청에 비해 사제 개인들의 의견을 전달할 기회는 부족하다고 많은 사제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구의 주요정책을 결정할 경우, 보다 많은 사제들의 의견이 수렴되기를 바랍니다. 사제들은 자신들의 건의에 대한 처리 결과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구의 정책이나 결정들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현재의 교구사제평의회와 지구사제회의 그리고 지구장회의와 같은 회의조직이 그러한 의견수렴과 소통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보좌사제기간 장기화에 관한 의견
5. 보좌사제들의 능동적 참여가 가능한 사목시스템 마련
보좌사제기간 장기화에 따라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구 사목의 형태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보좌사제들의 능동적 참여가 가능한 사목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본당 주임이 아니더라도 다른 다양한 형태의 사제생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합니다. 일정한 서품연차 이상의 젊은 사제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로 특수사목을 창의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6.보좌사제의 역할과 업무 그리고 권한
주임과 보좌사제간의 명확한 역할 및 업무의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보좌사제에게 청소년과 청년사목을 맡긴다면, 청(소)년사목관련 예산을 수립함에 있어서 보좌사제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확정된 예산의 집행에 있어서는 전권을 보좌사제에게 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단지 주임사제의 재량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규정이 필요합니다.
7. 부주임 제도 강화
보좌사제기간 장기화에 직면하여, 경력이 많은 보좌사제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구마다 부주임사제의 역할과 권한이 다릅니다. 그러므로 부주임 제도의 운영을 위하여 부주임사제의 실질적 역할과 권한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8. 주임사제의 정년 재고와 보좌사제의 주임발령
현재 70세로 규정된 본당 주임사제의 정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합니다. 또한 보좌사제가 적정한 서품연차에 이르면 주임사제로 발령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실현방안을 마련해주십시오.
|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와 조규만 보좌주교가 폐막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
▲ 서울대교구 사제전체모임에 참석한 사제들이 2월 21일 가톨릭대 성신교정 성당에 모여 사제전체모임 시작 전 성체강복시간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 |
사제단의 다짐
'2013년 서울대교구 사제전체모임'에 참석한 사제들은 '소통 활성화'와 '보좌사제기간 장기화'의 해결을 위하여 교구장님과 뜻을 합하여 최선의 노력과 협조를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제직 수행을 위한 본연의 자세를 견고히 하는 것입니다. 이에 저희들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부들께서 강조한 정신을 되새기며 교구사목을 위하여 아래와 같이 실천할 것을 다짐합니다.
첫째, 저희는 하느님과의 친교 없이는 인간끼리의 친교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먼저 하느님과의 친교에 충실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전례를 집전하며, 착한목자로서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사제의 삼중직무를 온전히 수행하기 위하여, 가르쳐야 할 하느님의 말씀을 날마다 공부하고 묵상하며, 미사와 성사의 집전자로서 그 신비를 본받도록 애쓰고, 하느님께 받는 위로로써 신자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사목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사제생활교령 13항).
둘째, 교구장님께서 지니신 그리스도의 권위를 존중하여 저희 사제들도 주교님을 사랑과 순종으로 따르겠습니다(사제생활교령 7항).
셋째, 주임사제는 보좌사제를 참으로 '형제'로서 존중하여 소임과 활동에서 도와주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며 그들의 활동을 호의로 보살펴 주겠습니다. 또한 보좌사제도 주임사제의 연륜과 경험을 존중하고 사목문제에 관하여 그들과 상의하고 협력하겠습니다(사제생활교령 8항; 주교교령 30-3항).
넷째, 교회가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신자들의 자발적이고 고유한 역할을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아무도 따돌림 받는다고 느끼지 않도록 저희 사제들이 따뜻한 배려로써 돌보겠습니다(사제생활교령 9항).
다섯째, 신앙의 해를 맞이하여 "신앙의 근본 내용을 재발견하고 연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믿음의 문 11항)에 솔선수범하겠습니다.
2013년 2월 22일
서울대교구 사제전체모임 참석자 일동
평화신문 | 2013. 03.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