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염 (고 오병욱 (64회) ; 2023-2-10)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토론토 주위 숲길 걷습니다. 모기도 적고 나뭇잎은 아직 많이 달려 있어 그늘도 적당합니다. 색이 변한 나뭇잎들과 비슷하게 화려한 등산복도 보기 좋습니다. 이렇게 한 시간 두시간 걷고 나면, 우리는 신발끈이나 발목이나 혹은 스웨타에 붙어 따라온 도깨비 풀, 엉겅퀴들을 봅니다. 눈처럼 훌훌 털어서는 떨어지지 않아, 하나씩 떼어 내야 합니다. 이렇게 따라붙어 오는 성질에서 스위스 과학자는 벨크로 라는 것을 발명했다고 하지요?
나는 가끔 이 도깨비 풀을 생각하면서, 우리에게 이러한 것이 있어 모두가 연결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사실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방에 들어오면 방의 분위기기 화기애애 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내 이야기를 중요하게 들어주거나,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함께 있던 사람들로 기분 좋게 하는 무엇으로 연결되어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도깨비 풀 같은 사람 말입니다. 만약에 우리가 그렇게 연결되어질 수 있다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친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겠지요.
구이도 펠라그리노는 1950년대 토론토의 캣슬 후랭크 지하철역 공사에 참여했던 이민 1세대 이태리 사람입니다 . 이분의 따님은 내가 시골교회에서 시무할 때 교회 사택의 이웃이었습니다. 우리가 리치몬드 힐로 이사하여 이웃 도시 킹시티로 이 할아버지를 찾아가 뵙게 되었습니다. 한번은 전화했더니 이분이 “부라이언을 데리고 오세요” 말씀하셨습니다. 그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던 어느날 한 번 부라이언이 따라왔었는데, 펠라그리노 할아버지는 그를 생각해낸 것이지요. 그 할아버지는 부라이언이 재미있었던 같고, 나이와 인종을 넘어선 우정을 사랑을 느낀 것이 아닐까요?
이 부라이언 (오병욱)은 이렇게 벨크로로 이웃과 연결하고 이 이웃으로 또 다른 이웃과 연결시키는 그런 신통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옛날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지요? 결혼식 피로연에서 포도주가 떨어져 주인이 당혹해할 때, 나타나서는 잔뜩 새 포도주를 공급해 주었다는. 이 포도주는 어떤 포도주인가는 우리 상상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주인에게는 불명예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손님들은 계속 축하하게 해주었다지요. 나는 이런 사람을 생각해 봅니다.
나중에 이 분은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했던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고 말했답니다.
이 도깨비 풀처럼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경험을 꼭 붙여주고, 그리고 나의 이런 모습 때문에 옆에 사람도 그 옆에 사람에게 기분 좋게 붙게 되는 그런 엉겅퀴 말입니다. 이 부라이언의 우정, 사랑, 친근함, 유머는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 주는 그런 벨크로, 도깨비풀입니다. 한번 연결되면 세계를 연결하게 하는 대전염을 이르킵니다. 사랑의 도깨비풀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부라이언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랑을 한 사람, 사랑을 실천하는 양들을 위해 마련한 하나님의 우리에, 그를 보내면서, 우리는 우리 몸에 붙어 있은 이 도깨비풀을 보고, 사랑의 띠를 만져 봅니다.
코비드 대전염은 끝나가지만, 사랑의 벨크로의 대전염은 계속됩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부라이언의 웃는 모습을 가끔씩 보게
될 것입니다.
김훈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