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교무님의 정전공부] 피은자, 우리는 사은님의 은혜로 살아갑니다
김보명 교무
[원불교신문=김보명 교무] <밀양>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사고로 남편을 잃고 어린 아들과 밀양으로 갔습니다. 유괴범에 의해 아들이 죽고, 방황하다 모 종교에 입문해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그래서 그 범죄자를 용서하러 교도소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가 “나는 이미 신에게 구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사자는 아직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누가 우주와 인생을 창조하고 누가 죄와 복을 줍니까?’ 과거의 종교에서는 이 해답을 ‘신’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 원불교는 어떻게 말할까요?
<정전> ‘개교의 동기’의 첫마디는 ‘현하’입니다. 소태산 대종사 이후의 시대는 그야말로 천지개벽하는 문명의 대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그중에는 ‘인격신’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있습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도 정확하진 않습니다. 이 우주에서 ‘신’이란 단어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혹자는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의 존재라고 말합니다. 인류의 정신이 깨어나면서 점점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신’과 ‘신의 종교’는 멀어져 갑니다.
천지은에서 ‘우주의 대기가 자동적으로 운행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종경> 변의품 9장에서는 “일체 생령이 다 각각 자기가 자기의 조물주”라고 했습니다. 오직 우주 스스로가, 일체생령 스스로가 만들고 변화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우주 만물이야말로 진정한 ‘신’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진정한 실재인 이 우주 만물을 천지·부모·동포·법률의 네 가지 범주로 구분하고, 그 끝에 은혜 은(恩)을 넣어 사은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세웠습니다.
<정전> ‘사은’장은 피은, 보은, 배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피은’이란 은혜를 입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생겨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사은님 덕분입니다. 천지가 있음으로써 생겨나고 살아갈 바탕이 있고, 부모가 있음으로써 육체를 받아 생겨나 온전히 성장하고 한 사람으로 어엿하게 살아갑니다. 우리 생명의 근거는 ‘사은님’인 것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고 나지 않고 행복한 운전을 할 수 있을까요?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사람이 출세하여 세상을 살아 가기로 하면 자력과 타력이 같이 필요하나니…”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① 내가(자력) 운전을 잘해야 합니다. ② 다른 사은님(타력)도 안전운전해야 합니다. 인생 운전도 같습니다. 우리는 사은님과 관계하며 살아갑니다. 누구 덕에 생명을 얻고, 누구로 인해 흥망성쇠 할까요. 사은님께 은혜 입음으로써 생명을 얻고, 살아가며, 흥망성쇠 합니다. 한시도 그 은혜를 저버리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기장교당
[2026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