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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윤여정(66)
까칠하지만 뒤끝 없는, 누구보다 솔직한 매력의 첫째 누나. 첫째 역할을 맡아서인지, 그녀는 유독 여장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짐꾼 이승기가 짐짝이 되어버린 터키 공항에서부터 윤여정은 다른 누나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쓴소리들을 거침없이 뱉어냈다. 윤여정은 성격이 급하고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사전 미팅에서 이승기가 “드라이기는 제가 대표로 하나 가져올까요” 하는 질문에 대뜸 “그럼, 우린 번호표 뽑아서 기다리니?”라고 받아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랜 해외 거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뛰어난 영어 실력과 오랜 시간 쌓인 여행의 내공은 다른 누나들보다 한 수 위였다. 숙소 선택에 있어 화장실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식사 때에는 꼭 와인을 곁들이는 우아한 누나이기도 하다.
둘째
김자옥(62)
공주보다는 소녀이고 싶은 둘째 누나. 김자옥은 네 명 중 가장 성격이 느긋해서 어찌 보면 만사태평으로 보일 정도다. “다 알아서 될 텐데 뭣하러 호들갑을 떨어”라는 그녀의 말마따나 김자옥은 좀처럼 뭔가를 나서서 하는 일이 없다. 오죽하면 방송 자막에도 ‘아이디어는 김자옥, 행동대장은 윤여정’이라고 적혔을 정도다. 다들 바쁘게 뛰는 와중에도 우아하게 벤치에 앉아 오징어를 씹는 이가 김자옥이다. 숙소도, 음식점도, 관광지도 동행인이 가자는 대로 따라가는 그녀가 단 하나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것이 바로 ‘군밤’이다. 김자옥은 관광지보다는 그곳의 연인이나 아이들 같은, 일반 여행자들이 관심 보이지 않는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는다.
셋째
김희애(46)
차분한 숙녀 같지만 은근 허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엉뚱한 셋째 누나. 김희애는 이번 <꽃보다 누나>를 통해 ‘배려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녀는 여행 중 평소에는 잘 나서지 않다가 위급한 상황이 되면 리더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에 도착한 첫날, 시내로 가는 마지막 버스의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시간 얼마 안 남았어!”라고 외칠 때 그녀는 “괜찮아, 아직 10분 남았어”라는 말로 동행인들을 안심시킨다. “모르면 일단 가는 거지 뭐”라는 그녀의 말처럼 ‘일단 한번 해보자’는 호기심과 용기 그리고 능숙한 영어 실력까지 갖춘 그녀. 이런 그녀를 어느 누가 배려의 아이콘이 아니라고 말하겠는가.
막내
이미연(42)
과거엔 청순의 아이콘, 지금은 의욕이 넘치는 막내 누나. 나영석 PD는 “이미연은 의욕 과다다. 늘 너무 많이 앞서나가서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했을 정도. 영어도 서툴고 혼자서 여행을 꾸려본 경험도 별로 없지만 배낭여행자들의 필수품인 용기와 의욕만은 충만하다. 동행인에게 맞춰주려는 노력 또한 대단하고, 영어가 능숙한 윤여정이나 김희애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주문을 도맡아 한다. “Hot water please”를 못 알아듣는 종업원에게 뜨거운 물을 온몸으로 표현해 보여주는 기묘한(?) 능력도 갖고 있다. 넉넉지 않은 예산을 꾸려가기 위해 이승기에게 “식사와 함께 와인, 커피는 주문 금지!”를 외치지만 경치 좋은 톱카프 궁전 테라스에서 금세 봉인 해제되어 커피를 주문하는 걸 보면 그녀 역시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