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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강아지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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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민수 |
| 여름이 최고조에 달할 때 들판이나 길가 여기저기에서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것도 꽃이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모든 씨앗을 맺는 것들은 꽃을 가지고 있답니다. 무화과조차도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있긴 있는데 작은데다가 숨어서 피기 때문에 마치 꽃이 없이 열매를 맺는 것처럼 보여지니 붙여진 이름일 뿐입니다.
많은 꽃들 중에서 좋아하는 꽃의 우선순위에 두는 꽃입니다. 막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기도 하구요. 강아지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없겠지만, 강아지들의 그 맑은 눈을 보면 홀딱 반해 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좋으면 꼬리를 치고, 무서우면 꼬리를 감추니 어쩌면 강아지들의 감정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 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추고 또 감추고 싶어도 자기의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강아지꼬리에는 어떤 위선이나 기만이 없는 것 같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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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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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민수 |
|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똥개꼬리처럼 바람에 살랑거리며 반갑다고 아우성치는 강아지풀
길가 여기 또 저기
똥개처럼 온 들판을 지키며 개밥바라기를 바라보며 우는 똥개처럼 온 밤을 지키며
별과 바람과 해와 달과 파도를 너의 마음에 담고 어쩔 줄 모르는 행복에 좋아라하는 강아지풀 <자작시-강아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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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민수 |
| 강아지풀도 그 종류가 많습니다. 그냥 강아지풀에서부터 햇살을 받으면 금빛을 내는 금강아지풀, 바닷가 해안가에서 자라는 갯강아지풀, 가을에 수크령마냥 크게 자라는 가을강아지풀, 그저 '강아지풀'이라는 이름 속에서도 수많은 종들이 있으니 마치 강아지들에게도 수많은 종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똥개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저 수더분한 우리의 개 같아서 그렇고, 조금 우둔한 것 같아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야 다른 개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약사 빠르지 않아도 그저 그렇게 충성하다가 주인의 식탁에 올라 몸에 모셔지기까지 그냥 그렇게 사는 똥개를 저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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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민수 |
| 가난했던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꼬리를 치며 뛰어나와야 할 똥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 내 개 어디 갔어?" "응, 할머니 약 사려고 개장수에게 팔았단다."
뒷동산으로 뛰어올라가 한참을 울고 내려왔습니다. 할머니의 약값으로 쓰여질 것인데 슬퍼도 참아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서 개장수가 다시 왔습니다.
"개가 도망갔어요." "야야, 네가 가서 한 번 찾아봐라."
미련한 똥개는 자기를 가장 사랑하던 꼬마주인이 산 밑에 나타나 자기를 부르자 꼬리를 흔들며 뛰어 내려왔습니다.
"바보, 똥개, 멍청이, 왜 내려왔니? 그냥 도망갔어야지."
그 개는 다시 개장수에게 넘겨졌고 짐 자전거 뒤에 실린 개장에 갇혀 그 똥개는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게 그와의 이별이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가난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픈 것이구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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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아지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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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민수 |
| 강아지풀의 꽃말은 '동심과 노여움'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닮은 꽃, 지천에 널려있어 베어지고 뽑히는 데다 그것도 모자라 제초제에 누렇게 말라죽는 운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가 여기저기에 꿋꿋하게 피어나는 꽃이요, 강아지풀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데다 예상외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평생을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봉사하시는 선배 목사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지금도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에서 장애인 복지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시인이기도 합니다. 꽃에 관한 글들을 잘 읽고 있노라며 '그런데......'합니다. 그 '그런데'의 내용은 이런 것입니다.
'예쁜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예쁘지 않은 것도 보여주고, 흔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데 흔하디 흔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주는 거야. 남들이 매일 보면서 그냥 지나치는 것, 그것을 담을 수 있어야 해. 그런데 자꾸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소개하려고 하는 욕심이 보이는 것 같아.'
내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콕콕 찔러서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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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강아지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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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민수 |
| 강아지풀. 지천에 피어있는 것이 강아지풀입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뽑아서 간질간질 친구들을 간질이기도 하고, 벼메뚜기를 잡아서 꿰어도 보았을 꽃, 그래서 동심을 담고 있는 꽃, 그러나 동시에 너무도 흔해서 관심밖에 있는 꽃, 똥개의 애환을 담고 있는 듯한 꽃이 바로 이 강아지풀입니다.
화병에 이파리까지 서너 개 잘라 꼽아놓으면 참으로 예쁜 우리의 꽃, 강아지풀을 바라보러 가시면 강아지풀이 반갑다고 살랑거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