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함이 몰고온 참상
임병식 rbs1144@hanmail.net
TV를 통해 처참한 수해현장을 보며 ‘쑥대밭’을 떠올린다. 쑥대밭은 어떤 상황이나 상태가 매우 어지럽고 완전하게 망가져서 폐허가 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흔히 흐르는 세월을 두고 유수와 같다거나 쏜살과 같다고 하는 말처럼 관형격으로 굳어진 지극히 상투적인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식상하기도 한데, 그러나 나는 수해현장을 담은 화면을 보면서 그 말 밖에 떠올릴 수가 없다. 참상이 너무나 처참해서였다. 그러고 보면 우리말은 무엇을 담아내기에 얼마나 빈약한지 모른다. 그리고 사람이 할 수 있는 표현 능력은 지극히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고려시대 어느 문인인 부벽루에 올라 명문을 짓겠다고 큰 소리를 친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종이에 ‘점찍은 듯 산 산 산’이라 는 문구만들 써놓고는 붓을 내려놓고 말았다고 한다. 아마 그가 이런 엄청난 수해현장을 담아놓은 영상물을 보았다면 아마도 ‘쑥대밭’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떠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화면에서 전북 용담댐 인근 몽리민(蒙利民)들의 수해참상을 집중 보도하고 있었다. 휩쓸어간 농작물은 말랄것도 없고, 침수된 가옥과, 반파된 건물들은 처참했다. 들판은 그야말로 거둘 것 하나도 없게 된 초토화된 광경이었다.
일부 농민은 망쳐버린 한해 농사의 잔해인 고추대를 차에 싣고서 수자원공사로 달려가 항의하고, 어떤 이는 용담댐을 찾아가서 불분을 토한 일을 증언하고 있었다.
한 농부의 증언이다. 폭우가 쏟아지자 위기를 직감한 그가 용담댐을 가보니 댐은 이미 만수위에 이르러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선제적으로 수문을 열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구태의연하게 옛날 정해둔 매뉴얼을 고수하며 수문을 열지 않았다니 큰 문제가 아닌가.
뒤늦게야 위기를 느끼고 방류를 하니 둑이 터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화면에서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 지붕위로 뛰어오른 소들을 조명을 해주고 있었다. 소들은 그때까지도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커다란 눈은 당시 겪은 공포와 사람들의 무지를 탓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편, 망쳐버린 농작물을 차에 싣고 나타난 농부들은,
“이것은 인재입니다. 얼마든지 사전에 물을 조절하여 흘러내렸으면 피해를 막을 수가 있었는데 한꺼번에 터내려 농사를 망쳐놨어요”
하는 말로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의 눈에는 절망과 원망이 가득했다. 문제를 일으킨 용담댐은 작은 규모가 아니다. 전북 진안군 안하면에 위치한 이 댐은 총 저수량을 8억 톤이나 가둔다. 한데 그 엄청난 물을 한꺼번에 터버렸으니 강둑이 온전할 리 있겠는가.
어처구니없기로는 춘천 의암호사건도 마찬가지다. 수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불과 14억짜리 돌 더미 수초 섬을 보호하려고 인력투입을 8명이나 시킬 수 가 있는 일인가. 다행히 두 명은 살아났지만 다른 6명은 휩쓸려 사망하거나 실종이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물살이 얼마나 거세었으면 뒤늦게 수습한 시신이 43Km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현장을 방문한 국무총리는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정말이지 이렇게도 현실감각이 없고 무지할 수가 있을까. 구태의연하게 탁상행정이나 하면서 안전 불감증에 젖어있었다는 시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처한 상황이나 무리한 작업지시를 내린 것을 보면서 이것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가 분명함을 느끼게 된다. 차제에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에 대해서 엄중 문책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한다. 정말 일벌백계하여 그동안 안일하게 근무한 공무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본다. 누가 이런 비극을 보상해 줄것인가.
그 힘들어 가꾼 농작물이 어떤 것인가. 그야말로 농민에게는 한해를 살아갈 수입이다. 그것이 수입원의 전부이다. 한데 그것을 다 잃고 말았으니 무슨 위로인들 귀에 들어오겠는가.
나는 요즘 코로나 19의 창궐 기미와 엄청난 수재민 피해소식을 들으면서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광경들이 모두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내 일이라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다. 나라가 곳곳에서 병들고 무너지고 있는데 나만 그 위기에서 벗어나 있다고 유유자적해서야 되겠는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주변 국가들은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고 코로나 19는 어느 종교단체의 어깃장으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댐을 관리하는 관계자들마저 나태와 안일, 구태의연에 빠져있으니 위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바짝 정신을 차려 기본부터 챙기고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하나하나 점검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근간에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보기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어안이 벙벙해질 뿐이다. (2020)
첫댓글 가만히 보면 모든 재해는 천재지변보다 인재가 더 많은 거 같습니다.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하는데, 구태의연한 처사로 무고한 인명피해를 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입니다.
공직을 맡은 사람들이 너무나 소명의식이 없고 무사안일하게 근무를 하고 있지 않는가 합니다. 얼마든지 막을수 있는 일을 인명피해와 함께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말았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반명교사 삼아 하나하나 문제점을 점검하여 앞으로는 두번다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건 책임회피를 해도 괜찮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이니 비슷한 사고가 반복됩니다
수자원공사는 기상청 핑계 대고 기상청은 할만큼 했노라하고 느닷없이 큰비가 쏟아져 생긴 수재인데 뭐 어쩌라고 배 째라 합니다 애당초 코로나도 당국의 안이한 태도가 발단이었지요
큰일입니다
전반적으로 썩고 병들었어요
기가막힌 노릇이 아닐수 없습니다. 인재를 천재지변으로 둘러대고 공직다는 나태에 빠져서 자기 기본을 하지 않으니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는가 합니다.
코로나19도 큰문제인데 규정과 지시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 난리에 안전했던것 만으로도 감사했어요.
그리고 수해입은 농민들께 용기 내라는 말 밖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
또 태풍이 몰려오는데 바람부는 것이 예사 불안하지가 않습니다. 바람피해가 많을것 같아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