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 시와 감각적 시 분석 2 감상평-이명희
바다/윤동주(사실적) 실어다 뿌리는 바람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촘히 고개를 돌리어 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설워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바다9/정지용(감각적) 바다는 뿔뿔이 달어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었다. 흰 발톱에 찟긴 산호(珊瑚)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루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앨 쓴 해도(海圖)에 손을 싯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 회동그란히 바쳐 들었다! 지구(地球)는 연(蓮)닢인 양 옴으라들고……펴고…… 서론- ‘바다’를 공통 소재로 쓴 두 편의 서정시를 감상해 보자. 근대시에는 고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고어란 ‘옛날에 쓰던 말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과거에 사용되었던 언어로 현대와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다.’ 고어는 낯설 수 있으나 지방 사투리처럼 정겹게 읽히며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시의 소재 외에도 공통점으로 윤동주 시인과 정지영 시인은 일본 유학을 한 부농의 자식이고, 독립운동가지만 직접 활동하지 못한 죄책감을 시를 통해 드러냈다. 본론- 어디선가 실어 나르는 바람이 윤동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소나무 줄기가 ‘새촘히 고개를 돌려 삐들어지고’- 바람이 부는 대로 뻗은 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침엽수가 사열한 군인의 모습이라면 바람과 햇볕에 의해 선이 자연스러운 한국의 소나무는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모습이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해변을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시인의 순수함이 닮았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수로 직유 했고, ‘바다는 자꾸 서러워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시인의 심정을 은유했다.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시인은 바다, 강한 의지를 가슴에 담아간다. 정지용은 언어의 연금술사다. 그의 시 ‘향수’는 오래전부터 국민시가 되었다. 1연과 2연 ‘바다는 뿔뿔히 달어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 재재발렀다.’- 넘실대며 밀려오는 파도를 뱀에 비유한 것은 뛰어난 감각적 묘사다. ‘달어날랴고, 재잘발렀다,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생생한 움직임의 묘사며 ‘발톱에 찟긴 산호보다 붉은 생채기’- 시각적 묘사다. 5연에서 8연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이고, 주제도 담겨 있다. 시인의 도량은 바다만큼 크지만 의지가 연잎처럼 오그라들었다 활짝 폈다를 반복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흔들리는 심리를 엿볼 수 있다. ‘바다’라는 큰 그림으로 시인의 이상을 ‘해도’ 곧, ‘바다’로 비유했다고 본다. 결론- 주관적 견해인데 윤동주가 과묵한 샌님이라면 정지용은 멋을 아는 신사다. 시어의 묘사는 성격에 비례한다. 고지식할수록 사실적 시가 되고, 낙천적일수록 감각적 시가 된다. 시어는 시인이 품고 있는 감성의 표출이다. 시의 장르에서 낭만시, 서정시, 서사시는 각각의 특징이 있는데 서정시가 감성을 품고 있다면 서사시는 의지를 드러낸다. 서정시나 서사시의 애국 충정에 편견은 없다. 단지, 정서가 다를 뿐이다. 추모시의 경우, 서정시가 ‘개인적인 감정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을 슬픔에 젖게 한다면, 서사시는 ‘국가나 민족의 역사적 사건’을 이성적 장시로 읊어 독자들을 결집하기도 한다. 시는 쓸수록 어렵다. 얕은 지식으로는 깊이 있는 시를 절대 쓸 수 없다. 견문을 넓혀 다독과 정독의 습관을 들이고 날것의 표현에 주력해야 한다. 모델이 자기의 개성을 패션쇼에서 맘껏 뽐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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