蘇川亭은 고성군 구만면 낙동에 있는데, 바로 蘇溪 義肅公 崔堈(全州人)이 幽居하면서 淸遊했던 遺墟處이다. 그의 후손 溪庵 崔成林이 일찍이 이회서실 신암선생 문하에서 1년여 공부한 바 있었고, 3년전부터 법인화된 이회서당의 강독회에 참석하고 있다. 어제 그가 나를 찾아와 소천정의 원운과 차운 13수의 번역을 의뢰하여 왔기에 그의 위선정성에 감복되어 비록 둔한 필치이지만 이 작품들을 틈틈이 번역하겠다고 승락하였다.
(1)<謹原蘇川亭韻>(근원소천정운)
水麗山明九曲回(수려산명구곡회),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구곡수(九曲水)가 굽이쳐 흐르는데,
翼然亭宇正門開(익연정우정문개). 살며시 안온한 곳에 터를 잡아 소천정을 개방하였습니다.
체악遺芬昆季峀(체악유분곤계수), 의민의숙(義敏義肅) 두 형제간의 우애가 깃들어 있는 곤계산(昆季山)의 기슭이요,
地靈有傑古蘇臺(지령유걸고소대). 구만지령(九巒地靈)이 걸출하다는 소대마을로 알려진 명지(明地)랍니다.
腥血乾坤投筆起(성혈건곤투필기),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앞에 있을 때 붓을 집어던지고 참전하였으며,
風波宦海掛冠來(풍파환해괘관래). 왜란을 평정한 다음에는 관모를 걸어놓고 이곳에 돌아오셨습니다.
至今久寂裔孫恨(지금구적예손한), 자금까지 오랫동안 자손들이 한미한 탓으로 재실을 결구하지 못한 한이 없었겠습니까,
告厥新成感舊哀(고궐신성감회애). 이번에 소천정을 신축하였다는 고유제를 올리면서 그동안의 죄스러움에 울먹입니다.
壬申三月 日(임신 삼월 일)
十世孫 永烈 謹稿(십세손 영렬 삼가 짓다)
(2)<次韻>12首
高齋占得九山回(고재점득구산회). 높고높은 이亭자는 九曲山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明地에다 자리잡아,
秩秩軒첨傍水開(질질헌첨방수개). 번질번질 빛을내는 欄干처마 바로밑에 碧澗水가 그옆으로 흘러간다.
大笑當年投筆處(대소당일투필처), 大笑하던 勝戰當年 그時節을 回想하니 여기바로 投筆했던 그곳이요,
追思今日起樓臺(추사금일기루대). 義肅公의 忠毅偉勳 追慕코자 오늘오신 遠近賀客 樓臺위를 올리본다.
常花晩院幽香在(상화만원유향재), 四時四節 피는꽃은 새로꾸민 晩院에서 그억향기 소리없이 뿜어내고,
細柳虛窓好月來(세류허창호월래). 바람결에 움직이는 細柳가지 창가에서 밝은달빛 맞이하여 흔들리네.
顧此無人邦難靖(고차무인방난정), 만약여기 義肅公이 없었다면 龍蛇之亂 平靖하기 어려웠음 분명하다.
登臨懷抱不堪哀(등림회포불감애). 님이없는 텅빈정자 올라서서 그당시를 회고하며 비애감에 젖어본다.
碧珍 李禮中 稿(벽진 이예중 짓다)
(3)
蘇亭초遞我今回(소정초체아금회), 우뚝하게 솟아있는 소천정을 오늘나는 찾아왔다,
遡仰O徽曠感開(소앙O휘광감개). 公의휘적 짚어보니 막혀있던 가슴속이 터이구나.
靖亂壬辰勳錄券(전란임진훈록권), 壬辰靖亂 勳錄券이 조선왕조 竹帛속에 뚜렸하고,
易名義肅諡登臺(역명의숙시등재). 義肅諡號 그명칭은 소천정사 게판위에 걸려있네.
靑山昆季雙峯屹,(청산곤계쌍봉흘), 푸른산의 昆季峯은 雙峯으로 어깨한채 우뚝하고,
縉水溪湖九曲來.(진수계호구곡래), 맑은물의 溪湖에는 九曲水를 이룸녀서 굽이치네.
大地英風難復作(대지영풍난부작), 영걸스러운 풍채는 이 세상에 다시 보기 어렵도다,
敬虔r繼以撫心哀(경건계이무십애). 경건한 마음으로 허전함을 달래본다.
孔巖 許 格 稿(공암 허격 짓다)
(4)
晦明有數感時回(회명유수감시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때가 있어 좋은 시절 만나,
高景先生一閣開(고경선생일각개). 의숙공을 추모하기 위한 한 누정이 세우졌구나.
草檄當年光弼淚(초격당년광필루), 격문을 초할 당년에는 광필의 눈물이요,
예身晩歲子陵臺(예신만세자릉대). 에신의 말년에 엄자릉을 위한 대와 같도다.
嵬乎昆嶽連金玉(외호곤악연금옥), 높도다 곤계봉은 형제처럼 연해 있고,
렬彼蘇川續往來(열피소천속왕래). 차가운 소천물은 쉬임업이 흘러가네.
遺韻冷冷群裔盛(유운냉냉군예성), 遺韻은 뚜렷이 남아 있고 여러 後裔들이 繁盛하니,
精靈萬古可無哀(정령만고가무애). 時空을 超越한 영혼이야 슬픔이 존재하지 않으리라.
晋陽 姜允瑞 稿(진양 강윤서 짓다)
(5)
崇岡列繞水영回(숭강열요수영회), 높은 산등성이가 병풍처럼 둘러쳐진곳 흐르는 물은 얽히어 돌아는데,
回出蘇亭活畵開(화출소정활화개). 돌아나온 곳에 소계정이 살아있는 글미처럼 전개되어 있구나.
投불審知蜘弛網(투불심지지이망), 인끈을 던져버리니 거미가 거물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겠고,
想儀如見月炤臺(상의여견월조대). 모습을 생각하니 달이 소대에 비치는 것 을 보는 것 같다.
腥塵滿地揮모掃(성진만지휘모소), 피비린 나는 더러운 먼지를 빗자루를 휘둘러 쓸어버리고,
嵬勳聽天贈諡來(외훈청천증시래). 위대한 공훈은 민심의 소리를 들어 조정으로부터 시호가 내려졌다.
自愧拙書神道瀆(자괴졸서신도옥), 자신이 쓴 이 글이 신도를 욕되게 할 수 있음을 부끄러워 하지만,
追思往蹟一含哀.(추사왕적일함애). 의숙공의 지난 공적을 추모하면서 한번 슬픔을 먹음는다.
全州 李丙烈 稿(전주 이병렬 짓다)
(6)
天借靈區九曲回(천차영구구곡회), 하늘이 영험한 지역을 빌려 구곡수가 굽이쳐 흐르는 곳에,
斯亭肯構好門開(사정긍구호문개). 선인의 뜻을 이어 여기에 소천정을 지어 손임을 맞아하네.
山佳水麗成眞척(산가수려성진척), 산은 아름답고 물은 고와 참 좋은 터를 이루었는데,
虎踞龍蟠抱別臺(호거용반포별대). 용호가 도사리고 앉은 것처럼 웅장한 산세가 별대를 안고 있네.
義肅家聲兼德至(의숙가성겸덕지), 의숙공의 집안명에다 유덕가의 집안임을 겸하였고,
簪纓世業繼誠來(장영세업계성래).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해온 세업들에 정성까지 겻들었는데.
能承祖武規模壯(능숭조무규모장), 조상의 무훈을 계승할 수 있어 규모가 웅장한데,
感古懷今有幾哀(감고회금유기애). 고금의 일들 돌이켜 보니 몇번이나 애환이 있었던가?
載寧 李壬浩 稿(재령 이임호 짓다)
(7)
窈窕溪山百잡回(요조계산백잡회), 아늑한 산수가 이곳을 향해 돌고 도는데,
蘇翁賢裔世庄開(소옹현예세장개). 소계공의 어진 후손들이 여기를 세장지로 잡았도다.
才名早擅文章수(재명조천문장수), 재명은 일찍 드러나 문장의 숲을 이루었고. <艸+數> 큰 늪수, 덤불수,
忠義曾振壯士臺(충의증진장사대). 충의는 일찍 떨치어 장사의 대로 유명하다.
彭澤何年成趣去(팽택하시성취거), 성장한 이곳을 언제 떠너 성취했느냐,
逢公當日掛冠來.(봉공당일괘관래). 공을 만난 그날에는 관직에서 무러나 있었네.
翼然肯構惟誠極(익연긍구유성극), 다소곳한 정자를 짓는데 정성이 극에 달했으니,
爲賀補修長不哀(위하보수장불애). 하례하노니 이곳은 앞으로 잘 가꾸어질 것이고 길이 보전되라.
晋山 河鍾煥 稿(진상 하종환 짓다)
(8)
重重峯勢抱亭回(중중봉세포정회), 산세는 겹겹으로 소천정을 안고 도니,
天作名區好運開(천작명구호운개).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에 좋은 운이 들어오구나.
聯체嵬勳明史冊(연체외훈명사책), 형제간의 공훈은 나란이 사책에 소상하고,
慕先誠孝曜蘇臺(모선성효요소대). 조상들을 추모하는 효성은 소천정에 빛나구나.
松楸增彩呈祥立(송추증채정상립), 松楸는 광채를 더하여 상서로음을 나타내어 서있고,
鸞鵠輸情引慶來.(난곡수정인경래). 鸞鵠은 정을 실어 경사를 인도하여 오구나.
一讀樑文追往跡(일독양문추왕사), 한번 상량문을 읽으면서 지난 유적 추모하니,
精忠高촉恨多哀(정충고촉한다애). 충정의 높은 족적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星山 李鎬龍 稿(성산 이호룡 짓다)
(9)
湖山淑氣萃斯回(호산숙기췌사회), 湖山에 깔려 있는 淑氣(다뜻한 기운)가 여기에 모였으니,
也識名區不偶開(야식명구불우개). 알겠도다! 명촌이 우연이 있는 것이 아니구나.
昆季貞忠垂竹帛(곤계정추수죽백), 형제분의 위국정충은 죽백속에 드리워져 있고,
裔孫誠孝起亭坮(예손성효기정대). 후손들의 위선효성은 소천정에 표출되었구나.
階盈花卉淸香動(계영화훼청향동), 정원에는 아름다운 화훼가 가득하여 맑은 향기를 뿜어내고,
案貯圖書遠客來(안저도서원객래). 책장에는 귀중한 도서가 쌓여있어 먼데서 오신 손님도 많구나.
板上信言能徵古(판상신언능징고), 현판위에 기재된 내용들은 옛 역사를 징거하할 수 있것만,
朝家當日事多哀(조가당일사다애). 왕실에 근무할 다시 많은 애환지사 있었을 것이다.
咸安 趙光濟 稿(함안 조광제 짓다)
(10)
山千疊裡水環回(산천첩리수환회), 수많은 산봉우리가 겹겹이 둘러쳐진 속에 개울 물이 회돌아치는데,
天以名區此地開(천이명구차지개). 자연이 만들어 낸 이름난 마을이 바로 이곳이구나.
一室雙忠미世德(일실쌍충미세덕), 한집안에 두 충신이 나와 세덕을 빛내주고,
後昆追孝構亭坮(후곤추효구정대). 후에들에 효를 이루고자 소천정을 지었구나.
氣침淸掃勳成大(기침청소훈성대), 정기가 스며들어 잡기를 축출함으로써 큰 공훈을 이루었고, <침>精氣感祥(상서침), 盛也(성함)
恩渥優蒙諡贈來(은악우몽시증래). 왕은을 후하게 입어 조정으로부터 시호를 받았구나.
四百年前當日蹟(사백년전당일적), 사백년전의 임란 당시의 왜구를 소탕한 공적들을,
後生追憶一含哀(후생후억일함애). 후생들은 지금에사 그 당시 고충을 회상하면서 비애감에 젖는구나.
載寧 李壽贊 稿(재령 이수찬 짓다)
(11)
昆季聯峰一澗回(곤계연봉일간회), 곤계봉이 나란히 우뚝하고 일간수가 회돌아 치는데,
蘇川亭子向陽開(소천정자향양개). 소천정이 그속에 남향으로 우뚝하게 서 있구나.
千秋史蹟明星月(천추사적명성월), 천추사적(千秋史蹟)은 별과 달처럼 밝았고,
百世芳名是孝坮(백세방명시효대). 백세방명(百世芳名)은 이 효대(孝坮)에 빛나구나.
敵愾奮忠亂已靖(적개분충란이정), 적개심은 충성심으로 분발되어 난세를 평정하였고,
昏朝知幾退歸來(혼조지기퇴귀래). 조석으로 기미를 알아채려 물러나서 본분을 지켰네.
後人孰不追倍感(후인숙불추배감), 후일들이야 누구인들 추모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生也爲榮死也哀(생여위영사야애). 생전에는 영화스러웠고, 사후에는 비통해 하는구나.
傍孫 秉敦 稿 (방손 병돈 짓다)
(12)
九曲靑峯百轉回(구곡청봉백전회), 아홉 청봉이 구비구비 돌고 돌아 한 국을 이루었는데,
築亭寓慕此中開(축정우모차중개). 이곳에 정자를 지어 의숙공을 추모하고 있네.
掃腥遂復三城壘(소성수복삼성루), 왜구를 소탕하여 삼성루를 수복하였고,
增秩爰登亞將坮(증질원등아장대). 질서를 회복하여 아장대에 올랐도다.
愛國巍勳如海闊(애국외훈여해활), 나라를 사랑하는 偉勳은 바다처럼 넓고,
治民頌德聞天來(치민송덕문천래). 백성을 다스리는 頌德은 천하에 들랐도다.
執徐往怯何言忍(집서왕겁하언인),
長使雲仍曠感哀(장사웅잉관감애). 길이 자손으로 하여금 한없이 슬픔에 빠져든다.
後孫 正蘊 謹稿書(후손 정온 삼가 짓고 쓰다)
檀紀四三一七歲甲子季冬立春節揭板(단기4317갑자년겨울입춘절에 게판하다)
(13)
洞府幽深瑞氣回(동부유심서기회), 그윽하고 깊은 마을에 서기가 어려있는 것으로 보아,
天應有意別區開(천응유의별구개). 자연은 뜻이 있어 별천지를 열었는 것 같다.
忠君危節明靑史,(충군위절명청사), 임금님게 충성한 위절(危節)은 청사에 밝았고,
慕祖衷情耀玉臺(모조충정요옥대). 조상님을 추모하는 충정은 옥당에 빛나구나.
俗世紛塵雲外遠(속세분진운외원), 속세의 씨끄러움은 구름밖에 저멀리 있고,
仙환風景詠中來(선환풍경영중래). 선경의 아름다움은 영시중에 표출된다.
當年吾祖同宣武(당년오조동선무), 그 당시 우리 선조는 형제분이 함께 무훈을 떨쳤는데,
回憶龍蛇感自哀(회억용사감자애). 임진왜란 그 난국을 되돌아보니 으늘따라 감회가 남다르다.
順興 安判洙 謹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