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초 인연의 천운회 모임이 점심에 화순읍에서 있다.
아침에 일어나 너릿재에서 만연산으로 걸어 읍으로 가려했는데,
지난 밤의 술이 두통을 주고, 하늘이 흐리고 곧 비가 내릴 것 같아 포기한다.
10시 반에 동구리 저수지를 산책한다기에 그 시각에 맞춰 버스를 탄다.
공공도서관 앞에서 내려 우산을 들고 향교로 걷는다.
향교는 문이 닫혀 있어 양쪽의 담장을 따라 돌다가 내려온다.
점심 장소인 석란 식당을 확인하고 화순초 담을 돌아 동구리로 올라간다.
우산을 들고 배낭메고 오르는 이를 앞지른다.
전화기엔 산책 지원자들이 비가오니 포기하고 식당으로 오겠다는 소식이 있다.
동구리의 길 가운데에 선 느티나무를 보고 최상준미술관으로 들어간다.
현대회화작가 3명의 작품이 '생성'이라는 주제로 3개의 잔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팜플릿을 줍고 대충 사진을 찍으며 둘러본다.
남화토건 최상준 대표의 소개글과 흉상을 본다.
로비에 서 있는 '등에 업기'라는 작품을 보고 설명을 읽으니 눈물이 나려한다.
저수지 둑 끝을 지나 만연사쪽으로 걷는다.
다산독서기비를 둘러본다. 박석무 선생의 번역과 해설을 읽어본다.
집안의 가풍과 독서 분위기를 나와 비교해 보니 조금 참담해진다.
나야 그렇다치더라도 나의 자식들에게는 독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난 독서는 커녕 대화의 분위기도 만들지 못했다.
11시 반 식당 도착을 예정하고 부지런히 내려온다.
석란에 25분쯤 도착해 예약을 물으니 40분이고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댄다.
최은희 교장의 정년축하를 하며 오랜만에 화순의 한정식을 먹는다.
박회장님이 소주 한잔 하라고 권하자 참고 있던 난 포기하고 소주와 맥주를 주문한다.
어른 세분은 먼저 일어나고 조금 젊은이들은 찻집으로 옮겨 얘길 더 나눈다.
최교장의 유럽 배낭여행 계획이며, 자식을 결혼시키고 손주를 키우는 이들의 사진을 돌려본다.
난 조금 따분해져 차 시각이 되었다고 일어서니 모두 일어난다.
하교장이 터미널에 내려준다기에 타서 화순역에 데려다 달라고 한다.
무궁화호 열차는 한 시간 이상 남아 있다.
4시 14분에 도착한 기차는 보성역에 5시가 지나 내려준다.
바보더러 한시간 먼저 나오라하여 부지런히 집으로 와 옷을 갈아입고
마동 송재인의 조문을 하러 가기 위해 동귀 차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