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한동일 / 흐름출판
서양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언어, 저자가 라틴어 수업을 했던 기억을 근간으로 씌여진 책이다.
영국출신 청소년 합창단 리베로의 DVD를 보며 자막을 참조할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활자들, 그것이 라틴어라고 하는 것은 어린 단원들의 입을 통해서였다. 인터뷰때 대원은 그 언어의 어려움을 빠트리지 않는다. 서양의 많은 명언들이 라틴어로 남겨진다거나 다른 언어일지라도 라틴어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며 그 사회에 흐르는 문화를 결정짓는 도구이자 문화 자체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교양강좌를 들을때면 말의 어원이나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의 근본을 이야기하는 강사를 만날때 그 강의가 알찬 강의로 들리듯이 서양에서는 그 근원이 되는 라틴어를 들먹일때 비슷한 기분이 들것이라 상상해본다.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은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언어를 이용하여 뜻하는 바를 전달할때 그 신비감은 한층 더할 것이다.
각 장의 제목에 쓰인 광고 카피와도 같은 라틴 문장은 선가에서 던지는 화두와 같은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쉽게만 생각했던 글자 그대로만의 의미로만 곡해했던 문장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라틴어는 복잡하며 섬세했던 것 같다. 때와 경우에 따라 변화가 심했던 언어, 말을 하면서 글을 쓰면서 표현의 방법에 제약(?)이 있었던 언어, 어쩌면 상황에 맞는 더욱 적확한 표현을 원했던 언어였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해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라틴어를 기본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배움으로 많은 이로움이 있다는 것이리라.
저자의 교육은 라틴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라틴어에 얽힌 문화와 역사 등이 포괄적으로 가미된 인문학 강의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라 생각한다.
메모를 옮겨본다.
내안의 위대한 유치함;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필요없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 모든 표현의 기초가 되고, 그것이 참다운 지적 체계를 완성한다." - 라우렌티우스 발리(1407 -1457)
44. 언어를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소통과 문화 변용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라틴어의 고상함에 대하여]라는 책을 씁니다.
117. 공부는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매듭을 짓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그것을 내가 할 수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그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가보는 연습을 하라. 공부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잘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47. 나는 고상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가
83. 겸손한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겸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122. 어쩌면 삶이란 자기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준비 속에서 좀 더 완성될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서 자아실현은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요?
130.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
135. 인간은 스스로 인간이라고 자각하고 난 뒤부터 신을 경배하기 시작했다고 볼수 있다. ... 초기 인류는 삶의 가치를 신적인 것에서부터 '유추'하려고 했던 것이죠.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145. 그는 어디에선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는데, 그게 나인 줄도 모르고 그냥 무심하게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155. 인간은 죽어서 그 육신으로 향기를 내지 못하는 대신 타인에 간직된 기억으로 향기를 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159. Carpe Diem 오늘 하루를 즐겨라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 공동묘지 입구에 적린 글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기억하라
181. 하늘의 새를 보세요. 그 어떤 비둘기도 참새처럼 날지 않고, 종달새가 부엉이처럼 날지 않아요. ... 공부는 무엇을 외우고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걸음걸이와 몸짓을 채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77.
infans 인판스 아기 유아
parvulus 파르블루스 어린이 만7세 초등입학
puer 뿌에르 소년 만 14세
puella 뿌엘라 소녀 만12세
adulescens 아들레센스 청소년 만20까지
iuvenis 유배니스 젊은이 만 20부터 45까지
vir 비르 성인 남성 만 60까지
senex 세넥스 노인 만60이상
184. 티라미수 나를 위로 끌어올리다.
갈라파고스 신드롬, 자신들의 표준만 고집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
250. 저는 종교란 마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정원과 같다고 생각해요. 여기에는 모든 종교를 통틀어 '종교'라는 아주 큰 정원과 각각의 종교라 할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는 종과 수가 다른 식물들이 어떤 제한된 범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죠. 취향과 생각이 제각각인 식물은 동일한 정원에 뿌리를 내리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각각의 작은 정원에는 같은 생각과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식물들만이 생존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각자 자기가 뿌리 내리고 있는 그 정원만 옳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더 큰 정원, 나아가 자연이라는 더 큰 세상 속에 살고 있기도 합니다. 정원 안에서 정원 밖을 꿈꾸며 살기도 하고요.
253.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 프랑스 바스피레네 지방의 위뤼뉴 교회 한편에 있는 해시계에 새겨진 문장
260.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2018.2.17.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