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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병원의 천국과 지옥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1-07-12/짝재기양말
병원 내과는 일반적으로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로 나눈다.
난 먹고 싸는 일을 담당하는 밥통,
소화흡수를 시키는 소화기에 해당되는 질환이다.
호흡기는 숨을 쉬는 모든 메커니즘을
아울러 이르는데 증상으로는 기도와 기관지와 폐 이상으로 인한
기침, 가래, 재채기 등을 유발하는 증상이다.
소화기환자인 내가 뭣도 모르고 호흡기환자들이 우글거리는
방에 들어가 며칠 살다 혼이 났던 사연이 있었다.
낮엔 뭐.. 별, 특이사항 없이 평범해서 눈치 채지 못했는데,
저녁이 되고 밤이 깊어지자 슬슬 본색이 드러났다.
웬, 산소통이랑 오줌통인가~ 그런 통들이 많고 코에 뭐 낀 환자들이 많아 이상했다.
多人室, 8인방에서 나 1인분 빼고 7인분이
7~80정도 먹은 노땅 호흡기환자다.
어찌 그리 병정 뽑아 논듯 비슷한 나이에 병명까지 증상이 비슷한지..
인상까지도 비슷하게 생겨서 누가누군지 헷갈린다.
8명으로 매진된 방에서 내 입장은 어찌 좀 그러했다.
실내소등하고 일제히 취침에 들어간 야심한 시간에 기묘한 기운이 흐른다.
한 환자가 콜록콜록 기침하는 걸 신호로 연달아 소릴 낸다.
콜록콜록.. 쿨럭쿨럭.. 칼륵칼륵.. 캘룩캘룩..
그와 동시에 똥똥똥똥.. 띵띵띵띵.. 틍틍틍틍.. 탕탕탕탕.. 콩콩콩콩..
물 떨어지는 소린지 일정하게 보통빠르기로 난다.
그러자 왼쪽에서 돌연 외마디 소리로, 우홱! 퇘.. 퇘.. 캭! 끼약! 가래소리다.
이런 소음사운드가 하모니를 이루면서 잠시 톤을 유지한다.
차~ 이거.. 아카펠라 사운드는 아니고 예술성도 없는데..
잠시 후, 트럼펫소리 같은 날카로운 사운드가 덮친다.
빠바바바브르르르.. 리리리링.. 뽀옹~ (앗, 이건 전형적인 그..) 뿡.. 삥.. 뿌웅~~
그러더니 뿌지직.. 빠지직.. 퍼~헉.. (아니, 이건.. 소리보다도..)
잠시 후, 어느 곳에서 똥냄새가 풍겨오는데 예사롭지 않다.
쪼로르르.. 쪼로르르.. 쪼르륵.. (이건, 오줌 싸는 그..)
소리 나는 방향은 내 바로 옆 오른쪽이다.
오줌통에 오줌싸는 듯한데.. 피식! 퓨웅~ 무슨 어떤 잡소리가 들리나 하더니..
오줌통이 엎어져 흐르는 소리.. 풍겨오는 냄새가 찌릿하다.
차! 이거.. 온갖 잡소리에 똥오줌 냄새까지 진동한다.
내 코는 개 코 중 사냥개 '포인터' 품질이고,
내 귀는 고주파+저주파=초음파도 감지하는 초능력 성능의 품질인데.. 이거, 참~
거의.. 뭐, 재앙에 가까운 소음냄새 환경인데 어찌 잘거나?
뭐, 급히 일어나 재난지역을 신속히 탈출할 뿐이다.
어디서 자나? 잠자리는 거기 뿐인데.. 잠도 안 오고.. 에이, 자지 말지 뭐~
책과 수첩, 펜을 갖고 휴게실답지 않은 곳에 자릴 잡았다.
거기서 한 시간.. 인터넷 하러 가서 한 시간을 소비했다.
약간 졸린 것 같아 방으로 가봤는데 조용하다.
으흠.. 끝났나? 들어가 분위기 살피며 누웠는데 잡소리 콘서트는 다 끝났나 보다.
그리 결정짓고 한잠 자기로 옷을 벗는 둥 자야할 준비를 했다.
--- 근데, 그게 아니었다. 아~ 천사 같은 나의 순진한 착각..
1장 끝나고 2장 들어가기 전에 브레이크 타임이던 거다.
또다시 약간 다른 사운드로 연주를 시작한다.
라이브로 하니 리듬감에 패턴도 비슷한데 이번엔
이빨 가는 소리, 코막힘 소리, 코고는 소리에 잠꼬대까지 업데이트 된다.
아직도 은은하게 흐르는 똥오줌 냄새까지 풍겨주면서..
아, 이거.. 시간을 잘못 맞췄다는 걸 깨닫고 또다시 탈출.
시간은 새벽 2시쯤.. 코스 장소는 또 그곳으로..
이곳에서 보낸 6일 밤중 4일 밤이 이랬는데
4일 동안 잠은 1시간 밖에 못자는 올-라이트를 체험하게 되었다.
윗글은 마지막 날 피날레를 장식한 커튼콜이던 것.
이날 아침밥은 똥오줌 냄새가 진동하는 화장실 환경에서 먹어야 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병원병실생활은 좀 했지만,
잠잘 수없는 까만 병실 하얀 지옥이란 바로 여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 체질이 워낙 특이해 한잠 안 자도 별지장 없지만..
이런 가운데 2일 중 어느 하루는 용케 2시간이나 푹 자는 행운도 있었다.
이 병동 이 병실 담당하는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
거의 머, 치매에 가까운 노땅환자들 똥오줌 다 받아내면서 보살피니 말이다.
군대로 치면 여기야말로 난이도 장난 아닌 특공부대다.
나이로 보면 아직 아주 앳된 20대 초반 아가씨들인데.. 참~
요즘 그 또래 날라리에 비하면 참 참하고 실하다.
지옥이 있으면 근처에 천국도 같이 있는 법.
그 지옥은 이 병원의 밤중이요 밤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천국이다.
하늘이 푸르게 밝아오는 새벽부터 빨간 석양까지..
깜깜한 9시간은.. 지옥, 밝은 15시간은.. 천국, 6시간이나 남는 장사다.
남들 아직도 자는 새벽잠 시간인 5시부터 난 움직인다.
병원 일대와 주변 언저리 곳곳을 맴돌며..
이 꽃의 명찰은 ‘수련’이 맞을 걸~ 꽃잎이 샤프한 연꽃종류..
병원별관 7층엔 ‘작은 정원’이라 휴식공간이 있는데..
담배 피려 자주 가는.. 의사 간호사 없고 환자랑 보호자만 있는 옥외공간이니..
글고 화단 정도는 아니나 꽃이 피는 공간이니 가는 것이다.
아침이 지나고 해가 중천에 뜰 즈음 꽃봉오리가 열리며
낮 한때 이처럼 화사한 꽃을 피운 다음 저녁이 되면 봉오리를 오므려들고 내일을..
그러길 한 5일정도, 이 수련이 완전 질 때 난 그때 나가리라~
공원 등 휴식공간이 넉넉한 대지에다 세운 큼직한 종합병원은 아닌
몽땅한 중급병원이나 치유환경에 생각하고 실현해놨다.
내가 뽈대 수갑으로 명명한, 이놈의 감시를 받을 때도
난 무거운 그걸 끌고.. 때로는 들고.. 병원 곳곳을 탐색하느라 무장 돌아다녔다.
며칠 전, 링거주사바늘 빼던 날부터는 날개 돋친 새가 됐다.
아침저녁 회진시간도, 중간 중간 뭘 재고 무슨 약 먹는..
그런 시간 맞추기를 무시하고 내 나름의 ‘병원관광’을 내맘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뭘 모르는 간호사들은 날 찾기 위해서 난리가 났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날은 되게 웃겼다.
병동에서 사라진 날 찾아 수색전을 펼치며,
보호자로 지명된 내 동생에게 실종 전화를 하지 않나 그야말로 생쇼를 벌였다.
내가 나타나니 잃었던 환자 찾은 듯 반가워하며 책망했다.
하여간, 난 고삐 풀린 강아지처럼 부리나케 돌아다녔다.
중환자실 침대에서 한 발짝 못 움직이게 한 고문과
이틀 동안 먹이는 물론 물도 못 먹게 했던 생리적 고문에 학을 떼며 반발했기에..
천하의 방랑자이자 김삿갓 형님인 날 가두는데 못 견딘다.
매일 병동 을마나 돌아다녔던지 다리가 아플 정도가 되자
병동 징역살이에 걸 맞는 자가용을 운영하게 된다.
바로 이것! 병실 복도에는 흔해터진 장난감이다.
운동부족이다 생각하게된 난 팔운동을 할 겸 이 휠체어를 몰고 다녔다.
내 막강 캐릭터를 光내주는 ‘바람개비 모자’를 쓰고..
이리 별난 환자패션으로 병원을 싸돌아다니니 을마나 통통 튀겠는가~
튀는데 목숨 거는 젊음들도 다함께 경배하는 눈초리다.
의사, 간호사, 환자, 간병인, 외래환자, 사무원, 경비원, 청소원, 환자보호자, 면회객..
뭐 이런 메뉴의 각양각색 천태만상 인간들 구경하며,
납품되는 의료용품, 퇴출되는 병원쓰레기, 병원수리전담팀, 응급실 위급상황..
구경할 것이 곳곳에 널려있고 참견할 일도 많으니 바쁘다.
병원의 모든 인간에게 존경어린 눈초리를 받으며,
절망의 와중에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다.
병원이란 심각한 분위기를 명랑하고 웃기고 재미나게 쇄신하는 촉매가 됐다.
돌아다니는데 말 거는 이에게 말대답 하는 일도 재미다.
비오는 날은 차분하게 한곳에 정착하고 비바람 소리를 듣는다.
날라리 나이롱환자로 볼지 모르나 그러거나 말거나..
허나, 그리 삐딱하게 째려볼.. 눈탱이 비뚤어진 동태인간은 그닥 없을 것이다.
지옥에서 사경을 헤매고 나와 순발력 짱짱하게 최고속도로
쌩쌩하게 건강을 되찾는 내 신체리듬이 느껴지니..
이게 바로 천국에서 놀고먹고 돌아다니는 패키지투어 천국의 방랑자가 아니겠나~
예민한 감성, 영혼이 자유로워야 천국과 지옥을 느낄 수 있다.
--- 아파서 죽을 똥 말똥 찾는 병원은 결코 천국이 될 수 없다.
천국이 어디에 있나~ 하늘 어디 저편에.. 웃기고 있네.
천국은 내 안에 있고 마음먹기 따라서 일상생활 자체가 천국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지에서 보면 지옥도 마찬가지.. 내가 맘먹기 따라서..
휠체어 타고 다니다 오르막길이나 계단이 나오면
벌떡 일어나 밀고가거나 들고 올라간다.
한번은 오르막길을 힘들여 용쓰며 타고 굴려갔는데 누가 와서 밀어주었다.
고맙다고 하고 걷지 못하는 환자인척 생활연기를 했는데..
불편한 기분에 그 사람에게 뭔가 미안하고 그래 발에 붕대를 감았다.
발 다리 다친 인간이나 병신 된 인간에겐 쪼끔 미안해서..
근데 발과 발목이 진짜로 이상하고 심각하게 부어 올랐다.
병원을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발목부종이 생겼던 것.
사슴같이 날씬한 발목부터 발등까지 그렇게 찐빵처럼 부어오르긴 첨이다.
그리 부어버린 김에 생활연기 대신 생활분장을 한 것이다.
왕창 부은 발등으로 걷는데 쓰레빠가 마찰을 일으키니 쓰라리고 아프니까 겸사겸사..
이러고 휠체어를 타니 누가보든 한없이 착한 내 마음이 편하다.
의사에게 말했더니 발 다리를 높게 하고 자면 낫게 된단다.
그래? 실험삼아 해봤는데 신기하게 진짜 나았다.
밤에는 독서와 의료공부를 낮에는 체험학습에 의료관광으로
한가하게 담배나 피며 잡다한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입원할 땐 지옥인데 퇴원이 가까울 즈음 난 천국의 나그네가 되었다.
http://www.otr.co.kr/column_board/index.htm?lsid=13
첫댓글 병세는 호전되었는지요?
호전된 정도가 아니라 중환자실에서 나온 이틀 뒤부터 퇴원하는 4일간까지 병원에서 최고 건강하고 팔팔한 인간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집인데 성장기 청소년의 식욕을 유지하고 있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