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네니 : 내가 여기 있나이다!(사6:1-8)
- 우리는 이런 교회를 꿈꾼다 ② -
2023.1.15 해외선교주일, 김상수목사(안흥교회)
오래전에 강원도 철원의 민통선 안에 있는 어느 마을로 학생회 수련회를 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지역 사단의 군인들은 경계를 할 때, “백골”이라고 외쳤다. 백골이 되도록 충성을 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이나 단어들 중에는 이미 단어 자체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간절하고 강력한 의지를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와 유사하게 성경에서도 말하는 당사자의 강력한 의지와 뜻을 함축하고 있는 표현들이 많이 있다. 그런 것들 중의 하나가 “힌네니(יננה, Hineni)‘라는 말이다. 힌네니는 직역하면, "내가 여기 있나이다!" 또는 ”내가 여기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은 단순히 ’내가 여기 있다‘는 의미 정도가 아니다. 이 말은 ’주인님, 말씀만 하십시오. 저는 당신의 지시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는 강력한 의지가 내포된 표현이다. 쉽게 말하면, 이 말은 종이 주인에게,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또는 마음에 들든지 안틀든지 상관없이 무조건 복종하겠다는 강력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렇기에 힌네니라는 말은 결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인 이사야 6장 8절 말씀을 보면, 선지자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일꾼을 찾으실 때, 주저함이 없이 “내가 여기 있나이다(힌네니, 저는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내가 또 주의 목소리를 들으니 주께서 이르시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니 그 때에 내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하였더니”(사 6:8)
오늘 본문은 선지자 이사야가 하나님께 선지자로 부름을 받는 장면이다. 선지자 이사야는 처음 부름 받을 때 하나님 앞에서 힌네니라고 외쳤던, 자신의 고백대로 평생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충성하다가 말년에는 므낫세 왕에게 톱으로 켜서 순교를 당했다.
오늘은 해외선교주일이다. 지금도 하나님은 우리 지역을 비롯해서 아시아와 온 열방에서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어가는 많은 생명들을 보시면서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라는 탄식하신다. 일찍이 예수님께서도 주님께 나아오는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면서 이렇게 탄식하셨다(마9:38).
“36 무리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시니 이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며 기진함이라 37 이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38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하시니라”(마 9:36-38)
선교사님들은 이러한 하나님의 명령 앞에서 “힌네니(제가 여기 있나이다!)”를 외치며, 선교지로 달려가신 분들이다. 이 시간 여러분들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어떤 분은 과감하게 이사야처럼 힌네니(주님, 제가 여기 있나이다)라고 대답할 분도 계실 것이고, 어떤 분은 마음으로는 힌네니를 외치고 싶지만, 이런 저런 환경과 상황 때문에 주저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들 자신이나 우리교회가 어떤 대답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마땅한지는 이미 우리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생명사역(전도와 선교, 영혼구원 사역)에 있어서, 가든지 보내든지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날 누군가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찾아와서 주님 앞으로 이끌어 주었기에 오늘 우리는 성도가 될 수 있었다.
예전에 전도사 시절에 어린이 주일학교 사역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주일학교 교사 중에 경제적으로 비교적 부유했던 어떤 여선생님(집사)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이런 말을 했다.
“전도사님, 저는 성령의 은혜를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제에게 너무 큰 감동을 주셔서, 재산을 다 바치라고 하거나 아프리카 같은 곳으로 선교사로 나가라고 하실까 봐서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정말 성령충만을 사모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때 하나님의 인격적인 성품과 약속의 말씀으로 격려했던 기억이 있다. 혹시 여러분들 가운데 각종 상황과 여건들로 인해서 그 여선생님과 유사한 걱정들을 품고 있는 분들이 계시는지 않는가(예 : 체면걱정, 돈 걱정, 시간걱정, 나이걱정, 건강걱정, 언어걱정, 이상한 사람을 보일까봐 걱정 등등)?
그러나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기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인격적인 하나님이시고, 우리의 인격적인 동의를 존중하시며, 우리의 마음과 상황과 연약함을 다 아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참 좋으신 아버지 되신 하나님은 자녀 된 우리들을 위해서 늘 가장 좋은 것으로 예비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만약 화재가 난 건물 속에 우리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건물 밑에서 소방관들이 안전장치를 다 해놓고, ‘저희들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뛰어내리세요!’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렵고 걱정도 되지만, 그들의 말을 신뢰하면서 뛰어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하물며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우리(나)에게 어떤 것을 명령을 내리실 때, 대책 없이 무조건 밀어 붙이기만 하시겠는가? 그렇지 않다. 사랑의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이미 안전장치를 다해 놓고, 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 준비해 놓으시고, 우리에게 순종만할 것을 요구하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성품이다.
바로 여기에 이 시간 우리들이 놓쳐서는 안될 또 하나의 힌네니의 비밀이 숨어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힌네니”이다. 하나님의 나의 힌네니(제가 여기 있나이다)라는 고백을 받기만 하고 끝내시는 분이 아니시다. 놀랍게도 하나님도 우리를 향하여 힌네니(내가 여기 있다)를 외치신다. 이 점이 해외선교주일인 오늘 강조하고 싶은 핵심이다. 그렇기에 두려워 말고, 하나님의 앞에서 믿음으로 나의 힌네니를 고백해야 한다.
성경에는 이러한 하나님의 힌네니(내가 여기 있다!)의 약속의 말씀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이 시간에 이사야 58장 9절 말씀을 다함께 읽어 보자.
“8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9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사 58:8-9)
이 말씀은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해방을 약속하시면서 주신 말씀들 중의 한 구절이다. 여기에 쓰인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라는 말이 정확히 힌네니이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돕기 위해서 이미 준비를 마치셨다는 약속이 놀랍지 않은가? 이 약속은 이스라엘 백성들뿐만 아니라, 오늘 이 시간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선언임을 확신한다.
언제 이러한 하나님의 힌네니의 약속이 실행되는가 하면, 부르짖을 때(“네가 부르짖을 때에는”)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이러한 하나님의 성품을 믿고 가든지 보내든지, 주님의 영혼의 명령에 믿음으로 힌네니를 외치면서 복종해야 한다. 아멘!
하나님은 성경은 도처에서 이러한 하나님의 힌네니(내가 여기 있다)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약속들을 수없이 주셨다(사 41:10, 마28:20 등). 이러한 하나님의 힌네니의 성취가 바로 오순절 성령강림이다. 성령님은 우리들 자신과 우리교회를 향해서 함께 하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의 보증서이다(고후1:22, 고후5:5).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지역 주민 여러분들이여, 그러므로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힌네니(내가 여기 있다!)를 굳게 신뢰하자. 이러한 믿음으로 예외 없이 보내든지 가든지 둘 중의 하나는 하자. 이를 위해서 성령님의 기름부름을 간구하자. 이것은 우리교회가 꿈꾸는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이며, 성도의 모습이다. 주님이 우리와 늘 함께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