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톤 트럭 베이스의 캠핑카, 완성도 높아져!
더자유 입력 2022. 02. 22. 20:57
만에 하나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캠핑카 시장에 관심을 갖고 그에 걸맞는 베이스를 공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캠핑카는 자동차 + RV 제작사의 기술이 결합된 복합체이다. 단순하게 사람을 나르거나 출퇴근용으로 쓰이는 데일리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캠핑카가 왜 그렇게 비싸? '라는 질문 자체가 캠핑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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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모빌 ST5
1톤 화물차 봉고, 포터 베이스로 제작된 국산 캠핑카는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구입할 수 있고 생활 공간은 의외로 넓고 쾌적하게 바뀌었다. 캠핑카 관련 법이 바뀌면서 현재는 경차부터 르노 마스터, 이베코, 버스까지 캠핑카로 제작되고 있지만 캠핑카로 제작할 수 있는 베이스 자체가 한정적이던 몇 년전과 비교하면 상당한 발전과 함께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RV 제작사가 자동차 자체를 손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캠핑카 리뷰에 종종 나오는 '바퀴가 작아서 불안하다', '힘이 없어 언덕을 못 오를 것 같다', '흔들림이 걱정된다', '자동차를 혹사 시킨다' 등등의 이야기는 대부분 캠핑카가 아닌 자동차 자체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국내의 캠핑카 제작사들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저마다의 개성과 기술력,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 업그레이드 중이다. 대규모 양산 체계를 갖춘 업체가 있는가하면 한 달에 한 두대의 주문 제작형 모델을 만들어내는 공방 수준의 제작사도 있다.
어느 쪽의 품질이 좋다라고는 단정 짓기 힘들다.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저가 모델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도 할 수 없다. 동일한 베이스로 제작된 같은 사이즈의 캠핑카지만 최종 판매가에 따라 옵션은 큰 폭으로 달라질지 모른다. 캠핑카에 있어 가격 차이는 성능보다 편의성, 옵션, 마감재, 홍보의 차이를 의미할지도 모른다.
스타모빌 ST5 모델의 실내를 들어가 보았다. 1톤 화물차를 베이스로 제작된 가장 보편적인 레이아웃을 보이고 있다. 전면부 운전석 상단에는 2인의 취침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좌우로 나란히 배치된 소파는 취침 시 변환 과정을 통해 취침 공간으로 바뀐다. 후면부에는 주방과 화장실겸 샤워실이 위치한다.
캠핑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겉모습만 본다면 1톤 트럭 위에 껍데기를 씌우고 실내에는 합판으로 가구 몇 개 짜넣은 모습일 것이다. 여기에 들은 풍월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 하나의 부품, 구성품의 가격으로 이 캠핑카의 제작 원가를 논할 것이다.
모든 캠핑카가 비싼 것은 아니다. 새차 가격 + 외형 작업비 + 기본 구조물 제작비 + 기본적인 구성품만으로도 캠핑의 본질적인 활동은 즐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캠핑카를 구입하는 단계에서는 대부분 풀옵션에 가깝도록 무언가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캠핑을 처음 나가는 사람이 혹시라도 밖에서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하면 집안의 모든 살림을 다 챙겨가는 것과 비슷하다. 캠핑이나 캠핑카, 카라반을 수년간 운용해왔던 알비어라면 어떤 것을 필수로 선택해야 하고 세팅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입자들은 캠핑카도 처음이고 캠핑도 처음일지 모른다. 하지만 관련 옵션에 대한 지식은 차고 넘칠 정도이다. 인산철이 000A가 필요하고 청수는 몇 리터가 필요하며 이것도 있어야 한다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름의 기준을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연 일년에 몇 번 나가서 얼마나 활용할지에 따라 가성비는 물론이고 비용적으로는 천 만원 이상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캠핑카와 카라반에 있어 화장실, 샤워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가족이 사용하는 화장실임에도 나라면 치우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고 캠핑카를 산 이유가 편하게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캠핑카에 있어 화장실이 있고 없고는 자동차의 단순한 옵션 차이를 뛰어넘는다. 본인이 살 집을 고르면서 화장실을 빼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가스 버너를 인덕션이나 전자레인지로 교체하는 것은 몰라도 야외에서 1박 이상을 지내려면 휴대용 포타포티 화장실이라도 갖추어야 한다.
차박, 텐트 캠퍼들이 주로 공용 시설(화장실)이 갖추어진 공간 주변 혹은 주차장을 베이스로 캠핑을 하고 관련 문제를 일으키는데에는 이런 근본적인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주방 공간은 있다면 편리하지만 오폐수 문제를 감안한다면 시설의 차이보다 실제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캠핑카의 오수 탱크는 화장실 샤워실, 세면대, 싱크대 등에서 배출되는 오수가 모이는 공간이다.
최근 만난 캠핑카 유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캠핑카에서 집처럼 설거지를 하고 물을 배출하면 배수관과 오수 탱크에서 냄새가 올라오기 때문에 설거지 전에 간단하게나마 전처리를 하고 물로 씻어내는 정도로만 활용한다고 했다. 외부에 오수통을 따로 받쳐두는 카라반과는 또 다른 관점이었다.
캠핑카에 있어 주방은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침대 사이즈와 앉을 수 있는 소파 사이즈, 화장실, 샤워실의 공간을 줄일 수 없지만 주방은 좁게 만들어서 동선을 확보할 수도 있고 전자레인지, 싱크대, 냉장고, 인덕션, 가스버너 등의 조합을 바꾸어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캠핑카 내부에서 고기를 굽고 찌개를 끓이며 가정집 부엌처럼 조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시설은 갖추어져 있더라도 가끔씩 야외에서 맛집도 들리고 먹을 것을 사와서 먹는 것도 알빙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베이런 캠핑카의 실내
기존의 1톤 캠핑카는 공간이 일체형으로 제작되어 편안했지만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공간이 확장된 최신 모델은 전면부와 후면부로 공간이 양분화되면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 다른 모델의 실내 역시 레이아웃은 비슷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 데칼은 다르더라도 실내의 사이즈가 같고 전면부에 벙커 베드가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것이 전면부 거실 + 변환 침실이며 최대 4~5인의 취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2인 취침 공간이 필요하지만 주방과 화장실의 배치를 생각하면 현재의 레이아웃이 가장 현실적인 묘수이기 때문이다.
RV 제작사를 주방 가구를 만드는 인테리어 업자 정도로 보려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캠핑카 구성의 일부란 점을 인지하기 바란다. 전기 설비, AC, DC, 에어컨, 수전, 싱크, 보일러, 히터, 전기패널, 태양광, 배터리 등 캠핑카는 집과 같은 복합 구성임을 다시 이해하길 바란다. 건축과 마찬가지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야 편리한 캠핑카 한 대가 세상에 선을 보일 수 있고, 초기의 단점을 보완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브랜드의 동급 모델 화장실겸 샤워공간이다. 어떤 재료를 누가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달라진다. 캠핑카의 가격은 이런 소소한 차이들로 인해 격차를 벌이게 된다.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가성비 모델을 선택해야 하지, 가성비 모델에서 상위급 모델의 마감을 기대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점은 겉으로 보이는 인테리어와 마감이 아닌 제작사의 기술과 AS, 네트워크, 스펙, 성능 외에도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정확한 사용자 매뉴얼을 익히고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캠핑장에서만 활용할 모델이라면 적어도 500만 원 전후의 비용을 덜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캠핑카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모든 것이 집약된 작은 집이란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관리하지 않는 집은 망가지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멋진 풍경을 보며 쉬러가는 장소에 내 집을 세워두고 나만 편하게 지내다 정리도 하지 않고 떠난다면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캠핑카라고 수도세, 전기세, 상하수도 요금, 주차비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은 당신의 착각이다. 정당한 대가를 치루고 그 금액에 합당한 공간을 확보하고 좀 더 편하게 여행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지, 하루 편하게 머물다 떠나기 위해 캠핑카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조언을 해본다.
"살다 좋지만 팔 때 더 행복했다는..." 누군가의 조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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