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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인가?
이번 호 특집의 주제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다.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재앙 이후 ‘후쿠시마 이후의 교육’이라는 우리의 질문을 담아낸 담론으로, 《오늘의 교육》 2011년 9・10월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후쿠시마의 재앙은 우리에게 탈핵을, 그리고 탈핵은 우리 삶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문제였다. 자연과 인간의 공멸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우리 시대 최고의 비전은 ‘생태 사회로의 전환’이며 교육은 ‘당연히’ 이것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로부터 4년여를 지나고 있지만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 무엇이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가’ 하는 우리의 고민은 여전하다. 그래서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회(이하 편집위)는 지난 호에서 후쿠시마와 세월호 참사가 파국과 기억, 그리고 전환의 연결 고리를 갖는다고 파악한 데 이어, 이번 호에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에 대해 좀 더 고민을 이어 가기로 했다.
이번 호 특집은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편집위 좌담이다. 우리는 《오늘의 교육》에서 제기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했고 이를 토대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어떻게 정의하고 구체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 갔다.
우리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바라보는 데서 그 차이들을 드러내면서도 생태 위기가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보편적인 문제이므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당연히 교육운동의 보편적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우리는 교육이 더 많은 성장과 분배를 추구했던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생태적 전환의 구체적 과정과 목표를 제시하고 추구해야 한다고 보았다. 당연히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단순한 교육화된 자연보호운동을 넘어서서 사회개혁운동을 지향하며, 생태적 전환의 과정은 기존의 반생태적 학교 제도와 교육 조직의 이해관계와 맞서 싸우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시 말해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교육의 구조와 일상을 포함해 학교 조직, 재정 구조, 생활 방식, 사고방식 등 반생태적인 교육을 생태적인 교육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고도성장의 길을 활짝 연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고도성장을 추진하면서 특정한 사회 체계를 만들었다. 학교를 포함해 군대, 경찰로 대표되는 폭력 기구는 강력한 통치를 통해 고도성장을 이끄는 개발 기구였다. 이들은 국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학벌 경쟁의 구조를 만들었고 ‘GNP교’라고 불리는 성장주의에 대한 맹신에 빠졌으며 자연의 파괴를 발전으로 여기는 물신화된 파괴적 자연관도 형성하였다. 이렇게 개발독재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 학벌 사회는 현재 교육의 물질적 기초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성장 조건에서 더 많은 분배를 추구했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생태적 전환의 구체적 과정과 목표를 제시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나누었다.
그러나 좌담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교육을 만들고자 하는 자구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미완으로 끝이 났다. 이 좌담은 조합원들에 의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은 현재 교육의 생태적 전환 운동의 장에 있다. 공동체적 방식으로 현대 사회와 다른 방식의 교육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른바 교육공동체라 불리는 다양한 공동체를 고민하고 공동체의 틀 내에서 다른 삶, 다른 교육을 기획하고 추구한다. 어떤 이들은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참여로 단체를 조직해서 교육 문제를 포함해 사회의 구조적 개혁을 추구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교육이 반생태적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던 탓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지역 주민들이 생존권과 행복권을 지키려 벌이는 싸움에 침묵하게 되는 구조를 인식한다. 이들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전환을 함께 고민하며 사회 체제의 전환을 위한 싸움에서 연대를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이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구성하는 중요한 고리들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윤상혁은 〈전환을 위한 사유〉에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적해 가면서 지금의 교육이 환원론적이며 계몽적이고, 학교교육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고 보았다. 물론 이러한 근대 교육의 핵심을 이루는 원리와 틀이 전근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요했다는 역사적 독해는 가능하지만, 이러한 체계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타자(자연을 포함해)에 대해 폭력적이었고 이러한 폭력성은 인간에 대한 폭력을 넘어 인간 자체를 파멸로 빠트리고 말았다고 진단한다.
특히 그는 윤지형이 《오늘의 교육》 2011년 9・10월호에 이계삼의 교육 불가능에 대해 쓴 글에서 제기한 ‘근본’이 무엇이냐는 문제의식이 교육의 생태적 전환 담론을 둘러싼 조합원들의 인식에서도 제기되는 문제라고 보았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교육을 학교교육으로 한정 지은 데서 비롯된 것이며 학교교육은 계몽주의적으로 기획된 산물이라고 접근한다. 따라서 윤상혁은 학교라는 시공간으로 특정화된 교육, 계몽적이고 환원론적인 교육을 전혀 새로운 시선 ―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한 사유 - 으로 재개념화해야 한다는 이계삼의 논의를 이어 간다.
윤상혁에게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우리가 생각하는 교육이 근대적 사유의 틀 속에 갇혀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데카르트적 사유와 기계적 세계관으로부터 배태된 인간의 정치·경제적 행위들이 결과적으로 지구적 차원의 위기를 불러왔으며 근대적 사유는 한계에 봉착했고 근대적 교육 기관으로서의 학교는 의미 없는 공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의 교육에 대한 성찰과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 탈성장을 이야기한다. 탈성장 시대의 교육은 해방적 주체로서의 자기 인식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장소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탈성장 시대의 교육은 생산적 탈성장과 부 없는 가치라는 생태적 규범, 생산과 소비를 일치시키는 자급자족적 삶의 기술을 전수한다. 그는 교육의 생태적 전환은 그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정용주는 윤상혁과 같은 탈성장과 생태적 탈근대라는 관점에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다루었다. 특히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정치적 전환, 농적 전환, 동시대적 전환이라는 세 가지 방향에서 구체화시켜 보려 하였다. 정용주는 시대의 변화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교육운동을 올바로 펼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한다. 교육운동의 주체와 과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서 ‘그 당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가’ 하는 역사적 독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 시대의 교육 문제는 무엇인가? 어떤 이는 학벌 사회를 말하고 어떤 이는 입시 위주 교육을 말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생태 위기로 보았다. 그러나 생태 위기는 단순한 자연의 위기가 아니라 개발을 통해 발전을 지속하려는 사고, 막대한 사교육비를 요구하는 학벌 사회, 경제성장을 지속하다 보면 생태 위기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 전체의 위기이다. 따라서 우리가 생태적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고 절멸로 내몰리는 대재앙을 맞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교육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생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우리는 이번 호 특집을 기획하면서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운동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며 주체를 개혁하는 운동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후쿠시마로부터 촉발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이라는 고민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관련된 경제, 사회의 생태적 전환, 더 나아가서 문명의 전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교육의 생태적 전환 과정은 근대 교육 체제가 이루어 놓은 계몽적이며 환원론적이고 학교 중심적 교육을 벗어나는 새로운 사유로서, 기존의 반생태적 학교 제도와 교육 조직의 이해관계와 맞서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은 한편으로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혹독한 싸움의 과정이기도 하다. 아울러 생태주의가 다양한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처럼 교육의 생태적 전환에 대한 구체적 전망도 다양한 갈래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우리 안에서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원칙에 입각해서 생태적 연대의 틀을 넓히고 다져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 편집위원장 정용주
오늘의 교육 26호, 2015년 5·6월호 차례
4 바라보다 / 최승훈 기자
특집 다시, 교육의 생태적 전환
8 우리는 왜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말하게 되었는가? / 풍뎅이(정용주), 오미(윤상혁), 니짱(김환희), 공현(공현)
30 전환을 위한 사유
- 교육의 생태적 전환에 대한 소고小考 / 윤상혁
47 ‘생태적 탈근대’로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 / 정용주
지난 호 특집 <파국, 기억, 그리고 전환 - 후쿠시마와 세월호> 후속
67 학교야, 탈핵을 가르치자
- 편집위원 좌담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를 읽고 / 김영진
78 “역사는 시대를 살아간 우리의 기록이어야 한다”
- 나의 4.16과 기억저장소 / 권용찬
90 나의 4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김경빈
연재
99 모든 존재는 아름답기 위해 분투한다
- 교직, 마지막 1년 / 생명과의 만남 / 안준철
113 “수학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느냐?”라고 묻는 당신에게
- 삶을 위한 수학교육, 윤상혁
126 내 법인 듯 내 법 아닌 내 법 같은 너
-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따이루 / 2006~2007년 학생인권법제정운동 / 둠코
144 관료제 깊이 보기
- 정용주의 교육학 담론 문제화하기, 정치화하기
158 한 번 봐서는 알 수 없다
- 청년, 땅에서 삶을 찾다 - 농(農)진로 이야기 / 전남 해남 미세마을 / 정혜성
청년 이슈
171 청년의 목소리를 듣자
- 기획을 열며 / 김환희
174 세대 간의 갈등? 아니 연대!
- 청년 예술가와 예술가의 빈곤 / 홍태림
182 “일하지 않는 자를 먹여 놓으면, 그 사람이 먹고 자라난 후 다음 세대를 먹일 것이다”
- 청년 이슈 인터뷰 /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관리자 여정훈 / 김환희
에세이
196 “학교에서 말해 주세요,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고”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함께해요! / 나랑
207 위험한 취향, 금지된 취향
- 《솔로강아지》가 받은 지지와 거부에 대한 푸념 / 진냥
219 아! 살 수 있겠구나
- 同無를 찾아서 떠난 진로기행 / 윤가야, 오선재, 강유진, 강다운
특별 게재
231 기억의 전쟁과 역사의식, 그리고 공동체
- 5.18교육의 딜레마와 과제 / 배이상헌
리뷰
246 대학의 함락
- 《진격의 대학교》 / 이슬기
256 새 책 나들이
258 잠깐 독서
260 주제가 있는 책_생태적 전환
《오늘의 교육》을 만드는 사람들
편집위원장 정용주, 편집위원 윤상혁, 김환희, 김수현, 공현
편집자문위원 한만중, 하승우, 이형빈, 이혁규, 이윤미, 이병곤, 이계삼, 엄기호, 박복선, 김희옥
객원편집위원 후쿠시마 미노리, 김종구
취재·편집 최은정, 최승훈, 이진주, 설원민, 김도연, 김기언
디자인 디앤씨북스 인쇄 한성프린텍 제작·진행 세종PNP
출판자문위원 이상대, 박진환 자문변호사 하승수 감사 조성실, 박형진
이사 홍순성, 하승우, 조진희, 정용주, 임덕연, 박고형준, 김석규, 김기언
이사장 임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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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번호는 에세이 제목이 끌리네요. 편집위원님들 애 많이 쓰셨어요^^
수고하셨고요 잘 읽겠습니다
벗에서 나올 청년이슈 궁금합니다. 잘 읽을게요^^
모든 존재는 아름답기위해 분투한다 를 빨리 읽고싶네요. 나는 아름답기위해 분투를 했나 ?
아름답기위해 아침 바쁜데 화장을 하고 머릴 감고 옷을 골라 입고 넥타이를 골라 매고
민트민트민트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