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조카의 공연을 보러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미리 서울에 가있던 아내를 만나 점심으로 지하철표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이게 나를 완전히
시골노인네로 만들었습니다.
다리가 아프다는 아내를 대신하여 주문을 하러갔는데 빵 , 치즈 , 채소 , 소스를 선택하라는데
온통 영어로 되어있고 알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 제일 많이 먹는것으로 해주세요 " 라고 했습니다.
공연장은 선릉역 바로 옆 건물의 지하에 있었습니다.
80석 남짓한 소공연장인데 내 취향에는 딱 맞는 곳이었습니다.
운영하는 사람의 예술에 대한 열정에는 찬사를 보내지만 내가 걱정할바는 아니지만 손익을
생각해 보면 의문입니다.
관객은 대부분 출연자의 친인척으로 보였습니다. ( 하기야 우리도 10명이 왔으니)
이번 공연은 거문고와 타악기의 협연으로 모두 창작곡입니다.
중앙대에서 타악을 전공한 조카는 타악 협연자입니다.
곡에 따라 양금 , 스틸드럼 , 장구로 거문고와 협연하는 것입니다.
그 중 스틸드럼은 이름도 소리도 처음 들어보았는데 상당히 매력이 있습니다.
이 악기는 카리브해에 있는 트리나드토바고라는 나라의 민속악기로 말 그대로 쇠로 만든
드럼으로 음정을 표현할수 있습니다.
실제 소리는 실로폰 보다 더 맑은 쇠소리가 나고 울림도 있습니다.
이렇게 타악기 중에서 실로폰 처럼 음정을 표현할수 있는것을 유율(有律)타악기라고 한답니다.
죽을때 짊어지고 갈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배울것은 많기만 합니다.
시공을 넘나드는 거문고 선율과 다른듯 같은 타악의 조화가 훌륭한 연주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루 삼시세끼 먹고 그렇고 그렇게 지내는 일상에서 이런 기회는 푸른숲의 맑은 계곡처럼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봄에 처음으로 생강을 심었습니다.
누구에게 물어 보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 심으면 싹이 나오고 생강이 달리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보통 작물이 발아하는 기간이 훨씬 지나도 싹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패했구나 싶어서 서둘러 그자리에 콩을 심었습니다.
그 콩의 싹이 트고 한뼘 정도 자란 어제 풀을 뽑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콩포기 사이로 생강싹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콩을 뽑아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으로 당연한 행위였지만 왜 내가 좀더 기다리지 못했던가 , 생강을 심기전에
왜 그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던가 하는 회한과 더불어 힘들게 생명을 키운 콩을 뽑아버린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기대했던 생강의 출현으로 인한 기쁨과 생명으로 자라는 콩을 제거한 우울함이 뒤섞여
복잡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