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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요약
프랑스의 랭보가 지은 장시. 12음절 4행 25연으로 이루어졌다. 물결에 떠밀려 내려가는 주인 없는 배(시인 은유)를 1인칭 시점으로 묘사하는데, 그 시구들은 일종의 착란 상태라고 해도 무방한 시적인 현실을 펼쳐 보인다.
100행에 이르는 장시인 『취한 배』는 나름의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체 25연 중에서 첫 6연은 바다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유럽과 아메리카를 오가며 밀과 면화를 운반하는 상선인 배는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 예인선을 잃고 강을 따라 떠내려간다. 7연에서 14연까지는 바다에서 전개되는 모험과 좌초를 그린다. 바다에 이르러 폭풍우 속에서 시달린 배는 새벽바다와 밤바다의 장관들을 보게 되고, 플로리다를 거쳐 흘러가다가 극지방에 도달하여 어느 만에서 좌초되고 만다.
15연에서 21연까지는 좌초했던 배가 다시 떠나는 항해를 그린다. 파도에 이끌려 다시 바다로 나아간 배는 무한한 대양과 창공 속에서 자유를 누리지만 유럽의 성벽을 그리워한다.
22연에서 25연까지는 이전의 경험들을 종합하면서 더 이상 항해할 수 없는 좌절감을 쓸쓸하게 읊조린다.
취한 배
랭보
나는 도도한 강물을 따라 내려갈 때, 나는
예인자들이 날 인도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떠들썩한 인디언들이 그들을 깃발 기둥에
발가벗겨 묶은 뒤 과녁으로 삼아버렸다
플랑드르 밀이나 영국 목화를 나르는 나는
선구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예인자들과 동시에 그 야단법석이 끝나자
나는 원하는 곳으로 강물을 따라 흘러흘러갔다
지난 겨울, 물결의 성난 찰랑거림 속으로,
어린이의 두뇌보다 더 말 안 듣는 나,
나는 달려갔다! 하여 출범한 반도도 더 기승스러운
혼란을 겪지 않았다
폭풍우가 내 해상의 각성을 축복했다
코르크 마개보다 더 가볍게 나는 춤추었다
조난자의 영원한 짐수레꾼이라 불리는 물결 위에서,
열 밤 동안, 등대이 어리석은 눈을 그리워하지도
않고!
신 능금 같은 어린이의 살결보다 부드럽게,
푸른 바닷물이 내 전나무 선체를 꿰뚫고,
키와 닻을 흩뜨리면서, 나에게서
푸른 술 자국과 토사물을 씻어냈다
그때부터 나는 별들이 우러나는 젖은 바다의
시에 기꺼이 잠겼다. 푸른 창공을 탐욕스레 보면서
바다의 시에는 넋을 빼앗겨 파랗게 질린 뗏목...
사념에 잠긴 익사자가 때때로 떠내려가고,
알콜보다 강하고 리라보다 장대한
쓰라린 사랑 적갈색 얼룩이 반짝이는 햇살 아래
헛소리와 느린 리듬 되어 술렁인다! 갑자기
푸르스름한 바다를 물들이면서
나는 번개로 갈라지는 하늘, 소용돌이와
파랑과 해류를 알고 있다, 나는 저녁을,
비둘기 무리처럼 고양된 새벽을 알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인다고 믿는 것을 때때로 보았다!
나는 낮은 태양을 보았나니, 그것은 신비한 공포로
얼룩져, 아주 옛날 연극의 배우들과 비슷한 긴 보랏빛
응고선들로, 덧문 떨리는 소래를 내며
멀리 굴러가는 물결들을 조명했다!
나는 꿈꾸었다 눈부신 눈이 내리는 푸른 밤을,
천천히 바다의 눈들로 올라오는 입맞춤을,
들어보지 못한 수액들의 순환을,
그리고 노래하는 형광체들의 노랗고 파란 깨어남을!
나는 신경질적인 암소떼들처럼 암초에
부딛치는 파도를, 여러 달 내내 뒤따랐다
마리아의 빛나는 발이 콧잔등을 헐떡이는 대양에
처박을 수 있을 거라는 건 생각도 않고!
알다시피 나는 사람의 피부를 한 표범의 눈들이
꽃들과 뒤섞이는 믿기지 않는 플로리다,
수평선 아래에서 청록 가축떼에
고삐처럼 묶인 무지개들과 부딛혔다!
나는 보았다 거대한 높이, 레비아탄
한 마리가 골풀 사이에서 온통 썩어가는 통발이,
잔잔한 가운데 물이 무너져내리는 곳이,
심연 쪽으로 폭포를 이루는 먼곳이 술렁이는 것을!
빙하, 은빛 태양, 진주모빛 물결, 잉걸불의 하늘!
갈색 만들의 밑바닥에 펼쳐진 보기 흉한 양륙지들,
거기에선 이들이 득실대는 거대한 뱀들이
검은 향기를 내뿜으면서 비틀린 나무에서 떨어진다!
나는 푸른 물결무늬의 그 만새어들, 그 황금빛 물고기들,
그 노래하는 물고기들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니
------꽃의 거품들은 내 출항을 가만히 흔들어주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바람이 가끔 나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때때로, 흐느끼면서 내 옆질을 부드럽게하는 바다가
극지방과 여러 기후대에 싫증난 순교자인 나를 향해
노란 현창까지 그 어둠의 꽃들을 올라가게했고,
나는 무릎을 꿇은 여자처럼 가만히 머물렀다.......
섬처럼, 내 가장자리 위 갈색눈의 욕쟁이 새들
그것들의 구슬픈 울음과 똥을 피하려 몸체를 뒤흔들면서,
그리고 나의 연약한 줄들을 가로질러 익사자들이
잠자러 내려갈 때, 거꾸로 항해했다!
그런 나, 작은 만들의 머리칼 아래 길을 잃고,
태풍 때문에 새들 없는 창공 속으로 던져진 배,
소형 군함과 한자동맹의 범선들이라도 물에 취한
나의 시체를 건져올리지 않았을 나,
자유롭고, 담배 피우며, 보랏빛 안개에 싸여 상승하는 나,
훌륭한 시인들에겐 맛좋은 잼인,
태양의 이끼와 쪽빛 콧물이 있는
붉어가는 하늘에 벽처럼 구멍을 뚫은 나,
7월이 불타는 듯한 폭발 구멍들이 있는 군청빛 하늘을
몽둥이 타작으로 무너지게 했을 때,
전기 궁형 구름들에 얼룩지고 검은 해마들의 호위받으며
미친 널판때기처럼 달린 나,
베헤모트들의 암내와 깊은 소용돌이의 신음 소리를
50햐라 벆에서 느끼고는 전율하는 나,
파란 부동상태의 영원한 도망자
나는 옛 난간들의 유럽을 그리워한다!
나는 항성의 떼섬들! 그리고 헛소리하는
하늘이 표류자에게 열려 있는 섬들을 보았다.
----- 수많은 황금빛 새들이여 오 미래의 원기여,
너가 잠들고 유배되어 있는 곳은 저 밑바닥 없는 어둠속인가?
그러나, 진실로, 나는 너무나 울었다! 새벽은 가슴을 에는 듯하다
모든 달이 지긋지긋하고 모든 태양이 가혹하다
쓰라린 사랑이 나에게 황홀한 무기력을 불어넣었다
오 내 용골이여 깨져라! 오 나를 바다로 가게하라!
내가 유럽의 물을 원한다면, 그것은
웅크린 어린이가 향기로운 황혼 무렵에
슬픔으로 가득차 오월 나비처럼 연약한
배를 띄우는 검고 차가운 물웅덩이이다
오 파도여, 나는 그대들의 무기력에 젖어,
이제 더 이상 목화운반선을 바짝 뒤따를 수도,
군기와 삼각기들의 오만을 방해할 수도,
거룻배들의 끔직한 눈 아래에서 항해할 수도 없다
요약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16살에 쓴 산문시로 프랑스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선원 없이 대양을 표류하는 배의 이미지를 통해 시적 세계를 탐험하는 시인의 영혼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해설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25개의 알렉상드랭 4행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랭보는 시를 1871년 여름에 고향 샤를빌(Charleville)에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랭보의 나이 16세였다. 랭보는 이 시를 파리의 베를렌에게 보냈고 베를렌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이 시를 통해 랭보는 파리의 문단에 성공적으로 입성했지만, 정작 서둘러 출판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다. 「취한 배」는 1883년 베를렌이 잡지에 기고한 「저주받은 시인들」이라는 글에 시 전문을 소개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졌다.
작품은 시인의 내면을 향한 항해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모티프가 겹쳐 있다. 그 하나는 매우 분명한 것으로 여행에 관한 것, 혹은 세상으로부터 탈주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액체적인 이미지가 지배한다. 그 첫 번째 형태는 흘러내리는 강이고, 그 다음엔 대양이다. 두 번째 포착하기 좀 더 어려운 모티프는 시인의 시적인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랭보는 그가 이전에 지은 시들을 종합하면서도 보다 높은 시적 단계에 도달하기를 지향하고 있었는데, 이 시는 그 야망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서는 랭보의 본질적인 주제들인, 자유, 도취, 환멸, 체념 등의 과정이 웅장한 규모로 그려지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시에서 바다를 노래하고 있는 랭보가 정작 그때까지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랭보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국이나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의 이미지들을 노래했다. 그리고 시 속에서 랭보는 감히 “사람들이 보았다고 믿은 것들을 나는 보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 시는 견자(見者, voyant) 시인이라는 신화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시의 이미지들이 랭보의 독창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많은 연구들을 통해 지적되어 왔다. 이 시의 원천으로는 랭보가 보았던 그림 잡지, 쥘 베른과 페니모어 쿠퍼 등 소설가들의 작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시에 어린아이의 비유가 그토록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랭보는 그가 읽거나 본 이미지들을 독창적으로 종합하여 고유한 시적 이미지로 가공해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풍부하고 신선한 이미지, 탁월한 표현력을 가진 이 시는 다양한 반응을 불러왔다. 베를렌은 랭보의 가장 훌륭한 시로 격찬해 마지않았고 말라르메도 이 시에서 랭보의 천재성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라공은 여기에서 랭보의 재능을 인정하길 거부했다. 보들레르 등 랭보의 모델이 되는 시인들을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폴 발레리도 이 시가 너무 지시적이고 예측가능하다고 여겨서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서도 랭보의 시 세계에서 이 시가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작품 속의 명문장
난 알고 있다네,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들, 물기둥들,
격랑들 그리고 해류들을, 난 알고 있다네, 저녁녘,
비둘기의 무리처럼 비약하는 새벽,
또 난 가끔 보았다네,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을!
난 보았네, 신비로운 공포 점점이 박힌 나지막한 해,
머나먼 고대 연극배우들 모양의
기다란 보랏빛 응결체들을 비추는 태양을
저 멀리 출렁이는 수면을 굴리는 물결들을!
난 꿈꾸었네, 현란스레 눈 덮인 푸른 밤,
서서히 바다 위로 복받쳐 오르는 애무인 양
놀라운 수액의 순환
그리고 노릇파릇 깨어나 노래하는 인광(燐光)들을!
전체 25연 중 8연에서 10연에 이르는 대목이다. 강물을 흘러나와 대양에 도달한 배가 광활한 공간에서 발견한 기이한 장면들을 서술하고 있다. 신선한 비유와 예기치 못한 이미지들,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형상들이 시적 몽상의 황홀경을 묘사하고 있다. 8연의 마지막 행은 시인의 ‘견자(見者)’ 이론을 표현하는 구절로 자주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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