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갯가로 나가
봄, 봄이다. 꽃 피고 잎 돋는 새봄이다. 집을 나서 근교 산기슭이나 골짜기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여기저기서 새들까지 조잘거리니 귀가 쟁그럽다. 내가 사는 생활권에서 산뿐만 아니라 들과 강과 시내도 봄빛이 완연하다. 도심의 창원대로 벚나무 가로수도 몽글몽글해진 꽃망울이 꽃잎을 펼치려는 즈음이다. 연 사흘째 봄을 느껴 보려고 마산역 광장 모퉁이 농어촌버스 출발지로 나갔다.
삼월이 하순에 접어든 셋째 월요일은 연락이 오간 지기 둘과 셋이 함께 길을 나섰다. 퇴직 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쇠털처럼 많은 날이다. 나는 혼자서도 유유자적 시간을 잘 보내는데 나의 발걸음을 좇아 함께 걷고자 청해 온 두 지기가 있어 기꺼이 동행이 되어 주었다. 두 분은 같은 생활권에 살아 가끔 얼굴을 뵙는 사이로 문학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분자값은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
교외로 바람을 쐬러 가십사는 제의에 나는 승용차를 이용하지 말고 대중교통 편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사흘째 마산역 광장 농어촌버스 출발지로 나갔다. 어제 다녀온 구산면 난포 갯가로 다시 나가 지기들과 동행해 걸을 요량이었다. 우리 집에는 쑥이 넘쳐 소용없다만 반송 시장 노점에서 파는 쑥은 시들고 야위었는데 거기는 통통한 쑥을 봐두어 캐기를 권하고 싶어서다.
마산역 광장으로 오르는 길목은 주말 이틀만 반짝 노점이 펼쳐져 월요일 아침은 허전했다. 번개시장 들머리 단골집에서 김밥을 마련해 동행하기로 한 지기들을 만났다. 우리는 낚시터로 알려진 원전항으로 가는 62번 버스를 탔다. 도심을 벗어나 댓거리에서 밤밭고개를 넘어가 현동교차로에서 덕동 차고지를 지나니 바다가 보였는데 수정에서 안녕마을을 돌아가자 합포만이 드러났다.
버스는 옥계에서 되돌아 나와 반동삼거리에서 로봇랜드를 지난 난포에서 내렸다. 조업을 나가지 않은 어선이 몇 척 묶여 있는 포구는 물이 맑고 깊지 않아 바닥이 훤했다. 마을 앞길에서 가림막이 둘러친 소형 조선소를 지나니 아침 햇살을 받은 바다는 윤슬로 반짝거렸다. 포구 건너편은 원전항으로 가는 심리로 마산에서 연장된 5호선 국도가 거기서 멈춰 해상은 미개통 구간이었다.
봉화산이 바다로 흘러내린 산자락이 옥계로 돌아가는 지점은 거북의 목처럼 길게 바다로 뻗쳐졌다. 소나무 아래 갯바위에서 가져간 다과를 들면서 환담을 나누었다. 연안으로 내려서니 덜 마모된 자갈돌이 드러나고 조개 껍데기와 물살에 밀려온 해조류들이 흩어져 있었다. 일행은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볕 바른 자리에 보이는 쑥을 캐 모았다. 해풍을 맞고 자란 청정지역의 쑥이었다.
연안을 따라가면서 검불을 비집으면서 캔 쑥은 연방 봉지를 채울 수 있었다. 내가 어제 오전 봐둔 쑥 일부는 오후에 누군가 다녀가면서 캐 간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한 시간 남짓 쑥을 캐서 갯바위를 쉼터로 삼아 배낭을 풀고 앉았다. 홍합 양식장 부표가 뜬 바다 건너는 거제의 섬이 바라보였다. 해군 기지 바깥은 조업을 나서는 어선들이 거품을 일으키는 물살을 가르며 달렸다.
셋은 준비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두 지기는 사리로 드러난 거북 머리에 해당할 갯바위까지 다녀왔다. 이후 배낭을 추슬러 둘러메고 봉화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들었다. 얼마간 숲길을 지나니 옥계로 가는 임도가 나왔는데 산기슭은 진달래가 만발하고 복사꽃이 피기 시작했다. 내가 어제 봐둔 움이 터 나오는 두릅 순은 그새 누군가 채집해 가고 남겨진 몇 개만 따는 데 그쳤다.
임도를 따라 옥계로 나가 시내로 들어갈 버스가 오길 기다렸다. 어촌도 고령화되어 아이들을 볼 수 없고 초등학교 터는 주민 복지회관이 들어서 있었다. 정한 시간에 마을로 들어온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명서동 주택지 재래시장으로 갔다. 셋은 몇 차례 들린 적 있는 자연산 전문 횟집으로 들어 생선회를 앞에 놓고 맑은 술을 잔에 채워 비우고 나왔더니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 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