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마스터 성장기.1] 다이빙에 투자하다

[게으름뱅이교원(바울)]

2005.03.15

거의 2년을 미루다 디카를 드뎌 샀다.

5일 후면 태국 푸켓에 가서 생활을 할 거고, 내 생활의 대부분(?)인 바다를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기계를 사서 잘 활용하지 않고 버린 적이 많다.
정말 돈이 아까워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다.

<사지 말았어야 했던 것들!>
-중학교 때 산 16비트 XT 컴퓨터(당시 100만원이 훨씬 넘었는데, 테트리스 오락 외에 뭘 했나!)
-그것과 맞는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30만원쯤 했을 텐데, 얼마 안 쓰고 10년쯤 묵히다 버렸다)
-모뎀(8만원쯤 했던가, 설치조차 안 하고 버렸다)

-삼성 필름 카메라(필름 몇 통 찍고 말았지만...재밌었다)
-대학교 입학 때 산 올림푸스 카메라(필름 몇 통 찍고 말았지)
-대학교 때 산 워크맨(난 다니면서 뭔가 듣는 게 영 거북스럽다)
-CD 플레이어
-TV 카드
-5만원에 구입했던 중고 비디오
-해동검도 수련용 진검(2단을 따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이지만...그 이후 몇 년간 애물단지. 쓸 데도 없고, 정기적으로 신고해줘야 하고, 괜히 벌금 10만원을 물게 된...)

-대학교 때 산 중고 잉크젯 프린터(선배에게 비싸게 주고 사서-_-)
-직장 생활할 때 산 잉크젯 프린터+미리 대량 사놨던 카트리지(직장 생활 시 필요없어져서 정토회에 기증-_-)

-3년 전 샀던 어학학습기(선배가 강추해서 샀는데, 몇 번 못쓰고 고장이 났고, 몇 달 미루다가 회사에 전화하자 단종되어서 고칠 수가 없단다, 세상에!!!)
-2년 전 샀던 보이스 레코더(책 쓴다고 샀는데...별로 안 쓰고 갖고 있다. FM+AM 라디오+MP3 기능 별체도 쓸데가 없다-_-)

-2년 전 샀던 노트북(무량스님 책 쓴다고 샀는데 쓸데 없었다. 미국에 있던 데스크탑이 훨 편했다. 원래 40만원인가 주고 중고 펜티엄4를 샀었는데, 미국 가려고 칸나의 오래되고 열라 무거운 노트북과 바꾼 거다. 갖고 다니기 정말 힘들고 성능도 별로라...쩝...)

-2년 전 샀던 3만원짜리 중고 TV(친구가 퀵비만 내라길래 샀는데...괜히 사서 필요가 없어 다른 친구 줬다.)
-2년 전 샀던 3만원짜리 중고 냉장고(역시 친구랑 살 때 두어 달 쓰다 친구 줬다.)

-마티즈 자동차(별로 안 탔다. 1년 타고 감가상각비로만 한 50만원은 썼을려나. 아무리 기분이 상해도 내 돈 주고 사는 게 아니었는데... )

<사서 뽕을 뽑은 제품>
-고등학교 때 산 삼파장 스탠드
-고등학교 때 산 엠씨스퀘어(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잃어버렸다-_-)
-대학교 때 산 펜티엄II 데스크탑(직장 생활 시 필요없어져서 순창에 기증! 시작부터 끝까지 아름답군)
-서울 생활 시작시 산 미니콤포넌트
-LG 밥솥: 정말 지금까지 잘 쓰고 있는 최상의 것!


지나고 나면 참 돈이 아까운 일이 많다.

지금까지 산 책들...특히 중고등학교 때 겉멋으로 샀던 철학 책들과 참고서, 그리고 대학 교과서들(그 멍한 도서관 사서가 책을 사놓으면 다 재산이 된다고 해서!!!) 수십 만원치. 물론 남들이 과외 받을 때 나는 독학을 했으니 그 돈에 비하면 별 거 아니겠지만...

과도한 탐욕에 샀던 참고서들은 대학 입학 후에도 아까워서 못 버리고 늘 망설이며 가슴을 치다가, 몇 년이 흐른 후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아 과감히, 조금씩 조금씩 거의 다 버렸다. 철학 책들은 아직도 안 봤다.-_- 두고두고 볼 가치, 혹은 남들과 돌려볼 가치가 없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서점에서 봐야 한다는 주의로 바뀌었다.

제일 돈 아까운 건 옷과 신발 같은 것들이다.
싼 거 사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그냥 버린 것들, 볼 줄 모르고 충동구매했다가 그냥 모셔두고 짐만 되는 게 부지기수.
얼마 전부터는 비싸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진 걸 사고 있다.

교육비는 대체로 만족하는 부문이나...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다녔던 서강대 언론대학원은 정말 아깝다.
430만원 내고 한 학기 다니면서 이건 정말 명예가 필요한, 조직에서 십 몇 년 굴러먹은, 공부 안 하고 학위 따고픈 조직순응형 회사원들이나 할 짓임을 더욱 철저히 깨닫고 그만뒀다.

가장 알찬 교육은 지금부터 시작할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과정인데, 오픈워터 285$+어드밴스 185$+레스큐 420$(이까지는 이미 다 풍족하던-_- 회사원 시절 지불했고)+다이브마스터/강사 1265$+각종 교재 및 시험대금 1650$+장비 2000$, 다 합치면 들일 돈이 약 600만원. 교육비만 그렇고 비행기표, 생활비 등등 부대비용까지 하면 얼마가 되려나?
어쨌거나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고, 앞으로도 인생을 풀어갈 가닥을 보여줄 것이니 과감하게 지를 테다!
요가 지도자 과정 180만원도, 소설 창작 학교 50만원도, 정토회 깨달음의 장 300$도, 불교대학 12만원도 아주 알찼다.

인도에서 한 달간 따블라를 배운 교육비 3만원은 정말 가격대비 성능 짱!
멕시코에서 다녔던 스페인어 학원-첼리의 한 달 수업과 치코의 살사 수업도 감동적이었다.
과테말라 안띠구아에서 다닌 스페인어 학원 일주일은 글쎄...
해동검도는 학교 동아리 덕분에 거의 공짜로 너무너무 잘 배웠지.
청주에서 다녔던 수영장 교육도 단기간에 아주 알찬 교육이었다.

영어, 일본어 학원은 한 달만 다녀도 돈이 아까워 그만두곤 해서 몇 번 다녔지만 거의 남는 게 없었다. 시사 중국어 단기대학 6개월 코스를 마친 것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장 만족하는 부문은 여행과 문화생활이다.
그동안 다니면서 썼던 비행기값, 밥값, 숙소값, 사람들 만나면서 썼던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또 그동안 다녔던 수많은 공연 관람 및 스윙, 살사, 탱고를 직접 추느라 쏟아부은 돈도 아주 만족! 너무 즐거웠다.

인간에게 들인 돈도 만족.
사람들 선물 챙겨준 것 등도 좋았지만, 그 중 압권은 K라는 친구를 '깨달음의 장' 프로그램에 보내기 위해 썼던 20만원. 얘 인생의 흐름을 혁명적으로 바꾼 시발점이 되었고, 이것이 씨앗이 되어 마구 퍼져가고 있으니까.

지나고나면 남는 건 여행과 문화생활, 그리고 배움!
나라는 인간 자체를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물건은 주로 후회만 남으니,
앞으로는 더욱더 여행과 문화생활, 그리고 배움에 돈을 과감하게 써야겠지?

그런 후회가 삶의 지혜로 화한 건지,
계속 미루고 미루던 디카는...
물건이지만 나를 형성할 만큼 큰 힘을 가진 것이라는 확신이 서서 오늘 인터넷으로 샀다!


캐논 파워샷 S70 (700만 화소에 수동 기능): 본체는 508,000원인데,
본체+CF512M 메모리+배터리+가방+리더기+삼각대+보호필름+청소도구+한글설명서+철제가방+액정보호필름 패키지로 해서 605,000원.

방수하우징: 한국에선 거의 파는 데가 없더구만. 노마 쌤이 소개한 사이트에서 243,000원.

금요일쯤 배달되어 오겠지.

이제 다이빙에 투자할 시간이닷~!

[푸른나무]

생각만 하고 도전하지 못하는 많은 걸 하면서 사시는군요. 그런 사람 옆에 있으면 그 기가 이쪽으로도 흐를려나...

[자유님]

정신을 살찌우는 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으시군요.

[하얀거인]

zzzzz어디에서 다이빙 마스터 하는건강?? 꼬따오라면 부다뷰? 혹은 음..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