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이제야 알아버렸다.
시간은 벌써 4월 달을 달리고 있었다. 벚꽃축제가 사방에 열릴 일이 얼마 남지 않았고, 중간고사 또한 부쩍 다가왔다. 그리고 지난 기간 동안 지아와 상현이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은 무척이나 줄었으며 대신 상현과 윤진이 함께 있는 시간은 무척이나 늘었다. 지아는 셋이서 함께 있을 적엔 항상 약속이 있다거나, 팀플이 있다는 핑계 따위를 대면서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그 동안 진짜로 약속 있는 날은 몇 날 없었고 집-학교를 오가며 정말이지 한마디로 왕따 같은 생활을 보냈다.
상현과 윤진이 없으니 정말이지 왕따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눈에 봐도 점점 발전해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윤진과 상현의 관계에 끼어들 틈은 없었다. 먼저 세 네 번 둘 사이를 위해 비켜 주다보니 셋이 있는 동안에도 부쩍 둘만의 얘기가 늘어난 윤진과 상현 때문에 셋이 있는 시간은 지아에게 가시방석이었고 점점 그렇게 지아는 둘 사이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우리 피자 먹으러갈까?”
수업이 끝난 후 나란히 걷고 있던 지아, 상현, 윤진 중에 윤진이 눈에 띄게 예뻐진 얼굴로 물었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더니 윤진의 얼굴은 요새 들어 꽃보다 더 화사해졌다. 그리고 저 물음은 곧 지아에게 ‘이제 니가 갈 시간이야!’ 라고 자동으로 번역해서 귀에 들어왔다.
“아, 난, 약속이 있어서……. 둘이 맛있게 먹구와~”
윤진이의 얼굴에 더욱더 대비되어 보이는 지아의 얼굴은 눈에 띄게 핼쑥해졌다. 사실 상현이 거의 없는 집에서 지아는 딱히 밥상을 혼자 차려먹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뒹굴 거리며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살았기에 굉장히 폐인이 되어 있었다.
“뭐야, 또 약속? 넌 친구도 없는 애가 맨날 뭐 그리 바쁜 척이냐.”
상현이 지아가 빠질 때마다 형식상 매일 하던 말을 시큰둥하게 내뱉었다. 지아가 매번 둘만 남기고 빠지니 상현도 지아가 눈치껏 빠져주고 있다는 사실을 이젠 잘 알고 있었다.
“지아 너 요새 연애하지?”
윤진이가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지아는 연애는커녕 상현 외의 남자와 마주본 것이 까마득하지만 부정하지 않고 그저 웃어보였다.
“연애는 무슨, 얘가 남자가 어딨냐. 이번엔 누구 만나러 가는데?”
상현이 모르는 지아의 친구들을 거의 없었다. 하긴 상현이 지아의 친구들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아는 근래의 2주간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인맥을 통틀어서 핑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엔 또 누구를 말해야 할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그리고 곧 핸드폰 화면에 ‘지선우’ 이름이 보이고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우오빠!”
사실 선우랑은 계속해서 핸드폰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을 뿐, 그 때 다 같이 한 술자리 이후에 한 번도 따로 본 적이 없었다. 딱히 나가기 귀찮기도 했고, 선우가 자신한테 잘해주는 것이 부담스러워 계속해서 만나자고 했던 선우를 거절했던 지아였다.
“어? 저기 선우오빠 이쪽으로 오는데?”
타이밍 좋게도 선우는 저 쪽에서 지아 무리를 발견하고 걸어오고 있었다.
‘아씨, 망했다. 어떡하지.’ 지아는 속으로 생각하며 울상이 됐다. 그리고 지아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채 정하기도 전에, 선우가 밝은 얼굴로 이쪽으로 뛰어왔다.
“오빠, 오랜만이네! 지아랑 오늘 만나기로 했다면서?”
지아가 말릴 틈도 없이 윤진이 먼저 선우에게 말을 건넸고, 선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윤진과 지아를 번갈아 가면서 살펴보았다.
“저..저기 그게..”
지아가 울상이 되어 말을 더듬으며 핑계거리를 찾고 있자, 선우가 당황한 지아의 표정을 읽고선 지아 팔을 잡아끌어 자신의 옆으로 세운다.
“응! 오늘 보기로 했지~”
지아 대신 밝게 웃으며 말해주는 선우 덕분에 지아는 미안함과 머쓱함에 멀뚱히 땅만 보고 있었다. 상현은 그런 지아를 보며 못마땅한 듯 약간 인상을 쓰는 것 같았지만, 이내 별 신경 안 쓰는 듯 윤진을 잡아끌며 가자는 의도를 표출한다.
“헤, 데이트 잘해! 지아야~ 내일 봐~”
그런 상현이 마냥 좋은 듯 윤진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상현은 그저 꾸벅, 선우에게 고개 숙여 보였다. 그리고 둘은 그 자리에서 빠져나가고, 지아와 선우만 남겨졌다.
“아……. 저기, 그게, 그러니까..”
지아가 선우의 눈도 못 마주치면서 핑계거리를 찾고 있자, 선우가 지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는 웃어 보였다.
“드디어 나 만나 주는 거야? 여자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 아니다!”
+++++
지아와 선우가 도착한 집은 학교 근처의 파스타 전문점이었다. 평소 선우가 자주 가던 집이라면서 선우의 이끌음에 둘은 나란히 앉았다. 지아는 오랜만에 맡는 식사다운 식사의 냄새에 없어진 줄 알았던 식욕이 샘솟음을 느꼈다.
“여기, 진짜 맛있어! 어떤 거 먹을래?”
“저 밥 종류요!”
급격히 허기진 지아는 단번에 대답했다. 평소 면 종류는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라 지아는 거의 밥 위주로 먹는 것을 좋아했다.
“배, 많이 고팠구만~ 파스타 집까지 와서 밥 먹게?, 메뉴판 보고 골라봐~”
선우는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는 지아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메뉴판을 지아 앞에 펼쳐준다. 맛있어 보이는 사진에 지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맛있어보이고 저것도 맛있어 보이고……지아는 한참을 망설였고 선우는 그런 지아가 귀여워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 저는 음.. 치즈치킨볶음밥, 이거요!”
주문한 음식은 곧 나왔고 지아 앞에는 볶음밥이, 선우 앞에는 파스타가 놓여졌다. 맛있는 음식에 기분이 급격히 좋아진 지아는 잘먹겠습니다, 하고 외치며 싱글벙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반면에 선우는 그런 지아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처음 술자리에서도, 지금까지 연락하는 동안에도 지아는 계속 기분이 안좋아보였다. 근데 이렇게 음식을 앞에 갖다놓으니 저렇게 행복해하는 걸 보니, 드디어 자신이 계속 생각했던 지아의 그 모습을 찾은 느낌이었다.
“이것도 먹어봐.”
선우는 파스타를 앞 접시에 덜어 지아 옆에 놓아주며 말했다.
지아는 선우를 본 지 오래되었지만, 선우는 아니었다. 선우는 지아가 도서관에서 상현과 있을 때도, 그리고 혼자 걸어 나올 때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도 몇 번이고 지아를 볼 수 있었다. 딱히 찾아다닌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지아를 매번 마주쳤었다. 그러면서선우는 지아와 정말로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바라던 상황인, 지아가 자신의 앞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우아, 여기 진짜 맛있어요. 저 파스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긴 진~짜 맛있어요!”
지아가 정말이지 감격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어 보인다. 선우는 2주동안 지아가 자신을 피해 다니기에 우울했었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진짜? 또 오자. 말만 해. 언제 어디에 있든 데리고 가줄테니까~”
선우가 헤벌쭉, 웃으며 간이라도 빼어줄 것처럼 웃었다. 연애를 많이 해 보진 않았지만, 그는 확신했다. 그녀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될 것을.
+++++
선우와 있는 동안은 꽤 즐거웠다. 맛있는 밥도 먹었고, 카페에 가서 오랜만에 달달한 커피와 케익까지 먹었다. 지아가 괜히 지레 겁먹고 만나지 않았던 선우는 지아를 굉장히 재밌고 편하게 해주었고, 장난도 많이 치며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지 모르고 놀고 있다가 밤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지아가 ‘오늘도 역시나 불이 꺼져있겠지’ 생각하고 들어온 집에는 거의 2주 만에 처음으로 자신보다 먼저 상현이 와 있었다.
“어? 오늘은 일찍 왔네?”
선우와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서 후식까지 마시고 들어온 지아는 오랜만에 느낀 포만감에, 더해서 상현이 집에 와있단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반면에 상현은 오히려 그 반대인 듯 했다.
“넌 왜 연락을 안 받는 건데!”
“전화했었어?”
지아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보니 배터리를 다한 핸드폰이 어느새 꺼져있었다. 선우와 같이 있는 동안 여느 때처럼 딱히 연락 올 곳도 없고 신경 쓰지도 않았기에 지아는 핸드폰이 꺼져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미안미안, 꺼진 줄 몰랐네..”
“하여간, 넌 여자애가 그렇게 덜렁대서 어떡할래?”
“니가 전화 할 줄 몰랐지! ”
“여자면 여자답게 좀 잘 챙겨라. 언제까지 그렇게 애처럼 굴꺼냐?”
“아니, 핸드폰 좀 꺼진 거 가지고 왜 이래? ”
“지금 시간이 몇 시냐? 늦으면 늦는다고 얘기 못해?”
“왜 그러는건데?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어서 나한테 화풀이 하는 거지, 지금?”
오늘따라 잔뜩 표정을 구기며 짜증을 내는 상현을 지아는 이해 할 수 없었다.
상현은 윤진과 매우 가까워지고 있었다. 윤진이 처럼 예쁘고 참하기까지 한 여자가 대놓고 상현에게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니, 굳이 상현이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싫지 않을 뿐 아니라,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여성스럽기도 한 윤진이 좋았다. 어쩔 때 보면 여우같고, 어쩔 때 보면 토끼 같고 뿐만 아니라 내조도 참하니 잘하는 윤진은 웬만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자였다. 요 며칠 사이 둘에겐 은근한 스킨십도 오고갔다.
이렇게 자신의 연애사업이 한창인 상현이, 지아가 선우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짜증난 것은 아니었다. 상현은 그저 선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리숙하고 아직 어린 애 같은 지아가 얼굴이 반반한 선우에게 놀아날 것만 같았다. 선우가 다른 마음을 품고 지아를 대하고 있을 것 같아서 물가에 내 놓은 어린애마냥 불안했다. 그래서 선우를 따라 나간 지아가 신경 쓰여 오늘따라 집에도 일찍 들어오고 전화도 했는데, 지아가 막상 연락이 안 되니 ‘뭔 일이야 있겠어’ 싶으면서도 계속해서 짜증이 났다.
“됐다. 들어가 씼어.”
반면 지아는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는 상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기간 동안 항상 늦게 온건 상현이었다. 항상 연락을 안했던 것도 상현이었다. 지아는 오늘 단 하루 늦었을 뿐이었다.
“윤진이랑 싸우기라도 했냐? 그래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뭐?”
“평소에는 윤진이랑 노느라 문자 한 번을 안 하더니 니가 오늘은 뭔 바람이 불어서 나한테 연락을 다 해?”
“갑자기 애가 연락은 안 되고, 집에 오니까 집에도 없고, 선우 선배도 전화 안 받고, 시간은 열두시가 넘었고. 걱정 안하겠냐?”
상현의 말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서 그랬다는 걸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번 입을 연 지아는 그간 서운했던 감정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미 열린 입은 그간의 서운함을 다 토해내겠다는 듯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걱정? 니가 내 걱정을 해? 언제부터 그렇게 내 걱정을 했다고?”
“신지아.”
상현이 화난 눈으로 지아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차분하게 지아의 이름을 불렀다. 감정을 주체 못하고 지아가 흥분할 때에 상현이 지아의 이름을 이런 식으로 부르면 지아가 그 순간 숨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지아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윤진이 걱정이나 해. 괜히 내 걱정 하는 척 말고, 내가 연락이 되든 안 되든 신경 꺼!”
상현의 눈이 정말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리고 지아는 곧 자신의 분에 못 이겨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기에 말을 마치고 냅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았다.
이렇게 큰소리를 내며 싸운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안 그래도 그동안 부쩍 상현과 멀어진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싸우고 나니 더 서러웠다. 그게 윤진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이 너무 한심해보였다. 사실, 지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상현에게 화를 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아는 이불 속에 들어가서 서럽게 울었다.
+++++
얼마간 그러고 울다가 잠이 들었는지 시간을 가늠 할 수 없었다. 겉옷도 안 벗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던 것 같은데 일어나보니 겉옷과 양말도 벗겨져있고 바른 자세로 이불 안에 반듯하게 누워서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현이 방에 들어왔다 간 것 같았다. 몸을 일으켜 옆에 놓아져 있는 물 한잔을 벌컥벌컥 마셨다. 꺼져있던 핸드폰 생각이 나서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찾아서 침대 머리맡 옆에 있는 충전기에 꽂았다.
"띠리링"
핸드폰을 키자 상현에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 5통이 제일 먼저 화면에 떴다. 아까 그렇게 화를 낸 것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사실 상현은 잘못한 게 없는데, 그저 연애를 했을 뿐인데…. 카카오톡 메시지도 꽤 여러 개 와 있었다. 상현을 비롯해 두 세명에게 메시지가 와있었지만 다른 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바로 상현이 보낸 메시지를 클릭했다.
[어디? 밖이면 같이 집 가]
[전화기 왜 꺼놨어. 키면 연락]
[왜 안와, 언제 와]
평소에 딱히 이렇게 연락이 안 된 적이 없어 꽤나 걱정한 모양이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조심조심 방문을 열고 불 꺼진 거실로 나갔다. 시간을 보니 새벽 네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어두운 거실을 지나쳐 천천히 상현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조심스레 상현의 방문을 열었다.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는 상현이 보였다. 상현이 깰까 도둑질을 하러 온 고양이마냥 살며시 걸어가며 상현이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상현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유난히 날카로운 턱선과 콧날을 가져놓고도 자는 모습은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한결 같은 아이 같았다.
“미안….”
속삭이듯 아주 작은 소리로 지아가 읊조렸다. 그 후, 지아는 흐트러진 이불을 상현이 제대로 덮을 수 있게 바로 잡았다. 그리고 별안간에 번쩍 눈을 뜬 상현은, 순식간에 이불을 정리하던 지아의 팔을 이끌어 자신의 옆으로 눕히고는 지아가 숨을 쉬기 어렵게 하기 위해 머리를 가슴으로 꽉 감싸 안았다.
“니 몸무게가 얼만데 침대에 그렇게 앉으면 내가 안 깰 거라고 생각했냐? 뭐가 미안한데? 잘못했지?”
“아아, 놔, 놔라. 숨 막혀!!”
상현이 장난스럽게 지아를 감싸 안은 두 팔에 힘을 주면서 지아의 머리를 돌려대자 지아가 상현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아등바등 헛 손짓을 했다. 얼마간 계속해서 장난을 치던 상현이 지아를 놓아주고서는 숨이 막혀 켁켁 거리는 지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안하지?”
“아니거든! 하나도 안 미안한데?”
곧 죽어도 자존심은 센 지아가 괜히 상현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러자 상현이 지아와 마주보고 누운 체로 지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지아에게 눈을 맞춘다. 평소에 키 차이가 꽤 났던 둘이라서 이렇게 정면으로 눈을 마주보고 있는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였다.
“내가 니 걱정을 어떻게 안하냐.”
가만히 자신의 눈을 마주하며 굉장히 듣기 좋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상현의 목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타고 지아의 귀로, 가슴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십여년간을 상현 앞에서 뛰어본 적 없던 심장이 갑자기, 뜬금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잘 안 챙겨줘서 많이 서운했어?”
방 안은 상현의 목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침대 위에는 둘이서만 함께 나란히 누워있었고, 상현의 손은 지아의 얼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지아의 심장박동수가 점점 증가하는 것만 같았다. 만약 주변이 어둡지 않았다면 창피하게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주변이 어두워서, 단지 보이는 게 상현의 얼굴 밖에 없어서 그래서 더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을지도 몰랐다.
왜 이십여년동안 한 번도 상현에게 이성으로써 느낀 적이 없던 마음이 왜 이제야 이러는지. 자신이 상현을 갑자기 좋아하게 되기라도 한 건지. 지아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이 좋았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연애에서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그랬기에 지아는 다음 순간 상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었다.
“이해 좀 해주라. 이 오빠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연애 좀 한다는데…….”
터질듯이 두근거리던 심장이 갑자기 문득 숨을 멈춘 것만 같았다. 지아의 두 눈에는 상현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지아가 바라보고 있는 상현의 두 눈에는 어여쁜 윤진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는 것 같았다.
@@@@@
벌써 목요일이네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세요♥
읽어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늘, 항상, 끝까지 잘부탁드려요!
첫댓글 하이고 어쩌누~
지아가 가슴이 뜨거운걸 느껴버렸는데
지아 맘 숨기려면 힘들어지겠네
작가님도 한주 마무리잘하셈~~^^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27 20:49
이럴수..상현이 너 미워ㅠ 지아 어떡해 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27 20:50
허ㅜㅜㅜㅜ어뜨케ㅜㅜㅜ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27 20:51
우째요 ㅜㅜㅜㅜ보통은 남주가 오래도록 여주를 짝사랑하는게 소꿉친구들의 연애에 기본인데 이건 바뀌었네요! 그래서 더 안타깝고 빨리 상현이가 지아를 좋아해주기를!!! 잘읽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27 20:52
심쿵...!! 상현이가 빨리정신차리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27 20:52
아...ㅜㅠㅠㅠㅠㅠ진짜 감정이입되요 작가님쵝오♥
윤진이가 생각나나봐요
헐... 갑자기슬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