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오후, 지역 노작가의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조촐한 뒷풀이가 있었습니다.
행사 시간이 점심을 끝낸 뒤여서 참가하신 분들은 거의 돌아가시고
아주 가까운 문인들만 남게 되었지요.
집에 손님을 맞이할 때, 애써서 갖은 반찬들을 한 상 가득 준비하고도
“차린 건 없지만 많이 잡수세요.”라고 겸손해 하는 것이 우리네 문화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우로, 칠순 잔치 등에 청첩장을 보내면서
“조촐한 자리지만 꼭 참석해 주세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조촐하다’란 말을 ‘변변치 못하다’란 겸양의 표현으로 쓰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조촐하다’란 말은 본디 “아주 아담하고 깨끗하다”란 뜻을 가진 낱말입니다.
그러므로 이 말은 자리를 마련한 쪽에서 쓸 말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 주인에게 “조촐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하고
칭찬할 때 쓰는 것이 알맞습니다.
“아주 아담하고 깨끗한 자리”에 만족했다는 인사로 건네는 표현이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모습이나 행동이 깔끔하고 얌전한 것을 나타낼 때에도 ‘조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요즘처럼 무더운 초여름날에,
어머니가 낮잠에 빠진 아기 머리맡에 단정하게 앉아서, 부채로 더위를 쫓아주고 있는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조촐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쨌건 어제 뒷풀이에서 마신 막걸리와 몇 가지 부침개로도
아주 조촐한 자리였고, 긴 대화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