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미뤄두고,
태권도 전자호구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보죠.
제가 보기에는 꽤 긍정적입니다.
우선, 디자인이 기존 호구보다 살짝 업글된 느낌인데요.
특히 몸통보호대의 경우 좀 더 얇고 가벼운 소재를 쓰고
어깨와 골반 부위를 많이 터서 가동 범위를 넓힘으로써
기존 호구의 단점으로 거론되었던 갑갑한 느낌과
불편한 움직임이 많이 줄 것으로 보입니다.
헤드기어는 기존 태권도 호구와는 달리
약간의 공간을 두고 턱과 입을 감싸는 디자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다 안전하면서도 박진감 있는 경기 연출에 좋을 수도 있겠지요.
기술적으로도 많이 신경을 쓴 점이 보였습니다.
일단 개발에만도 87년부터 15년 정도 시간을 들였다고 하고요.
총 다섯 차례에 걸친 모델 개발이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을 주면
그 충격을 감지하여 점수를 표시하는 단순한 수준이었지만,
주먹과 발에 의한 가격만 감지하고 (팔꿈치, 무릎 공격은 감지 안 됨)
정확한 득점 부위를 가격해야만 득점이 인정되고
얼굴과 몸통의 득점을 자동으로 차등 입력해주며
반칙 부위(척추, 뒤통수 등) 가격시 감점이 되고
체급에 따라 점수가 되는 충격량을 달리 하는 등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경기용 호구의 경우, 전파 방해로 인한 판정 오류가 없도록
미국 전투기용 유도미사일(토마호크 미사일이라던데)의
추적 전파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자호구가 기술적으로 가장 기여할 수 있는 점은
정확한 파워 측정으로 득점을 인정함에 따라
사용이 적었던 정권을 많이 쓰게 될 것이란 것입니다.
(그 동안은 주로 가격시 호구에서 나는 '팡' 소리를
위력 기준으로 삼아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소리가 잘 나지 않는 정권 공격은 경기에서 잘 쓰지 않았고,
그런 부분이 태권도 경기 기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공청회 당시에도 정권 공격이 많이 이루어졌었고요.
또, 득점 부위를 맞추기만 하는 가벼고 빠르기만 한 발차기가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므로 위력적인 발차기가 살아날 것입니다.
그동안 경기 태권도의 전반적인 문제로 지적되었던 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아직 본격적인 뚜껑은 열리지 않았고,
많은 시행착오와 적응 기간이 필요하겠지만요.
이번 발표회에 아쉬웠던 점은
거의 상품 및 회사 소개 프리젠테이션과 태권도 공연 위주로
실제 호구 사용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이 행사가 '발표'회이고 이전에 공청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당시에 보지 못했거나 다시 보고픈 사람이 많았을텐데 말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제품만을 봤을 때는 소재가 상당히 얇아
(특히 헤드기어) 선수의 안전성이 얼마나 보장 되는 지,
전파송출기 부위의 내구성은 어느 정도인 지가 궁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