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변비 완화를 위해서는 하루 2개의 그린키위를 껍질째 섭취해 식이섬유를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복부 팽만을 방지하려면 충분한 수분과 함께 섭취량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변비에 좋은 식품으로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구마와 양배추가 꼽힌다. 미국 농무부(USDA) 식품데이터를 보면 생고구마 100g에는 식이섬유가 3.0g, 생양배추에는 2.5g 들어 있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서 고구마와 똑같이 3.0g의 식이섬유를 가진 과일이 하나 더 있다. 그린키위다. 실제로 무작위 대조 시험에 따르면, 그린키위를 4주간 먹은 변비 환자들은 일주일에 시원하게 보는 배변이 1.5~1.7회 더 늘었다.
이에 USDA 식품데이터와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클리블랜드 클리닉·존스홉킨스 의대 등 의료기관 자료를 토대로, 그린키위를 비롯해 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식품과 섭취법을 정리했다.
4주간 매일 2개, 주당 배변 1.5회 늘었다
2023년 국제 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그린키위 2개를 매일 4주간 섭취한 기능성 변비 환자군에서 주당 '완전자발배변(CSBM)' 횟수가 1.53회, 변비형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군에서 1.73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험은 이탈리아·일본·뉴질랜드 성인 1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기능성 변비 60명, 변비형 과민성대장증후군 61명, 건강 대조군 63명으로, 전원이 변비 환자는 아니었다. 참가자는 4주간 껍질을 벗긴 그린키위 2개를 먹는 방식과 차전자피 7.5g을 먹는 방식을 순서를 바꿔가며 각각 시행했고, 두 방식 사이에 4주의 중단 기간을 뒀다.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은 두 방식 모두 배변 횟수를 늘리고 배변 시 힘주기와 복통을 줄였으며, 키위 쪽 효과가 조금 더 컸다고 정리했다.
식이섬유만으로 설명되는 결과는 아니다.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은 키위 2분의 1컵 분량에 식이섬유가 약 3g 들어 있고, 바늘 모양 결정인 라파이드(raphides)도 함께 배변 기능에 관여한다고 설명한다. USDA 기준 생키위(그린) 100g에는 식이섬유 3.0g 외에 비타민C 92.7mg, 칼륨 312mg, 비타민K 40.3µg이 들어 있다.
껍질을 벗기면 줄어드는 키위의 식이섬유
먹는 양의 기준은 시험에서 쓰인 하루 2개다. USDA 기준 그린키위는 1개(지름 5cm)가 약 69g이므로 2개면 식이섬유 약 4.1g이지만, 미국소화기학회 요약에 따르면 시험에 쓰인 그린키위 2개의 식이섬유는 약 6g으로 차전자피 7.5g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키위 크기에 따라 실제 섭취량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섭취량을 더 늘리는 방법이 껍질이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자료에 따르면 키위 1컵 분량의 식이섬유는 5g이며, 식이섬유의 상당 부분이 껍질에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키위 껍질 관련 자료는 껍질째 먹을 때 식이섬유 섭취량이 껍질을 벗겼을 때보다 약 50% 늘어나며, 껍질째 먹는 그린키위 1개의 식이섬유는 3.5g이라고 밝히고 있다. 껍질의 잔털은 흐르는 물에 문질러 씻으면 제거된다.
식이섬유는 변의 부피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장내 세균의 먹이 역할도 한다. 영양사 질리언 컬버트슨(Gillian Culbertson, RD·LD,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건강·의료 매체 '클리블랜드 클리닉 헬스 에센셜(Cleveland Clinic Health Essentials)'을 통해 "장내 유익균의 균형은 소화 문제와 특정 감염, 과민성대장증후군 같은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프리바이오틱스는 이런 유익균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키위가 맞지 않는다면 차전자피·말린 자두·배
시험에서 키위와 나란히 비교된 차전자피도 선택지다. 차전자피는 시판 식이섬유 보충제 메타뮤실의 주성분인 수용성 식이섬유다. 존스홉킨스 의대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소화관에서 물에 녹아 겔이 되며, 이 겔이 변에 부피를 더하는 동시에 천연 연화제처럼 변을 무르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관건은 물이다. 식이섬유 보충제는 규칙적 배변을 유도하는 방법 중 안전성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작용이 느리고 가스와 복부팽만이 나타날 수 있어 복용 시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말린 자두(프룬)는 식이섬유 함량 자체가 높다. USDA 기준 100g에 7.1g으로 생과일보다 많다. 존스홉킨스 의대 자료에 따르면 말린 자두에는 식이섬유 외에 소르비톨(sorbitol)이라는 당알코올이 들어 있다. 소르비톨은 소화 과정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에 도달하며, 이때 체내에서 배출하려는 반응이 일어나 배변으로 이어진다. 다만 열량과 당류 함량이 생과일보다 높다. 존스홉킨스 의대는 말린 자두를 먹지 못하는 경우 사과주스로 대체할 수 있으나 소르비톨 함량은 더 낮다고 안내한다.
배는 식이섬유와 소르비톨을 함께 지닌 과일이다. USDA 기준 생배 100g의 식이섬유는 3.1g이다. 메이요 클리닉은 영유아·소아 변비 안내에서 사과주스와 배주스에 소르비톨이 들어 있어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배 역시 껍질에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껍질째 먹으면 과육만 먹을 때보다 식이섬유 섭취량이 늘어난다.
한꺼번에 늘리면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 있어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식이섬유 충분섭취량은 성인 남성 30g, 여성 20g이다.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은 성인 기준을 1,000kcal당 14g으로 잡아 대부분의 남성에게 하루 28~34g을 제시한다. 다만 목표치에 빨리 도달하려다 증상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존스홉킨스 의대는 식이섬유를 한 번에 많이 늘리면 가스·복통·복부팽만이 오히려 심해질 수 있어 서서히 늘려야 하며, 식이섬유를 늘릴 때 수분 섭취도 함께 늘려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장은 변이 배출되기 전 수분을 흡수하므로, 수분이 부족하면 변이 단단해져 배출이 어려워진다.
키위는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되는 과일이기도 하다. MSD 매뉴얼에 따르면 라텍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바나나·키위·아보카도에 알레르기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자작나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사과·키위·복숭아 등을 먹은 뒤 입 안이 가렵거나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섭취를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김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