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아빠(고 이웅평씨)는 평소 자신의 몸이 아프면서도 항상 탈북자 동료들을 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늘 나라에서도 자신의 뜻이 담긴 음악회를 흐뭇하게 지켜볼 겁니다."
1983년 2월 북한의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했다 4일 작고한 이웅평씨의 부인 박선영씨(39).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는 19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제4회 길상음악회―탈북 이웃을 위한 나눔의 잔치'가 열린다. 박씨는 "며칠만 더 견뎌 남편이 함께 음악회를 볼 수 있었으면 너무 좋아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97년 장안의 유명 요정에서 도심 속 사찰로 다시 태어난 길상사(회주 법정 스님)는 99년부터 매년 부처님오신날에 결식아동과 저소득 장애인 등을 돕는 길상 음악회를 개최해 왔다.
하지만 올해 4회째를 맞은 이 음악회는 이씨와의 인연으로 탈북자를 돕기 위한 행사로 바뀌었다. 지난해 투병 중이던 이씨가 부인 박씨의 권유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 음악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씨는 음악회를 지켜본 뒤 "산사의 운치가 가득한 길상사에서 이런 멋지고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음악회를 볼 수 있어 참 좋다"며 "길상음악회가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에게도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말을 전해들은 법정 스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좋은 뜻"이라며 화답했다.
이 음악회를 주최하는 길상사 측은 이씨와 법정 스님의 뜻을 받아들여 올해 초 이번 행사를 탈북이웃을 돕기 위한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작 이씨는 불귀의 객이 돼 음악회를 볼 수 없게 됐다.
이 음악회는 19일 오후 7시부터 방송인 이계진씨의 사회로 가수 정태춘 박은옥 부부, 동요가수 이성원씨, 클래식 기타 연주자 유병주씨가 출연해 1시간반 동안 열린다. 탈북 이웃을 위한 음악회라는 취지에 어울리게 탈북 예술인인 마영애씨가 출연해 아코디언 연주를 하게 된다.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은 "이웅평씨의 염원이 실린 음악회인데 본인이 볼 수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이번 음악회에 다른 탈북자들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은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법정 스님의 뜻에 따라 음악회 입장료는 따로 없다. 대신 참석자들은 연등 접수비로 작은 정성을 보태게 된다. 이날 모인 수익금은 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탈북자 교육을 맡고 있는 '하나원'에 기탁된다.
박씨는 "딸 다빈이(서울예고1), 아들 준기(신반포중3)와 함께 음악회에 참석할 계획"이라며 "평소 남편과 뜻을 함께했던 탈북 동료들을 음악회에 모시겠다"고 말했다. 02-3672-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