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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부입연(揭斧入淵)
도끼를 들고 못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연 쓸데없고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옴을 이르는 말이다.
揭 : 들 게(扌/9)
斧 : 도끼 부(斤/4)
入 : 들 입(入/0)
淵 : 못 연(氵/9)
출전 :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에 도끼를 들고 산으로 가지 않고 물로 들어가는 어리석은 짓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노(魯)나라에 어떤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관모(冠帽; 예전에,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를 만들고, 아내는 포혜(布鞋; 헝겊으로 지은 신발)를 만드는 기술자였다.
이 부부가 관모와 포혜를 더 많이 팔아 수입을 올리고자 남쪽의 월(越)나라로 이주했다. 그런데 가보니 월(越)나라 사람들은 평소에 관모(冠帽)나 신발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이 팔리지 않아 생활이 더욱 곤궁해졌다.
魯人身善制冠, 妻善織履, 往徙於越而大困窮.
그가 닦은 기능을 고향에서 쓰지 않고 떠나버리는 것은 '연꽃을 산 위에 심는다든지, 불씨를 우물 안에 보관한다거나, 낚싯대를 갖고 산에 올라가며, 도끼를 들고 연못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같으니, 목적하는 것을 얻으려 해도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以其所修而遊不用之鄉, 譬若樹荷山上, 而畜火井中, 操釣上山, 揭斧人淵, 欲得所求, 難也.
게부입연(揭斧入淵)
도끼를 들고 연못에 들어가다는 뜻으로, 물건을 엉뚱한 곳에 쓰는 어리석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다. 모두들 자신이 잘 나고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여 각자이위대장(各者以爲大將)이라 했다.
이런 사람 중에서도 어리석은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자신은 예외라며 절대 인정 않는다. 서양 격언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것은 그것을 행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그것이다.
법구경(法句經)에도 비슷한 좋은 구절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벌써 어진 것이다(愚者自稱愚 常知善黠慧).‘ 주위의 남이 보기엔 분명히 어리석은데 멀리 본다며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는 주위에 흔하다.
비슷한 뜻의 도끼를 들고(揭斧) 연못에 들어간다(入淵)는 성어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나무를 찍는데 필요한 도끼는 산으로 가야 쓰일 텐데 물속의 물고기를 잡을 때는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이와 같이 물건을 적당한 곳에 사용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써 쓸데없는 짓을 저지른다는 비유는 중국 전한(前漢)의 유안(劉安)이 저술한 책 ‘회남자(淮南子)’에 실려 있다.
한고조(漢高祖)의 손자인 유안은 문재가 뛰어난 문학애호가였는데 회남왕(淮南王)으로 있으면서 많은 문사와 방사를 초빙해 백과사전격인 이 책을 남겼다. 설산훈(說山訓)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노(魯)나라에 어떤 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은 관모를 잘 만들고 부인은 가죽신을 예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부부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자 월(越)나라로 이사했는데 나날이 더 궁핍해졌다. 그곳 사람들은 평소 고급 모자나 신발을 사용하는 풍습이 없었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서도 엉뚱한 곳에서 사용하려 한 것을 이렇게 꼬집었다. ‘비유하건대 이것은 연꽃을 산꼭대기에 심고, 불씨를 우물 안에 보관하는 것과 같으며(譬若樹荷山上 而畜火井中), 낚싯대를 들고 산으로 오르고, 도끼를 가지고 연못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같다(操釣上山 揭斧入淵).’
노나라의 기술자 부부는 요즘 말로 시장조사를 하지도 않고 무작정 판을 벌여 아무런 득도 보지 못하고 어리석은 대명사가 됐다. 당사자로서는 아주 현명한 판단 하에 한 행동이었더라도 결과는 도끼를 들고 고기 잡으려 물에 뛰어든 격이다.
앞의 법구경 대구대로 ‘어리석은 사람이 어질다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중의 어리석은 것(愚人自稱智 是謂愚中甚)’이 잘 들어맞은 예다.
경험도 능력도 없는 사람을 자기편이라고 높은 자리에 앉혀 흔히 일을 그르친다. 적재를 적소에 잘못 쓴 어리석음을 이들은 결코 인정하는 일도 없다.
(참고) 회남자(淮南子)
BC 2세기에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그의 빈객(賓客)들과 함께 지었다. 원래는 내편(內篇) 21편과 외편(外篇) 33편이었으나, 현존본은 내편 21편만이 전한다.
형이상학, 우주론, 국가정치, 행위규범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대체로 초기 도가의 고전인 노자와 장자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이지만 이 책의 우주생성론은 더욱 발전되어 있고 명확하다.
이 책의 우주생성론에서 도(道)는 태허(太虛)에서 나오고 태허는 주를 낳으며 이것은 다시 양의(兩儀)를 낳는다고 했다. 천(天)과 지(地)의 양의가 결합하여 양(陽)과 음(陰)을 낳으며 이 2가지가 만물을 낳는다.
이 우주론의 개략적인 내용은 도가에서만이 아니라 후대의 유학자들도 정설로 채택했다. 영혼을 논한 곳에서는 지상에서의 불멸성과 이것을 성취하기 위한 호흡법과 같은 신체적 기술에 대해 언급하여 후에 도가 사상과 속화된 도교 신앙을 혼동하게 될 여지를 만들었다.
아울러 형이상학과 우주론에 본질적으로는 합리적 정신으로 접근함으로써 합리주의적인 신도가(新道家)의 출현을 예비했다.
1️⃣ 사상과 이념의 대통합을 꿈꾸다
다방면의 학문을 통틀어 이야기하는 백과전서와 같은 방대한 '회남자'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개의 배경이 존재한다.
첫번째 배경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유추할 수 있다. 춘추전국 시대부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인재를 등용하거나 그들을 후원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거나 명분을 쌓으려 노력했다.
유능한 학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통해 자신들의 위업을 널리 전파하고자 했는데, 여불위의 '여씨춘추'는 제자백가 사상을 총괄해서 가장 방대하고 완벽한 저술을 만드는 목적에 의해 완성된 것이었다. '회남자' 또한 회남왕 유안이 여러 인재를 끌어모아 그들을 후원하여 만든 결과물이었다.
두번째 배경은 황제의 정치적 노선에 대한 학자의 간접적 대응책으로서의 기능이다. 한 나라 건국 초기에는 지방 분권과 농민 우대 정책을 통해 안정을 취하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왕권 강화를 위해 공신 숙청을 단행하는 등 중앙 집권을 향한 발걸음도 이어졌다. 제후국의 성장과 발전은 곧 한 제국의 존립에 위협을 가할 커다란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력 집중형 통치 형태는 점점 더 강해졌고, 8대 한 무제는 강력한 일원 국가를 꿈꾸며 유학을 한나라의 정치적 지도 이념으로 세워 사상의 일통주의를 꾀하려 했다. 유학의 근간이 되는 엄격한 신분 질서의 차별과 형식적 예법이 강력한 황제권 위엄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에서 지방의 일개 왕 유안은 학자로서 유가와 도가, 일통주의와 다원주의, 중앙 집권과 지방 분권, 통일성과 다양성, 중화와 이적 등 서로 대립하는 사상과 이념의 대통합을 꿈꾸었다. 이런 소망을 다양한 사상의 합리적 취사선택에 과학적 내용, 신화, 역사적 내용으로 뒷받침하여 모든 것을 긍정하면서 또 모든 것을 비난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 총체적 작업을 해낸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회남자'다.
2️⃣ 어떤 형식이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회남자는 전체 2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마지막 21편 '요략'은 앞에 나오는 20편의 글을 요약해서 정리한 것이어서 실제 내용은 20편이라고 할 수 있다. 각 편의 제목은 전체적인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모든 제목 끝에는 '훈(訓)'이라는 글자를 붙여 교훈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20편의 이 간략한 소개만으로도 얼마나 다양한 주제와 경계 없는 학문의 넘나듦이 이 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짐작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포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책의 저술에 참여했던 학자들이 방사와 유생이었기 때문이다.
즉 도가와 이것이 종교로 발전한 황로 사상뿐 아니라 유학 사상 역시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더구나 방사는 신선의 술법을 연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천문, 지리, 의학 등 자연 과학 분야를 담당하던 사람들이었기에 천문학적 지식은 물론 지형과 지리, 계절의 변화, 음양론 등이 이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3️⃣ 소통과 어울림의 진면목을 보여 준 위대한 고전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와 다문화의 한복판에 서서 소통과 어울림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다양한 사고와 문화, 학문이 공존하는 동시에 서로를 교차해서 그 차이를 변주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내려고 애쓰고 있다.
그것은 전 지구가 결국 하나의 물을 마시고 동일한 공기를 숨 쉬고 토양과 하늘을 함께 쓰고 있다는 자각에서 어쩌면 매우 다급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시기에 기원전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회남자는 진정한 소통과 어울림이 무엇인지 그 모범적 답안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나의 사상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도가 사상을 비롯해, 정치․신화․천문․지리 등 여러 내용을 싣고 있으면서 그 다양한 내용들이 실은 자연이라는 커다란 질서 안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또 인간이 이러한 자연과 유기체적 질서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 주고 있다.
비록 우리에게는 덜 알려져 있는 책이지만 풀빛 청소년 철학창고에서 수많은 고전 중 50권의 한 권으로 청소년들에게 소개하려는 이유는 회남자의 목적의식이 지금의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과제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에 다양한 사고와 그에 대한 이해를 배우는 것은 민주적인 소양을 기르는 지름길이다. 소통과 통합이라는 오늘날의 시대적 과제를 2천 년 전에 앞서 보여 준 회남자, 청소년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훌륭한 자양분이 될 고전 중의 고전이다.
4️⃣ 차례
01편 원도훈(原道訓) : 우주 만물의 근원에 대한 가르침
02편 숙진훈(俶眞訓) : 도의 참모습에 대한 가르침
03편 천문훈(天文訓) : 우주의 이치에 대한 가르침
04편 지형훈(地形訓) : 지형에 대한 가르침
05편 시칙훈(時則訓) :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한 가르침
06편 남명훈(覽冥訓) : 시야를 넓게 하는 방법
07편 정신훈(精神訓) : 인간의 유래에 관한 가르침
08편 본경훈(本經訓) : 불변하는 진리에 대한 가르침
09편 주술훈(主術訓) : 군주의 통치술
10편 무칭훈(繆稱訓) : 도덕에 대한 논의
11편 제속훈(齊俗訓) : 절대적 진리에 대한 가르침
12편 도응훈(道應訓) : 도에 대응하는 방법
13편 범론훈(氾論訓) : 조화로움의 극치
14편 전언훈(詮言訓) : 내면을 고요하게 하는 가르침
15편 병략훈(兵略訓) : 전쟁에 대한 가르침
16편 설산훈(說山訓) : 이야기의 산
17편 설림훈(說林訓) : 이야기의 숲
18편 인간훈(人間訓) : 삶의 지혜에 대하여
19편 수무훈(脩務訓) : 배우고 수양하는 방법을 가르침
20편 태족훈(泰族訓) : 인간을 편안하게 하는 가르침
유안(劉安, BC 179~122)
중국 전한(前漢) 사상가. 패군(沛郡) 풍(豊) 지금의 장쑤성(江蘇省) 펑현(豊縣) 사람이다. 한 고조의 손자이며,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남왕(淮南王)에 봉해졌다. 독서를 좋아하고 거문고를 즐겼으며, 문장에 뛰어나 무제(武帝)의 명을 받들어 '이소전(離騷傳)'을 지었다.
일찍이 빈객과 방사(方士) 수천 명을 불러 '홍렬(鴻烈; 후에 회남홍렬淮南鴻烈, 회남자淮南子로 불림)을 지었는데, 이는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 잡가(雜家)에 저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도가의 자연천도관(自然天道觀)을 중심으로 선진(先秦)의 도(道), 법(法), 음양(陰陽) 등 작가의 사상을 종합한 것이다.
그는 우주 만물이 모두 '道'에서 파생된 것이며, '道'는 은택이 깊고 두터운 것으로, 너무 높아서 다가갈 수 없고 너무 깊어서 헤아릴 수 없으며 음양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식론의 측면에서는 후천적인 학문과 교양을 강조했으며, 정치적으로는 '무위이치'(無爲而治)를 주장했다. 그러나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다면 옛 것만을 따를 필요는 없으며, 진실로 일에 이롭다면 옛 것만을 좇을 필요는 없다'(범론훈氾論訓)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유가(儒家)를 '속세의 학문'이라고 공격했다. 후에 모반을 꾀했다가 발각되어 자살했는데, 그 연루자가 수천 명에 달했다. 문집이 있었으나 현재는 전하지 않는다.
▶️ 揭(높이 들 게/걸 게, 질 갈, 세울 걸)는 형성문자로 掲(게)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높이 들어 올리다의 뜻(擧)을 나타내기 위한 曷(갈, 게)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揭(게, 갈, 걸)는 ①높이 들다 ②걸다 ③걷다 ④추다 ⑤현(縣)의 이름, 그리고 ⓐ지다(갈) ⓑ기다란 모양(갈) ⓒ높은 모양(갈) ⓓ표시(表示), 표지(標識: 표시나 특징으로 다른 것과 구분함)(갈) ⓔ풀의 이름(갈) ⓕ성(姓)의 하나(갈) 그리고 ㉠세우다(걸) ㉡휘다(걸) ㉢나타내다(걸) ㉣빠른 모양(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릴 양(揚)이다. 용례로는 신문 따위에 글이나 그림을 실음을 게재(揭載),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써서 내붙임 또는 그 글을 게시(揭示), 높이 거는 일을 게양(揭揚), 시문을 새기어 누각에 걸어 두는 나무판을 게판(揭板), 내어 걸어 붙임 또는 그 문서를 게첩(揭帖), 방문榜文을 내걸어 붙임 또는 그 방문을 게방(揭榜), 선현에 대하여 추앙하는 정성을 표한다는 뜻으로 사우를 세워서 위패를 봉안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게건(揭虔), 여러 사람이 두루 보게 하기 위하여 걸어 두거나 붙이거나 함을 게부(揭付), 기록하여 높직하게 붙임을 게기(揭記), 따로 게시함을 별게(別揭), 위에 게재하거나 게시함을 상게(上揭), 받들어 올림을 봉게(奉揭), 가장 먼저 의견을 내어 말함을 기게(起揭), 도끼를 들고 못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연 쓸데없고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옴을 이르는 말을 게부입연(揭斧入淵), 장대를 높이 들고 일어난다는 뜻으로 민중 봉기를 비유하는 말을 게간이기(揭竿而起) 등에 쓰인다.
▶️ 斧(도끼 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근(斤; 도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父(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斧(부)는 ①도끼 ②도끼의 무늬 ③도끼로 베다 ④도끼로 찍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도끼 근(斤), 도끼 월(鉞)이다. 용례로는 도끼의 자루를 부가(斧柯), 도끼로 베기만 하고 다듬지 아니한 나무를 부목(斧木), 큰 도끼와 작은 도끼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부근(斧斤), 작은 도끼와 큰 도끼를 부월(斧鉞), 깎아 꾸밈을 부조(斧藻), 은으로 만든 도끼 모양의 노리개를 은부(銀斧), 조각하여 꾸며 만든 도끼를 조부(雕斧), 큰 도끼를 대부(大斧), 돌 도끼를 석부(石斧), 손 도끼를 수부(手斧), 옥으로 만든 도끼를 옥부(玉斧), 옛날에 싸움할 때 쓰던 도끼를 전부(戰斧), 미인의 눈썹을 미부(眉斧), 도끼로 찍은 흔적을 부착흔(斧鑿痕), 자루 없는 도끼를 몰가부(沒柯斧), 모가 나지 않게 만든 도끼를 무각부(無角斧), 얻은 도끼나 잃은 도끼나 매일반이라는 뜻으로 얻고 잃음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득부실부(得斧失斧), 혀 밑에 도끼 들었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설저유부(舌疽有斧),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으로 믿는 사람에게서 배신당함을 일컫는 말을 지부작족(知斧斫足), 자기의 실력을 생각지 않고 당치않게 덤비는 것을 이르는 말을 반문농부(班門弄斧),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 있게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마부작침(磨斧作針) 등에 쓰인다.
▶️ 入(들 입)은 ❶지사문자로 入(입)은 토담집 따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중에 대궐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內(내)라 일컫지만 본디 入(입), 內(내), 納(납)은 음도 뜻도 관계가 깊은 말이었다. ❷지사문자로 入자는 '들다'나 '빠지다', '간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동안은 入자를 사람이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해석했었다. 사람을 뜻하는 人(사람 인)자를 반대로 그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入자의 갑골문을 보면 본래는 뾰족한 삼각형을 그렸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무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入자가 '들어가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나무를 끼워 맞추기 위해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형태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入(입)은 ①들다, 들이다 ②간여하다 ③빠지다, 지나치게 정신이 쏠려 헤어나지 못하다 ④시집보내다, 받아들이다 ⑤떨어지다, 떨어뜨리다 ⑥투신하다 ⑦섬기다, 벼슬하다 ⑧공략하다 ⑨죽다 ⑩담그다 ⑪수입(收入) ⑫입성(入聲: 사성(四聲)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들일 납(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서울로 들어가거나 들어오거나 함을 입경(入京), 새로 들어가 삶을 입주(入住), 들어가는 어귀를 입구(入口), 타국에 들어감을 입국(入國), 어떤 단체에 가입함을 입단(入團), 장내로 들어감을 입장(入場), 학교에 들어감을 입학(入學), 물건을 창고에 넣음을 입고(入庫),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훈련소나 연구소 등에 들어감을 입소(入所), 외국으로부터 물품을 사 들임을 수입(輸入), 끌어들임이나 인도하여 들임을 도입(導入), 물건을 사들임을 구입(購入), 어떠한 사건에 관계하게 됨을 개입(介入), 돈이나 물품 따위를 거두어 들이는 것을 수입(收入), 조직이나 단체 등에 구성원으로 되기 위하여 듦을 가입(加入), 어떤 곳이나 상태에 기세 있게 뛰어드는 것을 돌입(突入), 정한 인원 외의 사람을 더 넣음을 투입(投入), 물건 따위를 사들임을 매입(買入), 산에 들어가 놓고 범 잡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막상 일을 당하면 처음과 달리 뒤로 꽁무니를 뺌을 이르는 말을 입산기호(入山忌虎), 귀로 들어온 것을 마음속에 붙인다라는 뜻으로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입이저심(入耳著心), 어떤 고장에 가면 그곳의 풍속을 따르고 지킴을 일컫는 말을 입향순속(入鄕循俗), 들은 바를 곧장 남에게 말함 또는 남의 말을 제 주견인 양 그대로 옮김을 일컫는 말을 입이출구(入耳出口),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해 잊지 아니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이착심(入耳着心), 국경에 들어서면 그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물어 보라는 말을 입경문금(入境問禁), 귀로 듣기에 싫지 않다는 뜻으로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입이불번(入耳不煩), 불 속에 들어가 밤을 줍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이익을 얻으려고 큰 모험을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을 입화습률(入火拾栗), 집에 들어서는 어머니를 받들어 종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입봉모의(入奉母儀), 타향에 가면 그 고을 풍속을 물어서 그에 따르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경문속(入境問俗), 특별히 가까운 손님이나 기밀을 상의할 수 있는 상대를 일컫는 말을 입막지빈(入幕之賓), 남의 방안에 들어가 창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그 사람의 학설을 가지고 그 사람을 공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입실조과(入室操戈), 가면 갈수록 경치가 더해진다는 뜻으로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지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점입가경(漸入佳境), 도끼를 들고 못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연 쓸데없고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옴을 이르는 말을 게부입연(揭斧入淵), 남의 대청을 빌려 쓰다가 안방까지 들어간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지하다가 차차 그의 권리까지 침범함을 이르는 말을 차청입실(借廳入室), 먼저 들은 이야기에 따른 고정관념으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선입지어(先入之語),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등에 쓰인다.
▶️ 淵(못 연)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깊은 못에서 물이 돌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 (연)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淵(연)은 ①못(넓고 오목하게 팬 땅에 물이 괴어 있는 곳) ②소(沼: 늪), 웅덩이 ③모이는 곳 ④근원(根源), 근본(根本) ⑤출처(出處) ⑥북소리 ⑦깊다 ⑧조용하다 ⑨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사물의 근원을 연원(淵源), 매우 깊고 넓음을 연굉(淵宏), 마음이 깊고 굳셈을 연의(淵毅), 깊숙한 궁궐을 연확(淵蠖), 임금의 심원한 결단을 이르는 말을 연청(淵聽), 깊은 곳 또는 깊은 동굴을 연동(淵洞), 깊고 멂을 이르는 말을 연원(淵遠), 못이 깊고 고요함이나 고요하고 깊은 못 또는 깊숙하고 고요함을 연정(淵靜), 깊은 못과 바다를 연해(淵海), 아는 것이 깊고 넓음 연박(淵博), 물속 깊숙이 숨음을 연잠(淵潛), 깊이 파고들어 사물과 사태를 밝게 파악함을 연조(淵照), 깊은 계교를 연모(淵謨), 못에 물고기가 모여 들고 숲에 새들이 모여드는 것과 같이 갖가지 물건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연수(淵藪), 깊숙하고 고요함을 연수(淵邃), 깊은 마음 또는 오묘한 뜻을 연지(淵旨), 깊고 맑음을 연징(淵澄), 깊은 속마음을 연충(淵衷), 깊은 못과 큰 산이라는 뜻으로 침착하고 흔들림이 없음이라는 연악(淵嶽), 덕이 넓고 깊음을 광연(廣淵), 깊은 못을 이르는 말을 심연(深淵), 큰 연못을 이르는 말을 홍연(鴻淵), 깊은 못을 이르는 말을 담연(潭淵), 전설에 해가 지는 곳을 우연(禺淵), 도가道家에서 침을 이르는 말을 대연(大淵), 해구海溝 가운데 특히 움푹 팬 곳을 해연(海淵), 깊은 못이나 골짜기에 다다른 것처럼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일을 연곡지계(淵谷之戒), 못이 맑아서 비친다는 뜻으로 군자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연징취영(淵澄取暎), 도끼를 들고 못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연 쓸데없고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옴을 이르는 말을 게부입연(揭斧入淵),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쌓여 연못이 된다는 말을 적수성연(積水成淵), 무릎에 앉혀 귀여워하거나 연못에 빠뜨린다는 뜻으로 사랑과 미움을 기분에 따라 나타냄으로써 그 언행이 예에 벗어남을 이르는 말을 가슬추연(加膝墜淵), 하늘과 연못 사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는 말을 천연지차(天淵之差),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못이란 뜻으로 위험한 곳이나 불안한 것의 비유한 말을 불측지연(不測之淵), 물고기가 그물에서 벗어나 연못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다행히 재난을 면하고 기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탈망취연(脫網就淵), 한 치 손가락으로 연못을 잰다는 뜻으로 어리석은 짓을 이르는 말을 촌지이측연(寸指以測淵), 용이 그의 못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영걸이 제 고향으로 돌아감을 이르는 말을 용반기연(龍返其淵)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