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외로워
"....음....나 물....."
하늘색 커튼이 바람에 나부끼며, 살짝 열려진 창문 사이로 쨍쨍 내리쬐는 햇살이 스며들었다.
지아가 반짝이는 햇빛에 눈이 부셔서 몸을 뒤척이다 눈을 번쩍 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마다 보던 커다란 샹들리에가 아닌, 높고 하얀 천장에 의아감이 들어서, 침대에서 튕기듯 일어났다.
"여기가....어디더라...?"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거리다 이내 익숙한 얼굴에 안도감을 느끼고 침대로 다시 누웠다.
"일어났으면 빨리 씻어."
해준이 몸에 달랑 수건 한 장만 걸친 채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면서 이불을 끌어내렸다.
"야아!!! 춥자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 앞으로 해준의 탄탄한 알몸이 보이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의 배에 자리잡은 선명한 복근과 잔근육들을 지아가 눈을 크게 뜨고 관찰하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 운동 많이 했네."
"변태냐. 뭘 그렇게 빤히 봐. 빨리 준비하라고. 벌써 8시 20분이다."
"야...내가 우리 집에 모셔다 놓으랬지. 언제 너네 집에 데려다 놓으래?! 어?!"
"왜 아침부터 시비거세요.. 어제 니가 내 옷에 우웩만 안했어도 여기 올 일 없었지 않을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나 원래 술버릇 없다. 얌전히 잠만 잔다고..."
"아.....얌전히 잠만...."
그가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침대에서 꾸물대는 지아를 쳐다보자 그녀 본인도 민망했는지 괜히 발끝만 물끄러미 바라보다
헛기침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했다.
"가끔...했던 말을 또 하고...그런 거는 있긴 하더라. 내가 술을 잘 못하니까.."
"어제....아무것도 생각안나?"
"어. 내가 뭐 실수했어?"
눈을 땡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 표정이 '난 아무것도 몰라요.' 라 말하고 있었다.
그가 앞에 서있는 지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괜히 머리를 쓸어올리며 토스트기에 식빵을 신경질적으로 집어넣었다.
아침부터 그의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아무것도 기억 못한다는 그녀를 앞에두고 다행이라는 생각 절반, 굉장히, 매우, 아주 많이 섭섭하다라는 생각이 절반을 차지했다. 늘 짜릿한 키스를 기억하는건 해준, 그 혼자만의 일이었으니...
"그래..니가 기억하는게 있긴 하겠어."
"뭐야..? 그 말투는?! 참. 여기 내 코발트블루색 원피스 있었던가.?"
"몰라..어디 넣어났겠지. 옷장 뒤져보든가."
"뭐?! 그걸 옷장에 막 구겨넣었어?! 내가 그거 이탈리아에서 새로 런칭한 브랜드 옷이라고 소중히 보관하라고 했어?! 안했어?!"
"야...너 빨리 나가. 저게 아침부터 스팀오르게 막 해. 그냥. 그 날 누가 술에 떡 되서 우리 집에서 자고 가래?!"
"어!!! 식빵 다 탄다."
지아가 은근슬쩍 말을 돌리더니 우다다다 해준의 드레스룸으로 뛰어들어가 옷장을 마구 뒤졌다.
그의 깔끔한 성격답게 주름하나없는 하얀 와이셔츠가 일렬로 줄지어 서있었다.
"이렇게 옷이 넘쳐나면서 옷은 맨날 편한 것만 찾아...어!! 이거 내가 선물한건데."
그녀가 나란히 놓여있는 시계 옆으로 가장 반짝반짝 빛이나는 명품시계를 집어들었다. 그의 드레스룸에 차지하고 있는 값비싼 명품의 절반은 모두 그녀가 떠넘기듯 준 것들이었다. 왠지 모르게 흐뭇해진 그녀가 싱그럽게 웃음을 띄우다가 반듯하게 접혀진 면티와 청바지 옆에 구겨지듯 자리잡은 원피스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꼭 머리에 꽃달은 여자처럼.
"강해준!!!!!너 진짜 죽을래??!! 이거 어쩔꺼야? 이 정신사나운 주름들 어쩔꺼냐고!!"
"찾았어? 그럼 다행이네."
"다행?? 니 눈에는 요게...이 주름들이 다행으로 보여?!"
"아침부터 정신사납게 하지마라...다리미로 다려입던지, 어제 입은 옷을 입고 가던지."
"어제 입은 걸 어떻게 다시 입고 가냐?! '어젯밤.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냈어요.'라고 광고할 일 있어?!"
"그럼 잘 됐네. 안그래도 너 애인 없다고 놀리는 여자들 많다며. 이참에 잘 보이는 곳에 키스마크도 새겨줄까?"
해준이 별 일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표정에 지아가 가자미처럼 쫙 찢어진 눈으로 노려보았다. 눈에 잔뜩 힘을 줘서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딸기잼이 잔뜩 발린 식빵 한 조각을 그녀의 입 속으로 우겨넣었다.
"그렇게 노려봐도 내 얼굴 구멍안나. 내 차 얻어타고 싶으면 빨리준비해...정 입고갈꺼 없으면 내 옷 주워입고 가든지.."
그가 흰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자, 지아가 쫄랑쫄랑 강아지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하기 바빴다.
"너 왜 내 시계 안 차고 다녀!!"
"그걸 차고 어떻게 경찰청을 들어가냐?! 진짜 니 머리에 뭐가 든건지 궁금해."
"야!! 그거 전세계에 딱. 5개밖에 없는거야. 내가 그거 구하려고 프랑스까지 가서..."
"들어올거야?"
"뭐?"
"나 옷 갈아입을껀데 들어올꺼냐고."
".............."
"나 옷 입을동안 빨리 준비해라. 15분 안에 안하면 너 혼자 택시타고 가."
"강해준!!!! 15분만에 준비를 어떻게 해?! 기본이 1시간인데!!! 아......목아파."
그가 제 말만 혼자 내뱉고는 드레스룸을 소리나게 쿵.닫자, 그녀가 화를 버럭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남들 앞에서는 늘 냉정하고 얼음짱같이 차가운 그들이 둘이 만났다하면 서로 불같이 으르렁대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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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못잤나...왜 이렇게 목이 아프지?"
"목이 아플만한 일을 했겠지."
"아까부터 왜 그렇게 태클이야...됐고, 오늘 몇 시에 끝나?"
"몰라. 오늘 들어가봐야 알지.
"저녁은 먹을 꺼 아니야."
해준이 꼬치꼬치 캐묻는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보다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침부터 아스팔트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이 무더운 여름, 폭염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7시.저녁시간인데 왜..?"
"그래??! 그럼 내가 그 때 갈께."
"오지마."
"뭐?! 이 누님이 어제한 실수로 맛있는 저녁을 대접한다는데?! 이게 진짜..."
"어제 생각도 안 난다며...오면 진짜 죽는다. 빨랑 내려. 너 때문에 나 지각이야."
맞은 편에 높게 솟은 회사건물이 보이자 그가 안전벨트를 풀고 그녀를 떠밀듯이 밖으로 밀었다.
"야아아....잠깐만. 저녁 진짜 먹지말고 있어! 조심히 가고!!"
그녀가 차에서 내려 그를 보며 활짝 웃던 얼굴에 회사로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가면을 덮어썼다.
지아가 횡단보도를 지나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차 핸들에 머리를 기대 가만히 쳐다보던 그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백프로 지각이라는 생각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시계....이 반짝이는 걸 만든 인간이나, 좋다고 선물한 송아지나."
그리고보니 시계를 풀어야했다. 결국 그는 드레스룸에서 나올 때 그 한정판이라는, 그녀가 선물한 시계를 손목에 채웠다.
"송지아.....기집애가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진짜 짜증나."
오늘 그는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주던 짜증어린 그녀의 말들을 모두 되받아쳤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못한다는 어젯밤의 키스가 그의 머릿 속을 어지럽혔다. 해준이 오른손으로 아랫입술을 메만지다 관자를 꾸욱 눌렀다.
언제까지 그 혼자, 이 긴 터널에 서있을까 생각하니 지끈,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늘은 짧네요^^
다들 굿밤되세요ㅎㅎ!!!
첫댓글 음 이둘티격태격
나쁜 술버릇을 가지고 있네요..우리의 송마녀씨가~~
잘읽어써용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