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야 빳빳한 새 종이와 같은 어색함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느 공간이나 제 고유의 체취를 담아낸다. 집을 설계하는 것은 건축가이지만, 공간 특유의 향기와 온기는 오롯이 가족이 만들어간다. 그곳에는 추억으로만 기억할 수 있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까지 고요히 묻혀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다양한 주거 공간 인테리어에 대해 알아보자. 각자의 이야기를 따스히 담고 있는 세 개의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남편의 어린 시절과 함께 했던 첫 번째 집, 예술을 사랑하는 두 번째 집, 열린 소통력을 드러내는 세 번째 집까지 다채로움이 느껴지는 세 공간을 둘러보고 우리 가족만의 색을 머릿속에 알차게 그려내보자. O-Scape Architecten에서 선보이는 주거 공간이다.
1. 평창동 주택 리모델링 프로젝트
35년 전 남편의 추억이 담긴 집이다. 흐르는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첫 번째 집은 경사지붕과 스킵 플로어, 산과 나무가 보이는 창밖 뷰가 포인트이다. 자연광이 내리쬐는 천장은 빛이 한 아름 들어온다. 비가 오면 잔잔히 톡톡 내리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다. 거문고를 연주하는 아내의 연주 소리는 삼삼오오 청중들을 공간으로 끌어들어 들일 듯하다.
캠핑장에 온듯한 설렘
세로로 긴 여유를 드러낸 주방으로 가보자. 좁고 긴 공간은 자칫 답답할 수도 있지만 사진 속 공간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의 아일랜드 식탁과 많은 물건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수납장의 알뜰함 짜임으로 단점을 극복한다. 외부와 연결해주는 작은 측장을 통해 작은 나무의 움직임마저 자연스럽게 포착한다. 마치 자연 속에서 즐기는 캠핑이 떠오르는 듯하다.
중심을 차지하는 계단
계단은 첫 번째 집의 중심이다. 아래로는 현관과 거실, 주방 및 보조 주방, 화장실이 위치하고 계단을 다섯 단 올라가면 가족실, 두 아이방이 있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 작은방 두 개와 화장실 하나가 1층 거실이 내려다보이는 복도 면에 자리하고 그 위로는 좁고 긴 창고와 게스트룸을 만날 수 있다. 한 쪽으로 다소 기울어진 계단은 여러 세대를 거친 시간을 차분히 가늠하게 해준다.
취미를 함께 공유하는 공간
조도를 확보하면서 튀지 않게 하나의 선으로 공간을 연결한다. 부드럽게 기울어진 경사 지붕의 매력을 여기서도 느껴볼 수 있다. 작은 거실에는 피아노와 책, 컴퓨터가 자리한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독서를 하거나 고운 음색의 선율을 들으면서, 각자의 취미를 즐겁게 공유할 수 있다. 테라스와 더불어 이 주택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거치는 센스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아늑함이 느껴지는 게스트 룸
계단 몇 개를 더 오르면 주택의 가장 높은 곳에 창고 두 개와 게스트룸이 있다. 과거 짐을 쌓아두고 걸어 잠가 두었던 방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해 이제는 손님이 와서 머무는 방이 된다. 낯설거나 이질적인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아늑한 침구를 통해 내 방 같은 포근함을 의도한다. 침대와 마주하는 뒤 벽면은 공간을 내어 간접조명을 설치했다.
2. 믹스 앤 매치의 복층형 타운하우스
두 번째 집은 경기도 복층형 타운하우스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이다. 층별마다 다른 콘셉트와 공간과 재료, 칼라 등을 믹스 앤 매치로 드러낸다. 수평과 수직의 조명이 위치한 계단 옆 가벽은 두 번째 집의 하이라이트이다. 독특한 형태와 그 뒤로 살짝 드러난 구조는 공간의 깊이를 더해낸다. 전구색 조명과 더불어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건축가와 건축주와 최대한의 소통을 통한 디자인을 구현해낸 공간을 살펴보자.
예술의 기를 담고 있는 거실
거실은 천장에 부착한 프로젝터를 통해 영상을 보고 음악을 감사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유럽 어느 도시에 와있는 듯한 세련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분위기는 모노톤과 겹겹 형식의 구조미에 강조 색상을 더한 다채로움 덕분이다. 다독하고 글을 쓰고 영화와 음악을 통한 예술을 좋아하는 건축주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유의 영역을 구분 짓는 주방
주방과 다이닝룸은 블랙 컬러의 철 유리 문으로 그 영역을 확실히 구분 짓는다. 기능적으로는 음식 냄새가 주방 이외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지만 동시에 다른 공간과의 디자인적 차별함을 제대로 긋는다. 시야를 답답하게 막는 상부장 대신 수채화 느낌의 타일로 벽을 깔끔히 마감한다. 아일랜드 식탁 하부에는 수납공간을 알차게 짜넣었다. 6인용 원목 테이블은 헤링본 무늬의 바닥재와 더불어 내추럴함을 강조한다.
이색적인 공간
서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겹집 구조이다.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두 개의 공간을 배치했다. 사선으로 공간을 배치해 시선은 연결되면서도 완전히 시각적으로 열지 않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서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거실에는 재미가 가미된 해먹을 설치했다. 단을 올려 고유의 영역을 경계 짓는 사진 속 공간의 넓은 공간감은 꽤나 오래 지속되는 잔상을 남기는 듯하다.
와인색이 포인트가 되는 침실
천장 위 설치된 간접 조명은 침대를 휘감아 돈다. 그 정착지는 침대 헤드보드의 강렬한 와인색이다. 열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랑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그윽한 매력을 은은히 풍겨낸다. 몰딩을 없앤 공간은 하나의 매스로써 군더더기 없는 깨끗함을 준다. 정확하고 명료한 포인트로 콘셉트를 잡은 감각적인 침실 인테리어이다.
3. S 타운하우스
세 번째 집은 특이하게도 신축한 집을 리노베이션 한 경우로 기존 바닥재 중 일부만을 남긴 채 모두 새롭게 태어났다. 벽과 천정의 매스감은 9가지의 다양한 컬러와 함께 연출되었고, 노출 천정과 가구의 간접조명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 마감재, 공간구성, 공간의 캐릭터 확보 등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를 꼼꼼히 살펴보자.
환한 인상을 주는 주방 인테리어
주방은 가벽을 이용해 공간을 정확히 구분 짓지만 동시에 벽을 열어내어 환한 인상으로 들어오는 이를 맞이한다. 벽을 따라 알차게 구성된 주방은 상하부장으로 위아래를 균형감 있게 채우고 그 사이는 묵직한 블랙 컬러의 타일을 배치시켰다. 베란다로 통하는 문은 은은한 커튼이 함께 한다. 빛의 속도를 조절해주는 은은한 매력을 물씬 느껴보자.
온기가 넘나드는 열린 침실
공간을 가로막는 문이 없는 부부의 침실이다. 침대 헤드보다 살짝 높은 가벽만을 사용해 프라이빗 한 공간을 구분 짓는다. 어디서나 같은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개방된 구조이다. 벽면에는 고급스러움을 담아낸 파스텔컬러가 자리하고 들어오는 입구에만 액자로 소소한 감각을 드러낸다.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 침실이다.
다락을 활용한 서재 공간
지붕의 낮은 쪽에 위치했던 기존의 문을 지붕의 높은 쪽으로 이동시켜 문 높이를 확보했다. 그 주위를 생동감 있게 감싸는 그린 파스텔컬러의 도장은 한층 공간을 안정되게 잡아낸다. 낮은 책장엔 다양한 책들이 자리하고 그 앞은 좌식 테이블이 놓여있다. 다락을 통해 오롯이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을 표현해낸다.
청량감이 느껴지는 아이 방
청량하면서 밝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자녀의 방이다. 특별할 것 없는, 어느 아이 방과 같은 디자인으로 꾸며졌지만 양 방향 사이드로 배치된 많은 책들이 사진 속 장소만의 개성 있는 색을 만들어낸다. 비정형 구조이지만 제자리에 꼭 맞는 가구들의 배치도 매력적이다. 면과 면이 만나는 경계에는 간접 조명을 설치했다. 숨은 공간까지 빠짐없이 비춰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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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9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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