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짜쿵 탁구
스매싱에 웃고 드라이브에 우는 탁구인의 기쁨과 슬픔
류선 지음
지은이 : 류선
쪽수 : 250쪽
판형 : 120*205
ISBN : 979-11-6861-393-5 03810
가격 : 18,000원
발행일 : 2024년 11월 22일
분류 :
에세이>한국에세이
에세이>운동에세이
건강/취미>구기>기타
책 소개
나도 이 세계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탁구 치는 행위 자체에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함께 반짝이고 싶었다.
세상의 쓸모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 세계.
이러한 세계를 가진다는 건, 그리고 매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20년간 전업주부로 두 명의 아이를 키우며 살던 저자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독서모임이었다.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며 15년을 보냈다. 그렇게 독서모임에 푹 빠져 살다가 글을 쓰지 않고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올라왔다. 때마침 무라카미 하루키에 푹 빠져 있던 저자는 하루키가 매일 달리면서 글을 썼듯이 자신은 탁구로 체력을 길러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탁구를 도구 삼아 글쓰기에 미쳐보자고 생각했는데 웬걸, 탁구에 미쳐버렸다. 글을 쓰다가도 탁구 생각이 나서 집중을 할 수 없었다. 처음 포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글쓰기 계획에 전면 수정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탁구에 대한 글을 쓰기로 타협했다. 탁구에 점점 미쳐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로.
『살짜쿵 탁구』에는 집 앞 여성센터에서 7분 레슨을 받던 초보 탁구인이 본격적으로 탁구장에 발을 내딛고 만난 탁구라는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가 담겼다. 등산복 입고 쭈뼛쭈뼛 탁구장에 들어서던 저자는 화려한 탁구복 예찬론자가 되었고, 탁구 로봇과의 고독한 연습을 통해 기술을 하나하나 몸에 새긴다. 올림픽 메달 소식에도 초연하게 자신의 탁구를 치는 회원들의 모습은 ‘탁구는 보는 것보다 치는 것이 더 재미있다’라는 말을 몸소 보여준다. 이제 5년 차 생활체육 탁구인이 된 저자는 아직 만족스럽게 구사하는 기술도 없고, 초보라고도 중수라고도 말하기 애매한 상태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탁구 정말 좋아합니다. 오래오래 탁구 치고 싶습니다.”
루틴형 인간, 루틴형 ‘탁구 인간’이 되다.
낮에는 작가 지망생, 저녁에는 탁구인
글을 쓰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날이면 더 열심히 탁구장을 뛰어다닌다.
마음먹었던 연습량을 어떻게 해서든 채우면 나는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루틴’을 좋아하는 저자는 탁구도 ‘루틴’하게 친다. 낮에는 작가 지망생으로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글을 쓰고, 저녁에는 생활체육 탁구인이 되어 매일 저녁 8시 탁구장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한다. 종일 글쓰기와 책 읽기로 칩거하는 인간인 저자에게 탁구장은 하루의 마지막을 잘 닫기 위한 관문이자 내일도 책상에 앉을 힘을 키워주는 곳이다. 탁구장에 들어서면 회원들과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탁구 로봇이 있는 기계실로 들어간다. 백핸드, 푸시, 백핸드 드라이브, 포핸드 드라이브, 스매싱 순서로 기술을 연습한 후 레슨을 받는다. 그리고 연습 파트너와 시스템을 정해두고 연습을 한다. 회원들과 승부를 내는 게임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몸만 쓰는 연습을 사랑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 무한 반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탁구 기술, 어제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사랑한다.
읽고 쓰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날이면 더 열심히 탁구장을 뛰어다닌다. 그러다 보면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그 순간을 맛보려고 탁구를 친다. 마음먹었던 연습량을 숨이 턱에 차도록 채우면 하루의 작은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 된다.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라켓에 탁구공 맞춰서 네트만 넘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탁구가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다!
탁구 우습게 보지 마라!
비슷한 구질은 있어도 똑같은 구질을 가진 탁구인은 단 한 명도 없다!
“무슨 운동 하세요?”
“탁구요.”
“아~ ...”
요즘 유행하는 테니스나 클라이밍, 골프에 비하면 탁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탁구? 그냥 탁구채에 탁구공 맞춰서 네트만 넘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탁구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탁구가 이렇게 어려운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거다!” 저자 역시 ‘탁구가 별건가? 라켓만 잡으면 누구나 쉽게 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만만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 탁구는 10년을 쳐도 한 부수(최하위 부수인 7~9부부터 최상위 부수인 1부로 구분) 올리기도 쉽지 않다. 골프처럼 그럴듯해 보이지도 않고 테니스처럼 멋지지도 않지만 감각 운동인 탁구는 어느 기술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금세 표가 난다. 온전히 자신의 기술이 되지 않은 감각들이 몸을 들쑥날쑥 드나든다. 다양한 기술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탁구에 스며들 날을 학수고대하면서 오늘도 레슨실을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오늘도 탁구대 앞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을 당신에게
책 읽고 토론하는 것만이 유일한 취미였던 저자는 탁구를 함께 시작한 사람 중에 가장 오래 버티고 있다. 책만 보던 저질 체력의 소유자가 튼실한 근육을 가진 생활체육인으로 거듭났다.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알게 되고 몸을 쓰는 사람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굵은 땀방울 몇 바가지 흘린 뒤에 탁구 기술이 온전히 내 것이 될 때,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게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그 기쁨과 희열 때문에 여행지에 가서도 탁구장을 찾고, 삼복더위에 남들 다 휴가 떠나도 탁구장에 간다. 저자의 옷장은 이제 형형색색 탁구복으로 가득하고, 탁구 유튜버를 보면서 마치 아이돌을 보는듯한 설렘을 감출 수 없다.
“왜 그렇게 탁구가 좋아요?”
“그냥 좋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탁구라는 세계는 저자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탁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이제는 탁구를 정말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탁구에 미친 한 시절을 지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무언가에 온전히 몰두한 사람의 반짝이는 세계를 만나보자.
첫 문장
“똑같은 구질의 탁구인은 하나도 없다.”
책 속으로
p.31 감각 운동인 탁구는 어느 기술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금세 표가 난다. 관장님이 백 드라이브 후 돌아서 스매싱을 하라고 했는데 돌아설 생각만 하느라 백 드라이브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돈다. 진짜 돌아 버리겠다. 하나씩은 되는데 둘을 세트로 하려니 꼬인다. 균형이 중요하다. 온전히 내 기술이 되지 않은 감각들이 내 몸을 들쑥날쑥 드나든다. 언제쯤 다양한 기술들이 조화를 이루며 내 탁구에 스며들지. 그날을 학수고대하며 레슨실을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_「루틴형 인간의 탁구 생활」
p.46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탁구장 문이 열리는 순간 또 다른 세계의 문도 열렸다는 걸. 탁구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 일상을 얼마나 쥐락펴락할지 그런 사실은 까맣게도 모른 채 탁구장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새로운 세계의 문은 그렇게 예고 없이 열리나 보다. 그다지 특별한 것 없는 보통의 날에. 그래서 인생이라는 게 오묘한지도.
_「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p.50-51 처음이 어렵지, 이제는 탁구용품 사이트를 누비며 그토록 싫어하던 화려한 무늬가 그득 새겨져 있는 탁구복 상의를 산다. 심지어 핑크색에 용 문양이 그려진 상의도 샀다. ‘구장에서는 다 화려한 옷을 입으니 이 정도는 튀지도 않아.’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반바지가 짧아서 고민이라던 사람이 이젠 짧은 속바지가 있는 치마만 입는다. 반바지에서 치마로 넘어갈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언제 반바지를 입었나 싶게 치마만 입는다.
옷장을 열면 스포츠 매장이 따로 없다. 일상복은 구석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춘추복부터 각양각색의 상의에 치마는 무난한 블랙으로 두 가지. 상의는 월화수목금 매일 다른 색깔로 입어도 될 만큼 다양하다.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핑크색, 파란색 등등. 내 평생 이토록 많은 색상의 옷을 입어 본 적이 있던가? 이토록 화려한 옷들을 입어 본 적이 있던가?
핑크색 탁구복 입은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곤 ‘이 나이에 아무렇지 않게 핑크색 옷을 입을 수 있다니 좋은데?’라는 생각도 한다. 등산복을 입고 쭈뼛쭈뼛 탁구를 치던 인간이 옷을 갖춰 입더니 자신감도 덩달아 상승했나 보다. 심지어 운동복을 입지 않고 탁구 치는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도 한다. ‘제대로 갖춰 입고 치면 다른 세계가 열리는데 안타깝군.’ 제대로 오지랖이다.
_「언니는 탁구복이 그거 하나예요?」
p.137-138 내게 있어 탁구에 미쳐 있는 한 시절은 언제일까? 탁구장에는 보통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에 머물지만, 마음은 그 전부터 탁구장에 가 있다. 틈만 나면 유튜브 영상을 보며 어떻게 하면 탁구를 잘 칠 수 있을까 정보를 찾아 헤맨다. 책을 읽다가도 갑자기 탁구 생각이 나면 잊어버릴세라 바로 메모하고, 잠들기 전에는 오늘 했던 연습과 부족했던 부분을 복기하며 내일 해야 할 연습을 계획한다. 그렇게 우려했건만 모든 일상이 탁구를 기준으로 흘러간다. 마치 탁구와 연애하고 있는 것 같다. 연애하는 감정은 궁금해하는 감정이라는데 탁구란 요놈이 더 많이 알고 싶어 죽겠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기에 이런 내가 낯설고 당혹스럽다. 공의 움직임에 저절로 반응하는 반사 신경에 ‘나한테도 이런 신경이 있었다고?’ 화들짝 놀란다. 평상시 타인처럼 멀게만 느껴지던 몸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네 몸 안에 이런 것도 있는데, 너는 반평생을 모르고 살아왔지?’ 몸이 물어 오는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꺼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내 안에 뭐가 더 있을까?’ 더 꺼내 보고 싶고, 더 알고 싶다
_「미쳐야 하는 시절은 꼭 필요한가」
저자 소개
류선
작가 지망생이자 5년 차 여성 탁구 생활체육인.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삶을 산 지 10년.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날이 찾아왔다. 갓 입문한 탁구를 통해 체력을 키워 글쓰기에 매진하려 했으나 계획은 계획일 뿐. 점점 탁구에 미쳐가더니 탁구라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폭발, 탁구에 관한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일상을 글쓰기와 탁구, 두 가지로 구획 정리해 산다. 낮에는 작가 지망생으로 책상 위에서 보내고, 저녁에는 탁구장으로 출근해 탁구 생활체육인으로 살며 글쓰기의 세계와 탁구라는 세계를 넘나들고 있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게 탁구를 치면,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다음 날 책상에 앉을 힘이 난다. 탁구라는 운동으로 중심을 잡고 오래오래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차례
프롤로그_무언가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
생활체육 탁구인이 알려 주는 탁구 기본 용어
1장
입장: 탁구라는 세계를 알아 가는 중입니다
탁구장에 이상한 여자가 있어요
루틴형 인간의 탁구 생활
누가 탁구가 쉽대?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언니는 탁구복이 그거 하나예요?
탁구장 속 계급사회
슬기로운 유튜브 생활
한여름 밤의 탁구
탁구는 보는 것보다 치는 게 더 재미있다
2장
단식: 나를 알아 가는 중입니다
여행 중 탁구 치러 가 본 적 있으세요?
탁구와 글쓰기
무엇이 그녀를 저리 혹독하게
연습하게 만드는가?
승부의 세계에서 승부를 내지 않는다는 건
시스템 그리고 시스템
커트 서비스에 대한 강박
첫 대회가 도지사기 출전
수비형 탁구냐, 공격형 탁구냐
내가 생각하는 나와 동영상 속의 나
3장
복식: 주변 사람을 알아 가는 중입니다
미쳐야 하는 시절은 꼭 필요한가
탁구 매너에 대하여
자습이 필요할 뿐
여성 탁구인에게 드라이브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브!
핌플 전형에 대하여
모든 공을 돌리고야 말 테다
듣고 싶은 말을 들었다
4장
단체전: 인생을 알아 가는 중입니다
승급에 대하여
가고 또 갑니다
시기와 질투는 정말 나쁠까?
재미있어서 탁구 치잖아요
탁구 친 지 얼마나 되셨어요?
부산에서 만난 세계 정상급 탁구 경기
아직 멀었다
신유빈, 그녀가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에필로그_오래오래 탁구 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