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누가 있어서 물이 깨끗한 우물에 대한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가서 우물물을 마시지는 못했지만 그 우물은 어디쯤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이와 같이 저도 ‘식과 명색’에 대해, ‘육입-촉-수’에 대해 실제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위치가 어디쯤일 것 같다.’라고 추측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추측하게 되었습니까? 어제 어떤 다른 스님의 동영상 법문을 듣는데, ‘마음을 알고 대상을 알아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에 ‘아, 명색이란 이런 위치이겠구나’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써서 이런 생각을 한번 간략하게 정리해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저의 생각이라서 틀릴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니 이점 널리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 김철수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에게는 몸과 마음이 있습니다. 모태에 들면서부터 몸은 형성되기 시작하여 출생하고 유아, 청소년기를 거쳐 장년의 몸이 되고 나중에는 늙음에 이르러 죽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마음도 모태에 들면서부터 일어나고 계속 일어나서 늙어 죽음에 이르면 그 생에서의 마음은 끝이 납니다.
그런데 여기서(12연기에서) 몸과 마음을 다른 용어로 말해보면 저는 몸은 물질(色)로, 마음은 식(識)과 정신(名)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온에서는 몸을 물질(色)로, 마음을 受•想•行•識으로 구분했다고 이해합니다.)
김철수에게는 몸이 있고 마음이 있습니다. 그의 몸은 일생동안 변합니다. 그의 마음도 일생동안 변합니다. 이제 몸과 마음을 물질(色)과 식(識)과 정신(名)이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여 말해보겠습니다. 그의 식(識)이 일어날 때마다 정신(名)도 일어나고 그런 식과 정신의 물질적 토대인 물질(色)도 일어나겠습니다. 또는 업의 결과로(또는 다른 조건으로) 그의 식은 일생동안 일어나고, 거기에 따라 적절하게 그의 정신도 일생동안 일어나고, 적절하게 그의 물질도 일생동안 일어나겠습니다. 그래서 식과 명색은 김철수가 일생동안 살아가면서 (혼자 있든 다른 사람과 만나면서 있든 상관 없이) 그에게 일어나는 몸의 현상과 마음의 현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철수가 세상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즉, 눈으로 형색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감촉하고 마노(意)로 법을 식별할 때에는 그의 마음(心)이 어떻게 될까요? 여섯 감각장소(六入)에서 각각의 대상(색성향미촉법)과 조건이 되어: 각각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이 생겨나고, ‘촉 – 수’ 가 있게 된다고 (그래서 세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을 가진(이 생을 마칠 때까지 ‘식과 명색’이 일어나고 있는) 김철수가 세상을 만날 때에는 ‘육입 – 촉 – 수’의 진행에서 세상을 만나며, 배우지 못한 범부는 ‘애 – 취 – 유’의 과정에서 身口意 삼업을 짓는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제가 바르게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서 세상이란: 대한민국, 아시아, 지구, 태양계 등의 세상을 말하지 않고, 지옥, 축생, 아귀, 인간, 천상 등의 세상을 말하지도 않고, 성자의 율에서 말하는 세상(눈-형색-눈의 알음알이-눈의 감각접촉-느낌. ... 마노-법-마노의 알음알이-마노의 감각접촉-느낌 등의 세상을 말합니다.)
(여기서 마노(意)란 감각장소로 쓰이기도 하고, 업을 지을 때 통로가 된다는 뜻으로도 사용했습니다. 후자인 업을 짓는 것과 관련하여: 손으로 보시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몸으로 짓는 것이라서 身業, 착한 말, 진실한 말은 입으로 짓는 것이라서 口業,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心), 악의 없는 마음(心)을 닦는 것은 마노(意)를 통로로 한다는 뜻에서 意業이라고 부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보시 등은 몸을 통해서 하고, 진실한 말 등은 입을 통해서 하듯이.) (수정: 일부 표현 삭제함)
◌ 후기 (아래처럼 상상해봅니다.)
* 김철수가 몸을 받았습니다. 그에게는 몸과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이 있다면 생명이 다할 때까지 마음이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몸이 있다면 생명이 다할 때까지 몸이 죽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이런 몸과 마음이 ‘식과 명색’의 관계이고,
* 그런 몸과 마음을 가진(목숨을 마칠 때까지 식과 명색이 일어나는) 김철수가 세상을 만나서(육입-촉-수)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배우지 못한 범부라면 ‘애-취-유’)이 12연기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하고 상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