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이미숙 기자] ‘자연의 철학자들’은 보다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을 가진 자연이 삶이고,
삶이 자연인 이 땅의 숨은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만난다.
'자연의 철학자들' 35회, ‘빈 지게처럼 허허롭게’ 편에서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속에서 생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는 지게 도인,
육잠 스님의 철학을 만난다.
[사진출처=KBS]
“잎을 모두 떨군 가을 숲은 참 지혜로워요.
텅 빈 충만 같은 게 느껴지죠.”
여기, 38년째 깊숙한 산골에 은둔하며 수행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그는 문명을 맹목적으로 쫓는 세태가 두려워 그에 대한 나름의 저항으로,
자연으로 몸소 들어갔다는 육잠 스님이다.
전기와 전화, 수도조차 없는 거창 산골에서 20년을 보낸 후,
경북 영양으로 옮겨와 10평(33㎡) 남짓한 암자를 직접 짓고,
고요히 정진 중이다. 그 세월이 10년째다.
1982년 출가해 이십 대에 주지 소임까지 맡고,
시·서·화(詩·書·畵)에 능해 전시회도 여러 번 열만큼 비범했지만
자연 속에서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는 스님.
아침이면 햇빛에 세수하고, 밤이면 달빛 아래에서 군불을 쬐고,
사각거리는 가을 숲을 걷고, 소박한 꽃을 보는 삶이 또한 즐거움이란다.
스님은 부족한 듯 보여도,
결코 모자라지 않은 텅 빈
충만을 하루하루 자연 속에서 만끽하며 살아간다.
선농일치(禪農一致), 농사는 마음 밭을 가는 일
“자연이 하는 일은 잘될 때도 있고, 흉할 때도 있죠.
농사야말로 도(道)를 닦는 일입니다.”
스님은 쌀을 제외한 모든 먹거리를 손수 가꾼다.
배추부터 무, 호박, 고추, 들깨,
더덕에 이르기까지 먹을 만큼만 심고 거두어 식량을 마련한다.
하지만 농사가 단순히 식량을 얻기 위함만은 아니다.
움트는 싹을 보며 생명의 경이를 배우고,
궂은 날씨로 인해 엉망이 된 밭 앞에선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깨친다.
농사란 곧, 마음 밭을 가는 일.
이른바, 선농일치, 농사가 곧 수행인 것이다.
어둠이 깔리면 스님은 호미를 내려놓고 붓대를 잡는다.
조용히 먹을 갈아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낮에는 몸으로 농사를 지었으니
밤에는 묵(墨) 농사를 짓는 거란다.
농사도 서예도 더 잘 해내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면,
결코 잘 될 수 없다는 육잠 스님.
오늘도 그렇게 마음 밭을 갈며 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출처=KBS]
생명불식(生命不息), 살아 있는 것은 다 부지런 하라
“살아 있으면 살아 있는 몫을 해야 합니다.
밥 먹고 밥 축내지 말라는 거죠.”
산중에 살면 한가한 듯 보여도,
오히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한 계절도 온전히 살아내기 어려운 것이 산골 생활이다.
특히 겨울이 되면, 영하 20도 추위와 싸우고
얼어붙은 수도와 씨름해야 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 겨울을 몸으로 견뎌내다 보니
‘지게 도인’이 됐다는 스님. 지게를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가 일용할 양식을 찾고,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를 마련하는 게 일상이다.
지게에 흙을 옮겨가며
울퉁불퉁한 산길을 보수하는 것도 스님의 몫.
밥값을 해낸다는 마음으로,
이런 게 산승이 살아가는 방편이며
도리이기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그래서 육잠 스님이 늘 화두처럼
생각하는 말이 ‘살아 있는 것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뜻의 ‘생명불식(生命不息)’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굶어 죽지만,
또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또 하루가
거뜬하게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며,
산 자의 몫임을, 자연스레 배운다.
[사진출처=KBS]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렇게 홀가분하게
‘세상은 꽃으로 아름다워지고,
그 아름다움이 있어 이 땅에 생명을 기를 수 있다’는 스님.
하얀 박꽃을 보기 위해 심었다는 박은 소중한 양식이 되고,
속을 파낸 박은 바가지로 만들어 귀한 세간으로 쓴다.
출가한 지 38년째인 스님에겐 승복이 단 두 벌뿐이다.
닳으면 기워 입고, 또 기워 입어왔다.
황소바람이 들락거리는 살창도 바꾸지 않고,
가을마다 창호지를 새로 발라 예전 살던 모습 그대로 산다.
모든 물건은 스님 손에 들어오면 기본이 10년이다.
살림도 그다지 필요치 않다.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자연 속에 살면 굳이 많은 것이 필요 없다는 스님.
단순하고 소박해질수록 마음은 홀가분해지는 것을.
지게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풍요로울 수 있음을.
제 몫을 다 하고,
더는 바라지도 요구치도 않는 빈 지게처럼
인생은 허허로운 것임을
육잠 스님은 자연 속의 삶으로 말하고 있다.
“나는 누구냐.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가볍고 쓸쓸하였다.
그리하여 뒷사람에게 빚지지 않는 것이
곧 수행자의 삶이다”
[사진출처=KBS]
KBS 1TV <자연의 철학자들>
35회 ‘빈 지게처럼 허허롭게’ 편의 방송시간은
2022년 11월 25일 금요일 저녁 7시 40분이다.
*자연의 철학자들 정보 : 도시를 벗어나,
삶이 자연이고, 자연이 삶이 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가공되지 않은
순정한 영상과 그들만의 통찰이 담긴 언어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은 배우 강석우가 내레이션을 담당한다.
KBS 공식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지게 멘 스님의 소박한 일상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산속으로 들어간 수행자 육잠 스님 이야기
여기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수행방식을 지켜 나가는 한 스님이 있다.
30년 전 전기도 전화도 없는 거창 가북 산속으로 들어간 육잠(六岑) 스님은
‘두곡산방’이란 토굴을 직접 짓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수행해 왔다.
이곳에서 스님의 생활은 담박(澹泊)한 일상 그 자체이다.
낮에는 지게 지고 농사짓고, 달 뜨는 밤이면 선시(禪詩)를 펼치고,
벼루에 먹을 갈아 글 쓰고 그림 그린다.
우연한 기회에 스님을 만나 소박한 매력에 감화되어
20년 넘게 교유해 온 저자는 1년간
최초의 ‘독도 상주기자’로 활동한 기자이자 독도 전문가로서,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사는 육잠 스님의 삶을 세상에 소개한다.
자연과 꽃을 노래하고, 전화 대신 서화를 그려 직접 만든 편지지,
편지봉투로 안부를 전하는 스님. 글씨, 서화와 함께 공개되는
산속 일상은 도시 생활자들에게 한 줄기 바람으로 다가온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문명을 거부한 어느 수행자의 이야기
“부귀하면 뭇사람이 우러러보고, 청빈하면 자식마저 멀어진다.”
보우 선사(普雨 禪師)의 말처럼,
누구나 부유하고 안락한 삶을 꿈꾸며 하루를 아등바등 살아간다.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대기업을 창업한 부호가 아니라
물욕 없이 정진하는 종교인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성철 스님이 그랬고,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랬다.
욕망을 추구하는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 눈에는
수행자의 삶이 한 폭의 ‘몽유도원도’로 비치는 것이 아닐까?
한 군데쯤은 마음속에 간직하여 때로 그리워하고,
때로 위안을 얻을 곳을 구하는 것이다.
여기 한 수행자의 이야기가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 들어앉아 낮에는 지게 지고 농사짓고,
달 뜨는 밤이면 선시(禪詩)를 펼치고,
벼루에 먹을 갈아 글을 쓰는 생활을 하는 육잠(六岑) 스님의 삶이다.
22년간 기자생활을 한 언론인이자
1년간 ‘독도 상주기자’로 활동한 독도 전문가인 저자는
20년 넘게 교유해 온 육잠(六岑) 스님의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사는 삶을 세상에 소개한다.
10년을 설득한 끝에 스님의 글씨, 서화, 사진 등도 함께 선보였다.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담박한 일상
1982년 속리산 복천선원으로 출가하여 해광(海光)이라는 법명을 받은 육잠 스님은
1991년 조그마한 절의 주지 자리를 벗어 버리고
전기도 전화도 없는 거창 가북 골짜기 산속으로 들어갔다.
편한 것만 찾는 물질문명에 거리를 두고 수련하고자
‘두곡산방(杜哭山房)’이란 토굴을 직접 짓고 깊은 산속에 자리한 것이다.
이곳에서 스님의 생활은 담박(澹泊)한 일상 그 자체이다.
산방을 찾은 이라면 누구든 직접 딴
산야초를 말린 세상에서 하나뿐인 차를 나누고,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는 전화 대신 서화를 그려 직접
만든 편지지, 편지봉투로 안부를 전한다.
물론 수행자로서의 정진에도 치열하다.
자신이 죽고 난 후 화장에 쓸 나무인
‘다비목(茶毘木)’을 직접 준비하며 ‘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하루를 보낸다.
20여 년 전 단골 찻집 주인의 안내로
처음 육잠 스님의 두곡산방을 찾은 저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연 속에 묻혀 숲의 기미에 귀 기울이며
자족(自足)하는 스님의 나날은 좀더 큰 것,
좀더 높은 곳, 좀더 편한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저자에게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竹?)와도 같았다.
이후 스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통해 저자는 도시생활 속에서 갖게 된
욕망과 악착스런 마음에서 조금씩 풀려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러한 치유의 시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마음먹었다.
사라진 꿈속의 덕동마을을 기억하며
안타깝게도 육잠 스님은 2012년 거처를 이 책의 무대이자
처음 산중 생활을 시작한 경남 거창 덕동마을에서 경북 영양으로 옮겼다.
스님이 떠날 당시, 덕동마을은 집 주인들이
몇 차례 손바꿈하면서 급속히 황폐하기 시작했다.
어느 하루, 헛간채가 뜯기고 시멘트 블록 건물이 들어섰으며,
또 하루는 요란한 엔진톱 소리가 난 후
울창하던 앞산 낙엽송 숲이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다.
숲과 사람이 공존하지 않는 덕동은 더 이상 덕동이 아니었다.
그 참상을 지켜보던 육잠 스님은 덕동마을과는 인연이 다했다면서 바랑을 챙겼다.
비록 지금은 옛 주인도 떠나 버리고 옛 정취도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소쇄한 아름다움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꿈속의 꿈’이나마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두곡산방을 지면으로 남기고자 하였다.
육잠 스님은 경북 영양에 또 다른 두곡산방을 지어 지금도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지켜 나간다.
2020년 설 특집으로 방영된 EBS 〈한국기행〉 ‘그 겨울의 산사’ 편을 통해
경북 영양 두곡산방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라는 존재가 어디 있습니까?
잠시 왔다가
흩어지는 생
가볍다는 건
참 좋은 거잖아요
허허롭게
가볍게
자기 몫의 짐을 짊어지고 살다
이제 내려놓을 일만 남았으니
이 얼마나 홀가분한가
모든 일은
자연으로의 귀로였노라고 스님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