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내방은 3층이다.
맨 꼭대기층, 그래서 그런지
햇살이 가장 잘들어온다.
이곳엔 나의방과 화장실
그리고 빈방 두개 이렇게있다.
정작 쓰는곳이라곤 내방과 화장실 뿐이다.
"세을아!!"
2층에서 나를 부르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옷을 갈아입던 중이라 대답을 하지않고
마저 갈아입던 옷을 갈아입는데
다시 급하게 들리는 아저씨의 목소리.
"세을아!!온세을!!"
"네!!!"
결국 마지못해 대답을 한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쿵쾅거리며 뛰어내려갔다.
"부르셨어요?"
라는 말을 급하게 풀어놓을때
자다 일어났는지 반바지와 반팔티차림에
부스스한 머리를한 온세상이 거칠게 문을열고
튀어나와 신경질적으로 한마디한다.
"씨발!!누가 온세을이야!!!!"
"온세상!!이새끼가!!"
아저씨가 크게 분노하며 옆에있던
골프채를 집어드셨고 난 서둘러 말리려
아저씨에게 다가갔지만 그다음말은
날 정지하게 만들었다.
"쟤 정소원이지 온세을 아니야.
멋대로 이름 바꾸지마."
있는대로 짜증이란 짜증을 다부려대는
온세상.
정말 지가 세상 다가진듯한 싸가지를 자랑하는 인간.
"이자식이 너 진짜 오늘한번
죽어볼래?!!"
"아빠 요즘 진짜 마음에 안들어!
알아?!"
"이자식이 그래도!!!"
골프채를 잡고 온세상에게 달려드는 아저씨를
기사아저씨와 가정부아줌마 그리고 사모님이
와서 겨우 말려냈다.
"너때문에 집안이 하루라도 조용할날이없구나."
탐탁치 않는다는듯한 눈으로 나를 흘겨보더니
아저씨를 모시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사모님.
그럼 난 오늘도 머리를 조아리며 말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정말 죄송하다고
하찮은 내가 이 어마어마한 부잣집에들어와서
정말 죄송하다고.
염치없이 또 눈물이 떨어지려한다.
이젠 억울하지도 화가나지도 않아.
너무익숙해져 버렸거든.
그냥 무덤덤하게
가끔 아주가끔 눈물이 나려하는것만
빼면 아주 괜찮아.
"씨발,또 쳐우냐?"
짜증스럽다는듯 말하는 온세상의
말을 무시한채 등을돌려 다시 계단을 오르려하면
내가 제일 듣고싶어하던 세인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원아 왜울어?"
이제막 이층에 발을들인
세인이가 걱정스럽다는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또 착한척."
온세상의 말은 무시하고 나를 다독여주는세인이.
"울지마,소원아
왜 또 어머니가 뭐라고했어?
아님 세상이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다시 걸음을 돌리려는데
그런 나를 붙잡는 세인이.
"작작좀 울어.
짜증나니까."
아니 온세상.
내품에 흰색 손수건을
안겨주고 자신이 방으로 휭들어가버리는
온세상.
"세상이 겉으론 저래도
착한놈인거 알지?원래 표현잘못하는놈이니까
이해해 소원이 아니 세을이니가."
싱긋 웃어주곤 온세상바로 옆방으로
모습을 감추는 세인이.
온세상 온세을
이란성 쌍둥이로 얼굴이 서로 다른만큼
성격도 정반대이다.
내가 이집에 온게 1년전인
내가 열여덟살때.
교통사고를 당할뻔한 온세상과 세인이의아빠.
그러니까 아저씨를 구해줬다는 연유로 아저씨는
열여덟이나 먹은 날 이집에 데려왔고
아직 호적에 오르진 않았지만 아저씬 되도록 빨리
호적에 올릴거라고 나를 볼때마다 말씀하시곤 했다.
그렇게 온세상이 건네준 수건을
손에 꼭 쥐고 쿵쾅 거리며 삼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연 나는 엉엉거리며 눈물을 쏟아냈고
온세상이 준 하얀색 수건은 내눈물과 콧물로
뒤범벅되어 축축해졌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그 손수건을 빨아
베란다에 있는 조그만 건조대에 걸어놓았고.
차가운 바람을 조금 맞으며 뜨거워진 얼굴을 식힌후에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우려할때
똑똑 노크소리가 들린다.
"소원..아니세을학생
들어가도되?"
아직 이집사람들은 나를 소원이라고
부르는게 편한가보다.
하긴 아저씨가 이 이름 지어주신지 이제 겨우
한달이니까.
온세을 이라는 이름.
"세을학생 자?"
"아니요,들어오세요."
가정부 아줌마의 목소리가 한차례 더들려왔을때
그제서야 난 생각에서 벗어났다.
"저,사모님이 ...찾으셔."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야말았다.
"....회장님도 나가시고..
세인도련님도 세상도련님도 나갔어."
"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때는 이때다 한거겠지.
오랜만이니까 세인이도 온세상도
아저씨도 모두 집에 없는거.
그셋중 한명이라도 있으면 사모님은 나에게
가벼운 핀잔과 눈흘김만 줄뿐 뭐라 구박하진못했다.
왜냐면 그세남자가 막고 나섰기 때문이였다.
옷매무세를 만지고
머리를 잘 빗어 정돈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부르셨어요."
딱딱한 감정이 실리지 않은말투로
말하자 차를 마시고있던 사모님이 나에게 힐끗
눈길을 주고 다시 차마시기에 열중한다.
몇십분동안이나 나를 그렇게 세워두고
자신의 차마시기가 끝나자.
그 우아한 목소리로 말을잇는다.
"세상이좀 데리고와.
그녀석 술먹고 사고쳐서 경찰서에있나봐."
......온세상 그녀석을 데려오라고?
나보고...?내가....?
"안가고 뭘해?"
".....네 알겠습니다"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으로 갔다간
온세상에게 무슨욕을 들을지 모르기때문에
방으로 올라온 나는 옷장앞에 멍청히 서있었다.
"그냥가도 욕먹을텐데...
이런 차림으로가면 몇대 맞을지도모르지."
실제로 온세상이 미워죽겠다.
죽여버린다는둥. 죽고싶냐는둥 한대 맞는다는둥
그런 말은 많이했지만 한번도 맞아본적은없다.
그치만,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애니까.
"이거...입어야겠다"
전에 아저씨가 사주신
베이지색 면바지에 분홍색티셔츠
하얀색 자켓을 걸치고 머리는 묶었다.
언제나 머리를 길게 푸르고 다니는
나를 보면서 온세상은 머리 묶고다니는게
더 낳을것같다고 머리좀 묶고 다니라고말했으니까.
준비를 끝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여전히 쇼파에 앉아계시는 사모님.
"다녀오겠습니다."
"....."
꾸벅 고개숙여 인사한뒤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집을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무거운 밤공기를가르고
나를 휘감았다.
"춥다,..."
분홍색 티셔츠가 조금 파여서 그런지
목부근이 땡땡 얼어버릴것같았다
비탈길을 따라내려와 택시를 탔다.
"시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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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