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현직 정상 35명과 90여 국의 고위 공직자 및 정치인 330여 명, 수십 명의 억만장자 및 유명 연예인 등이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해 거액의 재산을 은닉하고 탈세를 해왔다는 주장이 3일(현지 시각) 제기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이날 대형 로펌 등 전 세계 14개 기업에서 입수한 약 1190만개의 문건을 검토한 결과, 이들이 최고급 저택, 부동산, 요트 등 고가 자산을 세무 당국으로부터 숨겨왔다고 발표했다. ICIJ는 입수한 문건들을 ‘판도라 페이퍼스(문건)’라고 명명했다.
2016년에도 ICIJ는 비슷한 내용의 ‘파나마 페이퍼스’를 공개했고, 이름이 오른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사임하거나 수사를 받게 되는 등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ICIJ는 “페이퍼 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상당수는 세금 회피 등 의심스러운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명단에는 전·현직 정상 중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포함됐다. 압둘라 2세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36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해외에 있는 1억600만달러(약 1258억원) 규모의 호화 저택 14채를 그 회사 명의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들은 2014~2017년에 미 캘리포니아 부촌인 말리부 부동산 3개를 약 7000만달러(약 831억원)에 구입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부동산 구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압둘라 2세에 의해 임명된 요르단 총리가 작년 차명으로 해외 투자를 하는 국민에 대해 철저한 수사 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블레어 전 총리와 부인 셰리 여사는 2017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한 회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영국 런던에 있는 650만 파운드(약 104억2600만원)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고가의 부동산을 갖게 된 것이다. BBC방송은 “영국에서 이런 방법이 불법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31만200파운드(약 4억9800만원)의 재산세를 내지 않게 됐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내연녀이자 그의 딸을 출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여성 스베틀라나 크리보노기크는 2003년 출산 후 몇 주 만에 모나코에 410만달러(약 48억6670만원)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관련 내용도 문건에 거론된다. 손 회장은 2009년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던 투자 관련 회사의 자회사를 영국령 케이맨제도에 설립했고, 2014년엔 이 자회사를 통해 소형 상업용 제트기를 구입한 것으로 나와있다. 콜롬비아 출신 팝스타 샤키라, 중국 공산당 고위층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http://naver.me/GfaKu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