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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스레딕(스레주부분만 편집했는데 문제있음 알려줘~)
이야기는 우리 엄마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인데 외할머니도 딸 못지않게 사건을 잘 알고 있어서 들어볼 수 있었어.
외할머니가 모르는 부분은 엄마한테 가서 보충했고. 그러니까 엄마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야.
우리 엄마는 장녀야.
아래로는 쌍둥이 여동생인 둘째이모랑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사는 셋째 이모, 별나신 넷째이모, 막내인 외삼촌이 계시지.
이번 일에는 셋째 이모도 같이 있었다고 해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일때 셋째 이모는 1~2학년이었을테니까.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거든
왜,학교에는 그 학교만의 괴담이 있잖아. 흔한 빨간휴지 파란휴지라던가 책읽는 소녀 동상이라던가...
엄마네 학교에도 그런 게 있었대.
뭐냐면 밤 12시에 복도를 걷고 있으면 등 뒤로따라온 귀신이 달라붙는다는 소문.
그 학교 복도는 유독 길었거든.
반이 많아서 그랬는지..복도를 다 걸으려면 시간이 꽤 걸렸으니까.
실제로 밤 늦게 학교에 갔다가 복도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를 듣고 도망간 아이들도 꽤 있었대.
건물이 오래되서 끼익끼익 소리가 심했으니까 더 공포스러웠다고 해. 그래도 아직 귀신이 붙었다는 아이는 나오지 않았어.
어릴 적 우리 엄마는 호기심이 많고 당찼어. 그 소문을 그냥 소문으로만 여길 애가 아니었지.
그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일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
그래서 엄마는 친구들을 모아 놓고, 학교에 가서 복도를 다같이 걸어보기로 했어.
그 얘기를 들은 꼬꼬마 1학년 셋째 이모는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졸라서 합류를 했지. 참 겁도 없는 애야...
아무튼 약속한 시간이 되어 친구들은 약속 장소에 모였대. 나오지 못한 아이들이 더 많았지만.
밤 늦게 집에서 몰래 빠져나오는 데 실패한 거야.
참고로 우리 엄마는 셋째 내 방에서 재운다고 하고
(셋째이모도 같이 데려가기 위해서) 자는 것처럼 보이게 등배게를 이불 속에 끼워놓고 불까지 끈 뒤 창문으로 나왔다고 해.
뭐, 제일 용자는 일부러 엄마한테 반항해서 쫓겨나는 방법으로 나온 아이였지만...
아무튼 엄마랑 셋째이모 포함 여섯 명 정도 모이니까 학교로 출발을 했대. 중간에 한 명이 무섭다고 가버렸다고..
밤에보는 학교는 낮과 비교할 수 없이 무서웠다고 해.
문을 다 잠가 버려서 담을 넘고 비밀 통로(통칭 개구멍)을 통해 들어온 것까진 좋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너무 무서운거야.
복도엔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겁이 나니까 엄마는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대.
그래도 지금 돌아가면 지금까지 한 일이 아까우니까 용감하게 발길을 옮겼다고 해.
참고로 둘째이모를 안 데려간 이유는 엄마한테 일러바칠것 같아서래. 둘째이모는 진짜 고자질이 심했거든....
셋째이모는 언니를 잘 따라서 비밀을 지켜줄 것 같았으니까 데려간 거야.
아무튼 엄마와 셋째이모,그리고 친구들은 복도로 발을 옮겼어.
소문의 장소는 2층 복도였으니까 계단을 올라가는데, 첫 발을 내딛었을때의 계단의 끼익 소리에 쫄아서 빛의속도로 막 올라갔다고...
그렇게 정신없이 올라와서 마침내 복도에 도착했어.
복도는 진짜 끝이 안 보이는 악마의 소굴처럼 어두웠어.
친구들 모두 하나씩 갖고 있었던 플래시로 다같이 복도를 비춰 봤는데도 어두컴컴했대. 엄마와 아이들은 겁부터 집어먹었지.
그냥 돌아가자는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용감한 맏딸인 우리 엄마가 이까짓 게 뭐가 무섭냐고 가자고 하면서 모두를 리드했대.
엄마는 아이들과 다같이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춰 걷기로 했어.
각자 걸으면 어느게 귀신 발소리고 어느게 친구 발소리인지 모르잖아.
게다가 손을 잡고 있으면 안심도 되고 도망칠 때 낙오자도 없게 되고...모두 살아 나가기 위한 방법이었어.
물론 저 혼자 살겠다고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면 또 다르지만..
그걸 예방하기 위해서 모두 죽어도 손 놓지 말기라고 약속까지 했다고 해. 뒤에서 따라올 귀신에 대한 나름 철저한 대비책이였지.
그리고 드디어 작전 실행. 복도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데 오래된 마루에서 나는 소음이 굉장히 공포스러웠대.
창 밖으론 빛을 못 받아 시꺼먼 나무하고 건물밖에 안 보였지.
그 풍경에서 뭐가 꼭 튀어나올 것 같아서 모두 애써 무시하며 앞만 보고 걸었어.
한 3분의 1쯤 왔을까?(걸음이 워낙 느려서 뛰어갈 때의 두 배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해)엄마가 들고 있던 플래시가 나가 버렸어.
급하게 빠져나오느라고 새것 대신 낡은 걸 들고 왔었는데 그게 고장이 났는지 배터리가 다 됐는지 갑자기 나간거야.
5개중 하나가 나갔을 뿐인데 애들은 난리를 쳤대. 그만큼 무서웠던 거겠지.
근데 엄마는 시크하게 그걸 바닥에 던져 버리고 계속 갔대...엄마의 침착한 모습을 보자 애들도 진정을 했다고 해.
한 중간쯤 갔을까?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대.
엄마가 "야 휘파람 부는 놈 누고?"했는데 하나같이 "나 아니다"했대.
그러자 엄마는 "그럼 누가 내는긴데?"하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창문이 하나 안 닫혀 있었대.
엄마는 "창문이 안 닫혀서 바람소리 난건가부다"하고 그걸 닫았는데 닫아도 계속 나는거야.
그런데 그 휘파람이 이제껏 단순한 휘~휘~하는 소리였는데 갑자기 제대로 된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대.
제법 잘 부는 실력으로. 아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홀린 듯 휘파람 연주를 들었는데 셋째이모가 이랬대.
"언니야, 이거 섬집아기 아이가?" 엄마가 놀라서 다시 잘 들어보니 진짜 섬집아기였대.
누군가가 휘파람으로 섬집아기를 불고 있는 거였어.
애들은 무서워져서 그만 돌아가자고 했대.
근데 엄마는 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워서 좀만 더 가면 복도 끝이니까 조금만 더 걷자고 했대.
저 휘파람 소리는 수위아저씨일거라고 하고(그게 말이 되나요...왜 수위아저씨가 그 밤에 휘파람을 불어...).
애들은 덜덜 떨다가 "그럼 좀만 더 가기다" 하고 방금전과 달리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겼어.
복도끝에 거의 다 다다랐을 즈음, 사건은 일어났지.
다들 제자리에 멈춰서 쉬고 있었는데 등 뒤의 멀리서 끼익-하는 발소리가 난 거야.
애들은 모두 히익! 하면서 서로를 꽈악 끌어안았지. 그걸로 끝나면 얼마나 다행이게?
문제는 그 발소리가 점점 빠르고 커진다는 거였지.
처음 끼익-하는 소리를 발판삼아 점점 커지고 빨라져서 "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이렇게 났대.
누군가 여기로 다가오고 있다는 거였지.
엄마와 이모, 그리고 친구들은 더 쉴 겨를도 없이 황급히 도망쳤대.
창문이 양옆에서 휙휙 지나갈 정도로 쏜살같이.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말았어.
애들은 도망치다가 벽에 막혀서 멈춰설 수밖에 없었는데,
너무 무서우니까 말도 안나오고 마냥 덜덜덜 떨리고 우는 애도 있었대. 셋째이모는 어리다보니 벌써 엉엉 울고 있었고.
타닥타닥 발소리는 가까워져만 가고 도망칠 데도 없으니 아이들은 단체멘붕 상태에 빠져 난리에 난리를 치고 장난 아니었대.
그나마 멘탈이 강력했던 엄마는 덜덜 떨면서도 셋째이모 달래고 애들 뒤로 보내서 보호하고
누가 오면 싸워볼 요량으로 경계 태세도 취했대.
발소리는 점점 더 다가왔고, 바로 앞에 누가 있는듯한 정도가 되었어.
아이들은 모두 두눈 꼭 감고 벽에 껌딱지마냥 붙어서 울고 있었지.
유일하게 엄마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두운 허공을 응시했어.(손전등은 도망오는 길에 팔아먹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주저앉으면 죽는거라고 생각했지.
이제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어.
엄마는 귀신이 자기 바로 앞에서 멈춰섰다고 느꼈어. 그도 그럴 것이 앞에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거든.
그 당시가 여름이었는데도 말이야. 모닥불 근처에 갔을 때 열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한기가 점점 더 강해졌고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뭐 무기삼을 것이 있나 주머니를 뒤졌어.
그러나 별다른 무기삼을 게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쓸만한 게 몽당연필 한 자루였대.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걸 손에 땀이 날 정도 꽉 움켜쥐었지.
극적인 상황에 비해 주변은 놀랄 정도로 조용했대.
애들은 무서워서 비명도 나오지 않는지 가만히 끅끅거리고만 있었고. 빛이라곤 달빛뿐이었는데 그것도 일부만 비췄어.
엄마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뭔가 있는게 확실한 어두운 허공을 향해 외쳤대. "니 누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다시 한 번 외쳤어.
"니 누군데 우리 이르케 괴롭히노?"
엄마의 당돌한 말에 아이들 모두 울음을 그치고 엄마를 쳐다보았어.
엄만 연필을 휘두르며 또 다시
"니 가라! 귀신 주제에 누굴 괴롭히노? 니 싫다, 무섭다!"
순간, 엄마는 움찔했어.
끼익-하는 기분나쁜 마루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다가왔거든.
그것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그것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
의외로 그 모습은, 엄마 또래의 아이같아보였어.
머리는 짧아 보였지만 치마를 입고 있었고 체구가 꽤 가냘팠거든.
엄마는 상상했던 무서운 귀신의 모습이 아니어서 당황했대.
어쩌면 그냥 자기처럼 밤늦게 찾아온 여자애일 수도 있잖아.
멍해진 엄마는 넋놓고 어둠속에 오도카니 서 있는 여자애를 뚫어져라 쳐다봤어.
애들도 엄마의 시선을 따라갔으나 아마 걔들에겐 안 보였을 거야. 거리가 더 멀었으니까.
엄마가 가만히 있으려니까 여자애의 굳게 다문 입술이 달싹였어.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그게 힘든지 입 주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듯 꿈틀거렸대.
그애는 맘대로 안 되니까 짜증이 났는지, 몇 번 발을 굴렀어.
그리고 마침내 뭔가 얘길 했지. 얘기라곤 할 수 없지만.
왜냐하면 그앤 입모양으로 메시지를 전했거든. 조금씩 새어나오는 달빛이 입모양을 볼 수 있게 해 주었어.
뭐라고 했을것 같아?
예상 밖으로 그리 무서운 언어는 아니었어. 오히려 희망적인 단어였지.
"같이"
처음에 엄마는 못알아들어서 가지? 가지가 뭐지? 하다가 곰곰히 생각해보고 그 의미를 알아차렸대.
여자애는 홀린 듯 다시 입을 열었어.
이번에는 "나랑"
그리고 이제 말을 잇는 것이 너무 버거운지 얼굴을 찡그렸어.
엄마는 힘들면 그만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그애의 입모양을 보기 위해 눈을 바짝 떴어.
그애가 마지막 단어를 뻐끔거렸어.
"놀아"
그걸 마치고 갑자기 흰 손이 쑤욱 다가왔어.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 주저앉았어.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대.
엄마는 손을 피하기 위해서 앉은 채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벽 쪽으로 설설 기며 움직였지.
그나마 강력했던 엄마의 멘탈은 와르르 부서졌지.
으어어어 하면서 셋째이모를 끌어안았대.
셋째이모는 울어서 훌쩍거리는 코맹맹이 소리로 "언니야?머고?언니야?!"라고 했지.
잔뜩 겁먹어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어.
다른 애들은 그나마 강한(?) 엄마까지 무서워서 벌벌 떨게 되니 굉장히 무서운 귀신인가보다 ㄷㄷ 하며
또 멘붕와서 어버버거리고 있었대. 단체실어증ㅜㅠ
엄마는 떨면서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여자애를 보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그애 상태가 좀 이상했대. 머리칼도 정돈되지 않고 머리감고 그대로 나온것 마냥 마구 흐트러져 있었지.
옷은 여기저기 알수없는 얼룩이 있었어. 피는 아니었을 것 같아. 물 비슷한 것에 생긴 얼룩이라고 했으니까.
게다가 표정도 안 좋아 보였어. 입술도 파랗게 질렸고 눈동자도 흔들리고 있었어.
또 뭔가 속이 안 좋은듯한 표정이었대. 목이나 배에 뭔가 이상이 있거나 병이 있어서 견딜 수 없어하는 표정.
그리고 엄마가 주저앉는 순간 얼굴이 단순간에 일그러졌어.
환멸과 혐오가 뒤섞인 듯한 눈빛과 잔뜩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띄기 시작했지.
그리고 다시 입을 움직여 뻐끔거렸어.
"역시"
그 말과 동시에 여자애는 엄마와 아이들을 향해 뻗은 손을 마구 휘저었어.
험한 몰골의 몸뚱이가 비틀비틀 기괴하게 흔들렸지.
애들은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한참 난리를 치며 분위기를 휘젓던 그애는, 갑자기 조용히 행동을 멈췄어. 그러더니,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버렸대.
공포심에 한몫하던 한기가 순식간에 걷혔지.
아이들은 갑작스레 바뀐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어.
힘이 풀려 맥없이 고개를 떨궜지. 모두 너무나 지쳐 버렸어.
은은한 달빛만이 여자애가 서 있던 자리를 볼 수 있게 해 주었어.
다음 순간, 모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대. 참았다기보단 겁에 질려 안 나왔다는게 맞지만.
어쨌든 모두 끌어안고 엉엉 울어대기 시작했지.
여자애의 귀신을 둘러싸고 있었던 한기는 완벽히 걷히질 않아서 애들의 입에선 하얀 입김이 끊임없이 흘러나왔어.
그렇게 울어제끼고 나서 한 아이가 "나 집에 가고 싶다"라고 했는데
그에 엄마가 "안 그래도 갈라 캤다. 니들 다 일어서라. 가자!" 이러고 아이들을 일으켰대.
먼지 묻은 셋째이모의 옷도 팡팡 털어주고 코도 닦아주면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지.
아이들은 한바탕 무서운 소란을 겪고 나서 단련이 좀 됐는지 좀전 복도를 지나올 때처럼 겁을 먹질 않았어.
내 생각엔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급급해서 겁을 먹을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
암튼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안정이 되니까 아이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어.
대충 이런 얘기? 처음엔 셋째이모가 먼저 시작했어. "언니야" "와?" "언니야는 맨 앞에 있었은께 귀신 똑똑히 봤제?"
"어.봤다." "어떻드노?" "...머 그냥 무섭드라"
셋째이모 말에 힘입어서 모두 귀신을 선명히 봤다던 임마에게 질문공세를 시작했다고 해.
애들은 참 단순해...
암튼 대화가 어떤 내용이었냐면 "(친구1)귀신은 어떻게 생겼노?" "(엄마)내만 하드라. 키도 작고 치마도 입었고..."
"(친구1)진짜가? 진짜로 흰 소복 입었드나?" "(엄마)아이다. 우리 입는거멩키로 입었드라" "(친구1)귀신은 소복 입는다 카지 않았나?''
"(친구2)맞다. 내도 그렇게 들었는데. 글고 귀신은 처녀귀신밖에 없는거 아니었나? 왠 여자애 귀신이 나오노?"
"(엄마 귀찮아서 빡침)내가 아나? 궁금하면 금마(여자애 귀신)한테 물어봐라."
"(친구2)미쳤나? 니가 해라" "(엄마)미쳤다고 내가 하나? 니가하라 캤다"
"(한심하게 쳐다보던 친구3)됐다 마. 빨리 안가면 우리 엄마한테 혼난다" "그래 빨리가자"
도망가는 길에 떨궜던 플래시도 걸어가면서 다 회수했고, 다들 어느새 담소를 나눌 정도로 안정됐지. \
렇게 사건은 좀 찜찜하지만 잘 마무리되는 듯했어.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게 함정.
다들 친구3이 웃다가 갑자기 정색하면서 "히익'하면서 놀라더래.
엄마랑 애들이 덩달아 쫄아가지고 비명을 질렀는데 지르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
엄마가 빡쳐서 친구3한테 왜 갑자기 놀라고 지럴이냐고 했는데 걔가 말하길
"모르겠다. 뒤에 뭐가 있는거같아서 돌아볼라캤는데 갑자기 머리털이 쭈빗 서던데 와 이카노?"
엄마는 "내가 아나? 추워서 그런갑지" "지금 여름이거던" "아 몰라" 이런식으로 넘겼대.
그리고 다시 나가는데 유독 그애만 막 추워하고 기침하고 그랬대. 친구들은 밤공기가 차서 감기걸렸나보다 했지.
안그래도 몰래 빠져나오느라 가벼운 차림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복도가 끝나고 1층으로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고, 모두 해방이다! 를 속으로 외치며 우당탕탕 달려내려갔어.
그리고 다시 개구멍으로 한명씩 나왔지. 다들 "우리 귀신 봤다거 낼 애들한테 자랑하자"따위의 말을 하면서
처음 모였던 장소까지 나와 헤어졌어. 엄마는 셋째이모가 다리아프대서 업고 의젓하게 걸어들어갔지.
이제 엄마가 조심스레 들어가서 잠들면 사건은 끝이지만, 문제는 잔다고 했던 두 딸의 실종으로 집이 발칵 뒤집어졌다는 거지ㅠㅠ
엄마는 둘이 들어오자마자 맨발로 문까지 뛰어나와서 뭐라뭐라 말을 쏟아냈고,
그 후 온 가족으로부터 잔소리 폭탄을 받고 밤새 벌서야 했다고...놀이의 댓가는 쓴 법이야.
아무튼 시간이 흘러 해가 떴고 소란스러웠던 밤이 지나갔어. 엄마와 셋째이모는 쥐가 나서 괴로워하며 학교 갈 준비를 했어.
옆에서 둘째이모가 왜 어제 자기는 안 데려갔냐며 툴툴대서 니는 고자질쟁이다 아이가 했다가 엄마한테 죽을 뻔 했다고.
준비가 끝나고 엄마는 어제 있었던 으스스한 사건을 학교에서 내내 이야기할 요량으로 힘차게 걸음을 옮겼지.
하지만 사건은 질리지도 않고 생기는 법이지.
교실 문을 열고 어제 함께 모험을 강행했던 패밀리들에게 다가가는데 분위기가 완전 초상집이었다고 해.
친구3이 학교에 안 온 거였어. 다들 금마 귀신에 홀려서 어케 된 거 아이가? 하고 걱정하는데
엄마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감추면서 "아이다. 그냥 어제 감기 걸린걸끼다. 금마 자꾸 춥다캤다 아이가." 하고 안심시켰대.
하지만 패밀리들의 불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지. 걔들의 멘탈은 엄마처럼 강하질 못했으니까.
결국 엄마는 애들이 하도 가보자고 조르는 바람에 학교 마치고 친삼이(친구3 치기 어려워서 그냥 이렇게 할게) 집에 갔대.
친삼이 집은 친일이(친구1인데 뭔가 어감이 이상하다)가 자주 놀러가봐서 알고 있었어.
셋째이모는 외출금지 당해서 같이 못 왔고. 엄마랑 친둘이(친구2)는 처음 가 보는 거였는데 집이 좀 부잣집이었대나 봐.
이야 집 좋다 감탄하는 새 친일이가 아주 익숙하게 초인종을 누르고 저 친일인데요 놀러왔어요 라고 하니까
겁나 자동문처럼 친삼이 어머니가 문을 열어주더랰ㅋㅋ얼마나 자주 간거니
친삼이 어머니가 나오시는데, 표정이 되게 안 좋고 집안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대.
어린애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애들은 나대지도 않고 조용히 있었대.
친삼이 어머니는 조심스레
"놀러온건 고마운데 오늘은 못 놀겠다. 얘들아. 친삼이가 좀 아파서...학교 새임한테 전해드려라"라고 말씀하셨대.
애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어른의 말씀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 돌아설 수밖에 없었지.
그런데 이렇게 돌아서면 우리 엄마 패밀리들이 아니지. 먼저 집안에 잠입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건 친둘이였어.
그때는 비밀번호 잠금키도 딱히 없을 때고 대문에 빗장 하나 걸어 잠그는 식이었는데 때문에 잠입하자는 의견이 쉽게 나온거야.
비번키는 문이 제대로 안닫히는 경보음이 나잖아.맞나?
근데 그런것도 없을 때니까 돌로 문이 닫히는 걸 막고 몰래 들어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던 거지.
친일이 말론 친삼이 어머니는 빗장 잠그고 확인 잘 안한다고 해.
그래서 패밀리들은 친삼이 어머니가 문 닫을때 몰래 작은 돌을 끼우고(어머닌 눈치못채셨다)
어머니가 빗장을 대충 잠그고 돌아서고 한참있다가 잠입에 성공했지.
문이 살짝 열렸는데 빗장이 잘 걸렸을리가 있나...당연히 쉽게 풀렸지.
엄마 패밀리들은 룰루랄라 하면서 집안을 둘러봤는데 운이 허벌나게 좋은지 아무도 없었대...
그래도 긴장을 놓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친일이가 알려주는 친삼이 방 뒤쪽으로 향하는 길로 향했대.
그렇게 친삼이 집 뒷쪽으로 갔는데 작은 창 너머로 어두운 방 안이 살짝 보였대.
친일이가 저거 좀 어둡긴해도 친삼이 방 맞다고 해서 엄마는 까치발을 해서 더 자세히 들여다봤어.
그 창문 빼고 모두 가려 놔서 방 안이 어두운거였어. 그리고 그 방 바닥 한가운데에 누군가 죽은 듯 누워 잠자고 있었대.
엄마는 반가워서 친삼아! 하고 불렀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거야.
그래서 자는가보다 하고 기다렸는데 갑자기 친삼이가 움찔 하더니 벌떡 일어났대.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대.
엄마가 부엌일 하고있어서 못 듣고 대답을 안하니까 친삼인 더 떨면서
연신 엄마엄마 부르더니 한쪽 벽을 응시하면서 푹 고꾸라졌대.
엄마랑 친구들은 놀라가지고 쟈 와 저카노???하고 걱정했는데 방 안으로 친삼이 어머니가 들어오셔서 친삼이를 막 달래셨대.
친삼이는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엄마. 금마가 이제 저기 있다"이렇게 말하며 한쪽 벽을 가리켰지.
그러자 어머니까지 덩달아 우시면서 "아이고 이 어린것이 와 이카노"이러고 끌어안았대.
엄마는 어제 학교갔던 일 때문이구나 직감하고 더이상 두고볼수 없어서 창문을 막 두드렸대.
친삼이 어머니가 그쪽을 보니까 엄마가 얘기했지. 문 좀 열어달라고.
친삼이 어머닌 '너희가 왜 여기에....;'이런 표정으로 당황하시더니 한숨 한번 쉬고 문을 열러 가셨지.
엄마와 친구들은 덕분에 방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대.
친삼이 어머니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친삼이가 어제 밤늦게 학교에 갔다왔는데
그 이후로 추워하더니 왠 여자애가 자꾸 보인다고 헛소릴 하고 기절하길 반복한다고 설명하셨대.
그러자 친일이가 나서서 어제 있었던 일을 전부 말씀드렸지. 말이 끝나자 안그래도 창백한 어머니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갔어.
엄마와 친구들은 '혼나겠구나'하고 고개를 푹 숙였는데, 갑자기 친삼이 어머니가 대충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시는 거야.
엄마와 친구들은 어리둥절했지.
친삼이 어머니의 말은 이랬어.
그 학교가 친삼이 어머니 막내동생이 전학가서 다녔던 학교인데, 유독 지저분하고 소심해서 따돌림당하는 여학생이 하나 있었다네. 막내동생분도 자기한테 피해갈까봐 어쩔 수 없이 그애를 무시하며 살았대.
그런데 그 여학생이 어느날 갑자기 실종이 된거야.
다들 찾고 난리났는데 그애가 어디서 발견됐는지 알아?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는 물가였어.
물가는 아니구나. 강을 뒤져 찾은 거니까. 대충 보니 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헛디뎌 깊은 곳에 빠져 죽은 것 같았어.
살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그 겨울에 애가 얼마나 추웠을까 하고 혀를 찼는데,
마을 사람들 사이에 미친 할머니 하나가 계속 뒤에서 뭐라 중얼거리는 거야.
사람들이 할머니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시냐고 타박했는데 할머니가 딱 이러셨대.
"아깝단 말여. 아까워. 은실이(그때 초등학교에서 인기 많기로 소문난 아이)였으면 살았을 텐데."
그러니까 은실이 어머니가 "이 할매가 노망이 나서 헛소리를 하는구먼! 은실이는 왜 꺼내고 그카요?" 하고 따졌는데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혀만 끌끌 찼대. 성깔있는 은실엄마가 왁왁대며 쏟아내는 말에도 꿈쩍도 않고.
그러자 그 할머니 아들이 뭔가 느꼈는지 할머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설명해 주세요 라고 했대.
할머니가 뭐랬는지 알아? "☆☆이(죽은 애 이름)가 물에 빠져 죽어갈 때 몇 명이 모른척하고 지나갔다"고 했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지.
그래서 그게 누구냐고 물으니 "애가 물에 빠졌는데 어떤 어른이 안 건지겠노?
안 건지고 무시한 사람이야 ☆☆일 업신여기고 밉다 하는 애들이 아니겠나? 애들은 한가지벆에 모른다.
따돌림 당하면 무시해도 되는 줄 안다." 마을 사람들 2차멘붕.
그러니까 ☆☆이를 따돌리고 업신여긴 애들이 그애가 물에 빠진 걸 봤음에도, 왕따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고 지나간거야.
보통 어른이라면 당연히 건지거나 구조를 요청하지만, 그애가 왕따라는 것만 생각하는 단순한 애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던 거야..나는 귀신이 나온 대목보다 이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다.
몇몇 애들에게 물어본 결과 사실로 밝혀졌고, 마을 사람들은 크나큰 충격에 빠졌지.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이가 알려줬어 ☆☆이가..."라는 말만 할 뿐이었지. 그
리고 학교엔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왕따란 이유로 죽은 아이가 매일 밤 복도에 나타난다고.
그 아인 유난히도 긴 복도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했거든.
그 얘길 들은 친삼이 어머니는 억울해서 저승도 못 가고 매일 밤 혼자 뛰놀겠구나, 외롭겠다 그 아이...라고 생각하셨다고 해.
그리고 이번에 엄마와 친구들이 해 준 이야기와 친삼이가 보이는 증상을 보니,
그 여자애가 외로워서 치삼이에게 붙은 거 같다고, 오랜만에 자기 또래 애를 만났는데 놓칠리가 없지,라 하셨어.
여자애 귀신이 엄마더러 놀자고 한 건 순전히 외로웠던 거야.
엄마는 "그럼 이제 어떡하요? 귀신이 붙었는데"라고 물었어.
그러자 친삼이 어머니는 아무래도 무당집에 다녀와야겠다고 하시더래.
그런데 친삼이네 외가쪽 친척분이 들어오시더니 그런거 다 필요 없다고, 애 살리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대.
그 친척분은 어릴 때부터 좀 남달라서 귀신도 보고 쫓아낸 적도 있는 분이라 무당은 아니었어도 그런 쪽엔 해박했지.
그분은 노랗게 색이 바랜 오래된 종이에 뭐라고 휘갈기시더니 친삼이한테 다가가서 소매 안에 넣으셨어.
그리고 끈 같은걸로 단단히 소매를 동여맸지.
그 행동이 궁금했던 친삼이 어머니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으니
"친삼이 또래의 귀신이니 여느 여자애들처럼 손 잡는 걸 좋아할끼다. 그걸 막는기다. 친삼일 귀신하고 친구하게 할 순 없으니께."
그리고 귀신을 떼어낼 계획을 설명해주셨지. 그 계획인즉슨 학교에 다시 가서 귀신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분리 시키는거야.
왜 원래 있던 자리에서 하냐면 그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네.
어쨌든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자면 어제 귀신이 붙었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고 기회를 봐서 억지로 때어내는거야.
친척분 말로는 친삼이가 계속 너랑 나는 같이 논수 없다며 니가 가야할 곳으로 가라고 계속해서 전해야한다고 하셨어.
그리고 친삼이를 보면서 "지금은 어디 있나?" 이러셨는데
친삼인 "아깐 저기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여예. 아저씨 오고 나서부터 안 보입니더" 라고 했대.
그러자 친척분은 "야,고년 똑똑하네....나 오는 줄 알고 벌써 숨어삤다. 내 눈에도 안 뵈는 걸 보니 여우한테 갔능가 보네.
이건 도깨비도 못 찾아."라고 하셨대. 뭔 말인진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랑 엄마도 뜻은 잘 모른다고하셨어.
그분만의 용어가 있는 모양이지.
친삼이 어머니는 불안해져서 "그럼 찾아야하지 않습니꺼?" 차척분우 고개를 저으며
"못 찾는대니까. 머 찾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나올 때 되면 알아서 기어나온다." 엄마와 친구들은 주의깊게 대화를 듣고 있었는데.
친척분이 "니네 역할이 젤 중요하데이. 집에 가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라. 부모님께 전화 드리래이"
친삼이 어머니가 전화기까지 안내해 주셨고 각자 전화를 해서 엄마와 친구들은 친삼이 집에 남아있게 되었지.
입밖엔 안 커냈지만 그때 모두 신나 있었을거야. 친구 집에 늦게까지 남아있어도 된다니!
엄마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기다렸고, 드디어 밤이 되었어.
어제 학교에 갔던 건 좀 더 늦은 밤이었지만 친척분이 지금 가도 된다고 하셔서 일찍 집을 나섰어.
친삼이가 떨면서 몸을 일으켰고 다 같이 문밖을 나섰어. 친척분은 친삼이 어머니보곤 남아 있으라고 했어.
친삼이 어머니 기운은 그리 도움이 안 된다나?
그리고 친삼이보고 이제 귀신이 나타낼텐데 귀신이 무슨 말을 하고 어디 있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잘 설명해 줘야 한다고 하셨어.
귀신이 너한테 눌러붙은 지가 너무 오래돼서 너한테만 모습을 보이는 일에 너무 익숙하다고,
게다가 나를 경계하니까 니가 말해 주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지.
곧어어, 친삼이가 밖에 나와 첫 발을 뗐고 그 순간 히익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어.
멀리서 보고 있던 친척분이 달려와 친삼이에게 나왔나? 나왔나? 라고 급히 질문했지.
친삼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왔어예"라 대답했대.
친척분은 "그럼 됐다. "라고 하시더니 엄마와 친구들에게 친삼이 양옆에 걸으면서 지탱해 주고,
계속 말을 걸어서 정신 안 놓게 하라고 했대. 친삼이에게도 귀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걸 잊지 말라고 하셨고.
엄마와 친구들은 친삼이를 일으켜세우고 양옆으로 팔짱을 꼈지."그래,지금 어디 있노?"그분의 말에 친삼이가
"아저씨 앞에...지금 화난 거 같습니더. 아까부터 아저씨만 봅니더.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고 잇슴더."
엄마는 순간 오싹했다고 해. 그 귀신이 친척분을 노려본다고 상상하니..
이어서 "아저씨가 싫다고 죽여버리고 싶다고 합니더. 우리 노는데 방해하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더.
아저씨가 안 가면 자기도 안 가겠답니다." 친척분이 허허 웃으면서 물러섰어.
"잔망스러운 년이구만. 알았다. 내는 열 걸음 밖에서 따라갈 테니까 안심시켜 줘라."
그러자 친삼이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제 쪽으로 왔습니더.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바로 죽여버릴 거랍니다"
"글나? 안 다가갈 텐께 걱정말고 친삼아, 이제 니 친구들하고 학교로 출발해라."
"저도 그러고 싶은데 자꾸 제 손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부적 땜에 안 잡히니까 짜증을 억수로 내고 있슴더.
친구들한테 비키라고 성질도 막 부리고 있슴니더."
"뭐리고 하는데?"
"'와 니들이 친삼이 팔짱 끼노? 내가 낄 건데 왜 니들이 끼노? 안 비키나!' 이럽니더"
엄마는 자기 앞에서 귀신이 화내고 있구나...하고 새삼 무서워졌대...
친척분은 무시하고 그냥 출발하라고 했대.
친삼이는 엄마랑 친일이랑 팔짱을 낀 채로 출발했지. 친척분은 뒤에서 그걸 바라봤고.
열 걸음 간 후에 출발하려고. 이제 친삼인 친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어.
"지금 금마 우리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데 조심해라. 니네보고 오만 욕을 다 하고 있다."
엄마는 쫄아서 ㅇㅇ...했는데 또 친삼이가 "아...미친. 등이 무거운데 금마가 업힌거 같다."
"뒤 돌아보면 눈 마주칠까봐 못 보겠다. 손을 못 잡으니까 업힌거같다. 미친자슥... "
"마이 무겁나?"
"몰라. 마이 무겁진 않은데 어깨가 넘 아프다"
"지금 무슨 말 하고 있노?"
"자꾸 팔짱 풀라고 하는데...나랑 놀아야지 뭐 하는 짓이냐고 막 그런다"
"문디새끼 아이가? 귀신새키가 멀 나대노?"
"조용히 해라. 임마 다 듣고 있다고."
"들으면 어쩔건데?" 엄마와 친삼이가 이런 대화를 하면서 계속 걸었는데 어느새 저 멀리 학교가 보였어.
학교에 들어섰는데 두번째 와본거라서 복도로 올라가기에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았어.
그러나 열 걸음 밖에서 따라오고 계시던 친척분은 같이 들어가지 못했대.
엄마,친구들,친삼이가 문을 넘고 친척분도 들어가려는데 뭔가 그분을 팍 밀쳤거든.
그래서 그분은 야 이년이 거부를 하네 하고 헛웃음지으시더니 엄마보고 니가 기가 세니까 친삼이 잘 지켜주라고 했대.
그래도 안심이 안 된 친삼이가 친척분께 "귀신이 뭔 짓 하면 어떡하요?" 라 물었대.
친척분은 "괜찮다. 부적이 있은께 섣불리 접근하면 지한테 해 가는걸 점마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피해를 무릅쓰고 달려들 수 있으니까,무슨 일 생기면 내가 가서 도와줄 테니까 걱정말고.
아이고 내가 제일 중요한걸 설명안해줬구마.
복도에 가서 어제 귀신 본 그 자리에 가서 그년보고 나가라고 하면 지가 알아서 나갈끼다. 잘 해 봐라."
그렇게 복도에 도달하고, 엄마와 친삼이,그리고 친구들은 다시 어제처럼 긴 복도를 걸었어.
오래 전 햇빛이 걷힌 복도는 어제와 다름없이 어둡고 음산하기 그지없었지.
친삼이는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귀신의 행동을 계속해서 말해줬어.
지금 뒤에서 따라온다. 추월해서 우리 앞을 걷고 있다. 친일이보고 바보라고 놀리고 있다. 엄마 눈앞에서 욕을 하고 있다. 이렇게.
엄마는 엄마대로 질문을 멈추지 않았지.
"지금은 어딨노?"
"친일이 옆에"
"뭐 하고 있는데?"
"욕 하고 있는데."
"뭐라고 욕하는데?"
"니가 친삼이랑 젤 친하제? 내는 안다 내는 다 안다. 친삼이 집에 니 기운만 유독 많데? 좋은 말 할때 나가라.
그럼 니 목숨만 살려 줄게. 응? 머 이카는데..."
이 말에 친일이 무서워서 울었다고...
친일이를 정신없이 달래고 나서 또 친삼이가 "아, 창가에 앉네" 이래서 엄마는 그쪽을 봤는데, 뭔가 있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대. 아무것도 없는데 뭐가 있는 거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 그게 느껴졌다네.
친삼이는 그곳을 계속 쳐다봤어. 귀신이 계속 거기에만 앉아 있으니 계속 갈 수가 없잖아.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거였지. 그런데 갑자기 친삼이가 움찔 하며 침을 꿀꺽 삼키는 거야.
친둘이가 왜 그러냐고 물었지. 친삼이가 말했어. "저년이 웃으면서 창 밖으로 밀어서 죽여버리고 싶단 다. 니들을..."
친구들은 공포에 떨었어. "우리 진짜 죽는거 아이가?"
"몰라...니 생각에 저년이 못 죽일 거 같나?"
"아니. 죽이겠지. 개미 한 마리 찌부러뜨리듯 죽이겠지."
"끔찍한 생각 하지마라!"
"....조용히 해라. 또 뭐라고 칸다" 친삼이가 아이들의 말을 잘라서.
귀신은 이렇게 말했대. "맞다. 나 니네들 죽이는거 일도 아닐걸? 내는 도깨비보다 무섭다? 잡히면 여우한테 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히죽 웃더니 눈을 붉게 만들면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대.
"그니까 빨리 친삼이한테 떨어지라고! 몇 번을 얘기했노? 떨어지면 살려 준다고 정신나간 년들아"
친삼이의 설명을 듣고 아이들 전체가 꺄아악 비명을 질렀어. 물론 엄마도.
친삼이가 작게 니 왜그러노? 이렇게 묻더니 귀신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말해줬대.
"내가 니들 속셈 모를 줄 아나? 내 저까지 끌고가서 떼내려는거 모를 줄 알고? 나 안 간다 내가 미쳤다고 가나.
난 여기(창가)에 앉아있을끼다. 니가 점마들이랑 놀고 싶어서 내 떼내려는것도 다 안다. 내 살아있을때도 그랬다.
지들끼리 놀려고 날 떼놓드라. 또 그렇게 될 순 없다. 점마들만 떨어지면 니는 나랑만 놀 수 있는거 아이가? 맞제?
나랑만 놀자 친삼아? 어?" 친삼이는 누가 니 친구고?!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한다.
점점 얀데레화 되어가는 귀신에 친삼이는 이대로 가면 큰일나겠다 싶었대.
엄마는 그걸 눈치채고 일단 빨리 복도 끝으로 뛰어가자고 했어.
아이들은 뭐라도 해보잔 마음으로 끄덕였고 다시 친삼이와 팔짱을 끼고 힘껏 내달렸대.
친삼이가 뛰면서 뒤를 돌아보더니 "뒤에!!뒤에!!뒤에!!!" 이러면서 더 속도를 높였대.
아이들은 놀라서 뒤돌아봤고 친일이는 귀신과 눈이 마주쳤어.
여자애가 눈을 시뻘겋게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마구 쫓아오고 있었대.
드디어 친삼이에게만 보이는게 아니라 모두에게 모습을 드러낸 거지. 얼음장 같은 찬 공기가 확 끼얹어졌어.
흐릿하던 여자애의 온몸이 발을 구르자 선명한 형태를 되찾아갔지.
눈이 마주친 친일이가 기절하려는걸 엄마가 뺨다구를 갈기면서 "야 니 다같이 뒤지고싶나?!" 라고 외친 덕에 정신을 차렸지.
여자애의 분노 담긴 발소리가 복도에 쿵쿵 울렸어.
여자애는 미친듯이 쫓아오며 뭐라고 막 소리치기 시작했어.
하지만 음소거를 해놓은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파랗게 질린 입술만 애타게 움직여댈 뿐이었지.
다급하게 뛰던 친일이가 뒤돌아서 그걸 보더니 "뭐라고?" 라고 했어.
앞을 보며 뛰던 엄마는 "머가 들리나?" 라고 물었고
다음 순간 음소거해놨던 텔레비전의 음향을 천천히 키우듯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사자의 울음소리같은 분노가 가득 담긴 거친 목소리가 포효했어. "이리 와라,친삼아!""그년들하고 가지마라!"
모두가 정신없이 뛰었고 눈 앞에 복도의 끝이 보였어.
하지만 뒤에서 여자애 귀신도 광기를 폭발시키며 질주해오고 있었지.
앞은 계단도 없는 막다른 곳이니 결국 잡힐거야. 뭔가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어.
이에 엄마가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려냈어. 그래서 모두 겁에 질려 어버버하고 도망가기 바쁠 때 복도 끝 벽을 보며 작전을 생각했지. 그리고 벽에 다다랐을 때, 작전을 시행했어.
여자애 귀신이 손톱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며 벽에 몰린 자신들을 덮치려던 차에,
엄청난 괴력으로 여자애들을 한꺼번에 잡아끌어 옆으로 확 피한거야. 여자애는 덕분에 통쾌하게도 벽에 쿵 소리를 내며 부딪혔지.
그 사이 친구들은 모두 도망쳤고, 여자애는 비틀거리며 주저앉았어.
"이 미친년이?!"
팔과 배를 기분좋게 부딪힌 여자애는 더욱 날뛰었지.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자기도 도망가려는 엄마를 보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마구 퍼부어댔어.
개중에는 패드립과 성드립 등 어린애가 하지 못할 욕도 있었대.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엄마한테 달려들었지.
엄마는 재빨리 피했지만 여자애의 날카로운 손톱에 머리가 한 움큼 뜯겨나갔어.
굉장히 아팠지만 일단 살아야하기에 친구들이 들어가 숨은 남자 화장실(....)로 황급히 피신했지.
미처 따라들어오지 못한 여자애 귀신이 문을 마구 두들겨댔어. 아무래도 벽이나 문을 뚫고 들어가진 못하는 모양이야.
아 엄마한테 다시 물으니 남자 화장실이 아니구나. 어쨌든 무슨 방이었던 것 같아.
엄마와 친구들은 서로 얼싸안고 벌벌 떨면서 복도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소리를 들었어. 이런 소리들이었지.
"미친년들아! 열어라!!! 열어!!!" "친삼이만 보내주면 니들은 다 살려줄게!!"
"친삼이 니 내랑 논다고 했다 아이가. 난 니만 있으면 되는데!"
"이제 니들은 아무데도 못간다! 독안에 든 쥐라 안캤나!!" 그리고 미친듯이 웃어제끼더니
"열어!!!!열어!!!!" 하고 쾅쾅 두들겨대는데, 진짜 호러 영화가 따로 없었다고.
방 안은 어둡지...아무것도 안 보이지...플래시는 도망쳐오다가 어디 부딪혀서 고장이 났지...
밖에선 미친 여자애 하나가 난리를 치고 있지...모두 멘붕이 와서 경련을 일으키고 말이 아니었대.
그런데 그렇게 시끄럽던 문 밖이 어느 순간 조용해졌어.
모두 약속한 듯 헉 하며 숨을 들이마시고 몸에 잔뜩 주고 있었던 힘을 뺐지. 놀랄 만큼 모든 게 조용해졌어.
여자애가 갔나 싶어서 밖에 귀를 기울여 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하지만 귀신이 숨소리 같은 소리를 낼 리도 만무하기에 숨을 죽이고 긴장을 풀지 않은채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멎었던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렸어. "......왔다." 친일이가 좀 더 자세히 들으려고 귀를 문에 댔어.
그리고 곧이어 이런 소리가 들렸지. "누구지? 누구지? 누구지? 누구지? " 이렇게 정신나간 듯이 중얼중얼거리고 발을 구르더니,
정색해선 싸한 목소리로 "그 자식이야" 그리고 홀연듯 다시 모든 소리가 사라져버렸대.
벽을 통과 못하는건 친척분이 한은 많은데 그에 비해 신통력이 딸려서 그렇다고 하더라. 이을게.
적막감이 흐르고, 엄마와 친구들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왔어.
온통 암흑 천지였지만 문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알 수 있었지.
엄마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앞장섰고 그 뒤로 친구들이 따랐대. 그리고 끼익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복도를 지났지.
복도를 살펴봐도 아무것도 없었어. 뭐가 숨어있다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하니 좀 안심이 되었다고 해.
그러나 계단에 다다르자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지고 있었어.
갈라지고 더듬어서 무척 귀에 거슬리는 여자애의 목소리였어. 무언가에 화난 듯 쉴새없이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대.
그런데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었어. 남자의 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는 거야.
여자애의 목소리에 맞춰 쿵쿵거리는 소리와 삐걱대는 나무의 소리도 끊이지 않았지.
엄마는 놀라서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갔어. 내려가자마자 맞닥뜨린 풍경은 굉장히 심각했어.
어두워서 잘은 안 보였지만 여자애가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는 것 같았어.
공격당하고 있는 누군가는 팔을 휘저으며 저항하고 있을 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어.
어디서 구했는지 성냥을 찾아온 친일이가 급히 불을 켰어.
그러자 정신없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에만 매진하던 여자애가 홱 뒤돌아봤어.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 떨며 시뻘건 눈으로 노려보던 그 얼굴이 어찌나 무섭던지 친일이는 헉 하면서 그만 뒤로 넘어가고 말았어.
몇 초간 기절해 있었대. 바닥에 떨어져 거의 꺼져가는 성냥불을 친둘이가 집어 들었고 공격당하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친척분이었어. 여자애의 작지만 억센 손으로 목이 졸리고 있었지.
여자애는 으르렁댔어. "이 x발새끼야. 내가 들어오지 말랬제? 알 만한 놈이 와 그라노? 와 그랬어? 죽인다.
내가 니 죽여버릴끼다. 친삼이랑 나랑 떼 놀려고 하는 것들은 다 죽일 끼다. 누가 자꾸 방해하노? 우리 논다는데 와? 니들이 와?!"
친척분은 이에 끅끅대면서 여자애의 손을 벗어나려고 애를 썼대. 어질어질해지고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도 그 분은 침착했어.
여자애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분의 손을 결박하지 않은 거야. 그분이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어, 부적을 꽉 움켜쥐었으니까.
그분은 한순간에 손에 쥔 부적으로 여자애의 입을 틀어막았대. 여자애는 ?! 하고 일어서서 켁켁대고 떼 보려고 용을 쓰더니
그만 친일이 옆으로 푹 고꾸라졌대. 친일이는 마치 교대하는 것처럼 기절 상태에서 깨어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지.
친삼이가 그걸 툭툭 쳐서 정신차리게 만든 뒤 손을 잡고 일으켰어.
또 친척분께 다가가서 "아저씨?! 괜찮으요?!아자씨!?!"하고 흔들었대.
친척분은 컥컥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괜찮다고 친삼이를 안심시켰어. 그리고는 쓰러진 여자애를 보곤
"이 부적은 약한 거니 금방 일어날 끼다. 우리는 그 새 복도 끝으로 다시 가서 저냔을 유인하면 되는기다.
복도 끝으로 저년이 오기만 하면 그 후는 내가 다 알아서 할거니 걱정하지 말고.
원래 니들한테 맡길려고 했는데 이년이 하도 미쳐 날뛰니까 내가 처리해야 쓰것다. 가자!"
다행히도 친척분은 플래시를 갖고 있었어. 어른이 계시니 모두 겁먹지 않고 복도 끝까지 갈 수 있었지.
친삼이가 "이 복도 풍경 몇 번째 보는지 모르겠다..."라고 중얼거리는 말에 모두들 끄덕거리며 공감했지.
복도 끝에 다 왔을 때, 뒤쪽에서 끼익끼익끼익끼익 하는 빠른 발소리가 들렸어.
엄마가 "그년이다" 라고 외치자 친척분이 "쉿" 하고 엄마의 입을 막았어. 친척분은 플래시를 끄더니, 한쪽에 가만히 내려놓았어.
그리곤 친삼이에게 뭐라고 말했대. 친삼이는 머뭇거리더니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서 몇 걸음 앞으로 나갔어.
가만히 서서 그 여자애가 오길 기다리는 듯했어. 위험한 짓이지. 엄마는 "니 뭐하노?!" 하면서 앉히려고 했는데
친척분이 "아서라!" 라고 하는 바람에 저지당했어.
그분은 친삼이만 남겨두고 엄마와 친구들을 데리고 웬만해선 안 보이는 어두운 구석으로 숨었어.
친구들이 "친삼이는요?! 위험하잖아요?!" 하면서 날뛰자 "가만있어라!" 하고 조용히 시켰대.
그리고 이어서 "친삼이는 잘 할끼다..."이러고 중얼거렸지. 엄마는 불안했지만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어.
어둠속의 발소리가 탁 멈춰섰고, 모두 발소리가 멈춘 곳에 시선을 쫓아갔어.
여자애가 어둠 속에 홀연히 서 있었지. 시선은 넋놓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어.
아마 자기 앞에 홀로 서 있는 친삼이를 보는 거겠지. 여자애가 몇 걸음 움직여 친삼이에게 가까이 갔어.
"친삼아." 여자애가 부르는 소리에 친삼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어. 여자애는 이제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지.
눈앞에 친삼이에만 정신이 팔려 보였어. 여자애가 또 말했어.
"그년들은?...아니 그년들이랑 그놈은?"
"갔다. 내가 전부 쫓아 보냈다."
"왜?"
"이제 싫어졌다. 난 니하고만 놀꺼라."
"......이상한데. 산 냄새가 나는데..." 여자애는 흥분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어.
숨어있는 친척분과 친구들이 들킬 것 같으니까 친삼이가 재빨리 말했대.
"냄새는 무슨 냄새. 내가 니 좋다하면 끝난거 아이가. 가자. 놀러가자."
"어." 여자애는 불안한 낌새를 감추지 못하고, 친삼이의 손을 잡으려고 했어.
그러다가 흠칫하고 "부적은 뺐나?"
"뺐다. 그거 그놈이 넣으라고 해서 억지로 넣은기라."
"...글나?" 친삼이가 소매 안을 보여주고 손을 흔들어 보인 뒤에야 여자애는 친삼이의 손을 잡았지.
친삼이가 한기를 느끼고 부르르 떨었어.
"가자. 내 여우도 소개시켜 줄게. 내랑 놀면 뭐든지 다 할수 있다?" 여자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삼일 잡아끌었어.
무척 행복해 보였지. 그토록 원하던 친구가 생겼으니까. 그러나 순간이었어.
그 비뚤어진 우정이 깨어진 것은. 친척분이 재빨리 돌진해서 부적을 들고 몸을 날렸으니까.
그 다음은 순식간에 전개됐어.
친척분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부적을 잡고 여자애의 이마에 내리꽂았지.
여자애의 비명과 함께 쿠당탕 소리가 났고 차가운 바닥에 둘은 같이 쓰러졌어.
여자애는 초점이 나간 눈으로 흰자를 보이면서 컥컥댔지. 누운 상태에서 버둥대며 끊임없이 난동을 부렸대.
누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친척분은 여자애의 팔과 다리를 눌러 결박했어. 그래도 여자애의 난동은 끝나지 않았지.
"미친놈아! 미친 자슥아!"
"내 혼자 못 간다! 친삼아!"
"안 놓나? 미친 새끼야!"
"죽일년들, 니네가 친삼이 꼬드겼제? 죽여 버릴 끼다. 살려주고 뭐고 족쳐버릴끼다!"
욕설을 계속 내뱉으며 악을 썼지. 그러나 부적 때문인지 점점 힘을 못쓰게 됐어. 티비 음량을 줄이듯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갔지.
난동을 부리던 팔과 다리도 서서히 잦아들었어. 그제서야 친척분은 결박을 풀었는데, 그 때 여자애가 마지막 발악을 시도했어. 쏜살같이 그분 밑에서 빠져나와 친삼이에게 돌진했대. 엄마가 비명을 지르며 막아섰지만 이미 친삼이가 발목을 잡힌 뒤였어. 여자애가 전에 볼 수 없었던 애절한 눈빛으로 친삼일 쳐다봤어. 하지만 친삼이의 표정은 싸늘했지.
"친삼아.."
"....."
"친삼아...."
"....왜"
"부적 좀 떼 줘라. 나 부적 좀 떼 줘라..."
너무 애절하고 가엾어 보여서 엄마는 순간 자기가 떼줄 뻔했대.
친삼이도 가엾게 여기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여자애는 같이 놀 수 없는 원귀였기에 냉정함을 지켰어.
여자앤 부적을 떼 달라며 발목을 잡고 처절하게 애원했지. 울음이 섞인 목소리였으나 눈물은 흘리지 않았어.
친둘이와 친일이가 손을 잡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어.
친일이가 소리쳤어. "그런 년한테 뭘 해 주노? 고마 차 버리라!"
그 말에 친삼이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발목을 흔들어 여자애를 떨쳐 버렸어.
엄마는 그 순간 보고 말았지. 여자애의 눈에 잔뜩 서린 절망감을.
"친삼아!!!!"
여자애가 절규할 때 친척분이 다가와 여자애를 질질 끌고 갔어. 비참한 운명이지.
친척분의 손길이 닿자 여자애는 다시 발작하기 시작했어.
친구로부터 버림받은 절망감과 지옥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공포가 여자애를 발작하게 만든 거지.
그러나 친척분은 냉정했어. 여자애의 이마를 강하게 눌러 쿵 소리가 나게 제압한 후 뭐라뭐라 중얼거렸지.
여자앤 그럴수록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면서 꺼억꺼억거렸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사운드라서 엄마는 눈이 저절로 찌푸려졌대.
친척분의 플래시를 끄라는 말에 친둘이는 들고 있던 그분의 플래시를 껐어. 곧이어 암전이 찾아들었지.
친구들은 숨을 죽였어. 여자애의 발작 소리와 친척분이 주문을 외는 소리만 어두운 복도에 울려퍼졌어.
엄마는 몸서리를 쳤지. 사고가 멈추는 것 같았어.
여자애가 불쌍해서 그랬고 무서워서 그랬지. 그러거나 말거나 친척분은 작업(?)을 계속했어.
서서히 여자애가 내는 소리도 잦아들고, 주문도 더이상 외지 않았어. 한없이 조용해졌지.
친척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어. 친둘이보고 플래시를 켜라고 했지.
빛이 찾아오고 아이들은 주변을 둘러보았어. 여자애가 보이지 않았지.
친삼이가 떨면서 친척분께 그 애는 어디 갔냐고 물었어. 그분은 말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지.
친삼이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고개를 떨구었어. 엄마와 다른 친구들이 다가와 말없이 손을 잡았지.
친척분이 플래시를 받아 들고 앞장서며 가자고 했어.
엄마와 친구들은 울적해진 분위기를 끌어안고 발걸음을 다시 옮겼어. 엄마는 친척분이 이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대.
"불쌍한 년 같으니. 가만히 저승 갔으면 지옥이라도 면하지. 어차피 쟈랑 지는 못 사귀는 거를."
엄마는 심장이 멈추는 듯 했어. 그대로 홀린 듯 밖으로 빠져나왔대.
친삼이가 집으로 가자 어머니께서 버선발로 뛰어 나오셨대. 넋이 나간 채로 서 있는 아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우셨다고..
친척분은 달래 주면서 부적을 하나 주면서 항시 친삼이가 지니게 해달라고 했대.
한 번 귀신이 붙은 사람은 귀신들한테 만만한 사냥감이 된다고.
그리고 엄마와 친구들에게도 부적 하나씩 주면서 잘 간수하라고 수고했다고 하면서 집으로 가라고 하셨지.
다들 단체로 넋이 나간 상태였지만. 그 이후로 친척분은 당집에 가셔서 전문적으로 퇴마의식을 치뤘다고 해.
위령제? 비슷한 것도 했다고 하더라고.
친삼이는 한동안 넋놓은 상태로 지냈대. 그건 엄마와 친구들도 똑같았지만 삼일도 안 있어서 제정신을 되찾았지.
친삼이는 그 복도를 지나기를 싫어하게 되었어. 심부름을 하러 가기도 싫어하고 그냥 보기만 하는 것도 싫어하고...
친구랑 지나가게 되면 싫다고 손사래를 쳤대. 엄마는 참 안쓰러웠다고 해.
이후로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은 잦아들기 시작했어. 원인도 사라졌으니 결과가 남아있을 리 없잖아?
엄마와 친일,친둘,친삼이 패밀리들은 잘 지냈어. 평소처럼 말썽피우고 사고치고.
그렇게 6학년까지 학교 잘 다니다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헤어졌지. 지금은 연락이 안된다고 해. 아쉽네.
엄마는 외할머니한테도 얘기를 해줬는데 아주 자세히 정확하게 얘기해줘서 알고 있었대.
그 두 분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게 여자애 귀신이 나쁜년인건 맞지만 그래도 불쌍하다는 거였어.
왕따당하고 물에 빠져 외면당해 죽고 혼자 친구찾아 복도 뛰다가 친삼이란 친구 만났다고 믿었는데
배신(애초에 배신이랄 게 없지만)당하고 퇴마당하고...상당히 불쌍하긴 해.
여기서 끝. 좀 애매하게 끝나는 것 같지만 더 풀 얘기가 없어...
첫댓글 와 여시 금손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ㅉㅏ리얼하다.....완전 잘 읽었어!!!!! 넘 잼뜌ㅠㅠㅠ
아래로내려갈수록 스멜이... 격투씬이 많네;;; 귀신이랑
그래도 재미는있었어ㅎㅎ
불쌍하다 ㅠㅠ
ㅠㅠㅠㅜ붕쌍해...
으아ㅠㅠㅠ 무서워ㅠㅠ 나 화장실가야하는뎈ㅋㅋㅋㅋ
무섭다 불쌍하기도하고ㅠㅠㅠㅠ귀신이 저렇게 실체화되다니
불쌍하다,,ㅜㅜ 재밌게잘봣엉
헐대박 진짜시간가는줄도모르고읽었다..무서웠는데 한편으로는 너무불쌍해..
여시 글 믿고본다
근데 이번껀 특히 오싹하네
공포영화 보는 느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6.28 22:52
불쌍하다 그래도 산 사람한테 해코지는 안 돼ㅠㅠㅠ
오오 다읽었어!! 개잼ㅋㅋbbb
다 읽엇다....대박..b 소름돋았어...ㅠㅠ
으아 중간쯤읽었는데 퇴근해야해 ㅠㅠㅠ 이따 집가서 봐야지
삭제된 댓글 입니다.
스레주 어머니가 겪은 일이니까.. 실화!
와........진짜 영화로 만들어도 될것같아....ㅠㅠ
아이거 폰으로보는데 엄마아빠가 티비 그것이알고싶다 보고계셔서 공포브금과함께...무섭다
아ㅜㅜ 불쌍하고 안타깝당ㅠ